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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지성-이청용, FA컵 맹활약 기대하라

 

웸블리는 잉글랜드 축구의 성지입니다. 잉글랜드 대표팀 및 FA컵 결승전, 준결승전, 커뮤니티 실드를 치르는 상징성을 자랑합니다. 그곳에서 한국인 선수들이 맞대결을 펼치면 한국 축구 역사에 의미있는 순간이 찾아올 것 같습니다. 그보다는 준결승전에서 소속팀의 승리를 이끄는 것 부터 중요합니다.

'산소탱크' 박지성(30,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 '블루 드래곤' 이청용(23, 볼턴)이 웸블리에서 열리는 2010/11시즌 잉글리시 FA컵 준결승전에 나설 예정입니다. 박지성의 맨유는 17일 오전 1시 15분(이하 한국시간) 지역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와 맨체스터 더비를 앞두고 있으며, 이청용의 볼턴은 18일 오전 0시(이하 한국시간) 스토크 시티와 맞대결합니다. 만약 맨유와 볼턴이 동반 승리하면 결승에 진출합니다. 박지성과 이청용이 웸블리에서 '코리안 더비'를 펴리는 시나리오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박지성-이청용에게 던져진 과제, 맨유-볼턴의 결승 진출

맨유의 FA컵 준결승전 상대는 맨시티입니다. 맨시티는 최근 프리미어리그 6경기에서 2승1무3패로 부진했으며 맨유-첼시-리버풀 같은 빅6 범주에 포함되는 강호들에게 패했습니다. 맨유가 첼시를 꺾고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을 이룬 것과 대조적 행보입니다. 역대 전적에서는 맨유가 158전 66승50무42패로 앞섰으며, 최근 프리미어리그 전적에서도 맨유가 6경기에서 5승1무의 우세를 점했습니다. 지난 2월 12일 맨체스터 더비에서는 맨유가 웨인 루니의 바이시클킥 결승골에 힘입어 2-1로 승리했습니다.

웸블리를 밟는 맨유와 맨시티의 공통된 고민은 루니-테베스 공백입니다. 루니는 지난 2일 웨스트햄전에서 골을 넣은 뒤 카메라를 향해 욕설을 내뱉으며 2경기 출전 정지를 당했고, 테베스는 지난 12일 리버풀전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면서 4주 결장이 예상됩니다. 그래서 맨유는 베르바토프 또는 에르난데스, 맨시티는 제코 또는 발로텔리를 최전방 공격수로 기용할 수 있습니다. 맨유의 경우에는 베르바토프-에르난데스 투톱도 가능합니다. 베르바토프가 강팀에 약한 문제점이 있음을 상기하면, 물 오른 득점 감각으로 맨유의 주전을 꿰찬 에르난데스의 선발 출전 가능성에 힘이 실립니다. 맨시티는 제코-발로텔리의 폼이 좋지 않다는 것이 맨유전 걸림돌입니다.

맨유는 '강팀 킬러' 박지성의 맹활약을 기대할 것입니다. 박지성은 햄스트링 부상에서 성공적으로 복귀하며 측면에서 너른 활약을 펼쳤고 지난 13일 첼시전에서는 결승골을 넣으며 맨유의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을 이끌었습니다. 박싱 데이 이전에 꾸준히 골을 넣었던 감각을 되찾았다는 점에서 이번 맨시티전에서는 시즌 8호골 달성이 주목됩니다. 맨시티의 12일 리버풀전 0-3 패배 원인 중에 하나가 오른쪽 풀백 보야타의 수비력 미흡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아레스-메이렐레스 같은 공격 옵션들이 보야타의 뒷 공간을 파고드는데 주력했죠. 중원에서는 야야 투레가 배리와 함께 더블 볼란치를 맡았으나 커버링이 뒤떨어졌던 단점이 있었습니다. 그런 흐름이라면 박지성이 공격쪽에서 맹활약을 펼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박지성은 첼시전에서 이어 맨시티전에서도 오른쪽 윙어로 뛸 수 있습니다. 맨시티는 왼쪽 풀백 콜라로프의 오버래핑을 활용한 공격을 즐겨 구사합니다. 맨유 입장에서는 콜라로프의 움직임을 제어할 필요가 있으며 그 적임자로 '수비형 윙어' 박지성이 선택될 수 있습니다. 또한 콜라로프는 그동안 앞쪽으로 지나치게 움직이면서 수비 뒷 공간을 허용하는 단점을 드러냈습니다. 지난달 20일 첼시전에서 하미레스에게 농락당했던 과정이 예 입니다. 맨시티는 시즌 후반부터 좌우 풀백의 수비력이 약해지면서 '제코-발로텔리 부진과 맞물려' 최근 프리미어리그 전적이 좋지 못했습니다. 박지성이 부지런히 공간을 누비면서 슈팅 타이밍을 찾으면 과감히 공격을 시도하여 시즌 8호골을 노릴 필요가 있습니다.

