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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이청용 4호골, '헤딩의 귀재'로 거듭났다

 

'블루 드래곤' 이청용(23, 볼턴)이 시즌 4호골을 넣으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모처럼 선발 출전한 경기에서 헤딩골을 통해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죠. '이청용은 헤딩골을 잘 넣는 선수'라는 극찬을 할 수 있는 멋진 골 장면 이었습니다.

이청용은 9일 저녁 11시(이하 한국시간) 리복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10/1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2라운드 웨스트햄전에서 시즌 4호골을 터뜨렸습니다. 볼턴이 1-0으로 앞섰던 전반 19분, 마르틴 페트로프의 왼쪽 크로스를 문전에서 상대 수비 두 명 사이로 헤딩골을 작렬했습니다. 이청용의 골에 힘입은 볼턴은 다니엘 스터리지가 전반 13분과 후반 5분에 2골을 보태면서 웨스트햄을 3-0으로 제압했습니다. 리그에서 8위(11승10무11패) 자리를 지켰습니다.

그런 이청용은 경기 종료 후 <스카이스포츠>로 부터 "훌륭한 헤딩으로 두번째 골을 넣었다(Great header for second)"는 호평과 함께 평점 8점을 부여 받았습니다. 양팀 최고 평점을 받은 스터리지(9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평점입니다. 현지 언론에서 헤딩골에 대한 찬사를 얻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테크니션 이청용은 헤딩골도 잘 넣는다

볼턴은 웨스트햄전에서 4-4-2로 나섰습니다. 야스켈라이넨이 골키퍼, 알론소-케이힐-휠터-스타인슨이 수비수, 페트로프-엘만더-무암바-이청용이 미드필더, 스터리지-데이비스가 공격수로 출전했습니다. 홀든이 지난달 20일 맨유전에서 불의의 부상으로 장기간 결장이 불가피하면서 엘만더가 그 공백을 메웠습니다. 웨스트햄은 4-3-3으로 맞섰습니다. 그린이 골키퍼, 브릿지-업슨-다 코스타-톰킨스가 수비수, 히츨스페르거-파커-노블이 미드필더, 뎀바 바-로비 킨-피키온이 공격수를 담당했습니다. 칼튼 콜 대신에 선발 출전했던 로비 킨의 이름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 경기는 볼턴의 승리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32라운드 이전까지의 성적을 놓고 보면, 볼턴은 올 시즌 홈에서 8승5무2패(원정 : 2승5무9패)로 선전했지만 웨스트햄은 원정에서 2승7무6패(홈 : 5승4무7패)로 부진했습니다. 볼턴이 리그 10위 안에 포함 된 이유는 중위권 치고는 홈 경기에서 승점 관리를 잘했고(홈 경기 승리 횟수는 리버풀과 더불어 리그 공동 5위), 웨스트햄이 강등권(18위)에 빠진 이유는 원정 경기에서의 실적 부진이 문제였습니다. 또한 웨스트햄은 지난 2일 맨유전에서 2골 넣은 뒤 내리 4실점 패배를 당했던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그 특징이 볼턴전에서 그대로 드러났죠.

볼턴은 이러한 웨스트햄 선수들의 무기력함을 집요하게 공략했습니다. 경기 초반부터 공격수 및 미드필더들의 활동 반경을 앞쪽으로 끌어 올리고 패스 간격을 좁히면서 전방쪽으로 볼이 연결되도록 힘을 기울였습니다. 엘만더를 공격수와 미드필더 사이의 공간으로 올리고, 페트로프-이청용이 측면에서 중앙쪽으로 활동 반경을 잡았고, 무암바가 중원 한 가운데에 위치하면서 웨스트햄 미드필더 3명과의 숫자 싸움에서 우위을 점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정확한 패스를 기반으로 공격 지향적인 경기를 펼치면서 웨스트햄 미드필더들의 무게 중심이 점점 후방쪽으로 밀렸습니다. 그 과정에서는 웨스트햄 수비수들의 느슨한 마크까지 한 몫을 했죠.

