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는 이겼지만 내용이 좋지 못했습니다. 31개의 슈팅을 날리는 융단폭격 끝에 2골을 넣었지만 골 결정력이 떨어진 단점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팀의 전체적인 공격력이 불안했습니다. '완벽한' 부활은 아니었습니다.
첼시가 홈에서 블랙번을 제압하고 리그 9경기에서 1승에 그쳤던 침체를 막았습니다. 16일 오전 0시(이하 한국시간)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진행된 2010/1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3라운드 블랙번전에서 2-0으로 승리했습니다. 후반 12분 브리니슬라프 이바노비치가 결승골을 기록했으며 후반 31분에는 니콜라 아넬카가 추가골을 터뜨리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이로써, 첼시는 11승5무6패(승점 38)로 4위로 뛰어오르며 5위 토트넘(10승6무5패, 승점 36)을 승점 2점 차이로 앞섰습니다.
말루다-드록바-아넬카, 스리톱 해체가 바람직하다
첼시는 블랙번전에서 경기 내내 일방적인 공격을 펼쳤습니다. 슈팅 31-4(유효 슈팅 6-2, 개), 점유율 66-34(%), 패스 시도 629-338(패스 성공 498-227, 개)로 블랙번을 압도했죠. 블랙번이 첼시전 이전까지 올 시즌 리그 원정 최다 실점 1위(11경기 25실점)를 기록했던 팀이었기 때문에, 그동안 주춤했던 첼시의 공격력이 살아날 것으로 보였습니다. 강팀과 상대하면 밀집 수비를 펼치는 블랙번의 성향 또한 변수였죠.
특히 후반 12분 이바노비치의 결승골은 첼시가 승리하는 결정타로 작용했습니다. 이바노비치가 첼시의 왼쪽 코너킥 상황에서 테리의 헤딩 패스를 박스 오른쪽에서 터치하여 넬슨과 볼을 다투었는데, 상대 수비가 빈 공간을 열어준 타이밍을 노려 오른발 등으로 찍어찼던 것이 골로 이어졌습니다. 이바노비치를 견제했던 넬슨, 그 뒤에 있던 살가도가 골키퍼 로빈슨의 시야를 가리면서 방어했던 것도 또 다른 원인이 되었죠. 이바노비치 골이 첼시에게 값졌던 이유는 그 이전까지 블랙번 밀집 수비를 뚫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여러차례 공격을 펼쳤으나 블랙번의 견고한 수비를 뚫는데 어려움을 겪었죠. 그렇다고 블랙번 수비가 강했던 것은 아닙니다. 첼시 공격이 약했습니다.
말루다-드록바-아넬카로 짜인 첼시의 스리톱은 블랙번전에서도 기대 이하 였습니다. 미드필더진과 활발히 공존하면서 블랙번 수비 진영을 파고들 기회를 무수하게 마련했지만 직접 뚫는 경우가 많지 않았습니다. 스피드-개인기-체력으로 블랙번 밀집 수비를 무너뜨리기에는 세 명의 컨디션이 정상적이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누적된 체력 저하 및 경기력 부진을 비롯, 첼시의 열악한 선수층에 따른 경기 출전 강행(어떤 측면에서는 안첼로티 감독의 소극적인 로테이션 시스템) 때문에 앞으로도 많은 경기를 뛰어야만 하는 현실입니다. 세 명 모두 30대 초반이기 때문에 시즌 초반의 파괴력을 완전히 잃었죠. 블랙번전에서도 같은 흐름 이었습니다.
세 명의 공격수가 블랙번전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또 하나의 원인은 연계 플레이가 원활하지 못했습니다. 말루다(패스 47/72개), 드록바(패스 25/44개)는 각각 25개, 19개의 패스 미스를 범하여 여러차례 팀 공격을 끊었습니다. 아넬카(패스 28/36개)의 패스 미스는 적었지만 최전방에서 드록바와의 호흡을 앞세워 상대 수비 뒷 공간을 노리는 패스가 많이 연출되지 못했습니다. 말루다-드록바에 비하면 준수한 경기 내용으로 볼 수 있겠죠. 특히 두 선수는 미드필더 및 풀백에 의해 많은 공격 기회를 얻었던 것을 놓치는 불안한 경기를 펼쳤죠. 그 패턴이 수시로 반복되면서 첼시 공격의 날카로움이 떨어졌죠. 이바노비치 결승골 이전까지 블랙번 밀집 수비에 고전했던 이유입니다.
