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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에르난데스, 맨유 주전으로서 부족한 2%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작은 콩' 하비에르 에르난데스(23)를 발굴한 것은 성공작입니다. 루니-베르바토프 투톱의 불균형에서 한계를 느꼈던 아쉬움을 에르난데스 카드로 만회할 수 있었죠. 또한 맨유는 지난 1~2년 동안 오언-마케다(삼프도리아 임대)-디우프(블랙번 임대)-웰백(선덜랜드 임대) 같은 신진 자원들을 활용했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그 부족분을 에르난데스의 맹활약으로 채우면서 새롭고 든든한 공격 옵션을 보유하게 됐습니다.

에르난데스는 올 시즌 34경기에서 16골 2도움을 기록했습니다. 적어도 골 기록에 있어서는 웨인 루니(29경기 9골 12도움)를 능가했습니다. 특히 프리미어리그 21경기에서는 10골 1도움을 올렸는데, 21경기 중에 10경기가 선발 출전 경기였으며 총 39개의 슈팅을 날렸습니다. 적은 출전 시간속에서 순도높은 골 결정력을 과시했습니다. 지난 16일 마르세유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는 2골을 넣으며 맨유의 2-1 승리 및 8강 진출을 이끌었습니다. 최근 6경기 중에 5경기에서는 선발로 출전했죠. 디미타르 베르바토프를 제치고 주전으로 올라섰습니다.

[사진=하비에르 에르난데스 (C) 맨유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manutd.com)]

그렇다고 에르난데스가 확실히 주전을 보장받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냉정히 말하면, 에르난데스-베르바토프는 맨유의 로테이션 멤버들입니다. 에르난데스는 맨유가 골을 필요로 하는 후반 승부처에 교체 투입하면서 슈퍼 조커의 진가를 발휘하는 선수이며, 베르바토프는 약팀 경기에 필요한 공격수입니다. 베르바토프가 강팀과의 경기에서 부진에 빠졌던 아쉬움을 에르난데스가 최근에 골로 채우면서 맨유에 없어선 안 될 공격 자원으로 거듭났습니다. 그럼에도 에르난데스는 맨유의 주전이 되었지만 아직 부족한 2%가 있습니다. 연계 플레이의 적극성 입니다.

지난 20일 볼턴전이 그 예 입니다. 에르난데스는 전반전에만(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패스 7개, 루니는 90분 동안 63개의 패스를 날렸습니다. 루니가 풀타임 출전을 감안했음에도 에르난데스의 패스 횟수가 낮은 것이 눈에 띱니다. 경기 흐름상에서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나니-발렌시아 측면 조합이 이렇다할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루니가 2선 및 최전방을 부지런히 오가며 에르난데스에게 골 기회를 밀어줬습니다. 에르난데스는 루니의 패스를 잘 받았지만 이날은 슈팅의 세밀함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맨유의 공격 루트가 루니-에르난데스에게 쏠리면서, 퍼거슨 감독의 공격의 다양화를 위해 에르난데스를 빼고 베르바토프를 교체 투입했습니다.

에르난데스는 볼턴전에서 이타적인 면모가 필요했습니다. 최전방에서 루니에게 볼을 잡으면 활동 반경을 바깥쪽으로 잡으면서 후방 공격 옵션들이 전방쪽으로 침투할 수 있는 타이밍을 확보하고, 그 상황에서 2차 패스를 연결하며 문전 쇄도 및 슈팅 기회를 열어줬어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는 볼턴의 수비 밸런스가 벌어졌을 여지가 있었습니다. 상대가 수비쪽에 깊게 무게 중심을 잡았던 만큼, 맨유는 다양한 공격 루트가 필요했고 에르난데스도 그 흐름에 능숙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에르난데스는 아직까지 동료 선수를 활용한 공격력이 아직 익숙하지 못한 단점이 있습니다. 골에 강점을 두는 성향이기 때문이죠.

그런 에르난데스는 하드웨어적 측면에서 윙 포워드-쉐도우에 적합한 체질입니다. 타겟맨으로 활용되기에는 175cm의 신장 및 왜소한 체격이 리스크로 작용하죠. 하지만 에르난데스는 맨유의 타겟맨입니다. 골을 노리는 패턴에 특화된 선수이기 때문에 루니-베르바토프 같은 선수들이 쉐도우로 기용되어야 합니다. 루니-베르바토프가 에르난데스의 골을 돕기 위해 이타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빈도가 늘어납니다. 에르난데스는 비록 볼턴전에서 상대 골망을 가르지 못했지만 젊은 이적생으로서 놀라운 골 결정력을 과시한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골 이외에는 마땅히 내세울 주무기가 없는 것이 그의 한계입니다.

어쩌면 에르난데스가 지금까지 슈퍼 조커로 기용되었던 것도 이타적인 기질이 부족한 특성 때문일지 모릅니다. 맨유라는 빅 클럽에서 선발로 출전하기에는 공격을 만들어가는 플레이가 루니-베르바토프보다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주전으로서는 루니-베르바토프가 경쟁력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에르난데스가 시즌 후반기에 이르러 주전으로 자리잡은 이유는 맨유가 우승으로 향하는 중요한 경기들이 연이어 펼쳐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강팀에 약한 베르바토프는 선발에서 배제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에르난데스는 마르세유전에서 2골을 넣었지만 아직 다듬어질 필요가 있음을 볼턴전을 통해 드러났습니다.

그렇다고 에르난데스의 패싱력은 결코 나쁘지 않습니다. 루니-박지성과 빠른 템포의 패스를 주고 받는 호흡이 돋보였죠. 팀 플레이에 강한 면모를 발휘하려면 동료 선수들에게 많은 패스를 날릴 수 있어야 합니다. 좀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죠. 때로는 골을 노리면서, 다른 때에는 상대 수비들이 중앙쪽에 몰려있을 때 주변에 있는 동료 선수를 활용한 연계 플레이를 지속적으로 시도하며 빈 공간을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공격수는 골을 넣어야 한다'는 축구의 기본 진리가 있지만, 현대 축구가 원하는 공격수는 다양한 재능을 겸비한 만능맨입니다. 루니가 슬럼프 탈출에 성공했던 것도 만능맨의 면모를 되찾았기 때문입니다. 에르난데스는 루니의 장점을 닮을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에르난데스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지 모릅니다. 유럽 클럽팀에서 첫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으며 23세의 젊은 공격수 입니다. 하지만 에르난데스가 업그레이드에 성공하려면 골 결정력 하나만으로는 부족함이 있습니다. 지금보다 더 많은 무기를 확보하며 상대 수비와의 경합에서 이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맨유에서의 첫 시즌은 성공적이지만 그것에 만족할 수는 없습니다. 생리적인 관점에서는, 공격수는 어느 시점에서는 골 결정력이 떨어지는 고비가 꼭 있습니다.

그럼에도 에르난데스의 미래가 희망적인 이유는 앞으로 실전에서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얻을 예정입니다. 리그 득점 1위를 기록중인 베르바토프를 벤치로 밀어내고 주전으로 자리잡았던 것 자체가 현실적인 팀 내 입지를 말해줍니다. 풍부한 실전 경험을 쌓으면서 공격력 향상을 위한 노하우를 축적하는 기회가 많아지게 되죠. 맨유에서 두각을 떨친 것 자체만으로 더욱 진화할 것이 틀림 없습니다. 에르난데스의 완성형이 어떨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