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목표로 하는 양팀 모두에게 아쉬웠던 경기였습니다. 두 팀 모두 공격력 저하에 시달린 끝에 상대 골망을 가르지 못하고 무득점 무승부에 만족했으며 경기 흐름까지 답답했습니다. 프리미어리그 22라운드 최고의 빅 매치로 꼽혔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이 떠올랐습니다.
아스날과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는 6일 오전 4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1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2라운드 경기에서 0-0으로 비겼습니다. 아스날은 맨시티를 꺾으면 3위에서 2위로, 맨시티는 아스날을 제압하면 선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12승8무, 승점 44)와 승점 동률을 이룰 수 있었지만 결과는 무승부 였습니다. 특히 맨시티는 1975년 이후 36년 동안 아스날 원정에서 리그 27경기 연속 무승(9무18패)에 그쳤던 징크스를 깨지 못했습니다. 이로써, 맨시티와 아스날은 각각 2위(12승6무4패, 승점 42) 3위(12승4무5패, 승점 40)에 만족했습니다.
아스날vs맨시티, 공격력 저하에 빠졌던 이유
아스날은 맨시티전에서 4-3-3을 구사했습니다. 파비안스키가 골키퍼, 클리시-코시엘니-주루-사냐가 수비수, 윌셔-송 빌롱이 수비형 미드필더, 파브레가스가 공격형 미드필더, 나스리-판 페르시-월컷이 공격수로 출전했습니다. 샤막-로시츠키-아르샤빈-벤트너를 선발에서 제외할 정도로 공격 가용 인원이 즐비했습니다. 맨시티는 아스날전에서 4-2-3-1을 활용했습니다. 하트가 골키퍼, 사발레타-콤파니-콜로 투레(K. 투레)-리차즈가 수비수, 배리-데용이 수비형 미드필더, 조-야야 투레(Y. 투레)-밀너가 2선 미드필더, 테베스가 원톱으로 나섰습니다. 조-밀너가 실바-발로텔리의 부상에 의해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았죠.
우선, 아스날은 맨시티를 상대로 90분 동안 경기 흐름에서 우세를 점했습니다. 경기 초반부터 종료 시점까지 줄곧 공격을 펼쳤죠. 데이터에서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슈팅 15-5(유효 슈팅 5-0, 개), 점유율 62-38(%), 패스 641-406(패스 성공 519-296, 개)를 기록하며 맨시티를 압도했죠. 하지만 아스날의 공세는 맨시티가 경기 초반부터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쳤던 흐름과 밀접합니다. 맨시티는 리그 최소 실점 1위(16실점)의 탄탄한 수비력을 자랑했던 만큼, 원정에서 무리하게 공격을 시도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전형적인 선 수비-후 역습 전술을 펼쳤죠. 하지만 경기를 거듭하면서 아스날 파상공세는 점점 임펙트를 잃었고, 맨시티 역습 또한 위력적이지 못했습니다.
만약 아스날이 전반전에 골을 넣었다면 맨시티전에서 승리했을 것입니다. 맨시티 공격력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죠. 특히 전반 28분까지 슈팅 7개를 날렸는데 그 중에 4개가 월컷의 기록입니다. 하지만 월컷은 골 결정력 불안에 시달리며 맨시티 골망을 흔들지 못했죠. 또한 아스날은 전반 10분 판 페르시, 전반 27분 파브레가스-월컷의 슈팅이 맨시티 골 포스트를 강타하는 불운에 시달렸습니다. 빠른 볼 터치에 의한 볼 배급을 펼치면서 공격 템포를 끌어올렸으나 득점에 실패했고, 그 과정에서 맨시티의 강력한 압박에 시달리며 패스 줄기가 점점 곧게 뻗지 못했습니다. 그 흐름이 결국에는 오버 페이스로 이어지면서 후반전 공격력이 밋밋해지는 결과에 직면했습니다.
아스날은 맨시티의 지역방어를 뚫는데 실패했습니다. 나스리가 왼쪽 측면과 중앙을 골고루 오가며 고군분투했지만 판 페르시-월컷이 맨시티의 좁은 수비 공간을 파고드는데 어려움을 겪었죠. 특히 월컷의 폼은 전반 28분 이후부터 꺾였습니다. 그래서 파브레가스를 비롯한 2선 미드필더들이 맨시티 박스쪽으로 침투하여 슈팅 또는 연계 플레이를 노리는 공격 전술을 가져가지 못했습니다. 2선에서 최전방쪽으로 볼을 배급하는 패턴이 끊어지는 경우가 다반사였죠. 미드필더들과 나스리가 맨시티 중원 지역에서 서로 볼을 돌리면서 패스 횟수 및 점유율을 늘렸지만, 판 페르시-월컷의 봉쇄로 2대1 패스를 시도하거나 침투패스를 노리는 경기 흐름을 가져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맨시티의 탄탄한 수비벽을 뚫지 못했고 경기를 거듭할 수록 패스 타이밍이 느렸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특히 판 페르시의 선발 투입은 실패작입니다. 4-3-3에서의 판 페르시 장점은 2선과의 꾸준한 연계 플레이 과정에서 공간을 벌어주는 움직임을 취하며 팀의 슈팅 기회를 열어줍니다. 특히 파브레가스와의 호흡이 잘 맞죠. 최근 파브레가스가 부상에서 복귀하면서 샤막이 벤치로 내려가고 판 페르시가 선발를 차지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판 페르시가 맨시티의 터프한 수비수들과 상대하기에는 움직임이 무거웠으며 파워에서도 밀렸습니다. 특히 12개의 패스 미스 중에 5개는 박스 안쪽 및 그 부근에서 범했으며 2개의 부정확한 오픈 패스도 있었습니다. 박스에서 횡쪽으로 활동 반경을 넓히고, 높이에서 상대 수비진을 위협할 수 있는 샤막의 존재감이 필요했습니다. 결국 판 페르시는 K.투레-콤파니를 뚫지 못하면서 동료 선수들의 공격 부담을 키웠습니다.
