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효 감독이 이끄는 수원 블루윙즈의 FC서울전 2-0 승리는 3-4-3 포메이션 변경이 주효했습니다. 언론들은 수원의 2011시즌 포메이션 및 서울전을 앞두고 4백을 쓸 것이라는 예상을 했었고, 수원은 지난 2일 시드니FC(호주) 원정에서 4-4-2를 활용했습니다. 하지만 윤성효 감독은 서울전에서 3-4-3으로 바꾸면서 상대팀의 전력 혼란을 가중 시켰습니다. 서울은 수원이 4백을 쓸것이라 생각했는지 4명의 공격 옵션들이 전진 배치되는 형태를 취했지만, 수원이 수비시 3백에서 5백으로 변형하면서 동시에 고립되었죠.

언뜻보면, 수원의 3-4-3은 서울전을 겨냥한 맞춤형 전술일지 모릅니다. 케니 달글리시 감독 대행이 지휘하는 리버풀이 얼마전 3백을 구사했던 전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리버풀은 지난달 6일 첼시 원정에서 페르난도 토레스를 봉쇄하기 위해 3백으로 변신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죠. 상대 수비 뒷 공간을 침투하는 과정에서 골을 노리는 토레스의 장점을 3백으로 제어하겠다는 뜻입니다. 전 경기였던 스토크 시티전에서도 3백을 활용했지만 첼시전을 겨냥한 '예행 연습' 성격이 짙었죠. 리버풀은 첼시를 이겨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변형 포메이션이 불가피했고 수원도 그 흐름을 따랐을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효리사랑의 생각은 다릅니다. 지난해 12월 수원의 마토-이용래 영입 당시 2011시즌 포메이션을 3-4-3으로 예상했습니다. 그 이유는 마토-황재원-곽희주가 수비진에서 서로 공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수원은 전통적으로 발이 느린 센터백들이 즐비했으며, 곽희주는 마토-황재원의 발이 느린 약점을 커버할 수 있는 스토퍼입니다. 또한 황재원은 4백 보다는 3백의 스위퍼로서 수비를 조율하는 역할에 최적화된 선수입니다. 마토가 발이 느리고 일본 J리그 오미야에서의 폼이 좋지 않았던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세 명 모두 3백에 어울렸던 선수들이자, 3백에서 서로의 시너지를 끌어올리는 잠재적 역량이 있었습니다.

그 효과는 서울전에서 나타났습니다. 마토가 '수원 킬러' 였던 데얀을 힘으로 제압하면서 원터치 패스를 통해 빌드업 속도를 높였고, 황재원이 3백 또는 5백의 가운데 공간에서 동료 선수들의 라인 컨트롤이 흔들리지 않도록 수비를 조율했습니다. 서울의 몰리나-제파로프 같은 2선 미드필더들이 서로 동선이 겹치면서 연계 플레이가 매끄럽지 못했던 것도 수원 수비의 배후 공간을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 중심에는 황재원이 있었죠. 그래서 서울은 왼쪽 측면에 있는 이승렬의 돌파 및 크로스로 공격의 돌파구를 찾았지만 지속성이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곽희주가 이승렬의 왼쪽 돌파를 막아내면서 서울 공격이 숨통을 틔우지 못했죠. 수원의 일방적인 경기 흐름 주도가 가능했던 근본적 배경에는 3백에 있었습니다.

수원의 3-4-3이 인상 깊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미드필더진에 있습니다. 양상민-이용래-오장은-오범석 같은 미드필더들의 공통점은 활동 폭이 넓으며 기동력에 일가견이 있습니다. 전현직 대표팀 선수들로 구성되면서 다른 누구와 개인 기량에서 밀리지 않죠. 3-4-3이 성공하려면 미드필더들의 강력한 압박, 빠른 스피드, 정확한 패싱력, 공수쪽에서 모두 움직일 수 있는 활동 폭, 지치지 않는 체력 및 상대에게 밀리지 않을 투쟁심 같은 여러가지 장점을 겸비해야 합니다. 3선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으려면 미드필더들이 3백과 스리톱 사이의 영역을 좁혀야하는데, 수원의 미드필더들은 서울전을 통해 밸런스 유지에 주력하며 상대의 공격 템포를 늦추는 전술적 이점을 얻었습니다.

