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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김정우 포지션 전환, 김성환 때문 아닐까?

 

조광래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은 오는 3월 25일 온두라스, 29일 몬테네그로와 평가전을 치를 27명의 선수들을 발표했습니다. 올 시즌 K리그 2경기에서 3골을 터뜨린 김정우가 공격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며, 박기동-하강진-김성환-조찬호-김태환이 대표팀에 첫 발탁 됐습니다. 부상에서 회복되지 않은 지동원은 명단에 포함되었지만 구자철은 소속팀 볼프스부르크가 소집 공문을 보내지 않으면서 대표팀에 차출되지 않았습니다. 최근 K리그에서 주먹감자 세리머니로 물의를 일으켰던 홍정호는 제외됐습니다.

특히 김정우는 온두라스-몬테네그로전에서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조광래 감독은 15일 대표팀 발탁 기자회견에서 "전방 공격수는 힘들지만 구자철 포지션은 충분히 소화할 것"이라면서 구자철이 아시안컵에서 맡았던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김정우가 대체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정우는 과거 베어벡호 및 성남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대표팀의 새로운 화두는 김정우의 악착같은 수비력과 중원 장악을 대신할 수 있는 선수를 필요로 하게 됐습니다. 그 적임자는 김성환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정우 살림꾼 모드, 김성환이 대신할까?

김정우는 아시안컵 및 2월 A매치 터키전에서 무릎 부상으로 참가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기성용-이용래가 4-2-3-1의 더블 볼란치 형태로 한국의 중원을 맡았습니다. 기성용은 이전보다 적극적인 몸싸움 및 태클로 상대 공격을 저지하는 터프한 면모를 과시했으며 이용래는 부지런한 움직임으로 중원을 쉴새없이 누볐습니다. 하지만 두 선수는 일본-터키와의 허리 싸움에서 밀렸습니다. 견고한 압박을 펼치는 상대 미드필더와 경합하면 공격적인 움직임이 떨어지거나 배후 공간을 허용하면서 역습을 허용당하는 취약함이 있었습니다. 두 선수 모두 홀딩맨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성용이 앵커맨이라면 이용래는 박스 투 박스 성향의 수비형 미드필더입니다.

특히 중원 옵션은 팀 공격의 템포를 조절하고 경기를 컨트롤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전임 사령탑이었던 허정무 감독이 기성용을 중원에서 공격적인 패턴을 적극 주문한 것과 같은 맥락이죠. 조광래호에서는 윤빛가람이 지난해 8월 나이지리아전에서 아기자기한 공격력을 펼치며 호평을 받았지만 그 이후부터 페이스가 떨어졌고, 결국 기성용이 중원에서 꾸준히 중용되고 있죠. 기성용은 근래 수비력이 좋아졌지만 너무 많은 역할을 맡기기에는 부담스럽습니다. 허정무호에서는 김정우가 수비쪽에서 기성용의 후방 부담을 덜어내면서 시너지를 냈던 장점을 조광래호가 흡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용래보다는 김정우가 기성용 파트너로서 적격 이었으며, 그런 김정우의 대표팀 복귀는 예견 된 결과 였습니다.

그런데 김정우는 최근 소속팀 상주에서 공격수로 전환했습니다. 상주의 최전방 전력이 취약한 환경에 의해 포지션 전환을 받아들이며 기존의 수비적인 역할에서 벗어났죠. 지난 5일 인천전 2골, 13일 부산전 1골을 기록하며 골 감각까지 올라왔으며 조광래호의 득점력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구자철이 대표팀 엔트리에서 제외되었고, 지동원이 부상으로 A매치 2경기를 모두 뛸 수 없는 현 상황에서는 '박주영 원톱-김정우 공격형 미드필더' 체제가 유력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박주영이 박지성의 대표팀 은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왼쪽 윙어로 뛸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특히 조광래 감독이 김정우 포지션 전환을 주저하지 않은 것은, 김정우의 살림꾼 모드를 대체할 김성환이 있기 때문입니다.