이청용의 볼턴이 상대할 스토크 시티는 프리미어리그 12위를 기록중이지만 최근 7경기에서 1승2무4패로 부진했습니다. 지난달 19일 뉴캐슬전에서 4-0 대승을 거두었던 전적 이외에는 인상깊은 경기를 펼치지 못했습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롱볼을 가장 많이 시도하는 구단으로 알려져있으며 선수들의 피지컬이 다부집니다. 하지만 빠른 타이밍의 낮은 패스를 주무기로 삼으며 기교로 맞서는 상대팀들에게 취약한 단점이 있습니다. 근래에는 전반적인 경기 패턴이 상대팀들에게 완전히 읽힌 듯 합니다. 올 시즌 볼턴과의 프리미어리그 2경기에서는 1승1패로 팽팽한 균형을 이루었습니다.

볼턴은 홀든-스터리지 없이 스토크 시티와 격돌하는 부담감이 있습니다. 홀든은 부상으로 뛸 수 없으며, 스터리지는 원 소속팀 첼시 소속으로서 올 시즌 FA컵 3라운드 경기를 치렀기 때문에 규정상 볼턴의 FA컵 경기에 나서지 못합니다. 그래서 스토크 시티전에서는 케빈 데이비스-엘만더 투톱을 가동하여 높이 및 피지컬에서 상대의 튼튼한 수비진과 정면으로 경합할 수 있는 특징이 주어집니다. 페트로프(테일러)-마크 데이비스-무암바-이청용으로 구성 될 미드필더진의 공간 침투가 많아져야 합니다. 마크 데이비스-무암바가 허리쪽에서 스토크 시티의 압박을 견디면서, 페트로프-이청용이 측면에서 양질의 볼 배급을 펼쳐야 승산이 있습니다. 스토크 시티는 중앙쪽에서 빈 공간을 내주지 않으려는 특성이 있는데, 볼턴은 측면에서 승부를 걸어야 합니다.

특히 이청용은 지난달 13일 FA컵 8강 버밍엄전에서 볼턴의 3-2 승리를 이끄는 결승 헤딩골을 터뜨렸습니다. 볼턴이 웸블리를 밟는 결정적인 임펙트를 발휘했죠. 지난 9일 웨스트햄전에서는 시즌 4호골을 비롯 다시 선발 출전 기회를 잡으며 체력적인 부담을 떨쳤습니다. 이번 버밍엄전에서는 홀든-스터리지의 결장으로 선발 출전이 유력합니다. 아시안컵 차출에 따른 체력적 부담에서 벗어났기 위해 경기 출전 시간이 줄었지만, 지난 웨스트햄전에서는 그동안 휴식을 취하면서 정상적인 컨디션을 되찾았던 이점을 과시했습니다. 스토크 시티전은 볼턴의 결승 진출이 달려있는 만큼, 버밍엄전에서 해결사 기질을 발휘했던 블루 드래곤의 포효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공교롭게도 이청용은 지난해 10월 16일 스토크 시티를 상대로 올 시즌 첫 골을 작렬했던 짜릿한 경험이 있습니다. 박스 바깥쪽 중앙에서 케빈 데이비스와 2대1 패스를 주고 받은 뒤 오른발 슈팅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그 골에 힘입어 볼턴이 2-1로 승리했고 경기 종료 후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훌륭한 피니시(Great finish)'라는 호평과 함께 평점 7점을 얻었습니다. 스토크 시티와의 FA컵 준결승전을 앞둔 이청용에게 던져진 또 하나의 화두는 얼리 크로스 입니다. 스토크 시티는 힘으로 상대 공격을 몰아붙이지만 수비쪽에서의 커버링이 늦을때가 종종 있습니다. 이청용이 측면에서 얼리 크로스로 전방쪽에 빠르게 볼을 공급하여 케빈 데이비스-엘만더의 골을 양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