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의 올 시즌 목표는 프리미어리그 우승입니다. 박싱데이를 기점으로 지역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리그 선두를 다투면서 정상을 꿈꾸게 됐죠. 시즌 초반에는 당시 선두였던 첼시에게 첫 패를 안겨주면서 올 시즌 행보가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습니다. 맨시티의 현재 순위는 2위지만 맨유와 승점 45점 동률을 유지하며(골득실 : 맨유 24골, 맨시티 18골) 언제든지 선두로 올라올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런 맨시티의 리그 우승을 견인할 조타수로 떠오른 인물은 '득점 기계' 에딘 제코(25) 입니다. 며칠 전 2700만 파운드(약 479억원)의 이적료로 하늘색 유니폼을 입으면서 잉글랜드 무대 정복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독일 분데스리가 볼프스부르크 소속으로서 지난 세 시즌 동안 리그 85경기 58골 14도움을 기록했고 지난 시즌 득점왕에 올랐던 제코의 명불허전이 맨시티에서 빛을 발할지, 맨시티가 '제코 효과'로 리그 우승에 성공할지 주목됩니다.
이타적인 제코, 골잡이 테베스와의 만남...맨시티의 새로운 무기
우선, 제코는 지난 16일 울버햄턴전에서 맨시티 데뷔전을 치렀습니다. 4-2-3-1의 원톱으로 출전하여 테베스-야야 투레-존슨으로 짜인 2선 미드필더들과 공존했죠. 후반 9분 하프라인에서 테베스와의 2대1 패스에 이은 드리블 돌파 형태의 역습을 취하면서 야야 투레에게 전진 패스를 연결한 것이 골로 이어졌습니다. 데뷔전에서 도움을 올리면서 맨시티의 4-3 승리를 공헌했죠. 비록 골을 기록하지 못했지만 볼을 다루는 공격 센스, 상대 수비수 견제에 흔들림 없는 볼 키핑력, 그리고 드리블이 인상 깊었습니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제코가 단순히 골에 치중하는 선수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울버햄턴전에서는 2선 미드필더들이 전방쪽으로 침투할 수 있도록 상대 수비수들과 경합하면서 공간을 벌려주는 역할에 주력했습니다. 상대 선수들을 자신쪽으로 유인하여 볼을 밀고 가면서 근처에 있는 동료에게 패스를 연결하거나, 테베스와의 스위칭 과정에서 왼쪽 측면 빈 공간으로 이동하여 크로스를 띄웠습니다. 이러한 2선 미드필더와의 연계 플레이 속에서 울버햄턴의 수비 조직력이 무너졌고 맨시티는 테베스의 2골을 포함해서 4골을 터뜨리며 승리에 성공했습니다. 제코의 이타적인 능력이 맨시티 전력에 적잖은 플러스로 작용했습니다.
물론 울버햄턴전 한 경기 만으로 제코의 맨시티 성공 여부를 가늠하기는 힘듭니다. 맨시티의 먹튀로 꼽히는 호비뉴(현 AC밀란)-아데바요르도 영입 초기에는 다득점 맹활약을 펼쳤습니다.(아데바요르의 지난 시즌 활약상은 아스날 시절보다 파괴력이 떨어집니다. 시즌 초반에 반짝했을 뿐이죠.) 하지만 독일 분데스리가를 평정했던 제코의 저력이 꾸준히 뒷받침하면 맨시티 성공을 장담할 수 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맨시티를 비롯해서 첼시, 맨유, AC밀란, 유벤투스 같은 유럽 빅 클럽들의 영입 공세를 받으며 이적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주목 받았던 행보는 강팀에서 성공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음을 입증하죠.
그런 맨시티가 제코를 영입한 것은 시즌 초반 테베스에 의존했던 골 생산의 다변화를 노리기 위해서 입니다. 테베스 원톱 보다는 제코-테베스의 공존이 파괴적이며 상대 수비에 위협을 줄 수 있습니다. 제코의 공격 패턴이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192cm의 장신으로서 공중볼에 강하며, 능숙한 포스트플레이로 상대 수비수들을 교란하거나, 양발잡이의 장점을 앞세워 볼을 컨트롤 할 수 있고, 측면 및 2선에서 움직일 수 있는 공격력까지 겸비했습니다. 173cm의 테베스보다 신장이 크기 때문에 맨시티 입장에서 롱볼을 통한 공격 다변화를 노릴 수 있습니다. 또는 울버햄턴전처럼 제코와 테베스의 스위칭으로 공격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죠.
특히 제코의 이타적인 능력은 '골잡이' 테베스에게 힘이 될 것임에 분명합니다. 울버햄턴전에서 테베스와의 2대1 패스 및 야야 투레에게 골을 밀어주는 전진 패스 장면을 놓고봐도 동료 선수의 골을 엮을 기질이 넘쳐 흘렀습니다. 테베스는 맨유의 베르바토프와 더불어 득점 공동 1위(14골)을 다투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많은 골을 넣기 위해 사력을 다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맨시티 원톱으로서 실바-야야 투레-존슨(밀너)와 공존하면서 패스를 받는 입장이었다면, 이제는 상대 수비 밸런스를 흔들 수 있는 제코의 존재감에 힘입어 앞쪽으로 빠지는 움직임이 수월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테베스의 왼쪽 윙어 전환이 일시적일지는 알 수 없습니다. 실바-발로텔리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던 공백을 메웠죠. 하지만 측면 미드필더 배치가 나쁘지 않은 이유는 제코가 원톱으로 나섰기 때문입니다. 상대 수비와 지속적으로 경합하면서 원터치 패스를 밀어주는 제코의 장점이라면 테베스를 비롯한 2선 옵션들이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특히 테베스는 특유의 빠른 순발력과 저돌적인 움직임, 넓은 활동량을 겸비한 선수이기 때문에 제코의 존재감에 힘입어 그 특징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죠. 맨유 시절 및 남아공 월드컵에서 부여받은 패턴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맨시티 공격이 새로운 형태로 바뀌면서 상대 수비에 혼란을 키우는 이점과 직결되죠.
또한 맨시티의 제코 영입은 4-4-2, 4-3-3 전환이 가능함을 뜻합니다. 제코-테베스로 짜인 '빅&스몰' 투톱을 구축하거나, 배리-야야 투레-데 용으로 짜인 스리 볼란치를 활용하면서 테베스-제코-존슨(밀너)으로 짜인 스리톱으로 변경할 수 있습니다. 올 시즌 4-2-3-1을 즐겨 구사했지만 지난 시즌에는 4-4-2, 4-3-3을 골고루 활용했기 때문에 경기 상황에 따른 포메이션 변화의 폭을 넓힐 수 있습니다. 때로는 제코를 측면 윙어로 배치하면서 상대 측면 뒷 공간을 파고들 여지가 있죠. 공간을 이용하는 움직임 및 볼 배급에서는 테베스보다는 제코가 우세 입니다.
제코와 테베스의 결합은 맨시티가 리그 우승을 위해 새로운 무기를 장착했음을 의미하는 대목입니다. 또한 실바-발로텔리가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제코를 영입했던 타이밍까지 시의 적절 했습니다. 박싱데이 이후 리그 우승에 탄력을 얻은 맨시티는 제코 영입에 힘입어 우수한 공격력을 발휘할 명분을 얻었습니다. 시즌 초반에는 테베스 존재감에 따라 기복이 심한 행보를 나타냈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테베스가 없거나 부진하면 제코가 골에 치중할 수 있기 때문이죠. 제코의 골 결정력은 두말 할 필요 없습니다. 맨시티가 두 선수의 존재감에 웃을 수 있는 날이 많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