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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지성, 맨유 11-12월의 선수가 된 이유

 

'산소탱크' 박지성(30,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이 세계 맨유팬들이 뽑은 '맨유 12월의 선수'에 뽑혔습니다. 맨유가 6일(이하 현지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박지성이 이달의 선수가 되었다는 소식을 알렸죠. 얼마전 홈페이지에서 2010년 12월의 선수 투표를 진행했는데 약 2만 5천표 중에 40%를 차지한 선수가 박지성 이었습니다. 그의 뒤를 이어 디미타르 베르바토프가 38%, 안데르손이 15%를 기록했죠. 특히 프리미어리그 득점 1위(14골) 베르바토프를 제쳤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릅니다. 12월의 선수가 되었다는 것은 그 달에 최고 활약을 펼쳤다는 것을 말합니다.

또한 박지성은 2010년 11월에 이어 12월에도 맨유 최고의 선수에 선정되었습니다. 2005년 여름 맨유 입단 이후 2개월 연속 맨유 이달의 선수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올 시즌에는 2개월 연속 수상한 선수가 없었습니다. 2010년 8월은 폴 스콜스, 9월은 베르바토프, 10월은 하비에르 에르난데스 였습니다. 그런 박지성은 2개월 연속 맨유 이달의 선수가 되면서 2010/11시즌 맨유 올해의 선수에 선정될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올랐습니다. 11월과 12월의 선수가 된 박지성의 저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박지성, 맨유 EPL 1위 도약을 이끈 산소탱크...아스날전이 결정타였다

박지성은 맨유가 치렀던 2010년 12월 4경기 중에 3경기를 풀타임 출전했습니다.(12월 1일 칼링컵 8강 웨스트햄전은 현지 기준으로 11월 30일 입니다.) 나머지 한 경기였던 29일 버밍엄전에서는 아시안컵을 앞둔 한국 대표팀에 차출되었기 때문에 결장이 불가피 했습니다. 버밍엄전에 출전하지 않았던 것이 12월의 선수로 뽑히는데 변수로 작용할 수 있었고, 맨유가 12월 4경기에서 기록했던 5골 중에 3골이 베르바토프의 몫이었다는 점에서 박지성의 수상을 쉽게 낙관할 수 없었습니다. 더욱이 베르바토프는 12월 27일 선덜랜드전 2골, 29일 버밍엄전 1골을 통해 리그 득점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죠. 12월에 부쩍 성장했던 안데르손 또한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세계 맨유팬들은 베르바토프-안데르손이 아닌 박지성을 치켜 세웠습니다. 박지성의 12월 활약상이 강렬하게 다가왔기 때문이죠. 12월 8일 발렌시아전에서 맨유가 0-1로 뒤졌던 후반전에 왼쪽 측면과 중앙을 부지런히 번갈아가며 동료 선수들의 침투 및 팀의 연계 플레이를 유도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안데르손의 동점골이 터졌습니다. 14일 아스날전에서는 헤딩골을 터뜨리며 맨유의 1-0 승리 및 리그 1위 도약을 이끌었습니다. 27일 선덜랜드전에서는 오른쪽 윙어로 전환하면서 빠르고 정확한 패스들을 줄기차게 연결하며 상대팀의 측면 공간을 힘껏 두들기며 맨유의 2-0 승리를 공헌했습니다.

특히 박지성과 베르바토프의 희비를 엇갈리게 했던 결정타는 아스날전 이었습니다. 박지성이 아스날전에서 결승골을 작렬하며 맨유의 승리를 이끌었다면 베르바토프는 결장했습니다. 18인 엔트리에 포함되었으나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죠. 아스날과의 최근 6경기에서 선발 제외 되었을 정도로 강팀에 약한 이미지를 지녔습니다. 2010년 9월 19일 리버풀전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했지만 당시 리버풀은 강등 위협에 시달리는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반면, 박지성은 달랐습니다. '아스날 킬러'로 손꼽힐 정도로 아스날에 강한 면모를 과시했으며 강팀과 약팀 경기에서 골고루 맹활약을 펼쳤습니다.

지난 2010년 11월에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11월 2일 부르사스포르전 1도움, 7일 울버햄턴전 2골, 14일 위건전 1도움, 21일 블랙번전 1골을 터뜨렸죠. 특히 울버햄턴전에서는 결승골을 기록하며 맨유의 2-1 승리를 이끈 것을 비롯해서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두 골을 넣은 박지성은 경기장 어느 곳에나 있었다"는 평가와 함께 양팀 최고인 평점 8점을 기록했습니다. 꾸준한 공격 포인트 생산을 비롯해서 시즌 초반 부진을 이겨내고 팀 공격을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발휘하며 맨유 11월의 선수가 되었죠. 베르바토프가 블랙번전에서 5골을 몰아쳤지만 그 이전까지 무득점 부진에 시달렸기 때문에, 박지성이 베르바토프를 제압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박지성이 맨유 12월의 선수로 뽑혔던 것은 11월 활약상이 결코 반짝이 아니었음을 뜻합니다. 공격력 업그레이드를 의미하죠. 기존에는 왕성한 움직임, 공간 창출, 수비형 윙어 같은 키워드와 부합하면서 궂은 일을 도맡았죠. 팀을 위해 착실히 희생하고 헌신했지만 강렬한 임펙트를 발휘할 수 있는 공격력이 상대적으로 주춤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박지성은 골이 부족하다'는 퍼거슨 감독의 일침 또한 빼놓을 수 없었죠. 하지만 박지성은 올 시즌을 계기로 번뜩이는 공격력을 과시하며 지속적으로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는 맹활약을 펼쳤습니다. 또한 패싱력을 통해 맨유의 공격 템포를 조율하고 팀 분위기를 이끌며 팀 전력의 주축으로 떠올랐습니다.

공교롭게도 박지성이 맹활약을 펼쳤던 11~12월에는 몇몇 핵심 선수들이 부상 및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시기였습니다. 베르바토프가 11월 21일 블랙번전 이전까지 각종 경기 포함 10경기 연속 무득점 부진에 빠졌고, 루니는 3월 31일 바이레른 뮌헨전 부터 12월 29일 버임엄전까지 9개월 연속 필드골이 없는데다 가을에 발목 부상까지 겹쳐 경기에 모습을 내밀지 못했습니다.

11월에는 나니가 부상 후유증으로 경기 내용에서 고전했고, 12월에는 스콜스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습니다. 그럼에도 맨유는 그 시기에 슬로우 스타터에서 벗어나 리그 1위로 도약했습니다. 박지성 오름세의 곡선과 일치되면서 승승장구 할 수 잇었죠. 박지성이 맨유 리그 1위 진입의 주역이었으며 아스날전 결승골이 더욱 의미있는 이유입니다.

박지성이 2개월 연속 맨유의 선수가 된 것은 '실력에 의한 승리' 입니다. 세계 맨유팬들이 뽑은 상이기 때문에 마케팅을 의심하는 축구팬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맨유라는 세계 최정상급 팀에서 퍼거슨 감독의 인정을 받으며 주축 선수로 활약하는 것은 지구촌 축구 선수들이 선망하는 꿈과 목표입니다. 그런 박지성이 맨유의 붙박이 주전으로 뛰면서 팀 전력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세계 최정상급 기량을 자랑하고 있음을 뜻합니다. 맨유 센터백 퍼디난드는 지난 5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박지성은 맨유 스쿼드의 중요한 선수이자 진정한 팀 플레이어며, 오프 더 볼(공을 가지지 않을 때)에서의 움직임이 톱클래스다"라고 칭찬했습니다. 이것이 박지성의 저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