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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공격력 저하' 수원, 무엇이 문제인가?

 

수원 블루윙즈는 지난 10일 전북 원정에서 0-0으로 비겼습니다. 승점 1점을 획득하면서 지난해 전북전 3경기를 패했던 전적을 조금 만회했을지 모르지만, 경기 내용에서는 현 전술이 상대팀에게 간파당했다는 느낌이 짙었습니다. 전반 중반부터 전북의 빠른 침투 및 원터치 패스에 의해 수비 뒷 공간을 내주면서 경기 종료까지 결정적인 실점을 허용할 뻔했던 상황이 거듭 연출됐습니다. 골키퍼 정성룡 선방이 없었다면 패했을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그런 수원의 경기 분위기가 역전 당했던 이유는 세 가지의 불안 요소를 떠안았기 때문입니다. 첫째는 수원이 올 시즌 포어 체킹을 즐겨 구사하고 있으며, 둘째는 마토-황재원으로 짜인 센터백들의 발이 느립니다. 셋째는 4월들어 3-4-3에서 4-1-4-1로 전환하면서 공격형-수비형 미드필더 사이의 옆 공간이 벌어지는 구조적 약점에 직면했습니다. 지난 2일 울산전에서는 이용래-오장은 같은 활동량이 풍부한 선수들을 공격형 미드필더에 배치하면서 3월에 풀리지 않았던 공존 문제가 해결된 듯 싶었습니다. 하지만 움직임도 엄연히 한계가 있습니다.

전북전에 대입하면, 수원은 전반 초반까지 포어 체킹을 발판으로 선수들의 활동 반경을 앞쪽으로 끌어 올렸지만 상대 미드필더들이 뒷쪽으로 내려가면서 후방의 패스 부담을 덜어줬습니다. 수원에게 역습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전북의 의도였습니다.(첫번째 불안 요소) 그 이후 전북은 역습을 전개하며 수원 골문에서 슈팅을 시도하는 연계 플레이의 정확성을 높였고(두번째 불안 요소) 김상식-황보원 같은 더블 볼란치가 수원 허리를 상대로 강하게 압박하며 이승현-루이스-에닝요로 형성된 2선 미드필더들이 공격을 전개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세번째 불안 요소) 3가지의 불안 요소를 요약하면, 수원의 전술은 전북에게 읽혔습니다.

그 결과는 수원의 미드필더 플레이가 살아나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졌습니다. 미드필더들이 종패스를 주고 받거나 상대 수비 뒷 공간을 노리는 침투 패스를 날리는데 어려움을 겪었죠. 그래서 미드필더들끼리 횡패스를 주고 받거나 근처 동료 선수에게 짧은 패스를 연결하는 장면, 후방에서 전방쪽으로 롱볼을 띄우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어느 누구도 공격을 주도하려는 플레이메이커 기질을 발휘하지 못했죠. 문제는 롱볼도 비효율적 이었습니다. 원톱 마르셀이 심우연에게 막히면서 공중볼을 따낼 타이밍을 찾지 못했죠. 수원의 공격이 끊어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

이러한 수원의 공격 전개는 윤성효 감독 부임 초기의 패스 축구와는 사뭇 다른 풍경입니다. 그때는 백지훈-김두현-마르시오가 로테이션 형태로 미드필더진에서 아기자기한 패스를 바탕으로 팀 허리의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팀 공격을 다채롭게 풀어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세 선수가 없습니다. 백지훈은 부상, 김두현은 경찰청 입대, 마르시오는 방출 됐습니다. 지난해 윤성효 체제에서 활용되지 못했던 이관우도 장기간 부상으로 신음한 끝에 팀을 떠났습니다. 그래서 올해 초 이용래-오장은 같은 전현직 국가대표 미드필더들을 영입했지만 백지훈-김두현-이관우 같은 플레이메이커와는 엄연히 다른 박스 투 박스 성향입니다. 현 스쿼드에서는 마땅한 플레이메이커가 없습니다.

