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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지성-발렌시아-나니, 맨유 우승의 열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지난 13일 FA컵 8강에서 아스널을 2-0으로 제압하면서 첼시-리버풀전 패배의 분위기를 날렸습니다. '브라질 쌍둥이 형제' 파비우-하파엘이 좌우 윙어로 포진하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변칙 전술이 아스널전 승리의 원동력이 되면서 맨유에게 내제되었던 무기력함을 극복할 수 있었죠. 후반전에는 안토니오 발렌시아가 교체 투입하면서 6개월 만에 그라운드를 밟았습니다. 또한 박지성, 루이스 나니가 팀 훈련에 참여하면서 복귀가 임박했습니다.

박지성-발렌시아-나니 복귀는 맨유 측면이 팀 전력의 약점에서 강점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습니다. 발렌시아가 지난해 9월 15일 레인저스전에서 발목 부상을 당했던 이후, 6개월 동안 세 명의 선수를 로테이션 시스템에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라이언 긱스가 체력 저하 및 두 번의 햄스트링 부상으로 팀에 꾸준히 공헌 못한 것까지 포함하면, 퍼거슨 감독의 측면 운용은 늘 고민거리였죠. 한때 '베베르탕(베베+오베르탕)'이 투입했고, 루니-플래쳐가 측면을 담당했고, 지난 아스널전에서 브라질 쌍둥이 형제가 윙어로 전환했던 때가 있었지만, 박지성-발렌시아-나니 복귀의 무게감은 '상상 이상의 결말'을 기대하게 됩니다.

[사진=박지성-안토니오 발렌시아-루이스 나니 (C) 맨유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manutd.com)]

타이밍이 절묘한 박지성-발렌시아-나니 복귀

우선, 맨유는 앞으로 치를 모든 경기가 중요합니다. 한 경기 희비에 따라 우승을 판가름할 수 있죠. 가깝게는 오는 16일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마르세유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지난 1차전 원정에서 0-0으로 비겼기 때문에 2차전에서는 상대팀을 무조건 이겨야 합니다. 골과 실점을 번갈아가면서 무승부에 그치면 원정 다득점에 의해 16강에서 탈락함을 명심해야 합니다. 프리미어리그는 2위 아스널과 승점 3점 차이로 앞섰지만, 북런던 팀보다 한 경기를 더 치렀기 때문에 선두 수성을 안심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FA컵 4강 상대는 지역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 입니다. 상대팀 이름 만으로 FA컵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만약 박지성-발렌시아-나니의 복귀 시점이 늦어졌다면 경기력이 나빠질 가능성이 농후했습니다. 맨유와 상대하는 팀들이 측면 약점을 파고들거나, 또는 루니-베르바토프-에르난데스 같은 공격수들을 봉쇄하는데 초점을 맞출 수 있습니다. 아스널전에서 파비우-하파엘 윙어 전환이 성공했지만, 다른 관점에서는 루니-에르난데스 투톱과의 세밀한 연계 플레이가 이루어지지 못했던(전반 28분 파비우 선제골 과정 논외)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또한 두 선수는 향후 풀백으로 육성되어야 할 유망주들이죠. 그렇다고 긱스-오베르탕-베베를 거의 매 경기마다 믿을수는 없는 일입니다. 박지성-발렌시아-나니의 복귀 타이밍이 절묘했습니다.

특히 박지성은 재계약을 위해서 열심히 뛰어야 하는 숙명에 있습니다. 계약 기간은 내년 6월까지 였지만, 맨유는 계약 기간이 1년 남으면 재계약 성사를 결정합니다. 박지성이 맨유 롱런을 보장받을 수 있는 시기는 올 시즌 후반기 입니다. 지난해 11~12월 맨유의 선수로 뽑힐 만큼 올 시즌 무르익은 공격력을 과시했던 경험이 있지만, 지난해 12월 26일 선덜랜드전 이후 80여일 동안 아시안컵 출전 및 햄스트링 부상으로 맨유 전력에 참여하지 못했던 리스크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팀을 위해서 6시즌 동안 헌신했던 내공은 맨유의 성적 향상에 적잖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올 시즌 초반 부진을 끝내 극복했던 저력이라면 앞날 행보를 크게 걱정할 이유는 없을 듯 합니다.

