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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강팀 킬러' 박지성, 맨유 운명을 좌우한다

 

"박지성이 빠른 회복을 나타냈다. 우리는 그가 토요일(볼턴전, 한국시간으로 20일 오전 0시)에 복귀하기를 희망한다"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감독은 지난 14일(이하 현지시간) 맨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산소탱크' 박지성(30)이 그라운드에 돌아오기를 바라는 언급을 했습니다. 박지성은 지난해 12월 26일 선덜랜드전 이후 아시안컵 참가 및 햄스트링 부상으로 3개월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이번 주말 볼턴전 복귀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맨유 전력에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됩니다. 올 시즌 윙어들의 줄부상으로 신음했던 맨유에게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박지성이 볼턴전 출전 기회를 얻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3개월 동안 맨유 경기에 뛰지 못했기 때문에 동료 선수와의 호흡적인 측면에서 실전 감각이 떨어졌을지 모릅니다. 무릎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지난날을 떠올리면 무리한 출전은 금물입니다. 그럼에도 기존 맨유 선수들의 체력 저하가 누적되었음을 감안할 때 18인 엔트리에 포함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볼턴 에이스 이청용과의 코리안 더비 성사 여부를 주목해도 될 듯 합니다.

또한 박지성의 볼턴전 출전 가능성이 의미있는 이유는 강팀들과의 대결을 앞둔 맨유에게 플러스로 작용합니다. 박지성은 '강팀 킬러'이기 때문이죠. 그가 본래의 폼을 되찾을 경우, 우리는 강팀에 강한 산소탱크의 멋진 모습을 기대해도 될 듯 합니다.

[사진=박지성 (C) 맨유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manutd.com)]

박지성, 그의 발끝에 달려있는 맨유의 성적

맨유의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상대는 첼시로 결정됐습니다. 2007/08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이후에 맞붙는 별들의 전쟁 입니다. 챔피언스리그 8강이 1~2차전 형식으로 진행되는 것을 상기하면, 맨유는 올 시즌 첼시와 다섯 번 격돌하며(지난해 8월 커뮤니티 실드 포함) 앞으로 세 번의 경기를 더 치러야 합니다. 또한 맨유의 FA컵 4강 상대는 지역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 입니다. 2008/09시즌 FA컵 4강 에버턴전에서는 백업 멤버 위주로 라인업을 편성했지만(0-0, 승부차기 2-4 패), 이번 FA컵 4강은 맨시티와 싸우기 때문에 최정예 멤버 활용이 불가피 합니다. 맨유는 FA컵을 포기하는 결단을 내리기 어렵습니다.

프리미어리그도 다를 바 없습니다. 맨유는 지난 2개월 동안 리그 1위(17승9무3패, 승점 60) 자리를 지켰지만, 2위 아스널(17승6무5패, 승점 57)에게 승점 3점 차이로 쫓기고 있습니다. 문제는 아스널이 한 경기를 덜 치렀습니다. 만약 아스널이 그 경기에서 승리하면 맨유와 승점 동률이 됩니다. 또한 아스널이 FA컵-챔피언스리그 탈락으로 프리미어리그 우승 도전에 전념할 명분이 세워졌다는 점도 맨유가 경계해야 합니다. 최소 4월까지 FA컵-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는 맨유 입장에서는 선수들의 체력 저하가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오는 5월 1일과 7일에 예정된 아스널, 첼시와의 프리미어리그 경기가 우승의 분수령으로 작용합니다.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하면, 맨유는 박지성을 필요로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강팀 킬러'라는 것이 결정적 이유입니다. 첼시와의 챔피언스리그 8강, 맨시티와의 FA컵 4강 및 프리미어리그 중요 경기 등에 이르기까지 박지성의 존재감이 전제될 수 밖에 없죠. 박지성의 지금까지 로테이션 기용을 놓고 보면, 강팀 경기 또는 맨유가 까다롭게 여기는 원정에 모습을 내밀때가 잦았습니다. 물론 약팀과의 경기에서도 제 몫을 다했지만, 공수 양면에 걸친 부지런한 움직임과 공간 창출 같은 이타적인 움직임으로 동료 공격 옵션들을 도와주는 이타적인 플레이는 강팀과의 경기에서 진면목을 발휘했습니다. 또한 강팀을 상대로 골을 넣거나 상대 공격 옵션을 꽁꽁 묶었던 경험이 여럿 있었죠.

