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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A매치 몬테네그로전 취소, 조광래호 득과 실

 

오는 29일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서 예정되었던 한국 축구 대표팀의 A매치 몬테네그로전이 취소 됐습니다. 몬테네그로는 그보다 앞선 25일 일본 시즈오카 스타디움에서 일본 축구 대표팀과 A매치를 치를 계획이었으나, 최근 일본 대지진으로 안전 문제를 우려하면서 한국-일본을 방문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래서 조광래호는 A매치 추가 편성이 없을 경우 25일 온두라스전 하나만을 소화합니다. A매치를 새롭게 포함하기에는 시간 부족으로 사실상 온두라스전에 만족해야 합니다. 올해 초 아시안컵 이후 3월 A매치 2경기가 편성된 상황인 만큼 조광래호 전력 운용에 적잖은 영향이 따를 것입니다. 조광래호의 득과 실을 살펴 봤습니다.

유럽파 혹사 부담 덜었다. 하지만 세대교체가 문제다

몬테네그로전이 취소된 것은 조광래호에 반갑지 않은 일입니다. A매치는 기회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경기 취소 자체가 좋은 현상이 아닙니다. 하지만 유일한 소득은 있었습니다. 유럽파들의 혹사 부담을 덜었기 때문입니다. 우선, 유럽 리그는 3월이 되면 선수들의 체력 부담이 누적 된 상태에서 치열한 순위 싸움에 직면합니다. 선수들의 피로가 심할 수 밖에 없죠. 그래서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은 3월 A매치를 반대하는 의견을 보냈던 전례가 있었습니다. 특히 한국의 유럽파들은 유럽과 국내를 번갈아가는 이동적인 부담이 있습니다. 대표팀에서 은퇴했던 박지성의 경우에는 잦은 이동 때문에 무릎 보호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지난 15일 발표된 대표팀 명단에는 27명이 포함 됐습니다. 그 중에 3명(박주영-이청용-기성용)이 유럽파 입니다. 박주영은 모나코가 강등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러가지 역할을 소화하는 고군분투를 펼치고 있으며, 이청용 혹사 사례는 이미 많은 축구팬들에게 알려졌습니다. 기성용은 아시안컵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했고 그 이후에는 한동안 셀틱에서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최근에는 본래의 폼을 되찾았지만 3월 A매치를 소화하고 다시 셀틱에 합류하면 시즌 막바지까지 최상의 활약을 펼칠 수 있을지 염려됩니다. 경기력에 기복이 나타나는 것은 결코 이로운 현상이 아닙니다.

이청용은 두말 할 필요 없고, 박주영-기성용은 한때 혹사 논란에 불거졌던 선수들입니다. 박주영은 2000년대 중반 및 후반에 각급 대표팀 일정을 소화하면서 파워 및 활동 폭이 떨어지는 문제점에 직면하면서 폼이 떨어졌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난해 11월에는 광저우 아시안게임의 빠듯한 일정을 소화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모나코 경기를 강행했던 것이 무릎 부상의 빌미가 됐습니다. 일각에서는 골 세리머니를 지적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부상 때문에 아시안컵에 불참했습니다. 기성용도 2000년대 후반에 각급 대표팀 및 당시 소속팀 서울의 AFC 챔피언스리그 일정까지 병행하는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지난해 초 셀틱에서 여러차례 벤치를 지켰지만 오히려 혹사에서 벗어났죠.

만약 박주영-이청용-기성용이 온두라스전에 이어 몬테네그로전까지 병행했다면 그 이후 소속팀에서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다분했습니다. 극단적으로 부정하게 받아들이면, 최근 프리미어리그에서 4경기 연속 선발제외된 이청용의 경우에는 또 다시 국내에서 '위기론'이 벌어졌을지 모를 일입니다. 이청용보다는 요한 엘만더의 컨디션이 좋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세 선수는 몬테네그로전이 취소되면서 4월 일정에 대한 부담감을 덜었습니다. 온두라스전이 끝나면 주말을 맞이하기 때문에 그동안 누적된 피로를 말끔히 풀 수 있고, 그 다음주에는 소속팀 경기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집니다.

또 다른 혹사 논란의 주인공인 K리그 전남의 지동원도 마찬가지 입니다. 지동원은 무릎 부상으로 소속팀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으나 대표팀 명단에 합류했습니다. 전남에서 복귀를 기다리고 있지만 지난해 및 올해 초 각급 대표팀에서 뛰면서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고 그동안 부상 위험성이 잠재적으로 높았습니다. 그런 지동원은 몬테네그로전 취소로 대표팀 일정에 대한 부담을 덜었습니다. 아직 소속팀 일정을 소화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온두라스전 풀타임 출전은 힘들것으로 여겨집니다. 조광래호가 박주영-박기동-김신욱 같은 원톱 자원들을 활용할 필요성이 있죠.

하지만 조광래호는 몬테네그로전 취소로 온두라스전 선수 활용에 대한 부담이 커졌습니다. 27명 중에서 11명이 주전으로 뛸 수 있고, 최대 6명은 교체로 출전해야 합니다.(경우에 따라 1~5명이 교체 될 수 있음) 그렇다면 최소 10명의 선수들은 경기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고 소속팀에 복귀합니다. 몬테네그로전을 병행하기 위해 명단을 27명으로 늘렸기 때문에 선수 가용 폭이 줄어드는 손해를 감수해야 합니다. 27명이 온두라스전 한 경기만을 위해 파주 대표팀 트레이닝 센터에 입소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미 대표팀 선수들을 뽑았기 때문에 '발탁 취소'를 검토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선수들의 사기 진작을 고려하면 발탁 취소를 내리는 것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런 전례는 대표팀에서 흔치 않았습니다.

특히 조광래 감독의 세대교체가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몬테네그로전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다면 27명의 선수들을 A매치 두 경기에 골고루 활용했을지 모를 일이지만, 이제는 대표팀에 가용할 수 있는 선수들이 한정적입니다. 현실적으로 대표팀에 꾸준히 기용되었던 선수들을 위주로 온두라스전 선발 라인업이 꾸려질 공산이 크기 때문입니다. 대표팀에 새롭게 발탁된 박기동-하강진-김성환-조찬호-김태환이 출전 기회를 얻을지 알 수 없습니다. 특히 박기동-김성환-김태환은 각각 지동원-이용래-차두리 또는 이청용 경쟁자가 될 수 있었던 인물들입니다. 온두라스전 상황에 따라 선발 및 교체 출전 기회를 잡을 수 있겠지만 1분도 뛰지 못한 상태에서 소속팀에 돌아갈 확률이 커졌죠.

조광래 감독은 온두라스전 승리가 필요합니다. 물론 평가전이지만 다음 A매치를 순조롭게 대비하는 차원에서는 승리가 요구될 수 밖에 없죠. 온두라스 전력이 강하지 않은 것, 국내에서 치러지는 평가전임을 감안할 필요도 있습니다. 그래서 온두라스전에서는 기존 대표팀 선수들의 출전 확률이 높겠지만 조광래 감독 입장에서는 세대교체를 위한 미련을 접지 않을 것입니다. 조광래 감독은 선수 기용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고민해야 할 시간이 많아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