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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일본 자케로니 감독이 3-4-3을 쓰는 이유

 

일본은 2011년 아시안컵의 강력한 우승 후보이자 한국의 경쟁국입니다. 2000년과 2004년에 아시안컵에서 우승했던 경험을 비롯 2010년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을 달성했던 성과, 그리고 수많은 선수들의 유럽 무대 진출이 일본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일본 선수들의 기술 및 경기 센스는 아시아에서 으뜸으로 꼽힙니다. 그리고 아시안컵은 또 한 명의 사나이에게 매우 중요한 대회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은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입니다. 지난해 8월 일본 대표팀 감독을 맡으면서 2년 계약(공식 발표에 의하면)을 맺었기 때문에 아시안컵 우승이라는 좋은 결과물이 필요합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일본 대표팀을 지휘하려면 아시안컵에서의 행보가 중요하지 않을 수 없죠. 아시안컵 이후에는 한동안 중요한 대회가 없다는 점에서, 자케로니 감독에게 아시아 제패라는 숙명이 주어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자케로니 감독이 아시안컵에서 3-4-3을 쓰기로 결정했습니다.

우선, 자케로니 감독은 3-4-3을 선호하는 지도자입니다. 1995/96시즌 부터 이탈리아 세리에A에 속한 우디네세의 감독을 맡아 1997/98시즌 3위 돌풍을 이끌었으며, 1998/99시즌 AC밀란 사령탑으로 취임하여 우승을 이끌었습니다. 우디네세와 AC밀란에서의 공통점은 3-4-3을 이었습니다. 세 명의 수비수를 배치하고 미드필더들의 적극적인 압박 및 빠른 공격을 주문하며 세리에A에서 괄목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그 이후 라치오, 인터 밀란, 토리노, 유벤투스 감독을 맡으면서는 3백과 4백을 모두 활용했지만 여전히 3백 신봉자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시즌 유벤투스에서도 3-4-3을 구사했죠. 하지만 세리에A 7위 추락 책임으로 감독직을 내놓게 됩니다.

물론 현대 축구에서 3백으로 성공한 경우는 드뭅니다. 이미 많은 팀들이 4백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인 방어를 통해서 상대 공격수를 철저히 마크하는 형식 보다는 공간 커버 및 수적 우세 중심의 수비 전술이 유행하면서 4백의 중요성이 커졌습니다. 남아공 월드컵 8강에 진출한 팀들의 공통점은 4백을 구사했던 팀들입니다. 우루과이가 본선 1차전 프랑스전에서 3-5-2를 구사했지만 그 이후에는 4백 체제로 돌아섰습니다. 즉, 현대 축구의 대세는 4백입니다. 자케로니 감독의 3백 및 3-4-3이 유벤투스에서 실패한 이유는 4백이 3백보다 지역방어 강화에 유리한 흐름을 이겨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자케로니 감독은 줄곧 3백을 쓰는 지도자가 아닙니다. 세리에A 시절에 4백을 혼용했으며 가깝게는 지난해 10월 8일 A매치 2경기(아르헨티나, 한국전)에서 4백을 택했습니다. 아르헨티나와의 전반전에서 4-3-3, 후반전에는 4-2-3-1을 구사했으며 한국전에서는 4-2-3-1을 구사했습니다. 3백과 4백의 특성을 모두 파악하고 활용할 줄 아는 지도자임을 알 수 있습니다. 스쿼드 환경 및 상대팀 공격 대응에 맞게 수비 전술을 꾸미고 있다는 뜻이죠.

그런 자케로니 감독이 최근 일본 대표팀 선수들에게 3백 연습을 시킨 것은 아시안컵에서 3백을 활용할 의지가 있음을 뜻합니다. 세계 축구가 평준화 추세이기 때문에 강팀이 약팀에게 견제를 받기 쉬운 흐름이 되었죠. 엄연히 레벨 차이는 존재하지만 일본도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자케로니 감독이 한 가지 포메이션으로는 우승을 장담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자신이 선호하는 3-4-3을 일본에 도입하게 된 것이죠. 일본 선수들의 개인 능력 및 기술력은 아시아 최정상급이기 때문에 3-4-3이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을 것임에 분명합니다.

