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중반 박싱데이까지 무기력했던 지난날의 리버풀이 아닙니다. 케니 달글리시 감독 대행 부임 이후 '골 넣는 공격축구'의 팀으로 환골탈태 하면서 체질 개선에 성공했습니다. 최근 3경기에서 13골을 몰아치면서 달글리시 감독 대행의 전술이 완전히 무르익었다는 평가입니다.
리버풀은 10일 오전 4시(이하 한국시간) 크레이븐 커티지에서 진행된 2010/1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6라운드 풀럼 원정에서 5-2로 대승했습니다. 막시 로드리게스가 경기 시작 31초 만에 골을 넣었으며 전반 6분에도 추가골을 작렬하면서 리버풀이 일찌감치 앞섰습니다. 전반 15분에는 디르크 카위트가 결승골을 기록했습니다. 후반 12분 무사 뎀벨레에게 만회골을 내줬지만 후반 25분 막시가 추가골을 넣으며 해트트릭을 완성했습니다. 후반 30분에는 루이스 수아레스가 리버풀의 다섯번째 골의 주인공이 되었으며 후반 41분 스티브 시드웰에게 실점했으나 끝내 승리했습니다.
이로써, 리버풀은 풀럼전 승리로 6위에서 5위(17승7무12패, 승점 58)로 진입했습니다. 4위 맨체스터 시티(18승8무9패, 승점 62)를 승점 4점 차이로 추격했으며, 만약 맨체스터 시티가 11일 토트넘에게 패하면 리버풀의 극적인 4위 도약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풀럼전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한 막시는 최근 3경기에서 7골을 넣었으며 카위트는 최근 5경기 연속골을 이어가며 스티븐 제라드 부상 공백을 메웠습니다. 반면 풀럼은 10위(10승15무11패)에 머물렀습니다.
막시 해트트릭-카위트 5경기 연속 골, 수아레스까지 펄펄 날았다
리버풀은 최근 리그 15경기에서 10승3무2패를 기록했습니다. 그 중에 첫 경기였던 에버턴전(1월 16일, 2-2)을 논외하면 14경기에서 10승2무2패를 올렸죠. 14경기에서 27골 7실점을 기록했으며 그 중에 8경기에서 무실점 승리를 했습니다. 리그 우승을 99% 확정지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최근 리그 14경기 성적은 9승1무4패 입니다. 14경기 전적을 승점으로 환산하면, 리버풀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각각 32점과 28점으로서 달글리시 체제의 오름세가 돋보였습니다. 결과론적 관점이지만, 리버풀이 지난해 여름 호지슨 감독이 아닌 달글리시 감독 대행에게 사령탑을 맡겼다면 올 시즌 우승컵은 안필드로 향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 될 수 있습니다. 또는 리버풀이 일찌감치 4위권을 확보했을지 모르죠.
특히 최근 3경기에서는 13골을 터뜨렸습니다. 지난달 23일 버밍엄전 5-0, 지난 1일 뉴캐슬전 3-0, 10일 풀럼전 5-2 승리를 거두면서 '골 넣는 공격축구'의 완성을 알렸습니다. 버밍엄-뉴캐슬-풀럼은 엄연히 약체이지만, 달글리시 감독 대행이 블랙풀-웨스트햄-웨스트 브로미치 같은 또 다른 약팀들에게 패했음을 상기하면 최근 3경기 13골 전적은 과소평가 될 이유가 없습니다. 달글리시 감독 대행이 사령탑 부임 이후에 시도했던 공격적인 팀 컬러가 성공적으로 정착되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죠. 어쩌면 리버풀의 시즌 종료 후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할 과제는 달글리시 감독 대행에게 정식적인 사령탑을 맡기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진=풀럼 원정 5-2 승리를 발표한 리버풀 공식 홈페이지 메인 (C) liverpoolfc.tv]
리버풀은 풀럼 원정에서 4-2-3-1로 나섰습니다. 레이나가 골키퍼, 플래너건-캐러거-스크르텔-존슨이 수비수, 스피어링-루카스가 더블 볼란치, 막시-메이렐레스-카위트가 2선 미드필더, 수아레스가 원톱으로 출전했습니다. 존슨이 왼쪽 풀백에서 오른쪽으로 원상 복귀했으며 18세 유망주 플래너건이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았습니다. 풀럼은 4-4-2로 맞섰습니다. 슈워처가 골키퍼, 살시도-한겔란드-휴스-베어드가 수비수, 뎀프시-머피-시드웰-데이비스가 미드필더, 구드욘센-뎀벨레가 공격수로 뛰었습니다. 지난 1월 이적시장에서 풀럼으로 임대된 구드욘센의 2경기 연속 선발 출전이 눈에 띄었습니다.
특히 풀럼이 홈에 강한 것은 리버풀에게 부담 이었습니다. 풀럼은 원정에서 2승9무7패로 부진했지만 홈에서 8승6무3패(리버풀전 이전)로 만회했습니다. 이번 경기 이전까지 홈에서 최근 7경기 6승1무로 선전했죠. 그래서 리버풀은 경기 초반에 기습을 노렸습니다. 이른 시간에 골을 넣으며 상대의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의도였죠. 막시가 경기 시작 31초 만에 골을 넣었던 배경 이었습니다. 수아레스가 왼쪽 측면에서 휴스 뒷쪽의 빈 공간에서 볼을 터치하여 박스쪽으로 쇄도한 뒤 옆쪽으로 논스톱 패스를 연결했던 볼이, 시드웰-슈워처의 몸을 맞은 뒤 막시가 오른발로 선제골을 넣었습니다. 막시의 위치선정이 좋았지만, 골 장면을 만들어줬던 수아레스의 과감한 침투가 리버풀에게 천군만마가 됐습니다.
