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네그로전이 취소되면서 온두라스전에 대한 중요성이 커졌습니다. 온두라스전 다음날 K리그 대구FC와의 연습 경기가 마련되었지만 A매치와 국내팀끼리의 경기는 엄연히 차이가 있습니다. 이번 온두라스전에서 여러가지 과제를 해결해는 숙명에 있지만 앞날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 긍정적인 의미와 결과를 얻어야 합니다.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25일 저녁 8시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온두라스와 A매치 평가전을 치릅니다. 한국과 온두라스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각각 29위, 39위이지만 단판 경기이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습니다. 북중미에 속한 온두라스와는 1994년 6월 11일 평가전에서 유일하게 맞붙었으며 한국이 3-0으로 승리했습니다. 지난해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 출전했던 두 나라의 한 판 승부가 기다려집니다.
1. 온두라스, 한국전에서 '선 수비-후 역습' 활용할까?
국내에서는 온두라스 축구에 대해서 많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온두라스와 상대했던 경험이 적었고, 상대팀은 두 번의 월드컵 출전(1982년, 2010년) 이외에는 세계 무대에서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다만, 이사기레(셀틱) 웰컴(AS 모나코) 피게로아, 토마스(이상 위건)의 경우에는 한국인 선수들과 같은 팀에서 뛰거나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면서 낯이 익은 온두라스 출신 선수들입니다. 특히 이사기레는 빠른 스피드 및 왕성한 활동량을 주무기로 측면을 휘젓는 왼쪽 풀백으로서 리버풀의 영입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팔라시오스(토트넘) 수아소(인터 밀란)는 한국전 명단에 빠졌습니다.
온두라스는 지난해 남아공 월드컵 H조 본선에서 선 수비-후 역습을 즐겨 구사했습니다. 특히 H조 본선 3경기에서는 상대팀(칠레-스페인-스위스)과의 점유율 및 슈팅에서 모두 밀렸으며, 미드필더들이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면서 실점을 내주지 않는데 주력했습니다. 1무2패로 탈락했지만 3경기 3실점을 허용했을 뿐이죠. 문제는 단 한 골도 넣지 못했습니다. 역습 속도가 상대 수비 압박 타이밍보다 더 느렸고 상대 수비 배후 공간을 파고드는 연계 플레이가 매끄럽지 못했죠. 그런 온두라스가 수아소 없이 한국 원정을 앞두고 있음을 상기하면 선 수비-후 역습을 펼치는 쪽에 무게감이 실립니다. 한국이 온두라스의 수비벽을 뚫고 상대 골망을 흔들지 주목됩니다.
2. 조광래호, 온두라스전 화두는 주전 경쟁
한국 대표팀 명단에 포함된 선수는 27명입니다. 하지만 몬테네그로전이 취소되면서 온두라스전에 가용할 수 있는 인원이 많지 않습니다. 11명 선발, 최대 6명 교체, 최소 10명의 선수가 결장합니다. 온두라스전에 출전하지 않거나 교체로 뛴 선수들은 26일 대구와의 연습 경기에 출전하겠지만, A매치 경험 없이 소속팀에 복귀하게 됩니다. 더욱이 온두라스전에는 차두리-구자철-손흥민-남태희 같은 유럽파들이 차출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조광래 감독은 오는 6월 A매치에서 정규 멤버를 소집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모든 선수들이 6월 A매치 명단에 뽑히기 위해 서로를 넘으며 주전 경쟁을 펼쳐야 합니다.
온두라스전 주전 11명은 이미 공개 됐습니다. 정성룡이 골키퍼, 김영권-황재원-이정수-조영철이 수비수, 기성용이 수비형 미드필더, 김보경-이용래-김정우-이청용이 2선 미드필더, 박주영이 원톱을 맡는 4-1-4-1 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대표팀 붙박이 주전을 보장받은 것은 아닙니다. 온두라스전에서 부진하면 백업에게 밀릴 수 있으며, 백업은 대표팀에서 입지를 넓힐 기회를 마련합니다.
특히 몇몇 포지션의 주전 경쟁 구도가 치열합니다. 원톱에는 박주영-지동원-김신욱-박기동, 왼쪽 윙어에는 김보경-고창현-조찬호-이근호의 4인 경쟁 체제가 꾸려졌습니다. 좌우풀백에는 김영권-박주호-홍철/조영철-최효진-김성환-김태환이 경쟁하는 형태죠. 수비형 미드필더에는 김성환이 기성용에 도전하는 형국입니다. 김정우는 온두라스전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하지만 경우에 따라 수비형 미드필더, 원톱까지 도맡으며 기존 선수들을 자극할 수 있습니다. 과연 어느 선수가 경쟁에서 살아남을지 주목됩니다.
