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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수원 이적' 정성룡, 이운재를 넘어라

 

수원 블루윙즈는 K리그 이적 시장을 통해 수많은 선수들을 영입하며 전력 보강에 힘썼습니다. 이용래(경남) 오범석, 오장은(이상 울산) 우승제(대전) 정성룡, 최성국(이상 성남) 마토(오미야) 베르손(그레미우) 반도(사바 콤)을 수혈하며 2000년대 중반에 이어 '레알 수원'의 위용을 과시했습니다. 이적시장에서의 선수 보강을 놓고 보면 K리그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스쿼드임에 틀림 없습니다.

그 중심에 있는 선수는 '대표팀 No.1 골키퍼' 정성룡(26) 입니다. 수원이 이적 시장에서 가장 비싸게 영입했던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이적료가 20억원이며 계약 기간 5년 동안 연봉 7억원에 각종 수당을 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5년 간 지불할 연봉까지 포함하면 총 '55억원+알파'를 투자하는 셈입니다. 일각에서는 정성룡 몸값에 거품이 끼었다는 주장을 제기하지만, 결과적으로 정성룡이 자신의 값어치에 걸맞는 활약을 펼쳐야 수원의 야심찬 이적시장 행보가 보람찬 결실을 맺게 됩니다.

정성룡, 수원의 거미손으로 거듭나라

정성룡이 대표팀 주전 골키퍼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정성룡 기량에 대한 의구심을 표시했습니다. 김병지-이운재 같은 과거 대표팀에서 꾸준히 두각을 떨쳤던 명골키퍼들에 비해 무게감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성남 소속으로 참가했던 지난해 12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지난 1월 아시안컵에서 판단력 부족에 시달리며 '내주지 말아야 할' 실점을 허용했던 것이 여론에서 도마위에 올랐죠. 그나마 지난 10일 A매치 터키 원정에서 무결점 선방으로 한국의 실점 위기를 모면하며 수문장으로서 제 몫을 다했던 포스는 앞날의 밝은 미래를 예감케 합니다.

분명한 것은, 정성룡의 성장은 현재 진행형 입니다. 지난해 허정무호 No.2 골키퍼에서 No.1으로 입지가 올라오면서 남아공 월드컵 주전 골키퍼로 활약했고, 지금의 조광래호에서 변함없이 골문을 지키며 A매치 경험을 쌓았습니다. 2009년 피스컵 안달루시아, 2010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및 FIFA 클럽 월드컵 출전을 통해 국제 경기 감각을 익혔죠. 특히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성남 우승의 수훈갑이 됐습니다. K리그까지 포함하면 다양한 대회에 출전하면서 얻었던 경험이 실전에서의 맹활약을 위한 자신감으로 직결됩니다. 그리고 실점 방지를 위한 여러가지 노하우를 쌓으며 훗날 한국 축구 골키퍼 계보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죠.

정성룡이 수원의 듬직한 골키퍼로 자리잡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랑블루(수원 서포터즈) 앞에서 수원의 원년 멤버이자 15년 동안(상무 시절 포함) 친정팀에 몸담았던 이운재(전남)의 아우라를 넘어야 하는 숙명에 있기 때문이죠. 만약 일부 수원팬들이 '이운재가 더 잘하는 것 같다', '이운재가 그립다' 등의 반응을 나타내면 정성룡에게 심적인 부담이 될 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반응은 어쩔 수 없습니다. 이운재가 수원에서 15년간 몸담으면서 '수원의 거미손', '미스터 블루'라는 이미지를 강렬하게 심었기 때문입니다. 방송 연예로 비유하면 TV에서 장수프로를 진행하는 MC들의 영향력과 견줄만 합니다.

그렇다고 이운재가 매 시즌마다 두각을 떨쳤던 것은 아닙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이후 박호진(광주)에게 주전 경쟁에서 밀렸고, 지난해 기량 노쇠화에 직면한 끝에 하강진(성남)에게 No.1을 내주면서 끝내 전남에서 재기를 꿈꾸게 됐죠. 하지만 이운재 커리어는 곧 수원의 역사입니다. 수원이 수많은 우승을 달성하며 K리그를 대표하는 빅 클럽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운재의 맹활약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수원이 4번의 K리그 우승을 달성했을 때 골키퍼로 활약했던 선수는 이운재 였습니다. 빅버드에 입성한 정성룡은 이운재가 그랑블루 앞에서 쌓았던 아우라와 싸워야하는 숙제를 안게 됐습니다.

물론 정성룡은 남아공 월드컵에서 이운재를 제치고 주전 골키퍼로 활약했습니다. 하지만 이운재와 정성룡의 전성 시대는 다릅니다. 이운재가 2000년대 였다면 정성룡은 2010년대를 빛내야 할 선수이며 남아공 월드컵을 기점으로 커리어가 화려해졌죠. 또한 이운재가 남아공 월드컵 이전에 갑작스럽게 폼이 떨어진 것도 짐작해야죠. 결과적으로 정성룡이 이운재와의 직접적 경쟁에서 승리했습니다. 또한 이운재 포스는 수원에 이어 대표팀에서 강렬했습니다. 하지만 정성룡이 수원으로 이적했을 때 이운재는 이미 빅버드를 떠났습니다. 그런 차이점에 의해 정성룡이 쉽지 않은 싸움을 하게 됐죠.

정성룡은 수원에서 엄청난 몸값을 기록하며 윤성효 감독의 품에 안았습니다. 수원은 올해 K리그 및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도전하면서 선수 영입에 많은 돈을 투자했기 때문에 정성룡에게 거는 기대치가 큽니다. 만약 정성룡이 수원의 바람과 달리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 윤성효 체제는 좌초될 지 모릅니다. 아무리 필드 플레이어들이 열심히 하더라도 골키퍼가 비틀거리면 실점을 허용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입니다. 골키퍼의 실수 하나가 실점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K리그 개막을 준비하는 정성룡 어깨가 무거워진 이유입니다.

그렇다고 수원이 이운재에게 의지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이운재는 팀의 부흥보다는 자신의 본래 기량을 되찾는 것 부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미완의 대기'였던 하강진을 2011시즌에 주전 골키퍼로 안고 가기에는 수원의 야심찬 도전에 불안 요소가 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영건 육성에 중심을 두는 관점에서는 하강진을 키우는 것이 적절했을지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수원은 성적이 더 중요했습니다. 빅 클럽 명성에 걸맞지 않게 지난 2년 동안 K리그 6강 플레이오프 및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아시아의 챔피언'을 자처했던 수원에게 어울리는 실적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대표팀 주전 골키퍼 정성룡을 영입했습니다.

정성룡이 이운재를 넘으려면 다음달 6일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리는 라이벌 FC서울전에서 '수원을 빛낼 골키퍼'라는 이미지를 많은 축구팬들에게 심어줘야 합니다. 그 경기는 K리그 개막전 및 K리그판 엘 클라시코 더비로 불리우는 최대의 라이벌전이기 때문입니다. 수원의 승리를 이끄는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게 됐죠. 그런 수원이 지난해 서울전 3경기에서 9실점을 허용했던 과거를 떠올리면, 정성룡은 서울전에서 분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대표팀 주전 골키퍼로 자리잡기까지 엄청난 노력을 했다면 이제는 '수원의 거미손'으로 거듭나기 위한 목표를 달성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