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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볼턴 복귀' 이청용, 그의 무게감은 달랐다

 

'블루 드래곤' 이청용(23)이 볼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느낄 수 있었던 경기였습니다. 볼턴은 '역시' 이청용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팀 컬러가 달랐습니다. 그렇다고 이청용이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 것은 아니지만 팀 공격을 이끌어가는 센스가 동료 선수들과 달랐습니다.

이청용은 3일 오전 5시(이하 한국시간) 리복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10/1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5라운드 울버햄턴전에서 후반 22분까지 출전했습니다. 아시안컵 참가에 따른 체력 문제 때문에 선수 보호 차원에서 후반 중반에 교체되었지만 전체적인 경기력이 다이나믹 했습니다. 볼턴은 경기 내내 골 결정력 부족에 시달렸으나, 후반 47분 '첼시에서 임대된' 다니엘 스터리지가 문전 쇄도 과정에서 로날드 주바르의 백패스를 가로채면서 오른발로 슈팅을 밀어 넣으며 팀의 1-0 승리를 이끄는 결승골을 터뜨렸습니다.

이로써, 볼턴은 스터리지 결승골에 힘입어 리그 11위에서 8위(8승9무8패)로 뛰어 올랐습니다. 이청용이 빠졌던 지난 5경기 1무4패(2골 10실점)의 부진 사슬을 끊었습니다. 반면, 울버햄턴은 리그 최하위(20위, 6승3무15패)에 빠지면서 강등권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이청용, 답답했던 볼턴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다

이청용의 울버햄턴전 선발 출전은 볼턴의 현재 행보가 급박함을 알 수 있습니다. 최근 리그 5경기 연속 무승(1무4패)에 빠졌는데 공교롭게도 이청용이 아시안컵에 차출한 이후에 벌어졌던 일입니다. 리그 중상위권에서 10위권 밖으로 밀렸던 볼턴 입장에서는 이청용 복귀가 반가웠죠. 이청용은 체력 저하의 어려움을 뒤로 하고 경기 출전을 강행 했습니다.

그런 이청용은 전반 5분 하프라인 오른쪽에서 엘만더에게 빠르고 정확한 크로스를 띄우며 단번에 팀 공격 기회를 만들어내는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6분에는 박스 오른쪽에서 오른발 인사이드 슈팅 기회를 노렸고 8분에는 엘만더에게 전진패스를 연결하는 적극성을 발휘합니다. 오른쪽에서 활동 공간을 넓히면서 팀의 연계 플레이를 엮었죠. 그러더니 울버햄턴 미드필더들의 뒷 공간이 열리면서 볼턴 선수들이 기세를 잡으며 전반 12분 점유율에서 59-41(%)로 앞섭니다. 이청용에서 엘만더로 연결되는 볼턴의 패스 공식이 되살아나면서 팀 공격력이 힘을 얻었죠.

전반 19분과 후반 13분에는 공격 포인트를 연출할 뻔했습니다. 전반 19분에는 그라운드 중앙에서 엘로코비의 태클 속에서도 볼을 끝까지 간수하면서 드리블 돌파에 의한 역습을 시도했고, 그 이후에는 테일러에게 얼리 크로스를 연결하면서 골을 유도했습니다. 비록 테일러의 슈팅은 상대 골키퍼 오른발에 걸렸지만, 상대 수비 뒷 공간을 비집고 문전 쇄도하는 테일러의 움직임을 파악한 이청용의 너른 시야가 돋보였습니다. 후반 13분에는 울버햄턴 오른쪽 측면 구석에서 엘만더를 향해 크로스를 띄웠던 것이 상대 수비수 몸을 맞고 자책골이 될 뻔했습니다.(프리미어리그 규정상 자책골 유도는 도움으로 기록)

그리고 전반 15분에는 볼턴 진영 오른쪽에서 자비스가 소유했던 볼을 뒤에서 빼앗아 볼턴의 공격 기회를 이끌었습니다. 후반 17분에는 울버햄턴 진영에서 드리블 돌파로 직접 역습을 전개했습니다. 두 상황을 하나로 묶었던 이유는, 이청용이 볼턴의 공격 기회를 스스로 창출하는 재능이 있음을 뜻합니다. 아시안컵 차출 이전에 보여줬던 공격 패턴을 그대로 진행했죠. 그 외에도 상대 진영을 넘어서면 민첩하고 빠른 돌파로 볼턴의 공격 템포를 끌어올리는 장면을 연출하며 팀 분위기를 띄웠습니다. 볼턴 선수들의 움직임이 정적이었다면 이청용은 예측 불가능한 공격력을 펼치며 울버햄턴의 왼쪽 진영을 흔들었습니다. 그 차이가 이청용의 가치를 키운겁니다.