그렇다고 수원이 3-4-3을 고수할 가능성은 많지 않습니다. 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중이기 때문에 엄청난 체력을 소모해야 합니다. 3-4-3을 줄곧 구사하면 주력 선수들의 움직임이 둔화되면서 상대팀의 빠른 템포 공격에 무너질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수원이 지난 시즌 후반기 3-4-3이 성공하지 못했던 원인은 선수들이 지쳤기 때문입니다. 무더운 여름에 빠듯한 경기 일정을 치렀고, 전임 감독 시절보다 공격쪽에서의 움직임 및 낮은 패스를 늘리는 전술 변화를 시도하면서 선수들의 체력이 저하됐습니다. 그 상황에서 수비 불안까지 맞물리며 3-4-3으로 전환했죠. 하지만 선수들이 3-4-3에 적응하기에는 많은 힘을 소진한 상태였죠. 지난해 마지막 경기였던 전북전 1-5 대패 당시에는 팀 자체가 상대 빠른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습니다.

그래서 수원은 올 시즌 3-4-3과 4백 기반의 포메이션을 골고루 구사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리 활동량이 많은 미드필더들을 보유했지만, 어느 선수든 무리한 스케줄은 체력적으로 부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수원은 K리그-AFC 챔피언스리그 동시 석권을 노리기 때문에 체력 조절이 중요하죠. 시드니 원정에서 4-4-2를 활용한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또한 이용래는 올해 초 아시안컵에서 경이적인 기동력을 발휘했으나 대회 막바지에 체력이 떨어진 것도 곱씹어 봐야 합니다. 대표팀의 주전 미드필더이기 때문에 수원 입장에서 체력 안배가 불가피합니다. 수원의 3-4-3 성공 관건은 선수들의 체력에 달렸습니다.

마토-황재원-곽희주로 짜인 3백이 언젠가 고비에 시달릴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현대 축구에서 3백이 퇴보했던 원인은 좌우 윙백 및 스토퍼 사이의 빈 공간이 뚫리는 문제점이 나타나면서 비롯 됐습니다. 수원은 양상민-오범석 같은 K리그에서 수비력이 검증된 윙백 자원들이 있지만, 만약 양상민-오범석이 뚫리면 상대 측면 옵션의 빠른 공격 또는 얼리 크로스에 의해 실점 위기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수비수끼리 박스 안쪽에서 동선이 겹치는 현상도 경계해야 합니다. 4백에 비해 박스쪽에서 활동하는 수비수가 늘어나면서 상대의 빠른 공격에 직면하면 커버링이 늦어지면서 다른 선수와 동선이 겹치는 문제점이 나타날 수 있죠. 황재원의 리드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스리톱도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전에서 선보였던 최성국-게인리히-염기훈으로 짜인 스리톱의 개인 역량은 출중합니다. 하지만 서울전에서는 최성국-염기훈이 골 기회를 창출하고 게인리히가 박스쪽에서 골 기회를 포착하는 패턴이 두드러졌습니다. 최성국-염기훈이 다득점에 능한 선수들은 아닌 만큼, 수원의 득점력은 게인리히에게 의존할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활동 폭이 좁은 게인리히의 약점을 상대팀이 집중 공략할 여지가 있죠. 최성국-염기훈이 박스 안쪽으로 침투하면서 게인리히가 상대 수비에게 시달리는 압박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두 선수가 측면쪽에서 활동 범위를 넓히고 상대 수비와의 경합을 즐겨야 게인리히의 득점력이 살아납니다.

