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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아스날 극장, 짜릿했던 바르사전 역전승

 

아르센 벵거 감독이 이끄는 아스날(잉글랜드)이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FC 바르셀로나(스페인, 이하 바르사)를 물리쳤습니다. 경기 시작 후 78분 동안 바르사에 밀려 고전했으나 5분 사이에 두 골을 터뜨리는 '아스날 극장'을 연출했습니다. 손에 땀을 쥐는 짜릿한 역전승 이었습니다.

아스날은 17일 오전 4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바르사전에서 2-1로 승리했습니다. 전반 26분 다비드 비야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후반 33분 로빈 판 페르시가 동점골을 넣었고 후반 38분에는 안드리 아르샤빈이 역전골을 터뜨리며 팀에 승리를 안겼습니다. 아스날이 챔피언스리그에서 바르사를 제압한 것은 이번 경기가 처음 이었습니다.(종전 2무3패) 다음달 9일 캄프 누에서 열릴 16강 2차전에서 최소 무승부를 기록하면 8강 진출에 성공합니다.

바르사, 아스날의 약점을 공략하다

아스날은 바르사전에서 4-2-3-1로 나섰습니다. 슈체즈니가 골키퍼, 클리시-주루-코시엘니-에부에가 수비수, 윌셔-송 빌롱이 더블 볼란치, 나스리-파브레가스-월컷이 2선 미드필더, 판 페르시가 공격수로 출전했습니다. 최근 부상에 시달렸던 나스리가 선발 출전을 강행하면서 바르사전 승리를 노렸습니다. 원정팀 바르사는 4-3-3을 활용했습니다. 발데스가 골키퍼, 막스웰-아비달-피케-알베스가 수비수, 부스케츠가 수비형 미드필더, 사비-이니에스타가 공격형 미드필더, 비야-메시-페드로가 스리톱을 맡았습니다. 푸욜이 부상으로 결장하면서 아비달이 센터백으로 전환했고 막스웰이 선발로 출전했습니다.

경기 초반은 아스날의 페이스 였습니다. 바르사의 공격을 차단하면 빠른 볼 터치에 의한 종패스 형태의 공격을 펼치면서 상대 박스 바깥을 파고들었죠. 그 과정에서 박스쪽으로 넘어오는 볼 배급을 시도하며 선제골을 넣는데 주력했습니다. 특히 월컷이 막스웰 뒷 공간을 노리는 돌파가 전반 8분까지 2~3차례 연출됐습니다. 바르사가 수비 라인을 깊게 내리면서 침투 공간을 허용하지 않는 쪽으로 의식하는 바람에 상대 수비 밸런스를 쉽게 흔들지 못했습니다. 그런 바르사가 '점유율 축구'의 대명사임을 상기하면 아스날의 주도권은 다소 어색했습니다.

바르사의 소극적인 공격 전략은 아스날의 허점을 찔러보겠다는 심산입니다. 아스날은 홈에서 선제골을 넣어야 승리를 자신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선수들의 무게 중심이 앞쪽으로 쏠렸습니다. 그 이점을 읽은 바르사는 무리한 공격을 펼칠 이유가 없었죠. 경기 초반에 적극적인 수비 가담 및 존 디펜스 유지, 포백과 미드필더진의 타이트한 간격 유지를 통해 아스날의 공세를 끊는데 주력했죠. 볼을 받으면 지공 형태의 공격으로 패스 플레이에 주력하거나, 아스날 수비 뒷 공간을 노리는 킬러 패스를 띄우며 상대를 긴장 시켰습니다. 두 가지의 패턴을 골고루 구사하며 아스날 후방을 타겟삼았죠. 또한 무리한 돌파를 지양하여 체력을 덜 소모했습니다.


