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제패를 위해 서로 이겨야 할 운명입니다. 지난 몇 시즌 동안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했던 팀들끼리 맞붙으며 4강 진출 팀을 결정짓게 됩니다. 두 팀 모두 승리하는 시나리오를 원하겠지만 반드시 라이벌의 아성을 넘어야 합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첼시가 8강 1차전에 이어 2차전에서 진검승부를 펼칠 예정입니다. 13일 오전 3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진행 될 2010/11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격돌합니다. 지난 7일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치러진 1차전에서는 맨유가 웨인 루니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습니다. 2차전에서는 첼시에게 1실점 이내로 최소 무승부를 거두면 4강 진출에 성공합니다. 과연 어느 팀이 4강에서 살케04-인터 밀란 승자와 맞붙을지 주목됩니다.
1. 맨유의 첼시전 포메이션 4-4-2 or 4-2-3-1
맨유는 강팀과의 경기에서는 주로 4-2-3-1을 활용했습니다. 미드필더진을 두껍게 세우며 허리를 강화하는 안정적 형태를 추구했죠. 하지만 올 시즌에는 4-4-2에 비중을 두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미드필더들의 줄 부상이 원인이었죠. 그런데 지난 첼시와의 1차전에서는 가용 미드필더 인원이 늘었음에도 4-4-2를 활용했습니다. 미드필더 4명이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펼치며 포백과 간격을 좁히고 협력 수비를 펼치는 존 디펜스를 구축했죠. 그 흐름은 첼시의 공격력 악화를 키우며 무실점으로 승리하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첼시 공격을 끊으면 역습을 취하며 상대 밸런스를 분쇄하는 효과까지 누렸죠.
그런데 2차전에서 4-4-2를 활용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에르난데스의 1차전 부진이 걸림돌입니다. 루니 및 2선과 끊임없이 공존하며 침투패스를 받아내려는 움직임의 적극성이 부족했습니다. 최근 베르바토프를 제치고 맨유 주전으로 거듭났지만 이타적인 능력이 단점으로 꼽힙니다. 맨유가 1차전에서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도 1골에 '그친 것은' 원정 다득점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습니다. 루니가 쉐도우에 포진하면 2선과 협력할 것은 분명하지만, 에르난데스가 테리-이바노비치 같은 터프한 상대 센터백들과 경합하기에는 후방에서 패스를 받아내는 움직임이 수동적입니다.(맨시티 테베스와의 차이) 만약 퍼거슨 감독이 그것을 불안 요소로 생각하면, 맨유는 4-2-3-1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사진=박지성 (C) 맨유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manutd.com)]
2. 박지성, 첼시전에 필요한 이유
박지성의 9일 풀럼전 결장은 첼시와의 2차전을 겨냥한 체력 안배 였습니다. 햄스트링 부상에서 복귀한지 얼마 안된 상태에서 2일 웨스트햄전-7일 첼시전(1차전)에 선발 출전했기 때문에 '약팀' 풀럼을 상대로 무리할 이유가 없었죠. 어떤 측면에서는 퍼거슨 감독이 강팀과의 경기에서 박지성의 존재감을 믿고 있다는 반증을 뜻합니다. 지난 첼시전에서 맹활약을 펼쳤던 캐릭-긱스의 풀럼전 선발 제외도 비슷한 맥락이죠. 로테이션 상으로는 박지성-캐릭-긱스의 2차전 선발 출전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일각에서는 단순한 공격력을 이유로 나니-발렌시아가 측면을 맡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죠.
분명한 것은, 박지성은 첼시전에 필요한 선수 입니다. 나니-발렌시아 라인의 콘셉트가 서로 공격적인 것은 첼시 같은 강팀과 상대하는데 적합하지 않습니다. 첼시는 1차전에서 0-1로 패했기 때문에 2차전에서 공격쪽으로 승부수를 띄울 것이며, 맨유가 공격으로 맞불을 놓으면 원정 다득점 리스크가 큽니다. 그래서 맨유의 2차전 목표는 무실점 승리이며 박지성의 선발 출전 가능성이 큽니다. 박지성은 나니-발렌시아보다 개인기가 화려하지 않지만 공격 포인트를 생산하는 역량 만큼은 올 시즌에 업그레이드 됐습니다. 아무리 조커로 출전하더라도 활발히 뛰면서 종패스를 띄울 수 있는 장점은 조커로서 팀 공격에 활기를 띄우는 발판이 될 수 있죠. 그 능력은 선발 출전할때도 한결 같았습니다.
