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어느 팀이 우승할지 윤곽이 드러났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20승9무3패, 승점 69)가 아스널(18승9무5패, 승점 63)을 승점 6점 차이로 따돌리고 1위를 질주하면서 우승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습니다. 아스널이 지난 18일 리버풀전에서 경기 종료 직전 페널티킥 동점골을 내주는 순간부터 맨유가 우승 경쟁에서 여유를 가졌습니다. 앞으로 리그 6경기 남은 현 상황에서는 맨유의 우승 타이밍이 시간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맨유의 조기 우승을 예상하는 시각에서는 세 가지의 이유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부상 선수들이 복귀했습니다. 박지성-나니-발렌시아-스콜스-안데르손이 부상에서 복귀했으며 최근 독감으로 고생했던 플래쳐도 곧 팀에 복귀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의 포지션은 공교롭게도 미드필더입니다. 지금까지 부상 잔혹사로 신음했던 미드필더진에 가용 인력이 늘어나면서 로테이션 시스템에 탄력이 붙었습니다. 두번째는 루니-에르난데스 투톱의 완성입니다. 루니가 와이드맨으로서 공간을 크게 흔들고 에르난데스가 골 생산에 주력하는 분업화가 성공하면서 루니-베르바토프 투톱 사이의 불균형이 해소됐습니다.
그리고 세번째는 아스널의 최근 행보가 좋지 않습니다. 아스널은 최근 리그 5경기에서 1승4무에 그쳤습니다. 각종 대회까지 포함하면, 지난 2월 27일 칼링컵 결승 버밍엄전 1-2 패배를 시작으로 9경기 동안 2승4무3패를 기록했습니다. 우승을 위해 분주해야 할 시즌 후반에 약한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승점 관리 부족, 리더십 부재, 상대의 깊은 수비에 취약한 공격력, 오랫동안 고수했던 아기자기하고 공격 지향적인 색깔이 상대팀들에게 읽힌 것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고질적으로 제기되었던 문제점들이 다발적으로 터졌습니다. 현실적으로 아스널의 리그 역전 우승을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사진=하비에르 에르난데스. 맨유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예상하는 이유중에 하나는 에르난데스의 오름세가 돋보였습니다. (C) 맨유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manutd.com)]
그러나 맨유의 우승은 아직 지나치게 장담할 분위기는 아닙니다. 지난 17일 FA컵 준결승전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전에서 0-1로 패했던 선수단의 사기가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4월에 8경기를 치르고, 다음달 8일 첼시전까지 1주일에 2경기씩 강행하는 체력적인 부담 또한 걸림돌입니다. 지난 2일 웨스트햄전을 시작으로 빠듯한 일정에 직면했죠. 부상 선수들의 복귀가 위안이지만 몇몇 주력 선수들의 체력이 버텨줄지 알 수 없습니다. 아스널의 맹추격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이전에는 맨유의 승리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그런 맨유에게 이번주는 우승을 위해 올인해야 할 시기입니다. 20일 뉴캐슬전, 23일 에버턴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두 팀 모두 약팀이지만 맨유가 결코 방심해서는 안 될 상대들입니다. 뉴캐슬전은 맨유의 원정 경기입니다. 리그 홈 경기에서는 15승1무로 선전했지만 원정에서는 5승8무3패로 저조했습니다. 뉴캐슬이 홈에서 결코 강하지 않은 것이 통계적 변수로 작용하지만(홈 : 5승6무5패, 원정 : 5승3무8패) 웸블리에서 맨시티에게 패한 상태에서 뉴캐슬 원정에 나서는 버거움이 따릅니다. 에버턴은 최근 리그 7경기에서 5승2무를 거두고 7위로 뛰어오르는 오름세를 달렸습니다. 지난해 9월 11일 맨유전에서 경기 종료 직전 2골을 몰아넣으며 3-3으로 비겼던 팀이죠.
뉴캐슬-에버턴전은 맨유의 승리가 저절로 보장되는 경기들은 아닙니다. 하지만 맨유가 두 경기에서 적절한 로테이션을 활용하면서 승리를 위한 선택과 집중에 주력하면 원하는 성과를 이룰 수 있습니다. 로테이션이 필요한 이유는 챔피언스리그 병행에 따른 체력 안배죠. 그래서 몇몇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가 필요합니다. 특히 베르바토프는 리그 득점 1위임에도 에르난데스와의 주전 경쟁에서 밀렸습니다. 비록 맨시티전 부진으로 팀의 FA컵 탈락 원인으로 꼽혔지만 약팀 경기에 전형적으로 강했다는 점에서 뉴캐슬-에버턴전 맹활약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두 경기는 리그 득점왕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박지성에게는 시즌 8호골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는 27일 챔피언스리그 4강 살케04(독일) 원정에 선발 출전이 유력하기 때문에 뉴캐슬-에버턴전에서 풀타임을 소화하지는 않을 듯 합니다. 긱스-나니-발렌시아의 존재감을 생각할 필요가 있죠. 그럼에도 뉴캐슬-에버턴은 엄연히 맨유와 레벨 격차가 있다는 점에서 박지성이 골을 넣기가 수월합니다. '시즌 10골'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뉴캐슬-에버턴전에 임하는 마음이 남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살케04 원정에서 맹활약 펼칠 수 있는 옵션임을 퍼거슨 감독에게 심어줄 필요가 있죠.
만약 맨유가 뉴캐슬-에버턴전에서 모두 승리하면 세 가지의 이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아스널 성적에 관계없이 리그 우승 가능성이 확정 단계로 굳어질 수 있으며 둘째는 그 다음 경기인 살케04 원정을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워집니다. 세번째는 리그 우승이 조기 확정되면 남은 잔여 경기(아스널-첼시-블랙번-블랙풀전)에 임하는 마음이 편합니다. 다음달 1일 아스널 원정이 리그 우승의 분수령으로 꼽히며, 아스널이 그때까지 승점 관리에 어려움을 겪으면 맨유의 우승은 시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어쩌면 뉴캐슬-에버턴전 승리는 맨유의 우승을 의미하는 상징적인 전례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