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팀 입장에서 이란전은 반드시 이겨야 할 경기입니다. 그동안 이란과 악연이 잦았고 최근 A매치 6경기 연속 승리가 없었지만(4무2패), '왕의 귀환'을 위해서는 이란을 반드시 넘어야 합니다. 축구가 결과로 말하는 스포츠임을 상기하면 이란전에서는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 중요성을 일본이 카타르전을 통해 각인 시켰습니다.
일본 축구 대표팀이 개최국 카타르를 상대로 역전승을 거두고 4강에 진출했습니다. 21일 저녁 10시 25분(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알 가라파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11 아시안컵 8강 카타르전에서 3-2로 승리했습니다. 일본은 전반 13분 세바스티안 소리아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으나 전반 28분 카가와 신지가 동점골을 넣었고, 후반 17분 파비우 세자르에게 두번째 골을 내줬지만 후반 25분 카가와가 또 다시 동점골을 작렬했습니다. 그리고 후반 45분에는 이노하 마사히코가 역전골을 터뜨리면서 일본이 경기 막판에 웃었습니다. 특히 카가와는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일본 승리의 쐐기를 박았습니다.
이로써, 일본은 오는 25일 저녁 10시 25분에 한국-이란(23일 새벽 1시 25분) 승자와 4강에서 맞붙습니다. 후반 16분 요시다 마야가 퇴장 당하는 수적 열세 및 카타르의 개최국 이점, 그리고 카타르와의 역대 전적 열세(7전 1승4무2패)를 극복했던 승리였습니다. 경기력이 매끄럽지 못했지만 '상대팀을 이기는 기질'이 넘쳐 흘렀죠. 이란과 상대하는 한국 대표팀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일본vs카타르, '승리 의지'가 두 팀의 승패를 갈랐다
일본은 카타르전에서 4-2-3-1을 구사했습니다. 가와시마가 골키퍼, 나가토모-콘노-요시다-이노하가 수비수, 엔도-하세베가 더블 볼란치, 카가와-혼다-오카자키가 2선 미드필더, 마에다가 원톱을 맡았습니다. 우치다가 경고 누적으로 결장했던 공백을 이노하가 메웠고, 왼쪽 발목 통증으로 훈련을 중단했던 혼다가 출전을 강행했습니다. 지금까지 카가와-혼다 공존 문제 때문에 전력 최대화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자케로니 감독은 카가와 왼쪽 윙어-혼다 공격형 미드필더 포진을 그대로 밀고 갔습니다.
그런 일본의 경기 초반은 불안했습니다. 카타르 선수들이 경기 초반부터 일본 진영쪽으로 위치를 잡고 강하게 압박을 펼치는 바람에 일본의 패스 줄기가 전방으로 연결되는데 어려움을 겪었죠. 엔도-하세베가 카타르와의 허리 싸움에서 밀렸고, 나가토모가 카타르의 빠른 역습에 의해 수비 뒷 공간을 내주는 어려운 경기를 펼쳤죠. 그 이유는 엔도-나가토모 사이의 옆 공간이 비었기 때문입니다. 오른쪽에서는 이노하가 활동 폭을 넓게 잡으면서 카타르 왼쪽 윙어 알세도의 발을 묶었지만, 왼쪽에서는 카가와의 수비 가담이 떨어지면서 카타르가 그 약점을 공략했죠. 세바스티안의 위치 선정으로 말입니다.
전반 13분 세바스티안의 선제골은 일본 왼쪽 뒷 공간 약점을 간파했던 대표적 장면 이었습니다. 왼쪽 측면에 포진했던 일본 미드필더들이 카타르의 로빙 패스에 이은 역습을 차단하지 못했고, 공격을 이어 받았던 세바스티안이 요시다 뒷 공간에서 드리블 돌파를 펼치면서 일본 골망을 흔들었죠. 세바스티안은 볼을 받기 직전에 옆쪽으로 빠지는 움직임을 취하여 요시다의 마크를 사전에 뚫고 위치를 잡았습니다. 그런 세바스티안이 볼을 터치할 때 동일 선상에 있던 이노하가 뒷쪽 발을 빼고 있었기 때문에 오프사이드가 아닙니다. 세바스티안의 움직임을 읽지 못하고 볼을 노려봤던 요시다의 실수가 컸죠.
요시다는 아시안컵에서 나카자와-툴리우 부상 공백을 메우기 위해 발탁된 센터백입니다. 지난해 네덜란드 VVV 펜로에 입단했지만 아직 A매치 경험이 부족한 23세 선수죠.(요르단전 포함 5경기 출전) 문제는 그 약점이 카타르전 선제골 실점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후반 1분 세바스티안과 공중볼을 다툴 때 오른손으로 상대 선수의 가슴쪽을 잡고 쓰러뜨려 경고를 받았고, 후반 16분에는 유세프에게 옆쪽에서 태클을 가하는 과정에서 상대 선수 오른쪽 종아리 뒷쪽을 오른발로 가격하는 비신사적인 플레이로 경고 누적에 의한 퇴장을 당했습니다. 1분 뒤에는 파비우가 왼발 프리킥으로 골을 터뜨리며 카타르가 2-1로 앞섰습니다. 여기까지는 일본의 패배가 다가오는 듯 했죠.
