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의 한일전이 다가왔습니다. 지난해 한일전 두 경기는 평가전이었지만 이번 경기는 아시안컵 결승 진출 티켓이 걸려있기 때문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일본이 부담스런 상대인 것은 분명하지만, 한국이 '왕의 귀환'을 위해서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입니다.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오는 25일 저녁 10시 25분(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알 가라파 스타디움에서 열릴 2011 아시안컵 4강 일본전을 치릅니다. 역대 전적 73전 40승21무12패의 압도적인 우세를 자랑하지만 아시안컵 4강에서 상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캡틴 박지성은 일본전에서 센츄리 클럽(A매치 100번째 출전)에 가입할 예정이며, 구자철은 일본전에서 골을 터뜨리며 대회 득점 선두(4골)를 지키겠다는 각오입니다. 과연 태극 전사들이 우리들에게 승전보를 전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1. 한국의 4-2-3-1vs일본의 4-2-3-1, 누가 더 강할까?
한국과 일본의 공통점은 포메이션이 4-2-3-1 입니다. 조광래 감독과 자케로니 감독은 3백을 선호하는 지도자이지만 아시안컵에서는 4-2-3-1을 밀고 갔습니다. 남아공 월드컵 8강에 진출했던 팀들 중에 7팀이 4-2-3-1을 주 포메이션으로 활용했던 것 처럼, 현대 축구를 상징하는 포메이션은 4-2-3-1이 되었습니다. 또한 두 팀 모두 4-2-3-1을 기반으로 공격적인 경기를 펼치기 때문에 이번 한일전에서는 '창vs창'의 팽팽한 접전이 예상 됩니다. 누구의 4-2-3-1이 더 강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엇갈릴 수 있습니다.
두 팀 4-2-3-1의 차이점으로는, 한국은 제로톱이며 일본은 전형적인 원톱 체제 입니다. 한국 같은 경우에는 지동원이 최전방에서 왼쪽 측면으로 이동하여 상대 수비수들을 옆쪽으로 끌고 나오면, 2선 미드필더들이 앞공간을 커버하면서 4-6-0으로 변형됩니다. 반면 일본의 원톱을 맡는 마에다는 상대 수비를 앞쪽으로 끌어 내리거나 직접 경합하며 후방의 침투를 유도하는 패턴이죠. 또한 두 팀의 압박 패턴도 다릅니다. 한국은 전방 압박을 적극 시도 했습니다. 호주-이란 같은 아시아 강호들과 경기하면서 공격 옵션들이 압박을 짊어졌죠. 일본은 지금까지 전력이 약했던 팀들과 상대하면서 2선의 수비 부담을 줄이고 자기 지역을 분담하는 형태를 취했습니다. 한국전에서 같은 자세를 취할지 주목됩니다.
2. 박지성의 A매치 100번째 경기, 이영표의 데자뷰
박지성은 일본과의 4강전에서 A매치 100번째 경기를 치릅니다. 지난해 5월 25일 일본전에서 선제골을 비롯 공수에서 너른 활약을 펼쳐 한국의 2-0 승리를 이끌었기 때문에, 이번 일본전 활약상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와 관심이 높죠. 일본의 오른쪽 풀백을 맡는 우치다가 수비 뒷 공간을 쉽게 내주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또는 이노하가 선발로 나설 수 있음) 박지성이 그 약점을 파고들 수 있습니다. 물론 일본의 집중 견제를 받을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그동안 강팀 경기에 강했던 활약상을 놓고 보면 일본전에서도 맡은 일을 척척 해낼 것임에 분명합니다.
축구팬 입장에서는, 박지성이 일본을 상대로 어떤 플레이를 펼칠지 머릿속에 그려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긍정적인 성과를 기대하는 관점에서는 이영표를 떠올리기 쉽죠. 자신의 A매치 100번째 경기였던 2008년 11월 20일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사우디 원정에서 경기 초반 상대팀의 골 기회를 직접 몸으로 막아냈고, 적극적인 경기 자세로 상대 공격을 틀어막고 왼쪽 공격의 분위기를 살리며 한국의 2-0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한국이 남아공 월드컵 본선 진출의 자신감을 얻는 경기가 됐습니다. 그런 이영표의 데자뷰가 떠오르는 이유는, 이영표와 더불어 한국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활약했던 박지성의 A매치 100번째 경기가 좋은 성과로 이어지기를 바래서 입니다.
