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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주영, 이청용과 볼턴에서 재결합할까?

 

지금까지 '유럽 최고의 리그'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했던 한국인 선수는 총 7명입니다. 그 중에서 박지성-이영표-이청용은 축구 종가에서 태극전사의 불꽃 저력을 발휘하는 깊은 인상을 심어줬습니다. 현재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중인 박지성-이청용은 지난 시즌 소속팀에서 준수한 활약을 펼치며 팀 내 입지를 굳힌 것과 동시에 다음 시즌 전망을 밝게 했습니다. 또 다른 한국인 선수가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하여 일취월장한 내공을 과시하면 유럽 축구를 즐겨보는 국내 축구팬들에게 꿈 같은 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가오는 2011/12시즌에는 프리미어리그 팀에서 두 명의 한국인 선수가 뛸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유럽 최고로 손꼽히는 리그에서 코리안 듀오가 형성되는 것은 상징성이 큽니다. 2003~2005년 상반기에 박지성과 이영표가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벤에서 한솥밥을 먹었고, 지난해 남아공 월드컵 이후부터 기성용과 차두리가 스코틀랜드 셀틱에서 동반 활약하며 '기차듀오'가 완성했던 시나리오를 기대할 수 있죠. 2011년 유럽 축구 여름 이적시장 관전 포인트 중에 하나는 '블루 드래곤' 이청용, '박 선생' 박주영의 재결합 여부 입니다.

박주영, '이청용 소속팀' 볼턴 이적 가능성은?

개인적으로 박주영의 볼턴 이적을 적극 희망하지 않습니다. 선수 본인이 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을 원하고 있죠. 선수의 입장을 우선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볼턴은 두 시즌 연속 프리미어리그 14위를 기록했던 클럽으로서 엄연히 챔피언스리그 레벨이 아닙니다. 박주영은 병역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까지 유럽에서 뛸지 알 수 없습니다. 상무 입대를 포기해도 마찬가지 입니다. 올해 26세로서 되도록이면 큰 무대에 도전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입니다.

그런 박주영은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놓고 고민해야 합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에 진출할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지금까지 나돌았던 이적설을 놓고 보면 '프리미어리그vs챔피언스리그'쪽으로 무게감이 기웁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체스터 시티-첼시-아스널 같은 프리미어리그 빅4는 '지금의 박주영'과 아무런 연계가 없었죠. 리버풀-볼턴 같은 박주영 영입설이 있는 팀은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할 수 없습니다. 반면 프랑스리그에서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따낸 릴-마르세유-리옹은 박주영 영입설이 있는 팀들 입니다.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고 싶다면 프랑스리그내 이적을 염두해야 합니다.

만약 박주영이 다른 리그 진출을 원하면 프리미어리그가 유력하다는 생각입니다. 프리메라리가, 세리에A에 비해 외국인 선수 쿼터가 자유롭기 때문입니다. 이중국적자가 아닌 현 시점에서는 프리메라리가-세리에A 진출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박주영과 링크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경우에는 외국인 선수 쿼터(3명, 코스타-고딘-엘리아스)를 모두 채웠습니다. 그리고 프랑스리그내 이적은 현 소속팀 AS 모나코에서 세 시즌 동안 성공적인 활약을 펼쳤던 점이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하지만 동기부여적인 관점에서는 새로운 리그를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죠. 어쨌든, 모나코 강등 속에서도 차기 행선지는 다양합니다.

박주영은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선수입니다. 현재 몸담고 있는 프랑스리그는 피지컬-몸싸움-탄력이 모두 뛰어난 수비수들이 즐비한 곳으로서 타이트한 압박을 강조합니다. 웬만한 공격수들이 살아남기 힘든 곳입니다. 그럼에도 박주영은 모나코에서 몸싸움 및 공중볼 장악능력을 기르면서 수비수 경합을 이겨낼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유럽 진출 이전까지 '기교'에 강했다면 지금은 '힘+기교'가 결합된 만능적인 기질이 강합니다. 원톱 및 타겟맨으로서 준수한 활약을 펼쳤던 이점도 있죠. 자신의 능력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모나코 팀 전력에 발목 잡히면서 일부 여론에 저평가된 감이 없지 않지만, 거칠기로 유명한 프리미어리그에서 통할 수 있는 선수임에는 분명합니다.

만약 박주영이 프리미어리그에서 붙박이 주전이 되기를 희망하면 볼턴 만큼 좋은 팀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엘만더가 터키 명문 갈라타사라이로 이적했고, 스터리지는 원 소속팀 첼시 복귀 가능성이 있으며(임대 만료), 데이비스는 올해 나이가 34세로서 노쇠화를 조심해야 할 시기입니다. 클라스니치는 지난해 1월 코일 감독 부임 이후 엘만더에게 주전 경쟁에서 밀리면서 실전 감각이 떨어졌죠. 베르더 브레멘 시절에 비해 실력이 주춤한 원인도 있지만요. 그런 볼턴이 대형 선수를 영입하기에는 자금이 부족합니다. 엘만더를 놓쳤던 배경과 밀접하죠. 박주영은 모나코 강등으로 이적료가 낮아졌기 때문에 볼턴이 영입을 노릴 수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반면 리버풀은 수아레스-캐롤 투톱에 카위트까지 최전방 공격수로 활용할 수 있는 만큼, 박주영에게는 경쟁의 버거움이 있긴 합니다. 더욱이 리버풀은 다음 시즌 유럽 대항전에 출전할 수 없습니다.

박주영이 볼턴에서 성공할 수 있는 이유는 이청용과 재결합하기 때문입니다. 두 선수는 지난 2008년 상반기까지 FC서울에서 함께 뛰었습니다. 현 대표팀 공격을 주름잡는 관계로서 서로의 특징을 잘 알고 있죠. 이청용의 장기인 크로스가 박주영 헤딩슛으로 이어지는 즐거운 상상을 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볼턴 선수들이 이청용이 찔러주는 패스 혹은 골 기회를 받아내지 못하는 센스 부족이 있었음을 상기하면, 박주영의 존재감은 이청용 맹활약에 힘이 될 수 있습니다. 박주영 입장에서는 이청용이라는 확실한 도우미가 있고, 이청용도 박주영이 있음에 골 기회를 밀어주기 쉬운 윈윈 관계가 형성됩니다. 현지 적응 측면에서도 이청용의 조언이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시야를 넓히면 볼턴 근처에 거주하는(정확히는 맨체스터) 박지성과 종종 만날 수 있죠. 참고로 이청용은 볼턴 잔류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다만, 박주영이 볼턴 이적을 선택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볼턴은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할 수 있는 빅 클럽이 아닙니다. 그리고 볼턴 입장에서도 박주영을 영입하면 한 가지의 고민에 직면합니다. 코일 감독이 그동안 이청용 차출에 민감하게 생각했는데, '현 대표팀 주장' 박주영 영입을 결심하면 두 한국인 선수의 대표팀 차출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내년 여름 런던 올림픽(박주영 와일드카드 참가 유력)까지 말입니다. 과연 박주영이 어느 클럽으로 떠날지 알 수 없지만, 이청용과 볼턴에서 코리안 듀오를 형성하는 것은 의미있는 시나리오임에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