전반 6분에는 막시가 두번째 골을 기록했습니다. 존슨의 오른쪽 크로스를 박스 가까이에서 왼발로 밀어 넣었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보직을 옮겼던 존슨이 경기 초반부터 공격 성향을 나타냈던 흐름이 막시-카위트 움직임을 자유롭게 했습니다. 두 명의 윙어는 경기 초반 박스 중앙쪽으로 이동하는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존슨이 오른쪽 측면을 폭 넓게 휘젓고 루카스가 옆쪽으로 커버 플레이를 펼치면서 윙어들이 공격에 주력할 여건이 주어졌습니다. 풀럼의 왼쪽 풀백이었던 살시도는 경기 전 풀럼 벤치에서 '카위트 봉쇄'를 지시 받았을지 모르겠지만, 오히려 카위트가 박스쪽에서 활동하면서 수비적인 역할에 혼란을 겪었습니다. 그 여파는 전반 6분 존슨에게 뒷 공간 및 크로스를 내주면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그리고 전반 15분 카위트의 결승골은 리버풀에게 행운 이었습니다. 카위트가 오른쪽 측면에서 슈팅 각도가 완전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오른발에 힘을 주며 볼을 골문쪽으로 띄운 것은 동료 선수의 리바운드 슈팅을 노린 것입니다. 그런데 풀럼 골키퍼 슈워처가 그 볼을 놓치면서 카위트가 최근 5경기 연속골을 넣었죠.(카위트에게 패스했던 존슨은 2도움 기록) 리버풀은 경기 시작 후 15분만에 3-0으로 앞서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습니다. 이미 승리는 확정된 듯한 분위기였죠.
그럼에도 리버풀은 공격 의지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3-0 이후에도 추가골을 넣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습니다. 풀럼이 점유율을 회복하는 흐름 속에서, 리버풀은 한 번 볼을 잡으면 풀럼처럼 점유율을 강화하지 않고(만약 풀럼과 같은 전략을 취했다면 경기는 소강 상태로 빠졌을 것입니다.) 전방에 있는 수아레스 쪽으로 볼을 띄우거나 막시가 최전방으로 침투하면서 직선적인 연계 플레이를 노렸습니다. 그래서 리버풀 공격이 풀럼 박스 부근에서 줄기차게 이어졌습니다. 상대팀 선수 대부분이 골문쪽으로 들어가면서 전반 종료까지 추가골을 넣는데 실패했지만, 끊임없이 공세를 취한 것은 '골 넣는 공격축구'의 습관이 베어졌음을 뜻합니다. 달글리시 감독 대행이 선수들에게 공격적인 마인드를 끊임없이 주문하면서 팀을 변화시켰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특히 수아레스는 리버풀 공격의 핵심 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원톱을 맡았지만, 경우에 따라 왼쪽 측면에서 볼을 잡으면서 박스쪽으로 질주하는 패턴이 리버풀 공격의 메인 전술 이었습니다. 첫번째 골 과정이 대표적인 예 였죠. 적어도 토레스(현 첼시)보다는 전술적인 쓰임새가 강했습니다. 빠른 스피드로 상대 수비 뒷 공간을 파고드는 플레이는 토레스와 동일하지만, 오히려 토레스보다 더 많이 뛰면서 후방에서 연결되는 볼을 잘 따냅니다. 박스쪽에서는 상대 수비와 맞닥드리는 플레이를 즐기면서 페인팅 동작을 활용했습니다. 페널티킥을 유도할 수 있는 이점이 있지만, 2선이 박스쪽으로 침투하여 골 기회를 잡도록 타이밍을 확보하는 효과를 안겨줬습니다. 그 전술이 성공하면서 리버풀이 최근에 대량 득점의 물꼬를 텄습니다.
리버풀은 후반 4분 메이렐레스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교체되면서 중원에서의 패스 전개가 원활하지 못했습니다. 8분 뒤에는 뎀벨레에게 실점하면서 경기 분위기가 풀럼쪽으로 기울었죠. 그럼에도 리버풀은 여전히 공세를 취하며 네 번째 골 기회를 호시탐탐 노렸습니다. 그리고 막시가 상대 골망을 흔들었죠. 후반 25분 풀럼 진영 한 가운데를 파고들 때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골을 넣었습니다. 동료 선수와의 연계 플레이가 아닌 오직 스스로의 힘으로 골을 터뜨리며 풀럼전 해트트릭 및 리그 10호골을 쏘았습니다. 최근 3경기에서는 7골을 기록했죠. 전 소속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시절까지 포함하면, 이렇게 골을 몰아쳤던 전례는 없었습니다. 그동안 잠재되었던 골 본능이 달글리시 감독 대행의 공격적인 철학과 만나면서 마침내 포텐이 터졌죠.
후반 30분 수아레스의 골 장면도 일품 이었습니다. 쉘비가 하프라인쪽에서 상대 수비가 소유한 볼을 빼앗아 전방쪽으로 킬러 패스를 공급했고, 수아레스가 드리블 돌파 이후에 오른발로 골을 넣었습니다. 경기 내내 리버풀 공격의 꼭지점 역할을 도맡았던 활약이 마침내 팀의 다섯번째 골로 결실을 거두는 순간 이었습니다. 그런 리버풀은 후반 41분 시드웰에게 만회골을 내줬지만 5-2 승리를 굳혔습니다. 풀럼전은 말 그대로 '공격 축구의 대향연'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