3. 첼시, 토레스 부진보다 더 괴로운 '맨유전 수비 불안'
첼시의 대표적인 불안 요소는 토레스 부진입니다. 토레스는 지난 1월 이적시장에서 5000만 파운드(약 888억원)의 이적료를 기록하고 파란색 유니폼을 입었지만 그 이후 10경기 연속 무득점에 시달렸습니다. 리버풀 시절에는 맨유 킬러로 명성을 떨쳤지만, 첼시 이적후에 치렀던 두 번의 맨유전에서는(3월 2일 프리미어리그 경기 포함) 골 침묵에 빠졌죠. 그런데 올드 트래포드를 밟을 첼시의 가장 큰 불안 요소는 수비에 있습니다. 두 번의 맨유전에서 수비 뒷 공간을 내주는 힘든 경기 운영을 펼쳤죠. 2경기에서는 1실점씩 허용했지만 내용상으로는 맨유의 역습에 농락당하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첼시의 맨유전 수비 불안 원인은 4-4-2 전환의 역효과 때문 입니다. 4-3-3에서 4-4-2로 전환하면서 미드필더들이 수비 공간에서 커버해야 할 영역이 늘어났습니다. 램퍼드-에시엔으로 짜인 중앙 미드필더진은 상대의 침투 패스에 의해 한 번에 무너지는 문제점이 나타났습니다. 기존 4-3-3에서는 중앙쪽에 미드필더가 한 명 버텨주면서 커버 플레이를 펼쳤지만 4-4-2에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맨유에게 2경기 연속 역습을 허용하는 빌미를 제공했죠. 맨유와의 1차전에서는 애슐리 콜-보싱와가 각각 발렌시아-박지성의 견제를 뚫지 못했고, 수비시에는 두 선수의 침투 공간을 내주는 힘든 경기 운영을 펼쳤습니다. 맨유를 꺾고 4강에 진출하려면 수비 문제부터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4. 안첼로티 감독, 맨유전에 달린 그의 운명
안첼로티 감독이 명장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첼시에서의 입지가 좋지 않습니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달성했지만 올 시즌에는 3위를 기록중이며 한때 5위까지 추락했습니다. 그 자체만으로 한때 경질설까지 나돌았습니다. 그런데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실패하면 경질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자신을 영입한 것은 '유럽 제패' 때문입니다. 3년전 그랜트 감독의 경질 사유가 챔피언스리그 우승 실패(당시 맨유와의 승부차기 끝에 준우승)였던 것을 안첼로티 감독이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맨유전이 자신의 운명을 결정짓는 경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안첼로티 감독은 퍼거슨 감독의 천적입니다. 커뮤니티 실드를 포함하면, 퍼거슨 감독과의 역대 전적에서 6승1무3패로 앞섰습니다. 올 시즌 세 번의 맞대결에서 두 번 패했지만 통계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퍼거슨 감독 전술을 훤히 꿰뚫을 수 있는 지도자가 안첼로티 감독입니다. 문제는 퍼거슨 감독의 전술적 선택 및 상황 대처 능력, 상대팀을 요리하는 맞춤형 전술이 올 시즌에 그대로 적중했습니다. 맨유가 결코 화려하지 않은 스쿼드 및 몇몇 선수들의 이탈 속에서 프리미어리그 1위를 거두었던 그 중심에는 퍼거슨 감독이 있었습니다. 지난 8강 1차전은 퍼거슨 감독이 안첼로티 감독에 결코 약하지 않다는 것을 드러낸 경기였습니다. 만약 안첼로티 감독이 2차전마저 패하면 퍼거슨 감독을 이기지 못한 자존심에 타격을 받을지 모릅니다.
5. 매치업 대결 (1) 발렌시아vs애슐리 콜, 측면을 지배하라
지난 시즌까지는 발렌시아가 애슐리 콜에 약했습니다. 일정한 리듬을 타는 드리블 패턴이 애슐리 콜에게 그대로 읽혔죠. 하지만 올 시즌에는 애슐리 콜과 두 번 맞대결 펼치며 모두 이겼습니다. 지난해 8월 8일 커뮤니티 실드에서는 애슐리 콜과 정면으로 경합하지 않고 간격을 벌리면서 침투를 펼치거나 중앙 공간으로 접근하는 움직임이 눈에 띄었고, 지난 7일 첼시전에서는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치며 애슐리 콜의 무게 중심을 앞쪽으로 유도했습니다. 맨유 역습시에는 오른쪽 측면 뒷 공간으로 빠르게 두드리며 애슐리 콜을 단번에 뚫었죠. 정공법으로는 애슐리 콜을 넘을 수 없었지만 그 외 다른 방법으로 상대방 공략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애슐리 콜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프리미어리그 최정상급 왼쪽 풀백 자리를 지키는 클래스는 여전하죠. 프리미어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선수로서 발렌시아를 봉쇄하거나 또는 폭발적인 오버래핑으로 발렌시아의 뒷 공간을 뚫어내는 기질이 분명히 있습니다. 발렌시아가 발목 부상이 완쾌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최근 3경기 연속 선발 출전했던 체력 저하를 애슐리 콜이 읽을 수 있죠. 만약 발렌시아가 전반전에 이어 후반전에도 출전하면 애슐리 콜과의 주력 싸움에서 밀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애슐리 콜의 컨디션이 최상이라는 전제하에서 말입니다. 측면을 지배해야 하는 두 명의 대결이 벌써부터 설레입니다.
