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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아스널, EPL 우승은 올 시즌 마지막 희망

 

아르센 벵거 감독이 이끄는 아스널이 마지막으로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했던 때는 2003/04시즌 입니다. 그리고 2004/05시즌 FA컵 우승을 끝으로 지금까지 대회 정상에 올라서지 못했습니다. 만약 올 시즌에도 우승에 실패하면 6시즌 연속 무관이 확정됩니다. 이미 칼링컵-FA컵-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탈락했으며 이제 남은 희망은 프리미어리그 뿐입니다. 그마저도 기회를 날리면 잉글랜드 명문 클럽 답지 않게 '우승 못하는 팀'이라는 이미지가 각인 될지 모릅니다.

현실적으로 아스널의 리그 우승을 가늠할 수 없습니다. 2007/08시즌, 2009/10시즌에는 후반기에 접어들면 갑작스럽게 미끄러진 경우가 있었죠. 최근에는 각종 대회를 포함한 5경기에서 1승1무3패로 부진했으며, 1승 상대는 3부리그 소속의 레이튼 오리엔트(지난 2일 FA컵 16강 재경기 5-0 승)였습니다. 지금의 행보를 놓고 보면 리그 우승을 섣불리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최근 1~2개월 동안 선두 자리를 유지했던 것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럼에도 아스널의 리그 우승 도전은 올 시즌 마지막 희망입니다.

[사진=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 그가 선수들에게 어떤 동기부여를 제공하며 팀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이끌지 주목됩니다. (C) 아스널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arsenal.com)]

리그 10경기 남은 아스널, '동기 부여'를 가져라

아스널의 프리미어리그 우승 시나리오가 마냥 긍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고질적인 '승점 관리 부족'이 문제입니다. 박싱데이 기간이었던 지난해 12월 27일 첼시전 3-1 승리를 거두었지만 이틀 뒤 위건 원정에서는 2-2로 비겼습니다. 지난달 23일 스토크 시티전에서는 1-0으로 승리했으나 그 다음 리그 경기였던 지난 5일 선덜랜드전에서는 0-0 무승부에 만족했죠. 그리고 올 시즌 맨유-첼시-토트넘에게 패하면서 웨스트 브로미치-뉴캐슬 같은 승격 팀들에게 덜미를 잡혔습니다. 총 5패를 당했죠. 약팀과의 경기에서 꾸준히 승점 3점을 보장받지 못한 것은, 승점 관리가 철저하지 못했음을 뜻합니다.

정작 아스널의 현 상황은 매우 안좋습니다. 지난 2주 동안 버밍엄에게 칼링컵 결승전에서 1-2로 패했고, 선덜랜드와의 홈 경기에서 0-0으로 비겼고, FC 바르셀로나 원정에서 수비 축구를 펼쳤으나 1-3 패배를 비롯(1골은 부스케츠 자책골) 단 1개의 슈팅도 날리지 못했습니다. 지금까지 '아름다운 축구'를 콘셉트로 공격 지향적인 경기를 펼쳤던 것과 어긋난 경기력이었고 결과도 좋지 않았습니다. 그 여파는 FA컵 8강 맨유 원정까지 이어지면서 무기력한 기운을 떨치지 못한 끝에 0-2로 패했습니다. 최근 9경기 연속 3~4일 간격으로 일정을 소화했던 만큼, 체력이 떨어질 때로 떨어졌고 부상 선수까지 속출했습니다.

아스널의 또 다른 문제는 파브레가스 부상 공백을 메울 적임자가 없습니다. 파브레가스는 버밍엄전을 앞두고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고, 지난 맨유 원정에서는 같은 부위를 또 다쳤습니다. 아스널은 그동안 파브레가스 존재 및 활약 여부에 의해 공격력이 엇갈렷던 특징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백업 역할을 할 적임자가 마땅치 않죠. 나스리는 좁은 공간에서의 세밀한 패싱력 및 볼 컨트롤이 떨어지며, 로시츠키는 90분을 뛸 수 있는 체력이 아니며, 디아비는 많이 뛰는 것에 비해 실수가 잦은 허둥대는 경기 운영이 문제입니다. 지난 맨유 원정에서는 윌셔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지만 그동안 많이 뛰었던 과부하에 발목 잡혀 활동량이 둔화되는 문제점을 나타냈습니다.

