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대표팀이 51년 만의 아시안컵에서 우승하려면 8강에서 이란을 반드시 제압해야 합니다. 이란과 그동안 악연이 잦았고, 최근 A매치 이란전 6경기에서 승리가 없었기 때문에(4무2패)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임에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진정한 '왕의 귀환'을 위해서는 이란을 제압해야 하며 4강에서도 일본-카타르 승자를 상대로 아시아 No.1이라는 이미지를 키울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이란은 한국의 공세를 적극 견제하면서 경기 집중력 저하를 노리고 있을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빠른 역습으로 한국의 후방을 두드릴 것입니다. 지난해 9월 이란전 0-1 패배 과정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또한 고트비 감독은 한국 축구의 특징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한국의 골 결정력 부족, 많이 뛰는 것에 비해 상대 배후 공간을 흔들어주지 못하는 플레이(4년 전 아시안컵 시절보다 향상되었지만), 한국 센터백들의 발이 느린 약점, 패스미스 같은 약점을 '압박으로' 공략할 것임에 분명합니다. 한국이 상대 밀집 수비에 힘이 부치는 것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이란은 아시안컵 D조 본선 3경기에서 로테이션 멤버를 가동했습니다. 왼쪽 풀백을 맡는 하지 사피 이외에는 3경기 연속 선발 출전했던 선수가 없었습니다. 20일 아랍에미리트 연합(UAE)전 베스트 일레븐에는 하지 사피-테이무리안-쇼자에이를 제외한 8명이 벤치 자원 입니다. UAE전에서는 이미 조1위를 굳힌 상황이기 때문에 주전 선수들을 무리하게 기용할 이유가 없었죠. 본선 3경기에서 최정예 멤버들을 가동했던 한국과 대조적인 행보입니다. 한국보다 하루 늦게 본선 3차전을 치렀지만, 주력 선수들을 놓고 보면 체력에서는 이란이 한 수 위에 있습니다.

특히 이란 선수들은 피지컬-파워-몸싸움에 강합니다. 엄연히 중동권에 속하지만 체형이 유럽에 가깝습니다. 그 이점이 수비에서 빛을 발하면서 터프한 수비를 펼칠 수 있었고, 미드필더진에서는 '캡틴' 네쿠남이 상대 공격을 틀어막고 동료 선수들이 협력 견제에 들어가면서 공간을 선점하거나 역습 기회를 노립니다. 아시안컵 본선에서는 윙어들의 수비 가담이 떨어지면서 미드필더들이 압박에 어려움을 겪는 단점이 노출되었지만, 이제는 토너먼트가 시작되었고 최정예 멤버를 가동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기 때문에 본래의 특색을 되살릴 가능성이 큽니다. D조 본선 3경기보다 더 강한 경기를 펼칠 것이라는 점이죠.

이란은 지난해 9월 7일 한국 원정 1-0 승리 과정을 이번 경기에서 참고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중원이 승부처가 됐습니다. 노우리-네쿠남-테이무리안으로 짜인 이란의 미드필더들이 기성용-윤빛가람과의 허리 싸움에서 피지컬과 힘으로 맞선 끝에 경기 흐름을 주도하는데 성공했죠. 쇼자에이-레자에이 같은 윙어 자원들도 2선에 적극 가담하면서 한국 허리와의 수적 우세를 점했습니다. 그래서 한국 수비진은 3백에서 5백으로 변형하여 수비 안정에 주력했지만 이란은 측면에서의 빠른 순발력으로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그 과정에서 한국 수비진의 패스 미스를 결승골로 엮어내는 기습 공격에 성공했죠.

또한 이란은 아시안컵 8강에서 박지성을 집중 견제할 것임에 분명합니다. 2009년 2월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박지성을 꽁꽁 막았던(하지만 박지성이 세트 피스때 골을 터뜨렸던) 전례가 있습니다. 한국의 공격에서 박지성이 차지하는 무게감은 대체 불가능 하며, 박지성이 이번 대회에서 무득점에 그쳤던 것도 상대의 집중 견제와 맥락을 같이 합니다. 박지성이라는 이름 그 자체가 상대팀들에게 위협같은 존재이자 반드시 막아야 하는 선수라는 승리욕이 발동합니다. 바레인-호주 선수들이 박지성의 발을 건드리는 파울을 유발한 것도 이 때문 입니다.(그 중에 몇개는 주심이 넘어갔지만)

그리고 이란은 한국전에서 구자철까지 견제의 폭을 넓힐 것입니다. 구자철이 본선 3경기에서 모두 골을 터뜨렸고 한국의 공격 옵션중에서 가장 좋은 폼을 발휘했기 때문에 이란 입장에서 경계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고트비 감독을 비롯해서 대부분의 이란 선수들은 구자철의 특징을 잘 모릅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 3~4위전 한국전에 출전했던 골키퍼 라흐마디, 센터벡 호세이니는 그 경기에서 한국의 첫 골을 터뜨렸던 구자철을 잊지 않겠죠. 경기 종료 직전 라흐마디가 한국 문전에서 김승규의 시야를 방해하며 우리 선수들과 신경전을 펼쳤을 때, 라흐마디의 뺨을 때렸던 선수가 구자철 입니다.