그럼에도 일본이 카타르전에서 승리했던 이유는 경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자세에서 비롯됐습니다. 요시다 퇴장 공백을 메우기 위해 후반 18분 '원톱' 마에다를 빼고 '센터백' 이와마사를 교체 투입했습니다. 그러면서 카가와-혼다-오카자키를 스리톱으로 활용하는 승부수를 띄웠죠. 카가와-오카자키가 공간을 넓게 벌리고 나가토모-엔도-하세베-이노하가 뒷쪽을 커버하면서 패스 게임으로 점유율을 늘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하세베가 패스로 경기를 완급 조절하면서 카타르의 템포를 떨어 뜨렸습니다. 카타르 수비가 2-1 이후에 수비력이 느슨해졌던 약점을 제대로 노렸죠. 그 결과는 역전으로 이어졌습니다.
일본의 후반 25분 카가와, 후반 45분 이노하 골 과정은 카타르 수비의 약점에서 비롯됐습니다. 각각 혼다-하세베의 침투 패스를 허용했고 전방쪽에 있던 카가와 위치를 놓치면서 역전의 희생양이 됐죠. 카타르의 수비력 및 집중력 문제도 있었지만, 정확히는 두 팀의 희비를 엇갈리게 했던 결정타로 작용했습니다. 일본이 상대 수비 약점을 놓치지 않고 침투 패스로 공격의 임펙트를 키웠던 것이 승리의 원동력이 됐습니다. 10-11명의 수적 열세, 카타르의 개최국 이점, 스코어 1-2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 체력적인 부침에 시달릴 수 있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카타르보다 '승리 의지'가 더 강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카타르는 일본을 제압하기에는 클래스가 뒷받침하지 못했습니다. 전반 28분 카가와에게 1-1 동점골을 허용한 이후의 상황이 대표적 예 입니다. 그 이전까지 자기 페이스를 유지했으나 카가와에게 골을 내주더니 체력-활동량-점유율이 떨어졌습니다. 그러면서 일본이 경기 내용을 회복했죠. 카가와의 두번째 골 장면 이후도 그랬던 것 처럼, 상대팀 골에 혼쭐이 나면 여지없이 경기 분위기가 가라 앉습니다. 이것이 강팀과 약팀의 대표적인 차이점 입니다. 강팀은 어떤 상황에서든 흔들림 없이 자신들만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는 내공을 겸비했습니다. 일본 특유의 점유율 축구, 패스 게임은 요시다 퇴장에도 불구하고 빛을 발했죠.
외부적인 관점에서는, 2골 1도움을 기록했던 카가와를 카타르전 히어로로 꼽을지 모릅니다. 그렇다고 카가와의 경기력이 완벽했던 것은 아닙니다. 왼쪽 윙어로서 일본 공격의 템포 및 연계 플레이를 끌고 가지 못했고 볼 키핑이 좋지 않았습니다. 아시안컵 본선 3경기에서 드러났던 약점이 그대로 이어졌죠. 경기 내용을 놓고 보면 혼다-하세베-오카자키의 폼이 더 좋았습니다. 자신의 첫번째 골은 오카자키가 거의 넣은 것과 다를 바 없던 장면이었죠. 하지만 카가와의 강력한 무기는 골 기회를 노리는 습성입니다. 맹수가 먹잇감을 포착하는 것 처럼, 상대 수비에 빈틈이 생기면 그 장면을 놓치지 않고 힘껏 두드립니다. 두번째 골이 대표적 장면 이었죠.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일본의 카타르전 승리를 참고해야 하는 이유는 '승리 의지' 때문입니다. 이란전에서 패하면 아시안컵 우승이 실패로 끝나기 때문에 이 경기를 어떻게든 이겨야 합니다. 물론 이란 선수들도 한국전 승리에 사력을 다할 것이라는 점을 태극 전사들이 인지해야죠. 일본-카타르가 엄연히 두 팀의 클래스가 달랐다면 한국-이란은 서로 물러설 수 없는 공방전이 예상됩니다. 누가 더 많이 뛰거나 태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축구는 골로 승패를 가리는 스포츠로서 어느 팀의 승리 의지가 강하느냐에 따라 더 많은 골을 터뜨리는 결정타로 이어집니다. 1-2의 스코어를 3-2로 뒤바꾼 일본이 좋은 예가 되었죠.
특히 한국은 이란을 상대로 짜릿한 추억을 안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 3~4위전에서 1-3으로 패색이 짙었던 경기 흐름을 4-3으로 되돌리는 역전극을 펼쳤습니다. 후반 중반까지 부진했으나 후반 30분 박주영 만회골, 후반 42분과 44분에 지동원이 동점골과 역전골을 터뜨리면서 한국이 이란을 제압하는 명승부를 펼쳤습니다. 당시 이란전에서 골을 넣었던 구자철-지동원은 아시안컵을 통해 조광래호 공격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올랐습니다. 두 선수의 승리 의지가 이번 이란전에서 그대로 재현되면 동료 선수들의 분발로 이어지면서 일본과 4강에서 겨루는 시나리오가 재현될 지 모릅니다.
반대로 1996년 아시안컵 8강 이란전은 한국 축구의 악몽으로 회자되는 경기입니다. 전반전을 2-1로 앞섰으나 후반전에 5실점을 허용하면서 2-6 대패를 당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이 이란전을 껄끄럽게 생각하는 이유는 당시 2-6 패배의 여운이 오래 남았습니다. 경기를 리드할 힘이 떨어졌던 것이죠. 일본전에서 후반 중반까지 2-1로 앞섰으나 뒷심 부족에 발목 잡혔던 카타르처럼 말입니다. 승리 의지가 결여된 팀은 침체가 찾아오는 것이 축구의 진리 입니다. 물론 승리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 기초를 소홀히 여기면 목표 달성이 어렵습니다. 비단 이란전 뿐만이 아닙니다. 4강-결승전도 마찬가지죠. 한국 대표팀의 이란전 승리 및 아시안컵 우승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