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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아데바요르vs투레 난투극, 맨시티의 현주소

 

오는 6일 아스날 원정을 앞둔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가 예상치 못한 불협화음에 직면했습니다. 엠마뉘엘 아데바요르와 콜로 투레가 훈련 도중에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난투극을 벌였습니다. 그 모습이 <맨체스터 이브닝뉴스><미러><더 선>같은 현지 언론에 보도되면서 두 선수의 다툼이 외부에 알려졌습니다. 최근 프리미어리그 3연승으로 승승장구했던 맨시티 선수단의 분위기가 한 순간에 찬물을 끼얹게 됐습니다.

맨시티는 지난해 12월 초 마리오 발로텔리와 제롬 보아텡이 훈련 도중에 다투는 난투극을 겪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보아텡이 발로텔리의 목을 잡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연출됐죠. 비슷한 시기에는 카를로스 테베스가 팀을 떠나겠다고 선언하면서 맨시티를 곤혹스럽게 했습니다. 그리고 아데바요르와 투레가 서로 싸우면서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의 선수단 장악에 또 다시 의문 부호가 붙게 됐습니다. 2009년 12월 맨시티 감독 부임 이후부터 크레이그 벨라미(카디프 시티 임대), 테베스, 아데바요르와의 불화설에 시달렸던 장본인이기 때문이죠.

분명한 것은, 만치니 감독은 선수단 장악이 뛰어난 컨셉과 거리가 멉니다. 잉글랜드 대중지 <더 선>은 지난해 11월 1일 어느 맨시티 관계자의 인터뷰를 통해 만치니 감독과 선수단 사이의 불화를 제기했습니다. 선수들이 만치니 감독을 존경하지 않으며 전술에 당황하고 있다는 것이 그 요지 입니다. 맨시티 관계자 인터뷰를 무조건 믿을 수 없겠지만, 자신이 소속된 팀의 감독에 대해서 안좋은 부분을 들춰낸 기사가 등장했다는 것 자체가 매끄럽지 못합니다. (기사의 신빙성이 떨어지지만) 그 외에 불화설 및 몇몇 선수들의 훈련 도중 다툼이 최근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은 팀 분위기를 다듬지 못하고 있음을 뜻합니다.

지난해 12월 5일 볼턴전에서는 경기종료 직전에 교체했던 테베스에게 짜증을 들었습니다. 당시 테베스는 결승골을 터뜨리며 맨시티의 1-0 승리를 이끌었음에도 만치니 감독 교체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에 만치니 감독은 테베스의 짜증이 기쁘다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얼마뒤 테베스는 맨시티측에 이적을 요청하며 팀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만들었습니다. 향수병 및 그 외 복합적인 이유로 맨시티를 떠나길 원했기 때문에 볼턴전 교체가 이적을 결심한 결정타로 작용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가 친정팀 맨유 소속이었다면 알렉스 퍼거슨 감독과 공개적인 언쟁을 벌였을지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만치니 감독의 지도력을 폄하하는 것은 아닙니다. 맨시티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2위로 도약하면서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오른 원동력은 만치니 감독의 지도력 이었습니다. 만치니 감독이 구현하는 안정적인 팀 컬러가 맨시티 전술에 자리를 잡으면서 리그 최소 실점 1위(16실점)를 기록하게 됐습니다. 전임 사령탑 마크 휴즈 전 감독(현 풀럼) 시절에 대량 실점으로 발목이 잡혔던 맨시티의 색깔이 만치니 감독의 조련에 의해 달라졌습니다. 시즌 초반에 약점으로 꼽혔던 선수들의 호흡이 최근에 손발이 맞게 되었고, 테베스에게 골을 몰아주는 패턴에서 벗어나 실바의 패스를 중심으로 공격을 풀어가며 최근 3연승을 거둔 것은 만치니 감독의 전술 역량이 컸습니다.

