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리그 빅4 전쟁이 치열할 조짐입니다. 시즌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순위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를 수 밖에 없죠.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획득을 위해서는 리그 4위 안에 진입하는 것이 상위권 팀들의 지상 과제 입니다. 특히 첼시와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의 대결은 빅4가 달려있는 빅 매치 입니다.
첼시와 맨시티는 21일 오전 1시(이하 한국시간)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펼쳐질 2010/1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0라운드에서 격돌합니다. 홈팀 첼시는 리그 4위(15승6무7패, 승점 51) 맨시티는 리그 3위(15승8무6패, 승점 53)를 기록중입니다. 5위 토트넘이 19일 웨스트햄과 0-0으로 비기면서 첼시를 승점 2점 차이로 추격했지만, 첼시와 맨시티가 분발하지 않으면 상위권 잔류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두 팀은 서로를 이겨야 하는 입장입니다.
[사진=첼시 원정을 예고하는 맨시티 공식 홈페이지 메인 (C) mcfc.co.uk]
1. 첼시, 맨시티전 3연패 복수할까?
첼시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맨유를 상대로 3연승을 달렸습니다. 하지만 맨유의 지역 라이벌 맨시티에게는 3연패를 당했습니다. 2009년 12월 5일 1-2, 지난해 2월 27일 2-4, 지난해 9월 25일 0-1 패배를 허용했죠. 특히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열렸던 지난해 2월 27일 2-4 패배는 벨레티-발라크 퇴장 및 수비 조직력 불안, 골 결정력 부족(27개 슈팅, 페널티킥 포함 2골)이 빚어낸 매끄럽지 못한 결과였습니다. 올 시즌 첫 패배도 맨시티에게 당했습니다. 상대팀보다 더 많은 공격을 시도했으나 맨시티의 견고한 압박 수비를 뚫지 못했고, 오히려 맨시티의 역습에 의해 테베스에게 결승골을 헌납하고 말았습니다.
그런 첼시가 맨시티를 상대로 복수에 성공하려면 상대팀의 역습을 경계해야 합니다. 맨시티는 배리-데 용으로 짜인 더블 볼란치의 강력한 압박을 바탕으로 공격 옵션들이 종패스를 통한 역습에 익숙합니다. 만치니 감독이 수비 안정에 주력하는 성향이기 때문이죠. 문제는 첼시의 공격 성향이 맨시티 역습에 흔들리기 쉬운 구조라는 점입니다. 선수들의 무게 중심이 전방쪽으로 쏠려있으며 빠른 템포의 공격 패턴 전개를 즐깁니다. 하지만 맨시티 수비에 차단당하면 역습을 내줄 수 밖에 없습니다. 첼시가 맨시티에게 3연패로 끌려 다녔던 이유입니다. 램퍼드-에시엔으로 짜인 중앙 미드필더들이 포백과 간격이 벌어지지 않으면서 커버링을 강화하는 수비 전술부터 필요합니다.
2. 맨시티, 후반전을 조심하라
맨시티도 불안 요소가 있습니다. 지난 18일 유로파리그 16강 2차전 디나모 키예프(우크라이나)전을 치렀기 때문이죠.(1-0 승리, 그러나 1~2차전 통합 스코어 1-2 패배로 탈락) 대회 8강 진출이 실패한 상황에서 첼시 원정에 임하는 부담이 작용하죠. 또한 첼시는 하루전에 코펜하겐(덴마크)과의 챔피언스리그 홈 경기를 치렀던 만큼, 체력에서는 맨시티가 열세입니다. 눈을 더 넓히면, 두 팀 모두 유럽 대항전을 병행하며 주축 선수들의 피로가 누적되었지만 하루 차이는 무시 못합니다. 특히 맨시티는 후반전 체력 저하를 조심해야 합니다. 만약 전반전 혹은 후반 초반에 포문을 열지 못하거나, 첼시가 스스로 자멸하지 않으면 승리를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맨시티가 프리미어리그에서 실점을 허용했던 최근 5경기 입니다. 총 9실점을 내줬으며 그 중에 6실점을 후반전에 범했습니다. 전반전에는 배리-데 용이 허리쪽에서 압박에 힘을 실어주면서 존 디펜스 유지에 철저하지만, 후반전에 공격쪽으로 승부수를 띄울 때는 후방의 수비 집중력 저하 및 동선 겹침으로 실점 위기에 직면했던 경향이 다분했습니다. 최근에는 콜로 투레가 약물 복용 문제로 출전 정지되면서 맨시티 수비의 퀄리티가 떨어졌죠. 첼시 특유의 파상 공세를 막는데 급급하면서 경기 분위기를 회복시키지 못하면 실점을 허용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만치니 감독은 하프타임 때 라커룸에서 선수들의 수비 강화를 주문할 필요가 있습니다. 맨시티의 고비는 후반전입니다.
