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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호지슨 경질' 리버풀의 부활 해법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성적 부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리버풀이 로이 호지슨 감독을 전격 경질했습니다. 지난 6일 블랙번전 1-3 패배 및 리그 12위 추락에 따른 책임으로 호지슨 감독을 해고했죠. 리버풀은 2009/10시즌 7위 추락을 만회하기 위해 지난해 여름 호지슨 감독을 영입했지만 순위 및 경기력이 떨어지는 역효과를 맞이하며 철저히 중위권을 맴돌게 됐습니다. 그래서 호지슨 감독을 대신하여 '리버풀 레전드' 케니 달글리시에게 감독 대행을 맡겼습니다. 달글리시는 올 시즌 끝까지 감독 대행을 수행할 예정입니다.

리버풀은 9일 저녁 10시 30분(이하 한국시간)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의 FA컵 3라운드를 앞두고 호지슨 감독을 경질했습니다. 철천지 원수에게 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뜻과 밀접합니다. 달글리시 감독 대행이 맨유전을 앞두고 팀을 수습할 시간이 촉박한 단점이 있지만, 맨유에게 패하는 것은 리버풀에게 반갑지 않습니다. 오는 16일에는 에버턴과의 머지사이드 더비를 치르기 때문에 호지슨 감독을 안고 갈 명분이 사라졌습니다. 리버풀이 작별을 택한 이유죠.

달글리시 감독 대행에 달려있는 리버풀 재건

우선, 달글리시 감독 대행은 리버풀 팬들에게 '킹 케니'라는 별명을 얻으며 무한 신뢰를 받는 스코틀랜드 국적의 지도자입니다. 1977년 부터 1990년까지 리버풀의 공격수로 뛰었으며, 그 중에 1985년 부터 6년 동안 감독을 맡았습니다.(1991년까지 감독 역임) 선수 겸 감독으로서 리버풀의 전성시대를 주도했고 특히 2006년에는 리버풀 100대 스타 1위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습니다. 리버풀 감독으로서 세 번의 리그 우승을 이끌었고(1985/86, 1987/88, 1989/90시즌) 그 중에 1989/90시즌은 리버풀이 마지막으로 리그 우승을 달성했던 시기 였습니다. 1986년과 1989년은 리버풀의 FA컵 우승, 1994/95시즌 블랙번의 리그 우승을 이루었죠.

하지만 달글리시 감독 대행은 2000년 셀틱 이후 11년 동안 1군 감독을 맡지 않았습니다. 2009년 여름부터 지금까지 리버풀 유소년 팀을 지도했지만 성인팀 경험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프리미어리그가 양적, 질적으로 팽창을 거듭했고 전술이 진화한 흐름에 적응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럼에도 리버풀 현지 팬들은 달글리시 감독 대행을 원했습니다. 올 시즌 리버풀이 부진 할 때마다 '킹 케니'를 외치며 호지슨 감독을 자극했죠. 이에 호지슨 감독은 불쾌한 반응을 내비쳤지만 팬들의 기세를 꺾지 못했습니다. 리버풀의 황금 시대 주역이자 마지막 리그 우승을 이끈 아우라 때문에 달글리시 감독 대행의 지휘를 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달글리시 감독 대행의 목표는 리버풀의 재건 입니다. 과거 리버풀의 감독으로서 팀의 전성시대를 열였다면 이제는 리버풀이라는 배가 더 이상 표류하지 않도록 순항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맨유가 리그 No.1으로 군림하기 이전에 잉글랜드와 유럽을 평정했던 자존심이 있기 때문에 '중위권 리버풀'은 더 이상 허락할 수 없는 분위기죠. 리버풀이라는 클럽의 정체성은 상위권 내지는 우승입니다. 과거 리버풀을 화려하게 빛냈던 달글리시 감독 대행의 등장은 성적 부진에 허덕이는 팀에게 상징적인 일입니다.

그런 달글리시 감독 대행은 리버풀이 더 이상 패배의식에 빠지지 않도록 사기를 끌어올릴 것입니다. 리버풀은 올 시즌 7승4무9패를 기록하며 승무패중에 패가 가장 많았고, 특히 원정에서 1승2무7패로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지난 시즌 리그 7위 추락까지 감안하면 선수들이 패배에 익숙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달글리시 감독 대행은 우승을 많이 했던 지도자였기 때문에 리버풀이 선전하는 지혜를 알고 있을 것입니다. 선수들에게 자신감과 용기를 부여하고, 서로 똘똘 뭉치도록 유도하고, 동기 의식을 부여하는 인화력에 힘을 쏟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면서 승리욕을 고취시키는 것이죠.

달글리시 감독 대행이 리버풀에서 어떤 전술을 구사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호지슨 감독의 롱볼 축구를 그대로 이어갈지, 현대 축구의 대세인 기술 축구를 표방할지, 아니면 또 다른 형태의 축구를 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11년 동안 1군 감독을 맡지 않았기 때문에 옛날에 구사했던 전술을 바꿀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리버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존심 회복입니다. 달글리시 감독 대행이 자신의 색깔을 팀 전술에 활용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선수들의 단합이 요구될 수 밖에 없죠. 2004/05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이스탄불의 기적'을 이루었던 리버풀의 저력이라면 충분히 기대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리버풀의 빅4 재진입은 실패로 끝날 수 있습니다. 4위 토트넘과의 승점 차이가 11점이기 때문입니다.(리버풀 25점, 토트넘 36점) 그리고 5위가 첼시입니다. 리버풀이 선전하더라도 토트넘-첼시 및 상위권 클럽까지 오름세를 타면 빅4 재진입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음 시즌이라도 돌풍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달글리시 감독 대행이 지휘할 지금부터가 중요합니다. 올 시즌 후반기를 통해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운 뒤 다음 시즌에 임할 수 있기 때문이죠. 달글리시 감독 대행의 임기가 올 시즌까지 라는 점에서 차기 사령탑을 맡을 지도자가 성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합니다.

또한 달글리시 감독 대행은 기존 선수들을 지켜야 하는 과제까지 짊어졌습니다. 리그 4위 진입이 실패로 끝나는 상황을 염두해야 하기 때문이죠. 만약 그 시나리오가 성사되지 못하면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을 얻지 못하면서 몇몇 주축 선수들이 팀을 떠날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첼시-유벤투스 등의 영입 관심을 받았던 토레스가 대표적 사례 입니다.(또한 FC 바르셀로나의 로셀 회장의 선거 도중에 토레스-파브레가스 영입을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리버풀은 토레스를 잔류시켜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달글리시 감독 대행이 토레스에게 리버풀의 자긍심을 심어주며 팀에 애정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어쩌면 리버풀이 강팀 클래스를 유지할 수 있는 척도는 달글리시 감독 대행 체제가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호지슨 감독 체제에서는 강팀의 위용을 찾아볼 수 없었지만, 과거의 명성 및 우승 경력 중심의 관점에서 놓고 보면 강팀이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정신이 언제까지 빛을 발하느냐 입니다. 달글리시 감독 대행이 리버풀에 얼마만큼 끈기를 유발하고, 응집력을 강화시키며, 자신감을 부여하느냐가 중요해졌죠. 과연 리버풀이 부활할지 FA컵 맨유전을 비롯 프리미어리그 후반기가 흥미진진할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