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대표팀이 아시안컵에서 가장 껄끄럽게 생각했던 팀은 이란 이었습니다. 그런 이란을 8강에서 1-0으로 제압하면서 아시안컵 우승의 자신감을 얻었던 것은 충분합니다. 하지만 일본전은 질 수 없는 경기입니다. 아시안컵 우승 여부를 떠나 동아시아 축구의 자존심이 걸려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아시안컵 슬로건인 '왕의 귀환'을 위해서는 일본을 반드시 제압해야 합니다.
그러나 일본은 이란보다 더 어려운 상대가 될 수 있습니다. 이란을 비롯한 중동 축구는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및 아시안컵에서 몰락했습니다. 반면 일본은 한국과 더불어 남아공 월드컵 16강에 진출했으며 최근에는 자국 선수들의 유럽 진출이 잦아졌습니다. 그리고 축구 발전을 위한 뚜렷한 비젼이 있습니다. 1993년 '백년 대계' 발표가 그 예 입니다. 중동의 내림세와 정반대되는 행보죠. 한국 축구도 일본과 더불어 발전의 곡선의 그렸고, 이번 일본전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도 한국전 승리를 벼르고 있음을 우리가 인지해야 합니다.
한국은 역대 일본전에서 수많은 명승부를 연출하며 많은 경기에서 승리했습니다. 역대 전적 73전 40승21무12패 우세를 통해 보듯, 일본과 만나면 강인함을 발휘했던 한국 축구 였습니다. 1988년 12월 6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렸던 아시안컵에서는 한국이 일본을 2-0으로 제압했던 전적도 있습니다. 오는 25일 저녁 10시 25분(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알 가라파 스타디움에서 진행될 일본과의 4강전에서 역대 전적 우위의 흐름을 이어갈지 주목됩니다. 일본전을 맞이해서, 일본 대표팀 전력 탐구 16가지 핵심 사항을 언급하고자 합니다.
-일본의 장점 및 단점 6가지-
(1) 일본 축구 고유의 장점은 여전하다
일본 축구의 장점하면 개인기, 점유율 축구, 패스 게임 같은 키워드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적어도 아시아권에서는 톱클래스 수준 입니다.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선 수비-후 역습으로 돌아서면서 실리적인 자세를 취했지만 아시안컵에서는 원래의 색깔로 되돌아갔죠. 자케로니 감독 체제에서는 공격적인 컬러가 뚜렷해졌다는 평가입니다. 메추 카타르 감독이 일본 축구를 가리켜 '아시아의 FC 바르셀로나'라고 극찬한 것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일본과 아시안컵에서 상대했던 팀들의 공통점은 아시아 상위권 클래스가 아닙니다. 그러나 일본 축구 고유의 장점은 여전합니다. 그들의 무기가 녹슬지 않았다는 뜻이죠.
(2) 남아공 월드컵에서 업그레이드 된 승리 의지
일본의 8강 카타르전 3-2 역전승은 승리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일깨운 경기였습니다. 카타르의 개최국 이점 및 선제골 허용, 후반 16분 요시다 퇴장으로 수적 열세에 몰렸던 것, 후반 18분까지 1-2로 밀렸던 흐름을 경기 막판에 뒤집었죠. 카가와는 경기 내용상으로는 뚜렷한 인상을 주지 못했음에도 2골 1도움을 기록했습니다.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이 강했기 때문입니다. 일본 축구가 남아공 월드컵에서 '지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무장하며 16강 진출에 성공했던 흐름이 아시안컵에서 반영되고 있습니다.(당시 카가와는 최종 엔트리에 없었지만) 물론 카타르의 전력이 약했던 것도 분명하지만, 일본의 10명이 카타르 11명을 제압한 것은 곱씹어 봐야 합니다.
(3) 우치다보다 수비력이 더 좋은 이노하
일본의 단점 중에 하나는 오른쪽 풀백 우치다의 수비력 부족 입니다. 잦은 오버래핑을 펼치면서 수비 뒷 공간을 허용하는 경우가 잦았죠. 지난해 10월 12일 한국전에서는 당시 왼쪽 윙어로 뛰었던 이청용에게 뒷 공간을 내주는 불안한 경기를 펼쳤습니다. 하지만 8강 카타르전에서 우치다의 경고 누적 공백을 메웠던 이노하는 수비쪽으로 활동 폭을 넓히고 공간을 선점하면서 상대 왼쪽 공격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카타르의 오른쪽 공격이 잦았던 것도 이노하의 수비력과 연관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이노하의 원 포지션이 센터백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이노하는 한국전에서 우치다를 제치고 박지성 봉쇄맨으로 활용될지 모릅니다. 또는 요시다 퇴장 공백을 메울 수 있죠.