첼시 미드필더들이 주춤해서 세 명의 공격수가 힘든 경기를 펼쳤던 것은 아닙니다. 하미레스가 공수 양면에 걸친 왕성한 움직임, 강력한 견제, 군더더기 없는 패스를 앞세워 블랙번 중원을 뚫는데 성공했기 때문이죠. 미드필더 중에서 가장 많은 패스를 시도했고(패스 67/73개) 패스 미스까지 가장 적었습니다. 램퍼드(패스 55/66개) 에시엔(패스 39/49개)을 앞섰죠. 패스의 창의성-날카로움-강약 조절을 놓고 보면 램퍼드가 나았지만, 하미레스의 패스 또한 블랙번 중원을 위협하기에 충분했죠. 블랙번전에서 가장 폼이 좋았던 선수를 꼽으라면 하미레스 였습니다. 블랙번 중원은 하미레스가 접수했기 때문에 말루다-드록바-아넬카의 공격력이 언제 폭발할지 관건 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 이하 였습니다.
특히 드록바 부진이 문제였습니다. 박스 쪽에서 볼을 터치할 때 삼바의 거친 견제를 받으며 어려움을 겪었죠. 그 이후는 2선 및 측면쪽으로 빠지는 움직임을 취했지만 상대 수비를 뚫기에는 주력이 빠르지 않았습니다. 볼을 터치하면 지체없이 상대 수비 진영을 파고드는 드록바 특유의 움직임이 자취를 감춘 셈이죠. 승부가 결정되었던 후반 중반부터 포스트 플레이가 살아나면서 상대 수비를 위협했지만 경기 초반부터 매끄러운 모습을 보여줬다면 첼시 공격이 순탄하게 풀렸을 것입니다. 한마디로 시동이 늦게 풀렸고 타이밍도 적절치 못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첼시는 드록바가 잘할 때와 못할 때의 경기력에 적잖은 영향을 받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안첼로티 감독은 적어도 몇몇 경기에서는 스터리지가 드록바 대신에 선발 출전하는 기회를 부여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터리지는 첼시가 미래를 위해 키워야 할 공격수이기 때문에 선발 출전 경험을 꾸준히 부여했어야 마땅했습니다. 경기 감각을 통해 내공을 향상시키고 자신감을 얻도록 유도했어야 합니다. 리저브 및 컵대회 경기가 아닌 퍼스트 팀 경기에서 말입니다. 하지만 스터리지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선발 출전이 2경기에 불과했고 교체로 출전한 것은 11경기였습니다.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2경기 조커로 뛰었을 뿐입니다. 안첼로티 감독이 스터리지 활용에 실패했죠. 드록바의 체력적 부담을 키우면서 첼시 공격 및 팀 성적까지 어려움에 빠지는 원인이 됐습니다. 말루다-아넬카도 다를 바 없죠.
그나마 아넬카는 블랙번전에서 부지런히 뛰었고 후반 31분 추가골을 기록했습니다. 후반 31분 골은 이바노비치가 시도했던 슈팅을 문전에서 재차 넣은 것이지만요. 그럼에도 첼시 공격진의 폼은 전체적으로 기대 이하 였습니다. 스쿼드 노령화에 빠진 첼시가 앞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젊고 유망한 공격수를 적극 중용하며 팀의 미래로 키우거나 아니면 대형 공격수를 영입해야 합니다. 말루다-드록바-아넬카로 짜인 스리톱을 해체해야 한다는 것이죠.
문제는 겨울 이적시장에서 어느 누구도 영입하지 않았습니다. 영입 근접 단계를 밟고 있는 선수도 없죠.(영입 관심과 다른 개념) 이적시장이 앞으로 보름 정도 남았기 때문에 더 지켜봐야 겠지만, 말루다-드록바-아넬카 조합으로 시즌 끝까지 안고 가면 첼시의 순항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UEFA 챔피언스리그, FA컵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체력이 요구될 수 밖에 없죠. 스터리지-카쿠타 같은 유망주 공격수들을 키우면서 새로운 공격 옵션을 영입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공격력 불안은 계속 될 것이며 첼시의 우승은 힘들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