6. 매치업 대결 (2) 나니vs말루다, 2차전 히든카드
나니-말루다는 지난 주말 프리미어리그에서 4-4-2의 왼쪽 윙어로 출전하여 공격 포인트(각각 2도움, 1골)를 뽑아냈습니다. 나니의 도움 모드는 여전히 본능적이었고, 말루다는 골을 통해서 슬럼프 탈출의 계기를 마련했죠. 두 선수는 1차전에서 선발 제외되었지만 2차전에서는 지난 주말 공격 포인트를 통해 선발로 투입되거나 또는 슈퍼 조커로 활용 될 수 있는 비중을 높였습니다. 다시 말해, 두 팀의 2차전 히든카드가 될 수 있습니다. 기존 공격 옵션들이 골을 넣지 못하면, 나니-말루다를 통해서 득점 해법을 풀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제기할 수 있죠.
맨유는 2차전에서 나니를 활용할 전망입니다. 상대 수비와의 경합 과정에서 얼리 크로스를 띄우거나 쏜살같은 침투, 날카로운 중거리 슈팅은 맨유가 골을 터뜨리는데 적잖은 도움이 됐습니다. 첼시전에서 어떤 형태로 투입될지 알 수 없지만 골이 필요한 시점에서는 나니의 중용에 무게감이 실립니다. 첼시는 맨유 진영에서 공격이 풀리지 않으면 말루다 카드로 승부수를 띄울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어떻게든 골을 넣어야 4강 진출의 실낱같은 희망을 열어가기 때문에 공격 옵션의 등장이 필수죠. 지르코프가 다득점에 능한 측면 옵션이 아니라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지르코프보다는 말루다가 더욱 공격적이죠. 하지만 말루다는 첼시 이적 이후 역대 맨유전에서 골을 넣지 못했습니다.
7. 매치업 대결 (3) 베르바토프vs토레스, 골이 필요한 위기의 남자들
빛이 있으면 그늘도 있는 법입니다. 강팀은 실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출중하지만 모두가 베스트 일레븐이 될 수는 없습니다. 맨유의 베르바토프는 프리미어리그 득점 1위(21골)를 기록중이지만 약팀을 상대로 몰아넣었으며, 실상은 에르난데스와의 주전 경쟁에서 밀렸습니다. 최근 9경기에서 2경기에 선발 출전했을 뿐입니다. 첼시의 토레스는 이적 후 10경기째 골이 없습니다. 팀 적응을 감안하더라도 10경기 무득점은 납득하기 힘든 스탯입니다. 분명한 것은, 첼시가 토레스에게 시즌 후반기 치고는 적지 않은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결국, 두 선수는 이번 2차전에서 골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팀 내 입지를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베르바토프는 재계약을 위해, 토레스는 현지 언론에서 불거진 방출설을 모면하기 위해 2차전에서 자신의 역량으로 골로 풀어가야 합니다. 물론 두 선수가 2차전에서 선발 출전할지는 의문입니다. 베르바토프는 에르난데스, 토레스는 드록바 또는 아넬카에게 밀려 벤치를 지킬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두 선수에게는 터닝 포인트가 절실합니다. 강팀과의 경기에서 골을 넣으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축적하며 앞날의 경기력 향상을 꾀할 수 있죠. 두 선수의 영입 시기는 다르지만, 맨유와 첼시가 거액을 들여 자신을 영입했던 기대치를 베르바토프와 토레스가 깨달아야 합니다.
-맨유vs첼시, 예상 선발 명단-
맨유(4-4-2) : 판 데르 사르/에브라-비디치-퍼디난드-하파엘(오셰이)/박지성(나니)-긱스(안데르손)-캐릭(스콜스)-발렌시아(나니)/루니-에르난데스(베르바토프)
첼시(4-4-2) : 체흐/애슐리 콜-테리-이바노비치(알렉스)-보싱와(이바노비치)/지르코프(말루다)-램퍼드-에시엔-하미레스(칼루)/드록바(토레스)-아넬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