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남아공 월드컵 이전까지를 놓고 보면, '사자왕' 이동국(32, 전북)의 대표팀 발탁은 당연했습니다. 2009년 K리그 득점왕 및 전북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며 국내 공격수 중에서 가장 검증된 활약을 펼쳤죠. 박주영이 지난 시즌 잔부상에 시달리며 득점포가 꾸준하지 못했고, 염기훈도 부상 공백이 있었고, 안정환은 선발보다는 슈퍼 조커가 어울렸고, 이근호까지 끝없는 부진에 시달리면서 이동국이 당시 대표팀에서 많은 출전 기회를 얻었죠. 지난해 3월 초 A매치 코트디부아르전에서는 이른 시간에 선제 결승골을 넣으며 남아공 입성을 사실상 확정 지었습니다.

이동국의 남아공 월드컵 활약상은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있습니다. 월드컵 이후 대표팀 발탁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것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어쩌면 사자왕이 태극마크를 달았던 모습은 지난해 남아공 월드컵 16강 우루과이전이 마지막이 아닐까 싶은 생각입니다. 당시까지는 그것이 정설일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동국이 최근 대표팀 발탁 여부로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조광래호가 다음달 3일 세르비아, 7일 가나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죠.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조광래 감독은 아직 이동국 대표팀 복귀를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이동국, 2011년은 전북에 전념하는 것이 좋다

만약 이동국이 대표팀에 발탁되면 지동원 공백을 메우게 됩니다. 지동원은 얼마전 대한축구협회(KFA) 기술위원회에 의해 올림픽대표팀에 우선 배정되면서 조광래 감독이 새로운 공격수를 뽑아야 합니다. 그래서 이동국을 비롯 정조국까지 대표팀 발탁 여부로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유럽 리그 시즌을 마치고 돌아오는 박주영, 아직 검증이 더 필요한 박기동 만으로는 원톱 운용에 부족함이 있죠. 만약 조광래 감독이 추가 공격수를 발탁할 의지가 있다면 올 시즌 K리그에서 꾸준한 득점 실력을 발휘했던 선수를 적임자로 눈여겨 볼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K리그 최다 공격 포인트 1위(6골 4도움, 10포인트)를 기록중인 이동국의 이름이 거론되기 쉬운 이유입니다.

이동국은 4월의 K리그를 화려하게 빛냈습니다. 4월 K리그 5경기에서 4골 4도움을 기록하며 전북의 강세를 주도했습니다. 경험 및 클래스까지 포함하면 현존하는 K리그 최고의 공격수로 치켜세우는데 어색함이 없습니다. 남아공 월드컵 이후 대표팀에 발탁되지 못했지만 오히려 전북에 전념하면서 가벼운 컨디션으로 그라운드를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는 명분을 얻었죠. 특히 올해는 소속팀 동계훈련에 임하면서 최강희 감독이 요구하는 전술에 부응하면서 동료 선수들과 호흡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그 성과는 지난달 부터 나타났죠. K리그 맹활약에 의해 대표팀 발탁 여부가 거론되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이동국 발탁은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이동국 안티들처럼 '국내용'으로 비하하며 대표팀 발탁을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관점에서 회의적인 반응을 언급하고 싶습니다. 조광래호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대비하는 목적이 있습니다. 2014년이면 이동국 나이는 35세 입니다. 30대 중반까지 대표팀과 소속팀을 병행하며 많은 경기 일정을 치르기에는 체력적인 리스크가 큽니다.

'젊은 이동국'의 성장이 더뎠던 결정타는 각급 대표팀 출전에 따른 혹사였으며, 지난해 활약상이 2009년 포스보다 부족했던 원인 또한 대표팀과 밀접했습니다. 지난해 5월 중순 A매치 에콰도르전 햄스트링 부상의 근본적 배경은 대표팀-전북에서의 선발 출전이 빈번했던 빠듯한 스케줄 입니다. 무리하게 경기에 출전하면 햄스트링을 다치기 쉽죠. 5년 전에는 십자인대 부상을 당했던 악몽을 겪었습니다. 무리한 일정은 선수에게 결코 도움이 되지 않으며 자칫 전북 성적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최악의 시나리오에 한해서 말입니다.

이러한 전례라면, 이동국은 무리한 경기 일정을 소화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전북에서는 정성훈-로브렉과 함께 로테이션 형태로 최전방 공격수를 맡으며 체력을 안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동국은 전북의 No.1 공격수 입니다. 전북은 K리그 및 FA컵 같은 국내 일정에 AFC 챔피언스리그까지 병행하며 선수들의 체력적인 부담이 커졌습니다. 올 시즌에는 공격진에서 더블 스쿼드가 형성됐지만 이동국의 영향력은 여전히 강합니다. 만약 이동국이 오는 24일 16강 텐진전 승리를 이끌면서 대표팀에 발탁되면 체력 문제가 앞날 활약에 변수로 떠오를 수 있습니다.

조광래호가 세르비아-가나와 평가전을 치르는 6월 초는 전북의 주력 선수들에게 휴식이 필요합니다. 전북은 K리그에서 1위를 기록중이며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아시아 제패를 꿈꾸고 있습니다. 6월 초 휴식기는 무더운 여름 일정을 이겨낼 수 있도록 선수들이 에너지를 충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6월 초는 K리그가 국제축구연맹(FIFA)이 지정하는 A매치 데이에 의해 휴식기에 접어들지만 대표팀에 발탁되는 선수는 차출에 응해야 합니다. 대표팀에서 가능성이 있는 전북의 젊은 선수들이라면 경험 및 실력 업그레이드 차원에서 태극마크를 달아야 할 필요가 있죠. 하지만 이동국은 30대 초반의 공격수로서 몸 관리가 가장 중요합니다. 앞으로 전북에서 많은 경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체력적 부담이 결코 반갑지 않습니다.

더욱이 조광래호는 세대교체가 필요합니다. 세르비아-가나전은 올림픽 대표팀 일정과 맞물리면서 지동원을 비롯한 젊은 공격수들의 활용이 쉽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라질 월드컵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영건 중요성이 커지게 됩니다. 만약 이동국 대표팀 발탁이 세르비아-가나전에 한정되면 결과적으로 전북에게 반갑지 않습니다. AFC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는 팀들이라면 6월 초에는 휴식이 필요하죠. 이미 앞에서 언급했지만, 30대의 이동국이라면 몸 관리가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이동국은 젊은 공격수들과 같은 범주에서 대표팀 발탁을 고려해야 할 선수는 아닙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필요한 선수라면 그때 결정해도 늦지 않습니다. 아직 남아공 월드컵 1주년도 오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이동국이 세르비아-가나전에서 한국의 승리를 이끄는 맹활약을 펼친다고 해서 대표팀 발탁이 옳은 것은 아닙니다. 세르비아-가나전은 평가전입니다. 두 경기는 브라질 월드컵을 준비하는 목적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한국의 클래스라면 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은 통과할 수 있습니다.(방심하지 않는 전제하에) 아시아 최종예선은 내년 6월부터 시작됩니다. 이동국은 올 시즌 K리그-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원하는 전북의 에이스로서 적어도 올해는 소속팀에 전념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조광래 감독도 이동국 발탁 여부를 고민 할 것입니다. 그 선택이 어떨지 벌써부터 궁금합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