(4) 일본의 원톱은 여전히 불안하다
일본의 고질적인 문제점은 원톱입니다. 미드필더진에서 아기자기한 패싱 플레이를 펼침에도 불구하고 공격수가 박스쪽을 비벼주지 못하면서 공격의 효율성이 다소 부족하죠. 아시안컵에서 원톱을 맡은 마에다는 상대의 강력한 압박을 받으면 맥을 못추는 단점을 노출했습니다. 본선 1차전 요르단전, 2차전 시리아전이 그 예 입니다. 3차전 사우디전에서는 2골을 터뜨렸지만 상대팀의 수비 의지가 약했던 특징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8강 카타르전에서는 상대 수비를 앞쪽으로 끌고 나오는 패턴은 성공했지만 경기 흐름을 결정지을 골 기회 및 연계 플레이가 떨어졌습니다. 그런 마에다는 지난해 10월 12일 한국전에서 부진했던 이력이 있습니다. 일본의 원톱은 여전히 불안하죠.
(5) 카가와-혼다, 여전히 풀지못한 공존 문제
카가와-혼다는 8강 카타르전에서 나란히 맹활약을 펼쳤지만 두 선수 사이의 공존은 취약했습니다. 여전히 호흡이 맞지 않으며, 서로의 특징을 키우고 보완할 수 있는 세밀한 패스 플레이가 연출되지 못했습니다. 물론 카가와의 2골은 혼다의 킬러 패스가 결정타 였습니다. 하지만 혼다의 패스를 받았던 선수는 카가와가 아닌 오카자키 였습니다.(2골 모두) 또한 카가와는 왼쪽 윙어로서 기동력이 떨어지는 것, 혼다는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좁은 공간에 약한 단점이 있습니다. 더욱이 카타르는 일본과 본선에서 상대했던 요르단-시리아와 다르게 수비 조직력이 불안했습니다. 두 선수의 공존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았습니다.
(6) 나카자와-툴리우 공백, 그리고 요시다 퇴장
일본의 가장 큰 불안 요소는 센터백입니다. 나카자와-툴리우가 부상으로 동반 결장했고, 구리하라도 같은 사유로 아시안컵에 불참하면서 경험, 실력, 호흡에서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센터백 조합이 없습니다. 8강 카타르전에서는 요시다가 경험 부족에 따른 라인 컨트롤 실패(선제골 실점 원인), 두 번의 불필요한 파울로 경고 누적에 의한 퇴장을 당하면서 수비력에 약점을 드러냈습니다. 4강 한국전에서는 이와마사 또는 이노하가 곤노와 함께 센터백을 맡을 예정 입니다. 하지만 이와마사-이노하는 A매치 출전이 10경기를 채우지 못했을 정도로 국제 경험이 부족하죠. 물론 이와마사는 29세이지만 그동안 센터백 경쟁에서 밀렸던 선수였습니다. 그리고 일본 센터백들은 발이 느립니다. 아시안컵에서 나카자와-툴리우 공백을 극복하지 못한 이유죠.
-일본, 요주의 인물 5명 누구?-
(1) 엔도 야스히토(31세, 감바 오사카, 수비형 미드필더, 177cm/73kg)
엔도는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다재다능한 장점을 갖췄습니다. 넓은 활동량과 투철한 지구력, 강인한 승리욕까지 더해지면서 상대 공격을 악착같이 봉쇄합니다. 그래서 공수 밸런스 유지에 강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일본의 패스 게임이 원활했던 것도 엔도의 궂은 역할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또한 엔도는 너른 시야를 활용한 패싱력이 출중합니다. 정확하고 날카로운 패스를 기반으로 2선 미드필더들을 지원하죠. 또한 감아차는 프리킥이 뛰어납니다. 퍼거슨 맨유 감독에게 공개적인 칭찬을 받았을 정도로 개인 능력이 출중하죠. 2009년 AFC(아시아 축구연맹) 올해의 선수에 뽑혔던 아시아 최정상급 수비형 미드필더 입니다.