맨유의 측면에는 나니-발렌시아가 부상에서 복귀했습니다. 어떤 관점에서는 '나니-발렌시아에 긱스까지 있는데, 과연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을 활용할까?'라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니-발렌시아-긱스는 박지성과 더불어 로테이션 멤버입니다. 현실적으로 박지성이 시즌 끝까지 매 경기 풀타임 출전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것은 나머지 세 명의 윙어도 마찬가지 입니다. 나니-발렌시아-긱스의 존재감은 박지성에게 두 가지 이점을 안겨줍니다. 첫째는 체력 부담을 덜어주며 둘째는 강팀과의 경기에 전념하고 집중할 수 있는 플러스로 작용합니다. 박지성에게 경쟁 구도가 작용하는 것은 실전에서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고 경기력 향상에 힘을 기울이는 존재가 됩니다.

특히 맨유의 루니-에르난데스 투톱 완성은 박지성에게 반가운 일입니다. 박지성이 그동안 베르바토프와 호흡이 안맞았기 때문입니다. 산소탱크가 올 시즌 중반에 폼이 올라왔던 원인 중에 하나는 볼을 배급하는 타이밍이 빨라지면서 맨유의 공격 템포를 조절했습니다. 그런데 베르바토프가 굼뜬 움직임 때문에 그 패스를 받아내지 못하는 문제점이 벌어졌습니다. 오히려 에르난데스가 박지성의 패스를 잘 받아내면서 2차 공격을 전개하는 영민함을 발휘했죠. 루니-에르난데스-박지성은 서로의 호흡이 잘 맞는 사이로서, 상대 박스 배후 공간을 노리며 골을 노리는 콤비 플레이를 펼치는데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는 박지성의 지난해 11월 28일 블랙번전 골 장면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박스쪽을 쇄도하는 과정에서 루니와 2대1 패스를 주고 받으며 골을 터뜨렸던 활약상이었죠. 루니가 에르난데스를 보조하는 쉐도우로서 최상의 폼을 발휘하는 것은 박지성의 골 생산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과연 박지성이 맨유에서 3개월 동안 뛰지 못했던 공백을 이겨낼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이지만, 올 시즌 전반기에 보여줬던 과감한 공격력으로 시즌 6호골 고지에 올랐던 포스를 되찾으면 향후 잔여 경기 공격 포인트 부담을 이겨낼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박지성을 향해 맨유가 강팀과의 경기에서 원하는 플레이는 '과감함' 입니다.

맨유의 잔여 경기 중에서 가장 난감하게 받아들이는 매치업은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첼시 원정 입니다. 2002년 4월에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3-0으로 승리한 이후 첼시 원정에서 11경기 연속 무승(4무7패, 각종 대회 포함)에 빠졌고, 지난 2일에는 1-2로 역전패를 당했습니다.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노리는 맨유 입장에서는 1차전에서 최소한 '골 넣는 무승부'를 원할 것입니다. 아무리 무승부라도 원정 다득점이 중요하죠. 그런데 박지성은 2008년 9월 21일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첼시를 상대로 전반 15분에 골을 넣었던 짜릿한 경험이 있습니다. 루니가 지난 2일 골을 넣기 이전까지, 맨유 선수 중에서 가장 최근에 첼시 원정에서 골을 터뜨린 선수는 박지성 입니다. 

그 외에도 중요한 경기들이 여럿 있지만, 박지성이 맨유의 운명을 좌우할 '강팀 킬러'라는 점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강팀과의 경기에 적극 활용되었고 그 팀들을 상대로 좋은 활약을 펼쳤던 면모를 봐도 말입니다. 한 가지 변수는 경기력이 얼마만큼 회복되었느냐 입니다. 아무리 강팀 킬러라도 폼이 올라오지 않으면 실전에 중용받기가 어려워집니다. 하지만 박지성은 볼턴전이 끝나면 2주 동안 휴식을 취합니다. 대표팀에서 은퇴했기 때문에 A매치 주간에 대한 부담을 덜었죠. 박지성 복귀는 맨유의 우승 확률이 높아졌음을 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