3. 손흥민-윤빛가람, 일본전 빛낼 슈퍼조커
한국의 체력 문제는 굳이 언급할 이유가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도 한국의 약점이 체력임을 알고있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체력이 약하다는 이유로 일본전 승리가 어렵다고 단정짓는 것은 위험합니다. 축구는 골이 중요하며 그 밑바탕은 경기를 지혜롭게 풀어가는 힘입니다. 체력이 약하면 그에 맞는 전략으로 일본전에 나서면 됩니다. 선제골이 중요한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리드에 안주해서는 안됩니다. 일본이 8강 카타르전에서 1-2의 스코어를 3-2로 뒤바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국에게 추가골이 요구되는 것이며 후반전에도 화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만약 일본전이 팽팽한 접전이라면 후반전에 공격으로 승부수를 띄워야 합니다.
바로 '슈퍼 조커' 입니다. 경기의 흐름을 한국쪽에 유리하게 가져가는 슈퍼 조커를 투입하여 일본 진영을 위협해야 합니다. 일본은 나카자와-툴리우 부상에 따른 대회 불참 및 요시다 퇴장으로 센터백에 균열이 생겼기 때문에, 한국이 그 약점을 노릴 수 있죠. 손흥민-윤빛가람 같은 교체 자원들이 일본전에서 구김살 없는 활약을 펼치며 슈퍼 조커로 거듭나야 합니다. 한국 선수들은 후반 중반부터 에너지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손흥민-윤빛가람의 '과감한 한 방'이 필요합니다. 특히 윤빛가람의 8강 이란전 결승골 장면은 일본전에서 줄기차게 시도되어야 할 장면 입니다. 또한 손흥민-윤빛가람은 기동력에서도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선수들입니다. 일본전에서 한국의 승리를 이끌지 기대됩니다.
4. 과연 카가와는 박지성을 넘을까?
'일본 축구의 신성' 카가와는 최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이적설로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아시안컵 이전에는 레알 마드리드 이적설에 직면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맨유쪽으로 분위기가 기울었죠. 도르트문트가 카가와 이적료를 2000만 파운드(약 358억원)로 정했다는 후문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제는 한 일본 언론이 카가와가 맨유에서 박지성을 대신할 수 있다고 제기하면서 국내 축구팬들의 신경이 날카로웠습니다. 박지성의 맨유 입지를 잘 알고 있는 우리들이라면 일본 언론의 추측임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적설은 사실이 아닌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에 무비판적으로 믿어서는 안됩니다.(그리고 맨유는 선수 영입에 2000만 파운드를 쏟을 자금적 여유가 없습니다.)
일본 입장에서는 카가와가 박지성을 넘어 한국전 승리를 이끌기를 바랄 것입니다. 일본도 박지성 같은 스타가 배출되기를 원했겠죠. 혼다는 유럽 빅 리그 이적설이 난무했을 뿐 아무런 진척이 없으며 결국 카가와가 그 대안으로 떠올랐습니다. 박지성과 카가와는 한일전에서 나란히 왼쪽 윙어를 맡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가 가능합니다. 물론 한국 입장에서는 박지성이 카가와를 제압하여 한국의 아시안컵 결승 진출을 이끌기를 바라겠지만요. 그동안 우리들은 잉글랜드 현지에서 제기하는 박지성 이적설 및 방출설, 일부 여론에서 흔들었던 '박지성 위기론'에 찜찜한 마음을 가졌습니다. 박지성이 카가와를 제압하기를 많은 사람들이 바랄 것입니다.
5. 매치업 대결 (1) 정성룡vs가와시마, 맹활약이 필요한 이유
한국과 일본의 공통된 불안 요소는 골키퍼 입니다. 정성룡과 가와시마가 아시안컵에서 실수를 범하며 상대팀에게 실점을 헌납했던 장면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성룡은 본선 2차전 호주전에서 앞쪽으로 뛰어 나오는 타이밍이 늦어지는 바람에 동점골을 내줬던 것을 비롯해서, 지난해 12월 FIFA 클럽 월드컵에서 부진하면서 대표팀 No.1 골키퍼 자질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가와시마는 본선 2차전 시리아전에서 상대팀에게 페널티킥을 허용하면서 퇴장까지 당했고, 8강 카타르전에서는 첫번째 실점 상황에서 볼이 자신의 다리 사이를 통과했고, 두번째 실점때는 상대 프리킥을 대처하는 위치선정에 허점을 드러냈습니다.