(2) 하세베 마코토(27세, 볼프스부르크, 수비형 미드필더, 179cm/72kg)
하세베는 엔도의 더블 볼란치 파트너로 기용되는 일본 대표팀 주장입니다. 우라와 레즈 소속이었던 2007년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과정에서 8강 전북전, 4강 성남전 맹활약을 통해 강인한 인상을 심어줬던 선수였죠. 당시에는 공격적인 재능에서 두각을 떨쳤지만, 독일 분데스리가(볼프스부르크)에서 키웠던 수비력이 일본 대표팀에서 엔도와 철벽 수비를 과시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적극적인 수비 가담에 따른 커버 플레이를 통해 상대팀에게 뒷 공간을 허용하지 않으려는 의지가 묻어납니다. 또한 왕성한 활동량을 자랑하는 선수로서 그라운드를 쉼없이 누빕니다. 일본 대표팀의 힘은 하세베-엔도 조합이라 할 수 있습니다.
(3) 카가와 신지(22세, 도르트문트, 왼쪽 윙어, 173cm/63kg)
두말 할 필요 없는 일본 축구의 새로운 아이콘 입니다. 올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도르트문트) 전반기 17경기에서 8골 1도움을 기록했으며 소속팀의 리그 1위를 이끄는 중추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작은 체구에서 비롯된 낮은 패스 플레이에 강한 성향 입니다. 여러 형태의 패스를 골고루 섞으며 경기를 풀어가는 자질이 충분하며, 상대 수비 조직이 약한 틈을 보일 때 문전쪽으로 과감히 침투하여 골 기회를 엮어냅니다. 그 상황에서는 순발력이 빠릅니다. 특히 공격형 미드필더 또는 4-4-2의 쉐도우로서 이러한 장점이 빛을 발하죠. 일본 대표팀에서는 왼쪽 윙어를 맡으면서 파괴력이 반감된 약점을 노출했지만 8강 카타르전에서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명예회복 했습니다.
(4) 혼다 케이스케(26세, CSKA 모스크바, 공격형 미드필더, 182cm/76kg)
혼다는 남아공 월드컵에서 2골을 넣으며 일본의 16강 진출을 이끈 축구 스타입니다. 근거를 알 수 없는 이적설 난무 및 돌출 행동 때문에 국내 축구팬들에게 조롱의 대상이 되었지만, 경기의 임펙트를 결정지을 내공이 출중합니다. 전방 옵션들에게 한 번에 찔러주는 패스로 골 기회를 밀어주거나 횡쪽으로 찔러주는 패스를 즐깁니다. 적어도 패스 타이밍 만큼은 카가와-오카자키 같은 2선 미드필더 보다 더 빠릅니다. 그리고 상대 수비가 뒷 공간을 내주면 돌파를 감행하며 경기 분위기를 이끄는 능력이 있습니다. 일본 선수들 중에서 피지컬이 좋은 편에 속하며, 무회전 프리킥을 장착했습니다. 또한 오른쪽 윙어, 원톱,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될 수 있는 선수죠.
(5) 나가토모 유토(25세, 체세나, 왼쪽 풀백, 170cm/68kg)
일본은 전통적으로 측면이 약했지만, 나가토모가 3년 전 부터 대표팀에 등장하면서 그 약점을 메웠습니다. 나가토모는 경이적인 주력을 바탕으로 공수 양면에서 폭 넓게 움직이는 성향입니다.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상대 공격 옵션을 견제하거나 적극적인 오버래핑을 펼치죠. 작은 체격의 약점을 이겨내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을 강화했고, 그 원동력이 남아공 월드컵에서 큰 체격을 자랑하는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는 계기가 됐습니다. 또한 몸의 무게 중심이 낮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크지 않습니다. 전반적인 경기력이 투박한 감이 없지 않지만 그 특징이 자신의 장점을 키우고 있습니다.
-한국의 일본전 공략법 5가지는?-
(1) 차두리, 카가와를 터프하게 밀어붙여라
한국 입장에서 일본의 카가와는 반드시 막아야 할 선수 입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맹활약을 펼쳤던 내공 때문에 해결사 기질을 발휘할 잠재적 역량이 있습니다. 일본 입장에서도 카가와의 골이 터지기를 바라겠지만요. 하지만 카가와는 지난해 10월 12일 한국전에서 최효진의 끈적한 수비에 힘을 쓰지 못하고 교체 되었습니다. 도르트문트에서는 동료 공격 옵션들이 자신의 압박 부담을 덜어주는 이점에 힘입어 공격력을 키울 수 있었지만, 당시의 한국전에서는 거친 수비에 약점을 드러냈죠. 그래서 차두리의 수비력이 중요합니다. 아시안컵에서는 개선되었지만, 카가와에게 수비 뒷 공간을 내줘서는 안됩니다. 카가와를 터프하게 밀어붙이면서 상대 왼쪽 공격을 번번이 차단해야 합니다.
