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탱크' 박지성(30,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이 풀럼전에서 시즌 7호골에 도전합니다. 풀럼전은 그동안 공격 포인트와 인연이 깊었던 '풀럼 킬러'로서 기록 달성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지난 첼시 원정에서 맨유 승리의 주역으로 거듭났던 활약상을 이어갈지 주목됩니다.
박지성이 속한 맨유는 9일 저녁 11시(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릴 2010/1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2라운드 풀럼과의 홈 경기를 치릅니다. 만약 풀럼전에서 승리하면 리그 1위(19승9무3패, 승점 66)를 지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2위 아스널(17승8무5패, 승점 59)과의 승점 차이를 10점으로 넓힐 수 있습니다. 만약 아스널이 다음날 저녁 블랙풀 원정에서 승점 3점 획득에 실패하면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는 사실상 맨유의 우승이 유력합니다. 그래서 풀럼전에서 승리가 필요합니다.
[사진=박지성 (C) 맨유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manutd.com)]
맨유의 승리가 예상되는 경기, '풀럼 킬러' 박지성 골 넣을까?
통계상으로는 맨유의 풀럼전 승리에 무게감이 실립니다. 올 시즌 홈 경기에서 14승1무를 기록한 반면에 풀럼의 원정 경기 성적은 1승8무6패입니다. 최근 리그 7경기에서는 3승3무1패로 리그 10위에 진입하는 오름세를 달렸지만 그 중에 원정 경기에서는 2무1패에 그쳤습니다. 그리고 맨유는 풀럼과의 홈 경기에서 통산 30전 25승3무2패,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에는 9전 8승1패의 압도적인 우세를 점했습니다. 지난해 8월 22일 풀럼 원정에서는 2-2로 비겼지만 홈에서는 전통적으로 풀럼에 강했습니다. 상대에게 방심하지 않는 전제하에서는 무난한 승리 분위기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런 맨유는 루니 없이 풀럼전을 치러야 합니다. 루니는 지난 2일 웨스트햄전에서 골을 넣은 뒤 중계 카메라에 욕설을 내뱉으면서 2경기 출전 정지(풀럼전, FA컵 4강 맨체스터 시티전) 처분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풀럼전에서는 에르난데스-베르바토프 투톱 체제를 가동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베르바토프는 최근 8경기에서 1경기 선발 출전에 그쳐 에르난데스와의 주전 경쟁에서 밀렸습니다. 풀럼전에서 제 몫을 다하지 못하면 '재계약 난항과 맞물려' 앞날의 팀 내 입지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몰립니다. 리그 득점 1위까지 굳히기 위해서는 풀럼전 골이 필요합니다.
맨유의 풀럼전 선수 운용은 오는 13일 첼시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을 염두한 로테이션 체제가 유력합니다. 지난 7일 첼시와의 1차전 원정에서 1-0으로 승리했지만 2차전은 상대팀에게 실점하면 원정 다득점에서 리스크가 생기는 만큼, 2차전에서는 수비쪽에서 움직임이 많은 미드필더들의 선발 출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박지성-캐릭-발렌시아 같은 선수들이 예 입니다. 또한 긱스는 웨스트햄전, 첼시전(8강 1차전)에 모두 선발 출전했던 체력적 특성에 의해 풀럼전 결장이 유력합니다. 지난 2경기에서 교체로 투입했던 나니는 풀럼전에서 선발 출전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맨유 미드필더들이 풀럼전에서 모두 바뀔 수 있습니다. 박지성-긱스-캐릭-발렌시아는 첼시와의 2차전에 모두 필요한 선수들입니다. 안데르손-깁슨-스콜스-나니(오베르탕까지 가세할 수 있음, 플래쳐는 감기 증상)로 짜인 미드필더진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풀럼전에서 고전하면 후반전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주력 선수들의 조커 출전이 불가피하며, 그 상황에서 승점 3점 획득에 실패하면 첼시와의 2차전을 준비하는 분위기가 무겁습니다. 지난 첼시전에 선발 출전했던 미드필더 중에 일부가 풀럼전에서 스타팅 라인업에 이름을 올릴 수 있습니다.
박지성은 긱스-캐릭-발렌시아와 더불어 웨스트햄전, 첼시전(8강 1차전)에서 선발 출전했습니다. 이미 퍼거슨 감독에 의해 오는 13일 첼시전(8강 2차전) 선발 출전 계획에 포함되었다면 풀럼전에서 풀타임을 뛸 가능성이 많지 않습니다. 다음 첼시전에서 선전할 수 있는 힘을 비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박지성 컨디션은 맨유 선수들 중에서 좋은 편에 속합니다. 웨스트햄과의 전반전에서 나타났던 것 처럼, 햄스트링 부상 이후 충분한 휴식을 취했던 반면에 동료 선수들은 그동안 경기 출전이 누적되면서 피로가 쌓였습니다. 로테이션 관점에서는 풀럼전 선발 제외 가능성이 있지만 컨디션 및 긱스 결장 가능성을 고려하면 3경기 연속 선발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만약 박지성이 풀럼전에 교체 출전해서 시즌 7호골 및 공격 포인트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시즌 최종전이었던 2010년 5월 9일 스토크 시티전에서 후반 32분 교체 투입하여 7분 뒤에 골을 터뜨렸습니다. 그 이전까지는 조커로서 골이 없었지만 스토크 시티전을 통해서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상대 골망을 가를 수 있는 역량을 길렀죠. 그 여파는 올 시즌 아시안컵 이전까지 시즌 6골 4도움을 내달렸던 흐름으로 이어졌습니다. 아시안컵 차출 및 부상 복귀 후 2경기에서 골이 없었지만 골문쪽으로 과감한 슈팅을 시도하며 골의 '영점'을 조절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입니다.
박지성의 풀럼전 시즌 7호골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는 '풀럼 킬러'이기 때문입니다. 역대 풀럼전에서 2골 4도움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3월 14일 풀럼과의 홈 경기에서는 후반 28분 교체 투입하여 1도움을 올렸습니다. 후반 44분 오른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렸던 볼이 베르바토프의 헤딩골로 이어졌죠. 그 이전이었던 지난 2008년 3월 1일, 2009년 3월 8일 풀럼전에서는 골을 작렬했습니다. 전자는 2007/08시즌의 유일한 골, 후자는 맨유 통산 10호골 이었던 상징성이 있습니다. 이번 풀럼전에서 골을 터뜨리면 시즌 7호골이 되면서, 맨유 진출 이후 자신의 한 시즌 최다 득점 기록을 새롭게 쓸 수 있습니다.
그런 박지성의 풀럼전 골이 필요한 이유는 퍼거슨 감독에게 득점력에 대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줘야 합니다. 아시안컵 차출 이전까지 시즌 6골을 넣으며 득점력이 저조했던 아쉬움을 만회했지만, 긱스-나니-발렌시아와의 경쟁에서 선두로 앞서가기 위해서는 풀럼전 골을 통해서 다재다능한 윙어임을 퍼거슨 감독에게 재입증 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즌 6골을 기록했던 시기에는 긱스-나니-발렌시아가 부상으로 신음했다는 점에서, 부상 복귀 이후에는 윙어 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다행히 웨스트햄전, 첼시전(8강 1차전)에서 맹활약을 펼쳤지만 두 경기만으로는 앞날의 여유로운 경기 출전을 안심하기 어렵습니다. 풀럼에 강한 저력을 또 다시 발휘할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