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토트넘 원정에서 무패 행진을 이어갔지만 승점 3점 획득에 실패했습니다. 공격력 저하가 아쉬웠던 경기였습니다.
맨유는 17일 오전 1시 10분(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진행된 2010/1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3라운드 토트넘전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했습니다. 토트넘을 상대로 슈팅 7-19(유효 슈팅 4-2, 개), 점유율 43-57(%), 패스 시도 387-503(패스 성공 275-378, 개)의 열세를 나타내는 맨유 답지 않은 수치를 나타냈습니다. 유효 슈팅에서 토트넘을 2개 앞섰지만 골을 터뜨리지 못했던 것이 아쉬웠습니다. 후반 29분에는 하파엘 다 실바가 퇴장 당하면서 수적 열세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이로써, 맨유는 12승9무(승점 45, 골득실 24골)을 기록하고 리그 선두에 다시 복귀했습니다. 2위 맨체스터 시티(13승6무4패, 승점 45, 골득실 18골)와 승점 동률을 나타냈으나 골득실에서 6골 앞섰습니다. 반면, 토트넘은 맨유전 승리 실패로 5위(10승7무5패, 승점 37)에 머물렀습니다.
토트넘전 쉐도우, 루니가 적절했다
맨유는 토트넘전에서 4-4-2로 나섰습니다. 판 데르 사르가 골키퍼, 에브라-비디치-퍼디난드-하파엘이 수비수, 긱스-캐릭-플래쳐-나니가 미드필더, 루니-베르바토프가 공격수로 출전했습니다. 루니-판 데르 사르가 부상에서 복귀했으며 긱스가 왼쪽 윙어로 출전하면서 박지성 공백을 메웠습니다. 그리고 토트넘도 4-4-2로 맞섰습니다. 고메스가 골키퍼, 야수 에코토-도슨-갈라스-휴턴이 수비수, 베일-모드리치-팔라시오스-레넌이 미드필더, 크라우치-판 데르 파르트가 공격수로 모습을 내밀었습니다.
특히 맨유는 루니를 타겟맨으로 올리고 베르바토프를 쉐도우로 내리는 공격 변화를 택했습니다. 캐릭-플래쳐로 짜인 중앙 미드필더들의 최근 폼이 좋지 못했고 컨디션이 저하되었기 때문에 베르바토프의 2선 가담을 주문하는 형식의 경기를 펼쳤습니다. 그러면서 루니가 4번의 논스톱 슈팅을 날리면서 골을 겨냥했습니다. 지난 시즌 공격 패턴을 활용했죠. 비록 루니는 골을 터뜨리지 못했지만 최근 경기에 비하면 슈팅의 세기 및 정확도가 탄력이 붙었습니다.
루니-베르바토프 투톱은 경기가 진행 되면서 토트넘에게 허리 싸움에서 밀린 이후부터 후방쪽으로 빠지는 움직임이 많았습니다. 토트넘 수비진영을 쉴새없이 파고들거나 연계 플레이를 펼치면서 골 기회를 노릴 수 있는 기회가 적었죠. 7-19개의 슈팅 횟수가 말해줍니다. 맨유가 토트넘의 빠른 공격을 막아내는 목적에서 지역 방어를 강화했지만, 미드필더진이 이렇다할 공격을 전개하지 못하면서 루니-베르바토프의 역할 부담이 커졌죠. 몇몇 상황에서는 베일-레넌의 빠른 발에 의해 측면 뒷 공간이 뚫리면서 미드필더들의 수비 가담이 잦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루니-베르바토프 투톱이 공격을 지휘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루니가 평소처럼 쉐도우로 출전했다면 이야기가 달랐을지 모릅니다. 맨유 입장에서 모드리치-팔라시오스의 수비 부담을 늘릴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었습니다. 상대 수비를 자신쪽으로 유도하면서 다른 동료 선수들에게 빠른 볼 처리에 의한 침투 패스를 연결하면 골 넣을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선수가 맨유에게 필요했죠. 지금까지 루니의 쉐도우 배치가 성공했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러나 맨유는 루니의 이타적인 역량을 활용하지 못하면서 모드리치-팔라시오스가 많은 볼 터치를 기록하는 어려운 경기를 펼쳤습니다. 