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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결승골' 박지성, 맨유 4강 진출의 영웅

 

'산소탱크' 박지성(30,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이 첼시전에서 시즌 7호골을 터뜨렸습니다. 맨유의 승리를 이끄는 결승골을 넣었죠. 또한 공수 양면에 걸친 맹활약을 펼친 끝에 맨유의 4강 진출을 이끌었습니다.

박지성은 13일 오전 3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진행된 2010/11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첼시전에서 후반 32분 골을 넣었습니다. 박스 왼쪽에서 라이언 긱스의 로빙 패스를 받아 가슴 트래핑에 이은 왼발 슈팅으로 상대 골망을 갈랐습니다. 지난해 12월 14일 아스널전 이후 4개월만에 골을 터뜨렸으며 자신의 챔피언스리그 통산 4호골을 작렬했습니다. 이 골은 맨유가 2차전에서 2-1로 승리하는 결승골이 됐죠. 맨유는 전반 43분 하비에르 에르난데스가 선제골을 넣었으며, 후반 31분 디디에 드록바에게 실점했으나 1분 뒤 박지성이 골을 넣으며 첼시를 제압했습니다.

이로써, 맨유는 첼시와의 8강 1~2차전에서 모두 승리하면서 통합 스코어 3-1을 기록했습니다. 4강에서는 살케04-인터 밀란 승자와 격돌할 예정입니다. 박지성은 경기 종료 후 <맨체스터 이브닝뉴스>에서 평점 9점을 부여받아 팀 내 평점 1위를 기록했고, <스카이스포츠>로 부터 루니-에르난데스와 함께 평점 8점을 기록하며 팀 내 평점 공동 1위에 올랐습니다. 오는 17일 오전 0시 FA컵 4강 맨체스터 시티전에서 시즌 8호골에 도전합니다.

'오른쪽 윙어 전환' 박지성, 애슐리 콜과 격돌

맨유는 첼시전에서 4-4-2로 나섰습니다. 판 데르 사르가 골키퍼, 에브라-비디치-퍼디난드-오셰이가 수비수, 박지성-긱스-캐릭-나니가 미드필더, 루니-에르난데스가 공격수로 출전했습니다. 박지성은 1차전에서 왼쪽 윙어로 뛰었으나 이날 경기에서는 오른쪽 윙어로 전환했습니다. 반면 첼시는 4-3-3으로 맞섰습니다. 체흐가 골키퍼, 애슐리 콜-테리-알렉스-이바노비치가 수비수, 램퍼드-에시엔-하미레스가 미드필더, 말루다-토레스-아넬카가 공격수를 맡았습니다. 그동안 4-4-2를 활용했지만 지난 두 번의 맨유전에서 중원 뒷 공간이 뚫리는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본래의 포메이션으로 복귀했습니다. 1차전에서 박지성에게 봉쇄당했던 보싱와는 선발에서 제외됐습니다.

박지성은 전반 3분 오른쪽 측면에서 첼시 선수들이 소유했던 볼을 직접 빼앗아 종패스로 역습을 전개했습니다. 전반 8분에는 첼시 오른쪽 공간에서 루니의 로빙패스를 받아 애슐리 콜의 뒷 공간을 뚫으며 박스 오른쪽까지 전진했고, 그 과정에서 알렉스를 페인팅으로 제치고 힐패스로 동료 선수의 골 기회를 열어주려는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전반 11분에는 애슐리 콜과 정면 경합을 펼칠때 옆쪽으로 원터치 패스를 연결하며 공격 기회를 살렸죠. 1차전에서는 하미레스-보싱와로 짜인 첼시 오른쪽 라인의 공격을 끊는것이 목적이었다면, 2차전에서는 애슐리 콜에게 수비 부담을 떠맡기면서 오버래핑을 제어하는 성격이 짙었습니다.

