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세계 축구는 리오넬 메시(24, FC 바르셀로나. 이하 바르사)의 시대 입니다. 2008/09시즌 바르사의 유로피언 트레블을 이끌면서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선수'로 거듭났으며 지금도 그 지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올 시즌 38경기에서는 42골 17도움의 경이적인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으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득점 1위(8경기 8골)를 기록중입니다. 2008/09, 2009/10시즌에 이어 세 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득점왕을 거머쥐을지 주목됩니다.
메시의 거침없는 질주는 앞으로 계속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동안 많은 경기에 출전했던 피로 및 잠재적 부상을 이겨내고 꾸준히 공격 포인트를 뽑아내고 있습니다. 올 시즌에는 바르사 스리톱의 중앙 공격수로 전환하면서 기존보다 더 많은 골을 생산할 명분을 얻었죠. 상대 수비의 집중 견제 타이밍보다 더 빠른 드리블 돌파 및 지능적인 경기 운영, 공격 과정에서의 완벽한 몸 동작, 20대 중반을 맞이하면서 수많은 경기 경험을 축적하며 실전에서 능수능란한 공격력을 내뿜을 노하우를 익혔습니다. 그리고 비야-이니에스타-사비 같은 또 다른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으며 세계 최고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바르사의 일원입니다.
[사진=리오넬 메시vs가레스 베일 (C) 유럽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uefa.com)]
또한 메시의 독주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이하 레알)가 여전히 2인자를 떨치지 못하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합니다. 물론 호날두도 레알에서 많은 골을 넣었지만, 지금까지 바르사전에서 골을 넣거나 레알 이적 이후 메시와의 맞대결에서 우위를 점했던 경험이 없었습니다. 메시를 뛰어넘으려면 라이벌보다 더욱 강렬한 포스가 필요하지만 아직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바르사 10번을 최고라고 치켜 세우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메수트 외질(레알)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 베슬러이 스네이더르(인터 밀란) 등을 호날두와 더불어 메시의 시대를 종식시킬 존재로 볼 수 있지만, 지금보다 화려하고 꾸준한 업적 부터 전제되어야 합니다.
과연 누가 메시를 No.1에서 밀어낼지는 알 수 없습니다. 메시의 아성이 대단한 것은 분명하지만, 앞날의 세계 축구가 신선한 이슈의 등장으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주목을 끌기 위해서는 메시를 위협할 새로운 대항마의 출현이 불가피합니다. 호날두 한 명 만으로는 역부족이죠. 가레스 베일(22, 토트넘)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향후 유럽 축구계를 평정할 수 있는 잠재적 공격력을 자랑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시즌 토트넘의 프리미어리그 4위 진입을 이끌었고 올 시즌에도 파괴적인 공격 역량을 과시하며 자신의 진가를 높였습니다. 적어도 왼쪽 윙어로서는 호날두-리베리(바이에른 뮌헨)와 견줄만한 수준에 도달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렇다고 베일의 실력이 메시와 동등하거나 필적할 수준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현 시점에서 베일과 메시의 내공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커리어부터 차이가 두드러지기 때문이죠. 하지만 베일의 성장세를 놓고 보면 거침없이 No.1에 도전할 수 있는 기질이 있습니다. 불과 2년 전까지는 베누아 야수-에코토에게 왼쪽 풀백 주전 경쟁에서 가려졌던 영건일 뿐이었고, 지난 시즌 후반기에 포텐이 폭발했지만 얼마만큼 꾸준할지 미지수 였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 32강 조별 본선 인터 밀란 원정에서 세계 최고의 오른쪽 풀백으로 손꼽혔던 더글라스 마이콘을 상대로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세계 축구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인터 밀란과의 리턴 매치에서는 또 다시 마이콘을 농락하는 범상치 않은 공격력을 발휘했습니다.
사실, 베일이 세계 최정상급 선수로 성장하기에는 토트넘 전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토트넘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5위를 기록중이며 맨유-아스날과 함께 선두 경쟁을 펼칠 레벨은 아닙니다.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에 성공했지만 실질적으로는 16강 상대였던 AC밀란이 2차전에서 승리 본능이 부족했던 특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베일 한 명이 토트넘의 두 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진출의 성과를 안겨주기에는 버거운 감이 없지 않습니다. 축구는 엄연히 팀 스포츠이기 때문입니다. 메시-호날두와 견주기 힘든 또 하나의 원인은 팀 레벨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베일이 속한 토트넘은 바르사와 더불어 챔피언스리그 8강에 진출했습니다. 앞으로 6팀이 8강 고지를 밟으면서 조추첨을 하겠지만, 바르사와 토트넘이 8강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만약 두 팀의 매치가 확정되면 '메시vs베일'의 대결 구도가 주목 받을 것이 분명합니다. 메시가 No.1 수성을 목표로 하면, 베일은 메시를 상대로 훗날 No.1에 도약할 수 있는 명분을 얻음과 동시에 토트넘의 유럽 돌풍을 이끌 아이콘으로 부각될 수 있는 입장이죠. 두 선수의 대결은 베일에게 많은 이득을 안겨줄 수 있습니다. 물론 베일과 토트넘은 바르사전 승리를 위한 엄청난 노력과 철저한 준비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또한 메시 입장에서는 8강 상대로 토트넘을 원할지 모릅니다. 토트넘이 챔피언스리그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죠. 토너먼트 같은 단판 경기는 선수들의 경험이 중요합니다. 큰 경기에 강한 자신감, 하나의 작은 실수가 치명적인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승부에 쐐기를 박을 해결사 기질을 좌우하는 포인트가 바로 경험입니다. 물론 토트넘은 AC밀란과의 16강 1~2차전에서 무실점을 기록했지만 바르사 공격력에 침착히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인지는 쉽게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지난달 23일 블랙풀전 1-3 패배, 지난 7일 울버햄턴전 3-3 무승부를 놓고 보면 수비력에 기복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메시가 토트넘을 상대로 많은 골을 터뜨릴 여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메시와 베일의 대결을 보고 싶은 이유는 세계 축구 No.1 구도를 가늠할 수 있는 경기이기 때문입니다. 메시가 자신의 잠재적 경쟁자를 뿌리치면서 독주 체제를 굳히느냐, 아니면 베일이 바르사전에서 그동안 갈고 닦았던 공격 재능을 마음껏 내뿜으며 세계 정상급 레벨과 가까워질 수 있느냐에 관전 포인트를 둘 수 있습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메시-바르사가 '절대적으로' 우세하지만, 새로운 스토리를 기대하는 관점에서는 베일-토트넘의 반란에 무게감을 둘 수 있습니다. 아니면 베일의 원맨쇼가 나타날지 모르죠. 베일이 인터 밀란 원정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했던 경기에서는 토트넘이 3-4로 패했습니다. 역설적으로는 베일이 자신의 공격력에 거품이 없음을 증명하려면 팀 레벨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과연 바르사-토트넘의 8강 대결이 성사될지, 만약 두 팀이 맞붙으면 메시-베일이 서로 최상의 공격력을 과시하며 훗날 많은 축구팬들의 기억에 오랫동안 남을 추억의 명승부로 거듭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