분명한 것은, 윤성효 감독의 포메이션 선택이 올 시즌 수원의 성적을 좌우하는 키 포인트가 될 수 있습니다. 2011시즌이 3백과 4백을 번갈아가는 체제라면, 윤성효 감독은 상대 팀과 맞서면서 지략의 폭을 넓혀야 합니다. 우승을 노리는 무기는 다양해졌지만 때로는 선수들이 잦은 포메이션 전환에 따른 혼동을 겪을 수 있죠. 특히 수원의 3-4-3은 선수들의 역량을 최대한 키우는 장점이 있지만 때로는 체력적인 부담에 직면합니다. '양날의 칼'을 어떻게 다스리느냐가 중요합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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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이엠피터 2011.03.08 07: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직도 3-4-3. 4-4-2 이런 전법을 들어도 막상 게임을 보면 잘 모르겠어요
    TV에서 선을 그려주면 그제사야 아 하 한다는 ㅠㅠ

  2. kangdante 2011.03.08 07: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주 접하지 못하는 축구경기..
    덕분에 잘보고 갑니다.. ^^

  3. 수원사랑 2011.03.08 07: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3-4-3은 강팀과의 경기, 혹은 중요성이 큰 경기에 주로 쓰이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체력안배가 필요하다면 4백을 쓰게 될 가능성도 있죠..
    윤성효 감독님 믿고 한 시즌 보내보려 합니다. 팬심으로 믿고가야죠..
    서울전 직관 홈경기 5번 다 이겼는데 첫 상암 원정까지 이겨버렸네요..ㅋ

  4. 생각하는 돼지 2011.03.08 07: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서울팬입니다 ㅜㅜ

  5. 김포총각 2011.03.08 08: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서울전만 놓고 본다면 수원의 3백은 성공적이었습니다. 이번 경기를 통해 타 팀들도 이에 대한 해법을 마련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극심한 체력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전술이기에 상시 가동은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6. 모르세 2011.03.08 10: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보고 갑니다.즐겁고 행복한 한주가 되세요.

  7. 더공 2011.03.08 11: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첫 경기는 훌륭하게 성공.
    나머지 경기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됩니다. ^^

  8. lees 2011.03.08 12: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수원의 선수층은 두텁죠 난지도전에 안나온 선수들을 열거하자면 홍순학 이상호 백지훈 베르손 완도
    거기다 드래프트1순위 조지훈 그리고 폼이 완전 죽었지만 연봉협상중인 이관우 선수까지 있습니다
    폼만 살아 나면 제 값 해줄 선수죠 거기다가 박종진이 있습니다 골리는 대전주전골킵이었던 양동원이있고요 이번 대거 방출과 영입을 하면서 윤감독님이 가용할수 있는 자원이 늘어났죠 이 자원들만 잘 사용하면
    체력 안배 및 이번 시즌 성공 충분이 할 수있을꺼라 믿습니다

  9. HS다비드 2011.03.08 14: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도 글 잘보고 갑니다 효리사랑님^^

    오늘 좋은 하루 되시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

  10. ageratum 2011.03.08 15: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올시즌 수원은 정말 강할 것 같아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11. 백전백승 2011.03.08 18: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원래 포메이션에서 5백을 쓰는 포메이션이 있는지 아니면 3-4-3의 변형으로 수비할 때 5백을 했지요?

    • 나이스블루 2011.03.08 19: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둘 다 입니다.
      어떤 팀은 고정적으로 5백을 쓰지만(칼링컵 결승전에서 아스날을 제압했던 버밍엄)
      수원은 수비시 5백(정확히는 5-4-1)으로 변형하는 경우가 잦았죠.

  12. 2011.03.08 18: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13. misszorro 2011.03.08 18: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선수나 팀들에 대한 지식이 아주 부족하지만
    요즘 축구 보는게 은근 너무 잼있어요ㅋ
    밤에 잠 안올때 꼭 축구를 보다 잠이 든다는^^;;
    오늘 하루도 잘 마무리 하시길요^^

    • 나이스블루 2011.03.08 19: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는 밤을 새다가...
      오늘 새벽 블랙풀vs첼시 경기 본 뒤에...취침했죠.
      그래서 오늘 오전 및 낮 스케줄은 없었어요.

      misszorro님도 즐거운 밤 되세요...^^

  14. Phoebe 2011.03.08 20: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 축구 시즌 인가보네요. 저는 서울 고향이지만 외가가 용인이라 용인에서 제일 가까운 곳 응원할랍니다.
    그럼 어디 응원해야 하나요? 하하하

    • lees 2011.03.09 05: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빅버드가 있는 수원으로 오세요
      용인에서 그나마 수원이 제일 가깝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