[사진=FC 바르셀로나전 2-1 승리를 발표한 아스날 공식 홈페이지 (C) arsenal.com]

아스날을 농락한 바르사의 탈압박...전반전 1-0 리드

특히 전반 14분 메시의 슈팅 과정은 바르사가 아스날 약점을 파악했음을 뜻합니다. 최전방에 있는 메시가 후방에서 킬러 패스를 받은 뒤, 근처에 있던 비야와 2대1 패스를 주고 받는 과정에서 상대 수비 뒷 공간을 뚫고 박스 중앙에서 슈팅을 날렸습니다. 슈팅이 빗나가면서 정확도가 떨어졌던 아쉬움이 있었지만, 바르사는 아스날 수비가 방심할 때 '날카로운 볼 배급을 전개하면 승산있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그 이후 하프라인 부근에서 두 차례 침투패스를 시도했죠. 그러면서 아스날 선수들의 활동 반경이 밑쪽으로 쳐지면서 바르사가 패스 횟수를 늘렸습니다. 전반 22분 점유율에서 60-40(%)로 앞서면서 페이스를 뒤집었습니다.

그런 바르사는 전반 26분 비야가 선제골을 넣으며 1-0으로 앞섰습니다. 메시가 최전방에서 2선으로 내려갈 때 후방에서 공급된 볼을 받아 송 빌롱-코시엘니의 공간 사이를 뚫는 침투 패스를 비야에게 띄웠고, 비야는 골키퍼 슈치에스니 앞에서 지체없이 오른발 슈팅을 날리면서 골을 작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는 코시엘니의 커버 플레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송 빌롱이 메시와의 스피드 경합에서 밀릴 때, 코시엘니가 미드필더 안쪽 방향으로 올라오면서 위치를 잡았던 것이 메시의 침투 패스 길목을 열어주는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메시의 패스를 노리는 비야의 움직임을 놓친 것도 문제였죠.

바르사가 전반전 경기 흐름을 주도했던 또 하나의 원인은 패스 루트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했기 때문입니다. 서로 고정된 형태에서 공격을 진행하기보다는, 볼 근처에 있는 공격 옵션끼리의 간격을 좁히거나 스위칭을 펼치며 상대 수비를 몰아 붙였습니다. 특히 박스 바깥에서는 바르사의 특정 선수가 볼을 잡으면 패스할 수 있는 방향이 최소 두 곳 생겼습니다. 세밀한 패스 플레이로 아스날 중원 뒷 공간을 흔들면 전방쪽으로 침투 패스를 시도하거나 직접적인 드리블 돌파를 펼쳤습니다. 그 과정에서 송 빌롱-클리시는 바르사 공세에 끌려다니는 불안함을 노출했습니다. 아스날 공격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했던 것도 이 때문이죠.

그런데 아스날이 바르사에게 주도권에서 밀리는 경기 흐름은 낯설지 않습니다. 라이벌 맨유에게 고전했던 공식과 일치하죠.(최근 맨유전 6경기 1무5패) 역습 및 공간 압박에 일가견이 있는 상대팀과 경합을 펼치면 뒷 공간이 뚫리는 단점이 뚜렷했죠. 바르사전에서는 수비라인을 윗쪽으로 올리면서 압박을 펼쳤던 것이 상대에게 침투 패스 기회를 헌납하는 꼴이 됐습니다. 또한 바르사가 짧고 세밀한 패스 플레이 및 좁은 공간에서의 볼 키핑으로 아스날 압박을 분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아스날은 바르사의 '탈압박'에 농락당했죠.

아스날 극장, 바르사를 침묵에 빠뜨리다

바르사와 아스날은 후반전에 미드필더진을 중심으로 접전을 펼쳤습니다. 공격이 끊기면 재차 볼을 빼앗는 패턴이 전개됐죠. 공격 조율 보다는 볼 컨트롤 및 볼 키핑을 통해 상대 수비와 경합하는 시간이 많았죠. 특히 아스날은 자기 진영에서 공격이 시작되면 종패스와 돌파를 활용한 좌우 측면 역습을 시도하면서 바르사 후방을 공략했습니다. 바르사 미드필더들이 순식간에 수비쪽으로 가담하면서 박스 안쪽에서 패스를 전개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어떻게든 골을 넣어야 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공격에 사활을 걸었죠. 판 페르시가 바르사 박스쪽을 비벼주면서 상대 수비 밸런스를 흔드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래야 2선에서의 박스 침투가 가능하기 때문이죠.