박지성은 그동안 충분히 휴식을 취했습니다. 햄스트링 부상 여파로 4주 회복 기간을 모두 채웠으며 그 사이에 무리하게 투입 되지 않았습니다. 아시안컵 피로 여파에서 벗어났을 것입니다. 이미 대표팀에서 은퇴하면서 3월 말 A매치 데이를 치르지 않는 것도 플러스입니다. 긱스가 1주일에 두 경기를 뛸 수 있는 체력이 아님을 감안하면, 박지성이 많은 출전 시간을 확보하는 명분이 세워집니다. 실전 감각 및 자신의 장점을 되찾으며 경기력 향상에 매진할 수 있는 기회는 분명히 있습니다. 또한 '강팀 킬러'로서 큰 경기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는 점은 맨유의 우승을 결정짓는 시즌 후반에 필요한 존재임을 부각시킵니다. 관건은 박지성의 폼이 얼마만큼 올라왔느냐 입니다.

그리고 발렌시아-나니는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복귀를 했습니다. 발렌시아는 발목 부상 당시 '시즌 아웃'이 유력한 분위기였고, 나니도 지난 6일 리버풀전에서 캐러거 태클에 의해 정강이 부상을 당하면서 시즌 아웃설로 주목을 끌었습니다. 하지만 발렌시아-나니의 회복이 빨라지면서 맨유의 측면 운용이 탄력을 붙게 됐습니다. 특히 발렌시아-나니는 맨유 득점력에 적잖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발렌시아는 지난 시즌 49경기 7골 11도움을 기록했으며 올 시즌 첼시와의 커뮤니티 실드에서도 1골을 터뜨렸습니다. 나니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25경기 9골 15도움으로 리그 전체 도움 1위를 올렸습니다. 맨유 공격의 파괴력이 커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발렌시아-나니의 존재감은 단순한 공격 포인트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루니-베르바토프-에르난데스의 득점력 및 맨유의 연계 플레이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특히 발렌시아는 루니와 호흡이 잘 맞는 만큼, 부활에 성공한 루니의 폼이 꾸준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합니다. 최근 7경기 연속 무득점 부진에 빠진 베르바토프 입장에서도 슬럼프 탈출을 위해 발렌시아 존재감을 반가워 할 수 있죠. 나니는 올 시즌 공격력의 창끝이 날카로워지면서 상대 수비수들에게 부담스러운 존재로 각인 됐습니다. 그런 나니에게 수비 뒷 공간을 내주는 것 자체가 상대팀에게 원치 않는 시나리오죠. 나니가 루니와 더불어 예측 불가능한 공격 플레이를 펼치며 맨유의 화력을 키웠기 때문입니다.

다른 관점에서는, 발렌시아-나니의 복귀가 이른감이 있습니다. 맨유가 마땅히 측면에 기용할 자원이 부족하고 매 경기가 살얼음판이기 때문에, 발렌시아-나니 복귀가 앞당겼을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퍼거슨 감독 입장에서는 박지성-긱스가 포함되는 로테이션 시스템에 의해 발렌시아-나니의 체력을 안배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죠. 발렌시아-나니가 무리하게 기용되지 않을 것 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두 선수는 부상에서 복귀한지 얼마되지 않은 선수들입니다. 서로 부상 과정이 아찔했던 만큼, 두 선수가 심리적으로 받은 충격이 아직까지 머릿속에 남아있을지 모릅니다. 특히 발렌시아는 장기간 뛰지 못했기 때문에 퍼스트 터치 및 전술적인 움직임이 불안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개인적인 예상이지만, 발렌시아와 나니는 오른쪽 윙어 경쟁 관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박지성의 복귀 이후 폼이 나쁘지 않다는 전제에서 말입니다. 맨유의 올 시즌 득점 주요 패턴 중에 하나가 나니의 오른쪽 얼리 크로스 였습니다. 나니는 볼 배급 과정에서 왼발보다는 오른발로 띄울 때, 볼끝이 세밀하고 궤적이 정확한 이점이 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오른쪽에서의 플레이가 많았기 때문에 왼쪽이 다소 어색할 수 있습니다. 발렌시아의 기량 회복을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에서는 나니가 오른쪽에서 믿고 기용할 수 있는 자원입니다. 왼쪽에서 박지성-긱스가 주로 모습을 내밀었던 것도 눈여겨 볼 부분이죠.

어쨌든, 박지성-발렌시아-나니의 복귀는 맨유 우승의 열쇠로 작용합니다. 또한 맨유가  측면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전술적 이득과 직결되죠. 세 선수가 본래의 폼을 되찾는데 개인차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맨유의 주축 선수들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자기 몫을 톡톡히 해낼 수 있는 역량이 있습니다. 그동안 자신을 믿어줬던 퍼거슨 감독의 믿음에 부응하기 위해 열심히 뛰겠다는 의욕도 충만하겠죠. 우승을 향한 맨유의 발걸음이 가벼워질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