그러면서 토트넘은 모드리치를 중심으로 맨유 진영에서 볼을 주고 받으며 점유율을 늘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좌우 측면의 빠른 돌파를 시도하거나 크라우치-판 데르 파르트를 겨냥하는 종패스를 연결하면서 공격 루트의 다양화가 이뤄졌습니다. 맨유 미드필더들은 압박에 주력하는 경기를 펼쳤음에도 모드리치의 발을 묶지 못하면서 경기 내내 토트넘에게 흔들렸습니다. 판 데르 사르의 선방, '퍼디치(퍼니단드+비디치)'의 강력한 수비력이 없었다면 맨유는 이 경기에서 패했을지 모릅니다. 비디치가 크라우치를 봉쇄한 것이 맨유에게 위안이었고 토트넘에게는 아쉬움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하면, 맨유의 베르바토프 쉐도우 전환은 실패작 입니다. 2선으로 가담하는 움직임이 눈에 띄었지만 미드필더와의 연계 플레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맨유가 어렵게 경기를 풀어갔고 토트넘의 기세가 살아나는 현상이 나타났죠. 그러면서 베르바토프는 토트넘 수비에 꽁꽁 막히면서 빈 공간을 정면으로 쇄도하는 움직임이 부족했습니다. 부드러운 볼 키핑을 기반으로 공격을 풀어가는 선수이기 때문에 상대 수비 공간을 이용하는 플레이가 루니에 비해 부족하죠. 후반 28분 하파엘 퇴장으로 4-4-1의 원톱을 맡을때는 이렇다할 활약이 없었습니다. 결국, 퍼거슨 감독에 의해 후반 33분 에르난데스와 교체 됐습니다.
또한 베르바토프는 맨유가 답답한 공격을 펼치는 원인이 됐습니다. 쉐도우로 배치되었으나 패스 시도가 활발하지 못했고 정확도까지 낮았습니다. 78분 동안 26개의 패스를 시도하여 10개의 미스를 범했습니다.(패스 정확도 61.5%) 루니의 패스 정확도가 50%(19/38개)에 불과한 것이 베르바토프에게 위안 이었을지 모르지만, 침투 공간을 좁히는 토트넘 수비의 압박에 막히면서 자신의 공격력을 끌어올리지 못했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유독 강팀과의 경기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던 베르바토프의 한계가 토트넘전에서 도지고 말았죠. 루니의 패스 미스가 잦았던 것도 베르바토프와의 공존 실패에서 비롯 됐습니다. 두 선수의 위치를 바꿨던 퍼거슨 감독 전략에 아쉬움이 있었죠.
토트넘 원정에서는 에르난데스의 존재감이 절실했습니다. 맨유는 올 시즌 리그 원정에서 2승8무(홈에서는 10승1무)의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는데, 원정 2승의 공통점은 에르난데스가 결승골을 터뜨렸던 경기 였습니다.(스토크 시티전, 웨스트 브로미치전) 루니가 쉐도우로서 토트넘 수비진을 달고 다니고, 에르난데스가 박스쪽에서 골 생산에 주력했다면 맨유의 공격이 수월하게 풀렸을지 모를 일입니다. 무게감을 놓고 보면 에르난데스가 아닌 베르바토프가 더 높았지만, 토트넘전에서는 에르난데스의 조기 교체 투입을 통한 승부수를 띄워야했죠. 후반 초반에 말입니다. 에르난데스가 골을 터뜨릴 기회 및 시간이 더 필요했던 토트넘전 이었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토트넘의 맨유전 공격력도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무수하게 많은 공격을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효율성이 부족했죠. 맨유 박스쪽을 공략하는 과정에서 패스 미스가 잦았습니다. 패스를 주는 선수와 받는 선수 사이의 간격이 벌어진 것이 문제였죠. 판 데르 파르트가 2선과 간격을 좁히고 모드리치-팔라시오스와 공존하면서 트라이 앵글을 형성했다면 '폼이 좋지 않았던' 캐릭-플래쳐 뒷 공간을 마음껏 파고들 수 있었습니다. 크라우치가 비디치에게 막혔던 무기력한 모습을 극복할 명분을 마련할 수 있었죠. 하지만 토트넘은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습니다. 두 팀 모두 아쉬움이 가득했던 0-0 무승부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