그럼에도 아스널에게 우승 희망 요소는 있습니다. 아스널은 맨유(17승9무3패, 승점 60)에 이어 리그 2위(17승6무5패, 승점 57)를 기록중입니다. 승점 3점 차이로 밀렸지만 맨유보다 한 경기를 덜 치렀기 때문에 언제든지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칼링컵-FA컵-챔피언스리그에서 탈락했지만, 역설적 관점에서는 더 이상 무리한 일정에 시달리지 않으며 남은 리그 10경기에 올인할 수 있는 명분을 얻었습니다. 지난 시즌의 첼시가 리그 우승에 탄력을 얻었던 것도, 주축 선수들이 챔피언스리그 16강 탈락 이후 체력을 회복하면서 경기력 향상에 자신감을 찾았던 것이 결정적 요인입니다. 아스널도 그 전례를 되풀이 할 수 있습니다. 일정상으로는 우승에 충분히 도전할 수 있습니다.

그런 아스널의 앞으로 남은 리그 10경기를 살펴보면, 상대팀 10팀 중에 3팀(맨유-리버풀-토트넘)이 빅6 범주에 포함되는 팀들입니다. 그 중에 리버풀-맨유전은 홈 경기이며, 토트넘 원정은 지역 라이벌 관계이기 때문에 이동에 따른 부담감이 없습니다. 올 시즌 빅6와의 전적에서 7전 2승2무3패로 부진했지만, 리그 외에 다른 대회를 치르지 않는 현 시점에서는 강팀을 비롯 한 경기씩 집중할 수 있는 긍정적 흐름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12월 27일 첼시전 3-1 승리는 최근 '블루스(첼시 애칭)'에게 약했던 전적을 극복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벵거 감독 및 선수들이 일심동체가 되어 집중하면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둘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아스널은 선수들을 하나로 똘똘 뭉칠 수 있는 마땅한 리더가 없는 아킬레스건이 있습니다. 젊은 선수들이 즐비했던 풍토가 정착되면서 팀 구성원의 개성이 뚜렷해졌고, 그 흐름에 균형을 잡아 줄 리더십이 출중한 선수가 없었던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주장 파브레가스의 부상은 외부에서 리더십 문제가 도마위에 오르기 쉬운 결정타로 작용하죠. 하지만 역의 관점에서는, 아스널 선수들이  무거운 팀 분위기를 추스리기 위해 서로간의 소통을 늘리며 리더십 문제를 극복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통솔력에 일가견이 있는 마땅한 리더가 없었을 뿐, 오로지 자기만을 생각하는 개인 중심의 컬러를 지닌 팀은 아닙니다. 선수들이 스스로 자각해야 할 문제입니다.

결국, 아스널의 리그 우승은 '동기부여'에 달렸습니다. 그렇다고 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스널 선수들이 다른 빅 클럽보다 주급이 적은 것은 익히 잘 알려졌으며 그 흐름이 시즌 종료까지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벵거 감독이 리그 우승을 어떻게 인식하느냐, 우승을 위해 어떤 작업을 병행하며 선수들의 승리욕을 고취시킬까, 우승하면 무엇을 얻느냐는 고민을 하고 실행에 옮겨야 합니다. 물론 벵거 감독 입장에서는 근래 우승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대회 정상에 오르겠다는 마음이 충만할지 모릅니다. 관건은 선수들을 얼마만큼 단합시키느냐 입니다. 아스널 선수들에게 우승이 얼마만큼 중요하며, 본인들의 커리어를 밝게 비출 존재임을 부각시켜야 합니다.

외부적인 관점에서는 최근 성적이 저조한 팀을 우승으로 예상하기에는 위험한 감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스널은 앞으로 남은 두 달 동안 리그 10경기에 집중하면 됩니다. 프리미어리그가 올 시즌 예측불허의 판도였다는 점에서 아스널의 앞날 성적이 어떨지는 알 수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는 아스널이 과연 강팀 클래스가 묻어나오는 저력이 있는 팀인지를 검증할 수 있습니다. 강팀은 우승이라는 기회를 놓치지 않는 면모가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