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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메시 2골, 페페-무리뉴 퇴장이 빚어낸 결과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끄는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가 '엘 클라시코 더비'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를 상대로 스페인 국왕컵 결승전 패배를 복수했습니다. 원정 적지에서 완승하면서 결승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밟았습니다. 반면 레알은 예상치 못한 퇴장에 발목 잡혔습니다.

바르사는 28일 오전 3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010/11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레알전에서 2-0으로 승리했습니다. 리오넬 메시가 후반 32분과 41분에 골을 넣으며 바르사 승리를 이끌었죠.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11골을 기록하면서 세 시즌 연속 득점왕 등극이 거의 유력합니다. 레알은 후반 15분 페페가 불필요한 파울로 퇴장당했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조세 무리뉴 감독까지 퇴장으로 벤치를 떠나는 악재가 겹친 것이 패배의 결정타로 작용했습니다. 2차전은 다음달 4일 캄프 누에서 진행됩니다.

[사진=리오넬 메시 (C) FC 바르셀로나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fcbarcelona.com)]

레알, 공세를 펼쳤던 경기 초반

레알은 바르사전에서 4-3-2-1로 나섰습니다. 카시야스가 골키퍼, 마르셀루-알비올-라모스-아르벨로아가 수비수, 라사나 디아라(이하 라스)-페페-알론소가 미드필더, 디 마리아-외질이 윙어, 호날두가 원톱으로 출전했습니다. 카르발류는 경고 누적, 케디라는 부상으로 결장했습니다. 바르사는 4-3-3을 활용했습니다. 발데스가 골키퍼, 푸욜-마스체라노-피케-알베스가 수비수. 부스케츠가 수비형 미드필더, 케이타-사비가 공격형 미드필더, 비야-메시-페드로가 공격수를 맡았습니다. 부상에서 복귀한 푸욜이 왼쪽 풀백 자원인 아드리아누-막스웰 부상 공백을 메웠으며 이니에스타가 오른쪽 다리 근육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습니다.

경기 초반은 두 팀 미드필더들의 접전이 치열했습니다. 레알이 포백을 윗쪽으로 올리는 전진 수비 형태를 취하고 미드필더끼리 촘촘이 붙어다니며 패스를 주고 받았습니다. 전반 8분 점유율에서 50-50(%)로 균형을 맞추면서(상대가 '점유율 지존' 바르사임을 감안하면) 예상보다 공격적인 흐름을 나타냈죠. 이것은 1차전을 이기겠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홈에서 열리는 1차전에서 이겨야 2차전 원정에서 최소한 비길 수 있는 명분을 마련할 수 있죠. 하지만 바르사 선수들이 후방쪽에 무게 중심을 두면서 상대 박스쪽을 위협하는 공격이 연출되지는 못했습니다.

레알-바르사, 전반 45분 동안 탐색전 펼쳤다

레알은 전반 10분을 지나면서 수비 지향적인 경기를 펼쳤습니다. 바르사 존 디펜스가 안정되면서 상대 수비 뒷 공간을 침투할 기회를 놓쳤죠. 미드필더진에서 조심스러운 경기를 펼쳤기 때문에 공격쪽에 많은 인원을 투입하는 것은 무리였습니다. 그래서 공격권을 바르사에게 내주면서 미드필더들의 압박을 늘렸습니다. 바르사 선수들의 활동 반경을 앞쪽으로 유도한 뒤, 상대 공격을 커팅하면 디 마리아-외질을 중심으로 역습을 노리겠다는 것이 레알의 전략입니다. 그런데 역습이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디 마리아-외질이 상대 협력 수비에 막히면서 공을 따내는데 어려움을 겪었죠. 전반 20분에는 마르셀루가 왼쪽에서 오버래핑을 펼쳤지만 사비-알베스로 짜인 협력 수비에 걸리면서 2차 공격을 전개하지 못했죠.

바르사는 예상보다 조심스런 경기를 펼쳤습니다. 좌우 풀백이 수비쪽에 치우치는 경기 운영을 일관하면서 미드필더들까지 후방쪽에 깊게 포진했죠. 레알의 역습을 막겠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수비에 비중을 두면서 공격이 원활하지 못했습니다. 전반 25분 점유율에서 80-20(%)의 일방적인 우세를 점했지만 볼을 돌리는 공간은 후방쪽에 국한됐습니다. 실질적인 공격 옵션들이 적었고 레알의 압박을 받으면서 상대 수비 뒷 공간을 노리는 침투가 살아나지 못했죠. 메시는 페페에게 봉쇄당했고 비야-페드로는 동료 선수와의 연계 플레이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었는데, 푸욜-알베스로 짜인 좌우 풀백의 소극적인 오버래핑에 발목 잡혔습니다.

그래서 두 팀의 전반 45분은 탐색전이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서로 수비에 안정을 두는 조심스런 경기를 펼치면서 '화끈한 맛'이 없었죠. 미드필더 공방전이 길어지면서 체력전으로 확대 될 조짐을 보였습니다. 전반 30분 이후에는 레알이 마르셀루의 오버래핑으로 공격의 돌파구를 찾았고 바르사는 패스 간격을 길게 잡으면서 공격 템포를 올렸습니다. 레알의 경우에는 전반 30분부터 45분까지 왼쪽 측면에서 4번의 프리킥을 시도했으나 골을 해결짓지 못했습니다. 바르사가 위험지역이 아닌 곳에서 반칙으로 레알 공격을 끊었기 때문입니다. 바르사 선수들은 레알이 공격 기회를 잡을때 마다 거친 수비를 마다않는 집요함을 발휘했습니다. 전반 막판 두 팀 선수들의 충돌이 빈번했던 배경과 밀접합니다.