[사진=첼시전 2-1 승리를 발표한 맨유 공식 홈페이지 (C) manutd.com]

박지성, 애슐리 콜 공략 성공...에르난데스 선제골

첼시는 경기 초반부터 맨유 박스쪽을 침투하며 슈팅을 시도했습니다. 전반 14분까지 슈팅에서 3-0(개), 점유율 58-42(%), 패스 시도 93-69(패스 성공 79-55, 개)로 앞서면서 맨유보다 공격적인 경기를 펼쳤습니다. 1차전 0-1 패배 만회를 위해 2차전에서는 공격으로 승부수를 띄워야 했습니다. 드리블 돌파 및 종패스에 의한 빠른 템포의 공격 전개를 펼쳤고, 선수들의 무게 중심을 앞쪽으로 끌어 올리며 맨유 진영을 공략했죠. 특히 아넬카-하미레스는 2선 및 최전방을 넓게 누비는 움직임을 취했습니다. 애슐리 콜-이바노비치는 경기 상황에 따라 공격에 가담하며 맨유 측면 뒷 공간을 노렸죠.

이에 맨유는 미드필더들의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주문하면서 수비 라인을 밑쪽으로 내렸습니다. 첼시의 공세를 예상했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에서 상대 공격을 끊으며 역습을 노리겠다는 것이 맨유의 의도죠. 첼시가 4-4-2에서 4-3-3으로 전환했기 때문에 중원 뒷 공간을 겨냥하는 패스워크가 살아나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었지만, 전반 20분에는 수비라인이 하프라인쪽으로 올라오면서 지공을 시도하는 전술 변화를 취했습니다. 수비수 및 미드필더끼리 서로 볼을 주고 받으며 첼시의 공격 템포 속도를 늦추겠다는 계산 이었습니다. 전반 28분까지는 박지성이 맨유 선수중에서 가장 많은 패스를 시도했습니다.(14/16개, 패스 성공률 88%)

이러한 맨유의 작전은 전반 30분까지 성공적으로 진행됐습니다. 첼시 선수가 맨유 진영에서 볼을 잡을때마다 두 명 이상의 협력 수비를 취하면서 뒷 공간을 내주지 않으려 했습니다. 에르난데스를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수비에 가담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죠. 전반 30분에는 박지성이 왼쪽 측면으로 이동하면서 하미레스의 패스를 끊으며 반대쪽 측면까지 움직였습니다. 이에 첼시는 맨유의 견고한 수비를 뚫지 못하면서 부정확한 측면 크로스를 남발하는 문제점이 나타났습니다. 정교한 볼 배급을 노리기에는 수많은 맨유 선수들과 맞서면서 마땅한 크로스 낙하 공간을 찾지 못했죠. 또한 토레스가 맨유 진영에서 고립되면서 2선 및 측면 옵션들의 공격 부담이 커졌습니다.

박지성은 전반 28분부터 10분 동안 4번의 패스를 시도했습니다.(18/20, 패스 정확도 90%) 전반 28분 이전까지 맨유의 공격을 주도했다면 그 이후에는 수비에 주력하거나 오프 더 볼에서 움직임을 늘리며 상대 수비를 끌고 다녔죠. 공교롭게도 그 시간대에는 애슐리 콜의 오버래핑이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경기 초반 박지성에게 끌려다닌 이후부터 페이스가 떨어졌죠. 전반 43분에는 에르난데스가 선제골을 터뜨렸습니다. 긱스가 오른쪽 측면에서 오셰이와 2대1 패스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아넬카를 제치고 박스쪽으로 돌진하여 논스톱 패스를 연결한 볼을 에르난데스가 골문 가까이에서 오른발로 밀어 넣었습니다. 그러면서 전반전은 맨유가 1-0으로 앞섰습니다.

전반전은 맨유가 의도한대로 경기가 풀렸습니다. 초반에는 첼시의 공세를 차단하는데 주력하면서 상대 공격의 템포를 늦추었고, 그 이후 점유율을 회복하거나 역습을 노리며 상대 수비 진영을 공략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첼시 수비진의 집중력이 무너지면서 에르난데스가 골을 터뜨렸습니다. 전반전을 1-0으로 마쳤다는 것은 맨유가 후반전에 수비에 주력할 수 있는 명분으로 작용했습니다. 반면 첼시는 4-3-3으로 전환했음에도 짜임새 넘치는 공격이 진행되지 못하면서 끝내 맨유 골망을 가르지 못했습니다. 토레스-말루다-램퍼드-에시엔-애슐리 콜의 폼이 좋지 않았습니다.