김성환은 2009년 성남에 입단했던 오른쪽 풀백 출신 입니다. 입단 동기였던 고재성과 오른쪽 풀백 주전 경쟁을 펼치면서 기량이 부쩍 성장했고, 김정우가 2009년 11월 30일 상무에 입대한 이후에는 성남의 중원 옵션이 얇아지면서 지난해 수비형 미드필더로 여러차례 모습을 내밀었습니다. AFC 챔피언스리그 4강 알 샤밥(사우디) 결승 조 바한(이란)전에서는 홀딩맨으로 맡아 상대 플레이메이커의 발을 묶는 수비력을 과시하며 성남의 우승을 공헌했습니다. 상대 선수에게 지지않으려는 승부근성과 거친 몸싸움, 세밀한 태클, 쉴새없이 움직이는 움직임 및 지구력은 오른쪽 풀백 및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자리를 굳힐 수 있었던 연결고리가 됐습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김성환의 경기력이 투박합니다. 상대 수비와 적극적으로 맞서면서 볼을 따내는 투쟁적인 기질이 강하죠. 하지만 김성환의 공격력은 성남의 카운트 어택이 성공할 수 있었던 근간 이었습니다. 전방쪽으로 빠르게 연결되는 종패스 및 빌드업 전개에 능숙한 이점이 있죠. 또한 프리미어리그 스토크 시티의 델람처럼 롱 드로인으로 골 기회를 창출하는 장점까지 갖췄습니다. 아직 대표팀 경험이 없기 때문에 조광래호가 추구하는 패스 축구에 적응할지는 미지수지만, 성남에서 실속 넘치는 활약을 펼친 것이 플러스 입니다. 유럽 축구와 비견하면, 김성환의 콘셉트는 부스케츠-마스체라노와 비슷하다는 느낌입니다.

김성환이 3월 A매치 2경기에 뛸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대표팀 엔트리에서 더블 볼란치에 포함될 자원은 자신을 포함해서 4명(이용래-기성용-김성환-윤밫가람) 입니다. 윤빛가람의 경우에는 공격형 미드필더가 주 포지션이지만 경기 상황에 따라 수비형 미드필더로 내려갈 수 있죠. 그래서 김성환은 이용래-기성용의 경쟁자라고 보는 것이 맡습니다. 기성용-이용래는 아시안컵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한 상태에서 지난달 터키전에 임했고, 최근 소속팀에서 꾸준히 경기에 모습을 내밀었기 때문에 이번 A매치에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특히 이용래는 최근 수원에서 기대만큼의 폼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오장은과의 부조화) 두 선수가 더블 볼란치로서 두 경기를 풀타임 뛰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김성환이 출전할 틈이 열려 있습니다.

조광래 감독은 새로운 선수들의 발굴을 선호하는 지도자입니다. 나이지리아전 윤빛가람을 시작으로 아시안컵에서 구자철-지동원-홍정호-이용래-손흥민, 터키전 남태희를 통해 세대교체에 불을 지폈습니다. 스쿼드의 주전 경쟁이 가열되면서 양질의 경기력을 자랑하는 선수들이 대표팀에 잔류했거나 새롭게 합류했습니다. 김성환의 경우에는 기성용-이용래를 자극할 수 있는 옵션이며, 조광래호가 앞으로 기성용 공격력 강화에 중점을 두면 '이용래vs김성환' 경쟁 구도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조광래 감독이 김정우를 공격수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은 김성환을 대표팀에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성남 입장에서도 김성환 대표팀 발탁을 반갑게 여길지 모릅니다. 김성환이 대표팀 경험을 쌓고 소속팀에 복귀하면 팀 전력이 굳건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죠. 성남 중원은 전광진-김철호와 작별하면서 김성환 역량에 의지할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올 시즌에는 심재명-박진포 같은 신인들이 주전으로 가세했고 선수들 대부분이 경험 부족을 안고 있다는 점에서, 프로 3년차 김성환이 중원에서 무게 중심을 잡아줘야 합니다. 그래서 김성환은 조광래호에서 맹활약을 펼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대표팀에 새로운 스타가 탄생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