3. 첼시, 윙어들의 골이 필요하다
첼시는 최근 4-4-2로 전환했습니다. 주축 선수들이 그동안 4-3-3에 단련되었기 때문에(무리뉴-히딩크 체제도 4-3-3이었던) 4-4-2에서 상대 배후 공간을 노리면서 골을 겨냥하는 콤비 플레이에 완전히 녹아들지는 못했습니다. 또한 램퍼드-에시엔은 4-3-3에 비해 중앙쪽에서 활동하는 공간이 많아지면서 수비적인 역할까지 커졌습니다. 그리고 윙어들의 골 생산이 구조적으로 어렵게 됐죠. 4-3-3에 비해 수비 가담이 늘었고, 측면 깊숙한 곳에서 활동하는 경향이 많아지면서 상대 박스쪽을 침투하는데 제약이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첼시의 골 생산은 중앙쪽으로 쏠리고 있습니다. 말루다의 득점력은 시즌 중반부터 무뎌졌고(최근 2경기 연속 선발 제외), 지르코프-하미레스 같은 윙어들은 애초 골이 적습니다.
그럼에도 첼시는 맨시티전에서 윙어들의 골이 필요합니다. 드록바-아넬카-토레스 같은 공격수들의 득점력 기복이 심합니다. 특히 토레스는 첼시 이적 후 무득점 침묵을 지켰습니다. 지난 7일 블랙풀전에서는 램퍼드가 페널티킥 포함해서 2골을 넣었지만, 맨시티전에서는 에시엔과 더불어 발로텔리(또는 콜라로프)-야야 투레-실바로 짜인 상대 2선 미드필더와 허리 싸움을 펼치는 부담감이 따릅니다. 자칫 공격쪽에서 움직임이 많아지면 상대 역습의 빌미를 제공합니다. 결국에는 지르코프(말루다)-하미레스가 맨시티 박스쪽을 침투하면서 골을 겨냥하는 과감한 공격력이 필요합니다. 투톱 공격수들이 상대 수비를 흔들어주면서 빈 공간을 확보하고, 측면 옵션들이 그 지점에서 골을 노리는 패턴이 요구됩니다.
4. 테베스, '첼시 킬러' 재입증할까?
맨시티 원톱 테베스는 최근 첼시전 5경기에서 6골을 작렬했던 '첼시 킬러' 입니다. 맨시티가 첼시를 상대로 3연승을 달렸던 경기들의 공통점은 테베스의 골이 터졌습니다. 지금까지는 '테베스 골=첼시전 승리'라는 공식이 적용되었죠. 비록 테베스가 최근 7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쳤지만(각종 대회 포함) 맨시티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줄 선수임에는 분명합니다. 그동안 첼시에 강한 면모를 보였기 때문에 득점력 회복을 위해 사활을 걸고 상대 골문을 파고들 것입니다. 또한 맨시티 4-2-3-1에서는 발로텔리를 제외한 2선 미드필더들이 골 기회를 만드는 패턴에 능합니다.(발로텔리는 프리롤) 맨시티 입장에서 테베스 골이 필요한 이유죠.
하지만 첼시는 테베스 봉쇄에 주력할 것입니다. 특히 안첼로티 감독이 루이스의 맨시티전 선발 출전을 예고한 것은 테베스에게 골을 내주지 않겠다는 심산입니다. 존 테리보다는 루이스가 테베스 방어에 적격인 인물입니다. 테베스처럼 순발력이 빠르고, 상대 선수와 맞부딪치는 움직임을 즐기며, 같은 남미 출신 선수들입니다.(테베스 : 아르헨티나, 루이스 : 브라질) 반면 존 테리는 지난 시즌부터 순발력 저하가 나타나면서 손을 쓰는 동작들이 늘어났습니다. 루이스도 대인마크 과정에서 위험한 동작을 연출하지만, 투쟁적인 콘셉트를 겸비했기 때문에 첼시 입장에서 테베스 봉쇄를 믿고 맡길 명분이 있습니다. 과연 테베스가 루이스 견제를 이겨내고 첼시 킬러임을 재입증할지 주목됩니다.
5. 첼시-맨시티의 고민, 토레스-제코 무득점
첼시와 맨시티는 지난 1월 이적시장에서 토레스-제코 영입에 각각 5000만 파운드(약 907억원) 2700만 파운드(약 490억원)의 거금을 쏟았습니다. 토레스-제코는 두 팀의 득점력을 높일 것으로 주목을 끌었지만 아직까지 프리미어리그에서 단 한 골도 넣지 못했습니다. 두 선수는 각각 4경기, 7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쳤습니다. 토레스는 상대 수비 뒷 공간을 노리는 움직임에 강했던 패턴이 읽혔고, 제코는 원톱으로 뛰기에는 활동 폭이 좁아지면서 자신의 이타적인 능력을 키우는데 제약이 따르는 문제점에 빠졌죠. 또한 토레스는 첼시 특유의 빠른 공격에 맞춰가는 중이며 제코는 만치니 감독이 활용 못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됩니다.
두 명의 공격수는 이번 경기에서 골이 필요합니다. 첼시와 맨시티의 빅4를 가늠하는 중요한 경기이기 때문에, 이 경기에서 골을 넣으면 그동안의 무득점 수렁에서 벗어나 시즌 막바지까지 분위기를 탈 수 있는 명분을 얻습니다. 물론 두 선수가 선발 출전 기회를 얻을지는 알 수 없지만 언젠가 먹튀 논란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상대 골망을 갈라야 합니다. 어쩌면 첼시와 맨시티의 맞대결은 1월 이적시장에서 영입했던 공격수들의 발끝에서 희비가 엇갈릴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