공격진에서는 원톱 내지는 스리톱을 구사할 가능성이 큽니다. 측면 공격을 키우기 위해서 입니다. 지난해 9월 7일 한국전에서는 쇼자에이-골라미-레자에이가 스리톱을 형성했는데, 특히 측면 자원들이 한국의 수비 뒷 공간을 적극 두드렸던 것이 1-0 승리의 또 다른 원인이 됐습니다. 중원 장악 성공까지 이어지면서 한국 선수들의 공격 의지를 떨어뜨렸죠. 아시안컵 본선 3경기에서도 윙 플레이를 즐기는 경향이 뚜렷했습니다. 이라크전에서는 쇼자에이-레자에이(4-2-3-1), 북한전에서는 모발리-헤이다리(4-4-2), UAE전에서는 쇼자에이-압신(4-3-3)이 측면을 맡으면서 상대 수비의 허점을 파고 들었죠. 그런 기세라면, 한국전에서는 안사리 파드-골라미 중에서 한 명을 원톱에 배치할 것입니다. 상대 수비를 힘으로 제압하는 성향의 타겟맨들이죠.

그럼에도 이란은 뚜렷한 허점이 있습니다. 측면 공격 옵션들을 제외하면 선수들의 발이 느립니다. 특히 북한전에서는 상대의 기동력에 밀리면서 공격 옵션들을 놓치는 문제점을 범했습니다. 그래서 압박의 탄탄함이 떨어졌죠. 빠른 스피드와 부지런한 공격 전개를 장점으로 삼는 한국에게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있습니다. 미드필더들의 빠른 볼 터치에 의한 패스 전개, 세밀한 침투패스가 이란전 승리의 관건입니다. 이란 진영의 좁은 공간에서 민첩하게 움직이면서 패스를 받아내고 재차 띄우는 영민한 플레이까지 필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슈팅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야 합니다. 이란은 압박에 주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단순히 많이 뛰는 플레이는 오히려 체력적인 독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교로 승부수를 띄워야 합니다.

그리고 한국의 경기력은 지난해 9월 7일 이란전과 엄연히 다릅니다. 그때는 조광래호가 출범한지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에 조직적인 움직임이 살아나지 못했지만, 이번 아시안컵을 통해 발을 맞출 수 있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아시안컵 체제에서는 4-2-3-1로 전환하면서 공수 밸런스의 안정을 키울 수 있는 힘을 얻었습니다. 또한 구자철-지동원-이용래-손흥민 같은 새로운 옵션들이 조광래호에서 입지를 키우면서 이란전 맹활약을 자신감을 얻을 것으로 보입니다. 젊은 선수들의 약점 부족을 걱정하기 보다는, 그들의 예측불허 경기력이 승부에 중요한 변수를 끼칠 수 있습니다. 이란전에서 좋은 결과를 달성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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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칼촌댁 2011.01.20 10: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효리사랑님, 정성스런 글 잘 읽고 갑니다.
    즐거운 하루되시고, 추운 날씨에 감기 조심하세요.

  2. 책과 핸드폰 2011.01.20 10: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 UAE와 하는거 보니 잘하던데... 걱정입니다.
    이번에는 꼭 이겨야 할텐데 말이죠!

  3. 복돌이^^ 2011.01.20 10: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역쉬...효리사랑님의 분석은 대단하세요...^^
    저도 공감가는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특히 감독이, 우리나라 비디오 분석관이었다는게...^^
    그래도 공은 둥글고....무척 기대되는 경기입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4. 선민아빠 2011.01.20 11: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란이 참 강하죠...그래도 우리대표님이 충분히 가능하겠죠~~

  5. gardenland 2011.01.20 11: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란에게 유독 약한거같아요 이번에는 잘할꺼라고 믿습니다.
    좋은글 잘보고갑니다!

  6. 이류 2011.01.20 11: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란이 쉽게 볼 나라가 결코 아니네요.. 대한민국이 아시아에서 넘버 1위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하루빨리^^
    대한민국 파이팅!!

  7. 에버그린 2011.01.20 11: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란을 꼭 좀 이번엔 이겨 주었으면 합니다.

  8. 라이너스™ 2011.01.20 11: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상대의 입장에서 돌아보면 또 우리의 약점을 알수있겠네요.
    좋은글 잘보고갑니다. 행복한 하루되세요^^

  9. 라오니스 2011.01.20 11: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란과의 질긴 인연..
    승리의 축배로 끊을 수 있길 기원합니다.. ^^

  10. Zorro 2011.01.20 12: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란... 어제 살살하는거 같으면서도 세골이나 넣더군요~
    8강전 볼만하겠어요^^

  11. 더공 2011.01.20 14: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란 입장에서.. 음..
    경기력 보니까 장난 아니던데요.
    8강에서 탈락한다 해도 뭐라 할 말이 없겠더라고요. 쩝...
    그러게 미리미리 좀 더 넣지.... ㅎㅎ

  12. 목쉰닭 2011.01.21 05: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란하고는 정말 악연이네요. 맥을 탁탁 짚어주시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감독 덕분인지 이란은 한국을 어찌 다뤄야 하는지 아는 팀 같더군요.
    하지만 지적하신대로 지난 번 친선전하고는 상황이 다를 것 같네요.
    이란의 거친 압박을 뿌리치고 좋은 결과를 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