반면 맨시티는 테베스가 공격진에서 고군분투 할 수 밖에 없었던 흐름 이었습니다. 조-Y.투레-밀너로 짜인 2선 미드필더들이 공격보다는 수비에 무게감을 두는 경기를 펼쳤기 때문이죠. 세 명의 미드필더들은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펼치면서 아스날 공격의 1차 저지선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문제는 역습이 안풀렸습니다. 조-밀너는 상대 배후 공간을 파고드는 세밀한 패싱력이 부족했고, Y.투레는 전반전에 직접 돌파에 의해 공격 기회를 살렸지만 후반전에 페이스가 꺾이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테베스와의 공존이 실패했죠. 그나마 테베스가 2선에 적극 가담하여 패스를 뿌리면서 간격을 좁히는데 주력했지만 아스날 진영을 공략하기에는 숫자 싸움에서 밀리는 경향이 두드러졌습니다. 아스날전에서 유효 슈팅이 없었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런 맨시티는 실바-발로텔리의 결장 공백 메우지 못했습니다. 최근 맨시티가 리그 3연승을 기록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두 선수의 존재감이 컸습니다. 실바가 상대 수비 뒷 공간을 재치있게 파고들며 정확한 볼 배급에 이은 예측 불가능한 공격을 펼쳤고, 발로텔리가 있었기에 테베스가 상대 수비수들에게 받는 압박을 분산시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바-발로텔리는 부상으로 모습을 내밀지 못했습니다. 최근 C.투레와 훈련 도중에 난투극을 벌였던 아데바요르는 아스날 원정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조-밀너가 좌우 윙어를 맡았지만 공격 상황에서 사냐-클리시를 넘지 못하면서 테베스의 움직임이 이타적인 측면에서 많아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맨시티는 테베스의 골 생산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아스날전에서는 어느 누구도 골을 넣기 힘든 형태였습니다.
또한 두 팀의 교체 작전도 실패작 이었습니다. 아스날은 후반 23분 월컷 대신에 아르샤빈, 36분 윌셔 대신에 벤트너를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특히 벤트너가 왼쪽 윙 포워드로 출전할 때 나스리가 4-3-3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내려가면서 볼을 배급하는 아스날의 위치 변화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르샤빈-벤트너는 아스날의 윙 포워드를 맡았지만 팀 공격에 이렇다할 활력소를 띄우지 못했습니다. 아르샤빈은 사발레타에게 봉쇄당했고 벤트너는 볼 배급에만 관여했을 뿐입니다. 판 페르시와의 공존에 실패하면서 아스날 공격의 파괴력이 더욱 힘을 잃었죠. 18인 엔트리에 있었던 샤막을 활용하여 판 페르시와 빼거나, 로시츠키를 출전시켜 공격의 창의성을 키웠으면 공격의 불씨를 살렸을지 모를 일입니다.
맨시티도 마찬가지 입니다. 후반 19분 조를 빼고 존슨, 45분 테베스를 빼고 보아텡을 투입했지만 이렇다할 소득이 없었죠. 보아텡의 출전은 2분 전에 사발레타-사냐가 동시 퇴장을 당한 것에 따른 수비 강화 였습니다. 테베스를 벤치로 불러들인 상황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공격 의지를 포기했죠. 문제는 19분 존슨의 투입 이었습니다. 11개의 패스 중에 5개를 부정확하게 연결했으며 그 중에 3개를 박스 오른쪽 부근에서 기록했습니다. 존슨도 밀너와 더불어 클리시에 의해 발이 묶였죠. 그리고 후반 중반에는 밀너 대신에 션 라이트-필립스의 교체 출전이 필요했습니다. 아무리 션 라이트-필립스의 폼이 떨어졌지만 스피드가 빠른 선수이기 때문에 아스날 문전을 흔들 여지가 충분했죠. 하지만 만치니 감독은 그 카드를 포기했습니다. 결국, 두 팀은 득점없이 비기면서 경기를 마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