전반전 기록을 놓고 보면, 레알이 바르사와의 점유율에서 24-76(%)로 밀렸습니다. 경기 초반에 지공으로 공세를 나타냈을 뿐, 그 이후부터는 다시 수비 모드로 돌아섰습니다. 그럼에도 슈팅에서는 5-5(유효 슈팅 3-2, 레알 우세)로 대등했습니다. 반칙은 바르사가 레알보다 3개 많은 8개를 범했습니다. 레알이 바르사 선수들의 침투 공간을 허용하지 않는 지역방어를 펼쳤다면, 바르사는 레알보다 더 격렬했습니다. 호날두-메시의 활약도 비슷했습니다. 서로 공을 받을 기회가 많지 않았지만, 후방으로 내려가 볼을 잡은 뒤 근처 동료 선수에게 원터치 패스를 이어주는 경기를 펼치며 많은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았습니다.

페페-무리뉴 감독 퇴장, 메시 2골로 바르사 승리

레알은 후반 시작과 함께 외질을 빼고 아데바요르를 교체 투입했습니다. 아데바요르가 탄력적인 포스트플레이로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를 흔들고, 호날두를 오른쪽 측면으로 내리는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후반 초반에는 전반전에 이어 수비 지향적인 경기를 펼쳤지만, 바르사가 후반들어 공격 옵션들이 많이 움직였기 때문에 상대 수비 뒷 공간을 겨냥하는 역습이 적중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후반 4분에는 호날두가 박스 오른쪽에서 슈팅을 날렸던 볼이 바르사 수비수 몸을 맞았지만, 아데바요르-디 마리아-알론소가 전방으로 올라오면서 2차 공격을 대비하는 움직임이 눈에 띄었습니다. 레알이 1골을 넣으려는 의지를 나타냈습니다.

후반 8분에는 라모스가 레알 진영 가운데에서 돌파를 시도했던 메시의 왼쪽 어깨를 가격했으나 경고를 받았습니다. 이미 옐로우 트러블에 걸리면서 2차전 결장이 확정됐습니다. 상대 수비 반칙을 유도했던 메시의 재치가 돋보였습니다. 메시는 후반 10분 하프라인 오른쪽에서 상대 수비 두 명을 뚫어내는 개인기를 발휘하며 전반전보다 활기를 띄었습니다. 후반 12분에는 레알의 아데바요르가 마스체라노를 상대로 포어 체킹에 이은 커팅에 성공하면서 슈팅까지 시도했고, 볼이 발데스 몸을 맞으면서 레알이 코너킥을 얻었습니다. 2분 뒤에는 푸욜과의 공중볼 경합에서 이기면서 상대 수비 밸런스를 흔들었습니다.

레알은 후반 15분 페페가 퇴장당하는 불운에 빠졌습니다. 왼쪽 측면에서 알베스의 오른발 정강이쪽을 가격한 것이 화근이었죠. '메시 봉쇄' 임무를 맡았던 바르사에게 반가운 장면이었다면 레알은 수비 부담이 커졌습니다. 그 이후 무리뉴 감독이 심판 판정에 거칠게 항의하다가 퇴장당하고 말았습니다. 레알은 원정 2차전에서 라모스-페페가 출전할 수 없으며 무리뉴 감독까지 벤치에 앉을 수 없는 리스크가 작용했습니다. 문제는 1차전 입니다. 0-0 승부가 길어진데다 수적 열세까지 몰리면서 바르사 파상 공세를 막아야 하는 부담을 떠안았습니다.

바르사는 후반 25분 페드로를 빼고 아펠라이를 조커로 활용했습니다. 페드로는 마르셀루-알론소의 협력 수비를 뚫지 못하면서 공격의 제 구실을 못했습니다. 비야가 시즌 후반기에 체력 저하로 힘에 부쳤던 현실에서는 페드로가 이번 경기에서 분발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아펠라이가 바르사 선제골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아펠라이는 후반 32분 오른쪽 측면에서 마르셀루를 제치고 오른발로 낮게 크로스를 띄웠고, 메시가 알론소-라모스 마크를 뚫고 박스를 쇄도할 때 볼을 오른발로 가볍게 밀어넣으며 바르사가 1-0으로 앞섰습니다. 바르사는 메시 골에 의해 원정 다득점 명분을 챙겼고, 레알은 페페 퇴장이 '독'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 바르사는 1-0 이후 공세를 늦추지 않았습니다. 레알이 페페 퇴장 이후 공수 밸런스가 무너지면서 추가 득점을 노릴 여지가 분명했습니다. 후반 38분까지 점유율 71-29(%)로 앞서면서 레알 중원 뒷 공간을 가르는 침투패스를 줄기차게 연결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메시-아펠라이의 움직임이 많아지면서 레알 수비에 혼란을 일으켰죠. 반면 레알은 수적 열세에 의해 공격에서 갈피를 잡지 못했습니다. 후반 중반에 카카-벤제마-이괴인 같은 공격 옵션들을 교체 투입 했어야 마땅했지만, 무리뉴 감독 퇴장으로 교체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아펠라이 효과를 봤던 바르사와 대조됩니다. 후반 41분에는 메시가 단독 드리블 돌파로 레알 선수 5명을 따돌리고 오른발로 추가골을 넣었습니다. 바르사의 2-0 승리가 확정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