(2) 선제골이 필요하다
한국의 약점은 체력입니다. 본선 3차전 인도전에서 최정예 멤버들이 비를 맞아가면서 경기를 치렀고, 8강 이란전에서는 120분 연장 혈투를 펼쳤고, 일본보다 8강전이 하루 늦게 실시됐습니다. 주전 선수들의 체력을 놓고 보면 한국의 열세를 생각하기 쉽습니다. 다만, 일본보다 피지컬과 파워가 강하기 때문에 체력 저하를 이겨낼 힘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약점을 완전히 커버하려면 선제골이 필요합니다. 만약 일본에게 먼저 실점을 허용하면 경기를 뒤집기 위해 적잖은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선제골로 먼저 리드하면서 점유율 강화를 통해 안정적으로 경기를 풀어가야 합니다. 축구는 체력 관리 보다는 경기를 효율적으로 지배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 일환이 선제골 입니다.
(3) 미드필더 압박이 관건
일본전 승리는 미드필더들의 압박에 달렸습니다. 한국도 일본처럼 미드필더를 중심으로 아기자기한 패스 축구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미드필더들이 얼마만큼 상대 허리를 압박하고 공격을 끊느냐에 따라 경기의 흐름이 결정 될 것입니다. 박지성-구자철-이청용으로 짜인 2선 미드필더들의 적극적인 수비 가담도 중요하겠지만, 이 선수들이 전방 압박을 펼치면서 일본 선수들의 활동 반경을 후방쪽으로 내리는 전술도 염두해야 합니다. 일본에게 점유율을 내주지 않으려면 2선에서 바로 압박을 가하면서 패스 길목을 끊고, 그 틈을 이용해서 역습을 노려야 합니다. 일본의 카타르전 선제골 실점 과정 및 카가와 동점골 이전까지 고전했던 흐름이 대표적 예 입니다.
(4) 기성용의 포어 리베로 전환 필요
자케로니 감독은 아시안컵에서 카가와-혼다-오카자키로 짜인 2선 미드필더들의 활동 반경을 앞쪽으로 끌어 올리면서 공격적인 플레이를 유도했습니다. 엔도-하세베가 더블 볼란치로서 탄탄한 수비력을 과시했기 때문에 2선의 수비 부담이 줄었죠. 일본과 상대했던 팀들의 경기력이 약했던 흐름도 없지 않습니다. 만약 일본이 한국전에서 같은 전술을 구사하면 기성용-이용래로 짜인 더블 볼란치가 그 특징을 노릴 필요가 있습니다. 이용래가 왕성한 활동량으로 일본 공격 옵션들과 상대하면, 기성용은 이란과의 전반전처럼 포어 리베로로 전환하여 상대 공격 옵션을 앞쪽으로 끌어 올리는 플레이를 유도해야 합니다. 그럴 경우, 일본의 패스 간격이 벌어지기 때문에 한국에게 공격이 차단 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일본의 허리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죠.
(5) 일본의 요시다 공백을 노려라
한국은 이정수가 일본전에서 경고 누적으로 결장합니다. 조용형을 센터백으로 활용할 수 있고, 황재원이 8강 이란전에서 기대 이상의 몫을 했기 때문에 이정수 공백을 막아낼 여지는 분명합니다. 하지만 일본은 요시다가 카타르전 퇴장으로 한국전에 결장하면서 센터백이 취약 지점으로 떠올랐습니다. 나카자와-툴리우 공백까지 겹쳐서 말입니다. 한국의 제로톱이 성공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동원이 최전방에서 왼쪽 측면으로 빠지면서 일본 수비수들의 시선을 자신쪽으로 유도할 때, 박지성 또는 구자철이 일본 중앙쪽을 침투하여 골 기회를 노릴 수 있죠. 엔도-하세베가 후방까지 압박에 가담할 수 있지만, 이청용도 중앙쪽을 파고들 수 있습니다. 또한 손흥민-윤빛가람 조커 카드를 통해 '과감한 한 방'으로 승부수를 띄워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