이용래-오장은 공존 문제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수원이 3-4-3에서 4-1-4-1로 전환한 이유중에 하나는 이용래-오장은 라인으로 중원을 꾸리기에는 서로 역할이 중복됩니다. 풍부한 운동량을 바탕으로 공수 양면에서 장점을 발휘할 수 있지만, 두 선수가 같은 역할을 하면서 공격의 연계 플레이가 떨어지고 상대에게 중원 뒷 공간을 내주는 문제점이 나타났습니다. 지난달 20일 포항전 0-2 패배 말입니다. 그래서 수원은 지난 2일 울산전에서 오범석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세우면서 이용래-오장은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놓는 4-1-4-1로 변형했습니다. 이 전술은 오범석이 찰거머리 같은 홀딩 역량을 뽐내면서 2-1로 승리하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그런데 미드필더 문제는 더 복잡해지고 말았습니다.

오범석의 수비력이 인상적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중원에서의 공격 전개는 떨어집니다. 마토-황재원이 롱볼에 익숙한 현 상황에서는 오범석이 종패스의 시발점이 되어야 합니다. 수원 패스 축구의 활로를 열어줄 첫번째 역할을 해야하는 것이죠. 하지만 오범석은 전북전에서 부정확한 패스 및 경기 조율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래서 이용래-오장은이 밑선으로 내려오면서 중원 공간을 메웠지만, 문제는 마르셀과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상대 진영에서 기습을 노리거나 연계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공격이 답답하게 진행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아쉬운 것은, 이용래-오장은도 공격을 풀어가는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이죠.

마르셀의 부진은 예상치 못했던 결과였습니다. 2004년 나드손과 함께 수원의 K리그 우승을 이끄는 임펙트를 발휘했지만, 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볼 컨트롤 및 동료 선수에게 패스를 받으려는 움직임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포스트 플레이에 집중할 수 밖에 없지만, 심우연 같은 피지컬 능력이 뛰어난 상대 센터백과 경합하면 힘을 못씁니다. 지난 2일 울산과의 전반전에서는 상대 수비의 집중 견제 의해 이렇다할 공간을 찾지 못하는 어려움이 나타났죠. 그나마 후반 초반에는 상대 압박이 풀어지면서 공중볼을 통해 오장은이 골을 넣는데 기여를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활약상을 놓고 보면, 수원 공격을 짊어질 재목이 맞는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됩니다.

그런데 마르셀에게만 공격력 저하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습니다. 지난달 12일 광주전애서 부진했던 게인리히, 지난달 20일 포항전에서 이렇다할 활약이 없었던 하태균도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격수 개인 역량 이전에 팀 전술의 짜임새가 떨어집니다. 하태균의 경우에는 2선 및 측면 옵션들이 포항 압박에 고전하면서 두 겹 이상의 상대 수비진과 맞서는 어려움에 빠졌습니다. 전북전에 출전했던 마르셀도 다를 바 없었습니다. 수원의 미드필더 문제가 공격진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 결과는 득점력 저하로 이어졌죠. 광주전에서는 마토의 프리킥 및 페널티킥 골로 2-1 역전승을 거두었지만, 포항-전북전에서는 무득점으로 침묵했습니다.

수원은 올해 초 공격적인 선수 영입을 단행하며 스쿼드를 보강했습니다. 역의 관점에서는, 상대팀에게 낮이 익은 유명한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전술이 읽히기 쉬운 특징이 있죠. 게인리히는 올해 초 아시안컵에서 봤었고 마르셀은 2004년 수원의 주전 공격수로 뛰었던 것은 다른 팀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의 스타일은 익히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문제는 여러명의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조직력에 문제점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선수들의 손발을 맞추기 위해 AFC 챔피언스리그까지 거의 일정한 스쿼드로 팀을 운영했지만 오히려 체력적인 한계에 직면했습니다. 수원은 시즌 초반부터 예상치 못한 여러가지 고비를 이겨야 K리그 우승의 실낱같은 희망을 열어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