특히 스터리지가 전반 13분 선제골을 넣은 이후부터 웨스트햄 선수들의 의욕이 급격하게 저하됩니다. 엘만더가 아크 오른쪽에서 연결했던 스루패스를 스터리지가 왼발 인사이드 슈팅으로 선제골을 넣었죠. 자신의 앞과 뒷쪽에 상대 선수들이 가까이 붙었지만 윗쪽에서 슈팅 각도가 열린 것을 확인한 순간에 왼발 인사이드로 볼을 높게 띄우며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볼턴 입장에서는 그 장면을 통해 웨스트햄 선수들의 대인마크 및 커버링이 엉성한 특징을 읽었을 것입니다. 또한 엘만더를 중앙쪽에 전진 배치하여 웨스트햄 허리 뒷 공간을 뚫는데 성공했던 효과를 누렸죠. 끝내 웨스트햄은 전의를 상실하며 무기력한 경기 내용을 거듭했습니다.

이청용의 전반 19분 헤딩골은 웨스트햄의 불안한 수비력을 이용한 장면 이었습니다. 골의 발판을 열어준 선수 또한 이청용 이었습니다. 하프라인 밑쪽에서 볼을 잡을 때 브릿지 뒷 공간 사이로 파고드는 엘만더의 순간적인 돌파를 읽으며 로빙 패스를 띄웠습니다. 이청용에게 몰렸던 웨스트햄 미드필더들이 한 순간에 볼의 궤적을 놓쳤습니다. 그 이후에는 엘만더 오른쪽 크로스-페트로프 왼쪽 크로스에 이어 이청용이 문전에서 헤딩골을 넣었죠. 엘만더-페트로프가 크로스를 연결할 때는 마크맨이었던 브릿지-톰킨스가 가까이에서 마크하지 않고 공간을 내주는 실수를 범했습니다. 그리고 이청용 앞에는 두 명의 수비수가 있었는데 서로의 동선이 겹치는 문제점을 나타냈죠.

골 장면에서는 이청용의 재치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프라인 밑쪽에서 엘만더에게 로빙 패스를 띄우자 곧바로 문전쪽에 쇄도했습니다. 볼이 없을때의 움직임이었지만 그 이후의 공격 상황을 미리 예측하며 어느새 골문 가까이에 다가섰습니다. 엘만더가 측면쪽으로 빠졌기 때문에 크로스를 올릴 확률이 높았고 페트로프는 평소에 크로스가 잦았죠. 스터리지-데이비스는 박스쪽에서 상대 선수들을 끌고 다녔으니 헤딩골을 시도할 수 있는 타이밍을 알아챘죠. 웨스트햄 수비 밸런스가 무너진 것까지 말입니다. 이청용은 자기 포지션에서만 플레이를 하는 것이 아닌, 경기의 흐름을 읽으며 유연하게 대처하는 축구 지능이 풍부한 선수임을 이 장면에서 입증했죠.

이청용은 볼턴에 없어서는 안 될 테크니션 입니다. 적어도 볼턴 내에서는 기교가 가장 발달했으며 그 능력이 팀의 에이스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됐죠. 그런 이청용이 언제부턴가 헤딩골을 잘 넣었습니다. 지난해 남아공 월드컵 16강 우루과이전, 지난달 12일 FA컵 8강 버밍엄전 결승골에 이어 웨스트햄전에서 헤딩골을 성공시켰죠. 신장이 큰 선수는 아니지만(180cm) 문전쪽으로 공중볼이 향하는 궤적을 읽으며 머리에 볼을 맞추는 감각이 발달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스카이스포츠로 부터 "훌륭한 헤딩으로 두번째 골을 넣었다"는 긍정적 평가를 얻었다는 것은 헤딩골이 그의 또 다른 장점을 말하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웨스트햄전을 통해 '헤딩의 귀재'로 떠올랐습니다.

그 이후의 볼턴은 후반 5분 스터리지가 추가골을 넣으면서 3-0 완승을 확정했습니다. 볼턴은 2-0 승리만으로 만족하지 않았고 웨스트햄은 맨유처럼 0-2 열세를 뒤집을 돌파구가 없었죠. 이청용 헤딩골은 볼턴 승리의 쐐기를 박는 장면 이었습니다. 올 시즌 4골 7도움을 기록했던 그가 앞으로 얼마나 많은 스탯을 쌓을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