특히 바르사는 후반 15분 패스 성공 횟수에서 412-203(개) 패스 성공률 83-73(%)로 앞섰습니다. 아스날보다 2배 이상의 패스를 시도하면서 성공률까지 높였죠. 런던 원정에서 자유자재로 공격을 펼치며 아스날의 경기력 저조를 키웠습니다. 반면 아스날은 측면을 이용한 역습 체제로 돌아섰지만 바르사의 빠른 수비 전환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공격 상황시 바르사 수비진과의 수적 싸움에서 열세를 나타낸 것은 어쩔 수 없더라도, 상대 수비 뒷 공간을 노리는 패스 워크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못한 것이 문제였습니다. 나스리-월컷은 여러차례 측면을 두드렸지만 오히려 힘겨운 기색을 나타냈죠.

아스날은 공격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공격 옵션들의 후반 22분까지 기록을 놓고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나스리는 패스 정확도가 54%(21/39개)에 그쳤으며, 월컷은 67분 동안 단 13개의 패스만 연결했습니다.(8개 성공, 패스 정확도 62%) 파브레가스(27/39개, 69%) 판 페르시(11/19개, 58%) 또한 매끄럽지 못했죠. 아스날의 연계 플레이가 얼마만큼 저조한지를 알 수 있는 통계입니다. 바르사의 후반 22분 패스 성공률(82%)보다 떨어지는 기록이죠. 오히려 아스날은 바르사의 공세를 끊기 위해 수비쪽에 무게감을 두는 경기를 펼쳤습니다. 바르사에게 추가 실점을 허용하면 2차전 전망까지 어려워지기 때문이죠.

후반 22분에는 양팀 모두 선수 교체를 단행했습니다. 바르사는 비야 대신에 케이타를 교체로 활용하면서 이니에스타를 왼쪽 윙 포워드로 전환했고, 아스날은 송 빌롱을 빼고 아르샤빈을 투입하여 공격을 강화했는데 나스리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변신했습니다. 0-1로 밀렸기 때문에 공격적인 작전에 불가피했죠. 특히 아스날은 선수들의 활동 반경이 후방쪽으로 쏠리면서 바르사 공격을 차단하는데 주력했습니다. 나스리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용한 것은 역습시 한 번에 찔러주는 전방 패스를 노리겠다는 의도죠. 후반 31분에는 월컷을 벤치로 불러들이고 벤트너를 투입하여 또 다시 조커 카드를 꺼내들었죠.

아스날의 침묵은 후반 33분 판 페르시의 한 방에 깨졌습니다. 클리시가 바르사 박스 왼쪽 구석을 비집던 판 페르시에게 로빙 패스를 띄웠고, 판 페르시는 왼발 발등으로 슈팅을 날렸던 것이 바르사 골키퍼 발데스의 오른쪽 옆쪽으로 빠르게 향하면서 동점골을 작렬했습니다. 슈팅 각도가 충분하게 열리지 않았음에도 과감하게 발등으로 슈팅을 노렸던 재치가 빛났습니다. 그리고 후반 38분에 아르샤빈이 역전골을 터뜨리면서 아스날이 2-1로 역전했습니다. 나스리가 오른쪽 측면에서 박스 중앙쪽으로 왼발 논스톱 패스를 띄웠던 것을 아르샤빈이 오른발 인프런트 슈팅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바르사가 주도했던 경기 흐름이 순식간에 '아스날 극장'이 되었습니다.

특히 아르샤빈의 역전골은 아스날의 역습 상황에서 비롯 됐습니다. 아스날은 그동안 바르사 수비에 밀려 고전했습니다. 그런데 바르사가 오랫동안 1-0 리드를 유지하면서 경기 집중력이 떨어진 문제점을 노렸죠. '반드시 골을 넣겠다'는 집념을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 2-1 역전의 쾌거로 이어졌습니다. 반면 바르사는 후반 22분 비야 교체가 패착 이었습니다. 비야가 빠지면서 바르사 공격의 파괴력이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이니에스타가 왼쪽 윙 포워드로서 이렇다할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아스날 수비가 안정되었고 역습까지 통하면서 스코어가 2-1이 됐습니다. 후반 43분 이니에스타를 교체한 것은 과르디올라 감독이 전술적 실수를 스스로 인정한 셈입니다. 결국, 아스날은 바르사를 2-1로 제압하여 1차전 고비를 넘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