3 '원톱' 박주영, 필드골 필요하다
박주영은 2009년 9월 5일 호주전 이후 1년 6개월 동안 A매치에서 필드골을 터뜨리지 못했습니다. 특히 조광래호 출범 이후 맹활약을 펼친 경기가 없습니다. 지난달 10일 터키전에서는 왼쪽 윙어와 공격형 미드필더를 번갈아갔지만 뜻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았습니다. 구자철이 왼쪽 윙어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전반 20분 부터 측면을 담당했지만, 지금까지 중앙에서 뛰는것에 익숙했기 때문에 넓은 공간에서 공격의 파괴력을 실어주는 적극성이 부족했습니다. 또한 수비 가담을 펼쳐야 하는 부담감이 있죠. 온두라스전에서는 원톱으로 복귀했으나, 만약 이 경기 마저 필드골이 없다면 조광래호 공격력 강화의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 분명합니다.
물론 박주영은 조광래호에 필요합니다. 국제 경기 경험이 많고, 공격쪽에서 다재다능한 장점이 있기 때문에 젊은 공격수들 보다는 경기를 풀어가는 노하우가 풍부합니다. 지난 24일 대표팀 훈련에서는 3개의 포지션(왼쪽 윙어, 공격형 미드필더, 원톱)을 뛰면서 조광래 감독의 전력 구상안에 있는 선수임을 알렸죠. 또한 대표팀 주장을 맡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키려면 필드 골이 필요합니다. 공격수의 가장 중요한 임무가 골이죠. 그동안 원톱에서 많이 뛰었고, 상대 수비와의 몸싸움 경합을 즐기면서 기교까지 갖춘 장점도 좋지만 좀 더 슈팅에 욕심을 부릴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의 50번째 A매치에서 조광래호의 해결사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4. 기성용-김정우-이용래, 공존 성공할까?
기성용-김정우-이용래는 당초 수비형 미드필더에서 경합할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김정우가 올 시즌 상주의 공격수로서 3경기 4골을 기록한 영향에 힘입어 조광래호에서 구자철 공백을 메우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용래까지 공격형 미드필더로 올라오면서 대표팀 포메이션이 4-2-3-1에서 4-1-4-1로 바뀌게 됐죠. 결국, 세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공존하는 셈입니다. 이용래-김정우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올라온 것은, 조광래 감독이 중원에서의 부지런한 기동력으로 온두라스의 압박 타이밍을 분쇄하는 작전을 노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자칫 미드필더진의 패싱력이 완만할 수 있기 때문에 '뛰는 축구'로 승부수를 띄운 것이죠.
관건은 기성용 입니다. 지금까지 대표팀에서 원 볼란치 역할을 소화했던 경험은 거의 전무했습니다. 아시안컵에서는 수비력이 터프해졌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용래와 함께 더블 볼란치로 공존했었죠. 그런데 온두라스전에서는 역할이 많아졌습니다. 대표팀의 빌드업을 전개하거나 패스의 강약을 조절하는 기존의 역할 이외에 수비적인 비중까지 커졌죠. 이용래-김정우가 얼마만큼 수비에 가담하느냐에 따라 기성용의 수비력이 판가름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조광래호는 포어 체킹을 시도하면서 온두라스 선수들의 무게 중심을 후방쪽으로 내려야 합니다. 온두라스가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칠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역습 타이밍을 주지 않는 것도 중요하죠. 그래야 기성용의 수비 부담이 줄어듭니다.
5. 김보경-김영권, Next 박지성-이영표 입증할까?
아시안컵까지 한국 대표팀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박지성-이영표가 책임졌던 왼쪽 측면 라인 이었습니다. 그런데 두 선수가 대표팀에서 은퇴하면서 왼쪽에 새로운 인물을 발굴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습니다. 터키전에서는 구자철-홍철이 왼쪽을 맡았지만 서로 기대 이하의 활약을 펼치면서 박지성-이영표 후계자를 찾는데 실패했습니다. 구자철은 측면에 어울리지 않았고 홍철은 자신의 강점이었던 오버래핑 타이밍을 잃으면서 수비에 의존하는 소극적인 경기를 펼쳤죠. 그래서 조광래 감독은 온두라스전에서 김보경-김영권을 테스트하게 됐습니다.
김보경은 그동안 조광래호에서 박지성에 가려 두각을 떨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박지성이 대표팀을 은퇴하면서 주전의 기회를 잡게 됐죠. 기교와 슈팅을 겸비한 윙어로서 경기 상황에 따라 빠른 순간 스피드로 상대 수비진영을 스스로 공략하며 팀의 공격 분위기를 띄우는 장점이 있습니다. 넓은 시야를 이용한 원터치 패스 또한 일품입니다. 센터백 김영권은 대표팀에서 왼쪽 풀백이 낯섭니다. 그럼에도 측면 수비를 맡은 이유는 대표팀 경기 출전을 통해 국제 경험을 기르도록 배려하는 조광래 감독의 의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겸했던 홍정호가 대표적 케이스였죠. 다소 모험적인 선수 기용이지만, 김영권에게는 대표팀 붙박이 주전을 위한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