자케로니 감독이 3-4-3을 쓰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일본 대표팀 특성과 밀접합니다. 나카자와 유지, 마르쿠스 툴리우로 짜인 센터백 콤비가 무릎 부상으로 아시안컵에 불참하기 때문입니다. 일본 대표팀의 후방을 담당했던 두 선수의 결장은 일본의 대표적인 불안 요소로 꼽힙니다. 구리하라 유조도 부상으로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는 현실이죠. 나카자와-툴리우가 빠졌다는 것 자체만으로 국제 경기 경험이 많은 수비수를 잃었기 때문에 라인 컨트롤 및 수비 조율에 어려움이 따르게 됐습니다. 일본 수비수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이와마사 다이키(29세)의 A매치 출전은 단 4경기 뿐입니다. 아시안컵 같은 토너먼트에서는 수비의 중요성이 크다는 것을 상기하면 나카자와-툴리우 공백을 메울 복안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자케로니 감독은 3백을 선택했습니다. 잠재적인 수비 불안을 줄이기 위해서는 새로운 수비라인을 꾸리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이죠. 아시안컵 수비수 명단에 포함된 수비수 8명 중에 나가토모 유토-우치다 아스토는 3백의 윙백 자원으로 분류할 수 있으며, 나머지 6명은 콘노 야스유키를 제외하면 A매치 출전이 10경기도 안됩니다. 이노하 마사히코, 사카이 고토쿠는 A매치 출전 경험이 없습니다. 또한 콘노는 그동안 풀백과 센터백을 오갔으며, 센터백 역량은 나카자와-툴리우에게 밀렸던 선수였습니다. 센터백 2명으로는 역부족이기 때문에 또 한 명을 수비 라인에 배치하여 나카자와-툴리우 공백을 메우겠다는 자케로니 감독의 복안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3-4-3의 강점은 미드필더들의 적극적인 압박을 최대화 시킬 수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나가토모-엔도-하세베-우치다로 형성 될 가능성이 높은 일본의 허리는 왕성한 운동량과 끈질긴 수비력을 자랑합니다.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 및 아르헨티나전 승리, 한국전 선전(0-0으로 비겼으나 경기 내용에서 우세했다는 평가)을 통해 기존의 일본 축구와 다른 끈질긴 맛을 보여줬죠. 특히 엔도-하세베는 밸런스 유지 및 빌드업 전개에서 중추 역할을 합니다. 둘 다 넓게 움직이는 성향이기 때문에 수비 라인까지 폭을 넓히면서 상대를 견제할 수 있는 특성이 있습니다. 경험이 적은 수비수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이점을 겸비했죠. 나가토모-우치다는 발이 빠른 윙백들입니다. 미드필더들의 강력한 압박 및 적극적인 수비 가담이 수비 불안 줄이기의 관건입니다.

그리고 일본의 또 다른 약점은 마땅한 골잡이가 없습니다. 모리모토 다카유키가 부상으로 결장하면서 마에다 료이치가 원톱으로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마에다는 2년 연속(2009, 2010년) J리그 득점왕에 올랐음에도 유독 대표팀과 인연이 없었습니다. 지난해 10월 한국전에서도 부진했습니다. 리 타다나리(한국명 이충성)은 아직 A매치 출전 경험이 없죠. 일본 대표팀은 공격형 미드필더 혹은 윙 포워드 개념의 옵션이 풍부하기 때문에 투톱을 선택할 가능성이 적습니다. 원톱 또는 스리톱에 무게감이 실리죠. 카가와 신지-혼다 케이스케가 윙 포워드로 나설 것이라는 일본 현지 언론의 보도가 전해지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여러가지 정황을 놓고 보면, 자케로니 감독이 3-4-3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