박지성 결승골, 맨유 4강 진출 성공

첼시는 후반 시작과 함께 토레스를 빼고 드록바를 교체 투입했습니다. 후반전에 2골을 넣어야 4강에 진출하기 때문에(원정 다득점 차원에서) 가용 범위에서 믿을만한 공격수를 기용할 수 밖에 없었죠. 첼시 이적 후 11경기 연속 무득점에 시달린 토레스는 명예회복에 실패했고, 그를 기용한 안첼로티 감독의 작전은 끝내 악수를 범했습니다. 하지만 드록바가 역대 맨유전에서 골을 넣었던 경기는 두 번 뿐입니다. 2007년 5월 19일 FA컵 결승전, 지난해 4월 3일 프리미어리그 맨유전 이었습니다. 그동안 프리미어리그 최정상급 공격수로 군림했으나 맨유에 특별히 강했던 공격수는 아니었습니다.

맨유는 후반 초반에 수비쪽에서 움직임을 늘렸습니다. 첼시의 공세를 끊으면서 역습을 노리겠다는 뜻입니다. 그 과정에서 박지성은 중앙 및 오른쪽 측면을 누비며 볼을 소유한 첼시 선수를 따라다니거나 동료 선수와 볼을 주고 받는 형태의 움직임을 취했습니다. 긱스-캐릭은 램퍼드-하미레스와의 허리 싸움에서 우세를 점하면서 끝내 첼시의 공수 밸런스가 헐거워지는 특징이 나타났습니다. 후반 14분에는 판 데르 사르가 드록바의 오른쪽 프리킥을 펀칭으로 선방하며 실점 위기를 넘겼습니다. 맨유는 전반전에 이어 후반 초반에도 선전했으며 첼시는 무기력함을 떨치지 못했습니다. 후반 14분에는 칼루가 아넬카를 대신하여 교체 투입했습니다.

후반 중반은 맨유의 페이스 였습니다. 첼시가 공격에서 맥을 못추었고, 램퍼드-하미레스쪽 뒷 공간이 벌어지는 문제점이 나타나면서 맨유가 볼을 소유하는 시간이 늘어났죠. 맨유 선수들은 무리하게 공격을 시도하지 않고 선수들끼리 볼을 주고 받으며 첼시의 공격 기회를 허용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후반 24분에는 하미레스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했습니다. 첼시 진영으로 달려들던 나니에게 백태클을 가한 것이 빌미가 됐죠. 통합 스코어에서 0-2로 밀렸던 첼시의 위기가 나락으로 떨어졌다면 맨유는 4강 진출을 확신하게 됐습니다.

맨유는 후반 29분 나니를 빼고 발렌시아를 교체 투입했습니다. 나니를 벤치로 불러들인 것은 1-0 리드의 여유를 부리면서 오는 주말 맨체스터 시티와의 FA컵 4강전을 대비하는 성격이 강했습니다. 그런데 수비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후반 31분에 동점골을 허용했습니다. 드록바가 맨유 진영 중앙을 파고드는 과정에서 에시엔의 종패스를 받아 상대 수비진을 뚫고 동점골을 날렸습니다. 하미레스 퇴장 속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는 집념이 돋보였습니다. 하지만 첼시의 추격 모드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박지성은 후반 32분 맨유의 두번째 골을 기록했습니다. 박스 왼쪽에서 긱스의 로빙 패스를 받아 가슴 트래핑 이후 왼발 발등으로 슈팅을 시도한 것이 첼시 골망 오른쪽을 흔들었죠. 맨유가 2-1로 앞서는 순간이었으며 경기는 맨유의 4강 진출 분위기로 굳어졌습니다. 만약 박지성의 골이 없었으면 첼시가 드록바 동점골 이후 대대적인 공세를 취하면서 역전골을 노렸을지 모를일이죠. 박지성의 골은 첼시의 사기를 한 순간에 떨어뜨리는 결정타로 작용했습니다. 그 이후 첼시는 공격 템포가 급격히 느려지면서 더 이상 활기를 띄우지 못했고 맨유는 수비 모드로 전환하며 시간을 벌었습니다. 결국, 박지성의 골은 2차전 결승골이 되면서 맨유가 통합 스코어에서 3-1로 승리하고 4강에 진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