정성룡과 가와시마의 공통점은 남아공 월드컵 이전까지 한국과 일본의 No.1 골키퍼가 아니었습니다. 한국은 이운재, 일본은 나라자키 였습니다. 그런 정성룡과 가와시마는 월드컵 무대에서 자신의 선배를 제치고 주전 골키퍼로 활약했지만 그 이후의 행보가 순탄하지 못합니다. 한국과 일본 최고의 골키퍼로서 손색없는 활약을 펼치라면 이번 한일전이 중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서로 맹활약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한국의 승리를 원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가와시마가 실수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지만, 정성룡이 분발하기를 바랄 것입니다. 8강 이란전에서 지동원이 상대 프리킥을 머리로 잘못 걷어낸 것을 왼팔로 막아냈던 정성룡의 포스에서 희망을 얻습니다.
6. 매치업 대결 (2) 기성용-이용래vs엔도-하세베, 중원 전쟁
한국과 일본의 대결은 미드필더 싸움으로 요약됩니다. 서로 4-2-3-1을 구사하며, 출중한 미드필더들을 보유했고, 서로 물러설 수 없는 접전을 펼치기 때문에 허리 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 중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기성용-이용래vs엔도-하세베'의 중원 전쟁 입니다. 한국과 일본은 중원에서의 강렬한 존재감에 힘입어 아시안컵 4강 진출에 성공하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중원을 형성하는 네 명의 선수는 폼이 절정에 달했습니다. 노련미에서는 아베와 함께 스리 볼란치를 맡아 남아공 월드컵 16강을 견인했던 엔도-하세베에 힘을 실을 수 있지만, 한국은 이용래가 특유의 왕성한 활동량으로 기성용과의 공존에 성공하면서 김정우 부상 공백을 커버했습니다.
적어도 아시아권에서는 엔도-하세베 라인을 능가할 수 있는 중원 조합이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일본과 아시안컵에서 상대했던 팀들의 전력이 떨어졌죠. 엔도-하세베는 개인 능력에서도 여러가지 장점을 보유했기 때문에 아시아 최정상급 수비형 미드필더로 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성용-이용래가 엔도-하세베보다 취약한 조합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한국이 일본전에서 승리하려면 기성용-이용래가 엔도-하세베를 물리쳐야 합니다. 기성용은 셀틱에서 업그레이드 된 수비력과 날카로운 킬러 패스를 장착했고, 이용래는 이란전 최우수 선수에 선정된 기세에 힘을 얻을 것입니다. 패기가 뚜렷한 이들에게는 엔도-하세베와의 대결이 적잖은 동기부여로 작용합니다. 두 선수의 활약에 일본전 승리 여부가 달렸습니다.
7. 매치업 대결 (3) 이청용vs나가토모, 기교와 기동력의 대결
이청용과 나가토모의 대결 또한 기대됩니다. 두 선수의 플레이를 상징하는 단어는 '기교'와 '기동력'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국 축구가 그동안 기동력을 강점으로 삼았고 일본의 축구가 기교를 중요시했다면, 이청용과 나가토모의 결투는 한국과 일본의 스타일이 서로 상반되는 양상입니다. 이청용은 감각적인 센스와 부드러운 볼 배급, 재치있는 돌파력으로 상대 왼쪽 진영을 파고드는 성향입니다. 반면 나가토모는 특유의 왕성한 활동량 및 빠른 스피드로 적극적인 오버래핑을 펼치면서 상대 오른쪽 윙어를 봉쇄하는 타입에 속합니다. 과연 이청용이 나가토모를 제압할지, 아니면 나가토모가 이청용을 꽁꽁 묶을지 관심이 모입니다.
분명한 것은, 일본의 수비가 불안합니다. 요시다의 퇴장 공백을 메우면서 골키퍼 가와시마의 실수를 커버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좌우 풀백들의 수비 부담이 평소보다 커졌습니다. 만약 일본이 오른쪽 풀백에 우치다를 선발로 기용하면 나가토모의 수비 역할이 커질 수 있습니다. '이청용 공격력vs나가토모 수비력'이 승부의 중요한 판세로 이어질 수 있죠. 이청용에게 플러스로 작용하는 것은 볼턴에서의 경기력입니다. 볼턴에서 상대의 집중 견제를 이겨내기 위해 얼리 크로스를 띄우거나, 중앙쪽으로 활동 반경을 트거나, 후방쪽으로 빠지면서 침투 패스를 연결했던 패턴이 나가토모와의 대결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박지성이 일본의 집중 견제를 받을 수 있는 현 상황에서는 이청용의 공격력이 한국에게 힘이 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