사실, 볼턴의 울버햄턴전 경기 전술은 시즌 전반기에 보여줬던 패스 게임과 거리가 멀었습니다. 한 마디로 '롱볼 축구' 였습니다. 오른쪽 풀백 리케츠가 수없이 롱볼을 띄우면서 K.데이비스(케빈 데이비스)-엘만더 투톱 같은 전방 옵션들이 받아내는 패턴이 두드러졌죠. 이청용도 크로스를 비롯해서 전체적인 볼 배급의 간격이 길었습니다. 그럼에도 이청용이 리케츠와 달랐던 것은 상대 수비가 전열을 가다듬기 이전에 높은 볼을 띄우며 동료 선수들의 골 또는 침투를 유도합니다. 몇몇 상황에서는 패스를 받는 선수의 예비 동작을 신속하게 읽으며 볼을 띄웁니다. 롱볼을 날리는데 급급하는 리케츠와 달랐습니다. 그 결과는 패스 정확도에서 나타났습니다. 이청용은 70%(21/30개) 리케츠는 37%(18/49개) 입니다.

볼턴은 시즌 내내 베스트 일레븐을 거의 가동하면서 경기를 치렀습니다. 그래서 주전 선수들의 체력 저하가 두드러졌으며 지난 시즌 이맘때에도 같은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K.데이비스-엘만더가 2선과 끊임없이 공존하며 연계 플레이를 노리거나 최전방에서 힘으로 흔드는 파괴력이 사라졌습니다. 그런 볼턴 입장에서 이청용의 복귀가 반가웠던 이유는 팀 공격의 약점을 커버할 수 있는 대안이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홀든-M.데이비스(마크 데이비스)로 짜인 중앙 미드필더들이 4-2-3-1을 가동했던 울버햄턴의 두꺼운 허리에 밀렸던 어려움이 따랐지만, 이청용이 오른쪽 진영에서 날카로운 볼을 띄우고 스스로 기회를 연출했기 때문에 볼턴이 공격의 돌파구를 찾았던 겁니다. 만약 이청용이 없었다면 볼턴은 무기력한 공격에 시달렸을지 모릅니다.

그런 볼턴이 후반 22분 이청용이 교체되면서 저조한 공격력에 직면한 것은 '당연한 현상' 이었습니다. 이청용의 체력을 감안하기 위해 교체가 불가피했지만 그 타격은 어쩔 수 없었죠. K.데이비스-스터리지 투톱, 모레노-엘만더 좌우 윙어 체제로 공격 라인을 재정비했으나 볼의 흐름을 주도할 수 있는 선수가 없었습니다. 임대생 스터리지, 조커 모레노는 후반 22분에 교체로 투입 되었음에도 팀 전술에서 헤매는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K.데이비스를 비롯한 기존 선수들의 움직임이 떨어지면서 경기는 0-0으로 끝나는 듯 했습니다. 다행히 스터리지가 경기 종료 직전 주바르의 패스 미스 과정에서 볼을 따내면서 결승골을 기록했지만 볼턴의 전반적인 경기 운영은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결국, 울버햄턴전은 이청용이 볼턴 공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것을 일깨운 경기가 됐습니다. 달리 말하면, 이청용은 역시 '볼턴의 에이스' 였습니다. K.데이비스-엘만더가 시즌 전반기에 위협적인 공격력을 펼쳤지만 이청용 없이는 자신들의 파괴력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아시안컵 기간 및 울버햄턴전을 통해 여실히 증명되었죠.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이청용의 경기 출전이 잦을 것 같은 예감입니다. 체력 저하에 시달리는 현실 속에서 아시안컵 피로 누적까지 겹치는 과부하에 시달릴 위험이 따릅니다. 볼턴 전력에서는 이청용이 필요하겠지만 한편으로는 선수를 더 지치게 할 수 없는 것이 코일 감독의 고민입니다. 오는 10일 A매치 터키 원정까지 포함하면, 이청용을 대하는 볼턴의 체력적 배려가 계속 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