하지만 만치니 감독은 맨시티 선수들을 이끄는 기질이 강하지 않다는 인상입니다. 맨시티는 다른 팀들과 달리 대형 선수 영입이 잦기 때문에 전술 이외에 또 다른 무언가가 요구되는 팀입니다. 선수단 전원을 똑부러지게 휘어잡을 수 있는 카리스마 입니다. 맨시티는 그동안 이적시장에서 선수 영입에 많은 돈을 투자하면서 고액 주급자까지 늘어났습니다. 최근 맨시티 이적 확정을 굳힌 에딘 제코(볼프스부르크)의 예상 주급은 현지 언론에서 17만 파운드(약 2억 9800만원)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많은 편에 속하는 돈이죠. 또한 맨시티가 UEFA 챔피언스리그에 참가하지 않아도 대형 선수를 영입할 수 있었던 밑바탕은 돈이 작용했습니다. 그러면서 개성이 강한 선수들이 라커룸에 점점 늘어났죠.

만약 조세 무리뉴 감독(레알 마드리드) 거스 히딩크 감독(터키 대표팀) 퍼거슨 맨유 감독 같은 '용장'들이 맨시티를 지휘했다면 이야기는 달랐을지 모릅니다. 그렇다고 난투극이나 불화설이 완전히 없다고 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확률은 줄일 수 있었죠. 용장들은 선수들의 심리를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선수들이 어떤 동기부여를 원하고 무엇을 생각하는지 꿰뚫는 기질이 넘쳐흐르는 유형입니다. 그들이 팀 분위기에 녹아들 수 있도록 유도하는 특성이 용장의 장점이며 감독의 기본적인 임무에 속합니다. 또한 용장은 천방지축 같은 선수를 마음껏 다룰 수 있습니다. 또는 가차없이 방출시켰죠.

하지만 만치니 감독의 지금까지 행보를 비춰보면 용장이 아닙니다. 휴즈 체제에서 수비 불안에 허덕였던 맨시티의 불안 요소를 강점으로 키우는데 성공했지만 팀 분위기를 추스리기에는 미흡했다는 평가입니다. 오히려 휴즈 전 감독이 조금 나았습니다. 팀에서 트러블을 일으켰던 엘라누(산토스)를 방출하는 결단을 내렸기 때문이죠. 한때 맨시티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엘라누에게 출전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일부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실상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휴즈 전 감독의 경질 원인은 성적 부진이었고(여담이지만, 리버풀이 참고했으면) 지금의 맨시티를 이끌기에는 예전과 스쿼드가 다릅니다. 그만큼, 맨시티를 원만하게 지휘할 지도자는 한정적입니다.

그렇다고 만치니 감독의 경질을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화려한 스쿼드 구성에도 불구하고 프리미어리그 4위 진입에 실패했던 맨시티의 올 시즌 순위를 2위로 끌어올렸기 때문입니다. 지난 29일에는 맨유-버밍엄전이 치르기 3시간전까지 애스턴 빌라를 4-0으로 제압하면서 리그 선두에 올랐습니다. 지금까지 꾸준히 4위권을 지켰기 때문에 해고할 명분이 작용하지 않죠. 오히려 만치니 감독이 극복해야 할 과제입니다. 어느 팀이든, 감독의 행보가 결코 순탄하지 않기 때문에 만치니 감독도 그 과정에 직면했습니다. 맨시티에서의 롱런을 위해서는 팀에서의 불미스러운 일을 수습하고 재발 방지에 만전을 기하면서 선수단의 신뢰를 얻는 것과 동시에 단합을 유도해야 합니다.

최근에 불거진 아데바요르와 투레의 난투극은 맨시티의 현주소를 말합니다. 이적시장에서의 거물급 선수 영입으로 스쿼드의 내실을 키우면서 리그 우승에 도전하는 맨시티의 이미지가 겉과 속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과정에서 만치니 감독의 능력을 읽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 맨시티가 선수들이 오랫동안 웃으면서 화합할 수 있는 팀으로 거듭나려면 만치니 감독이 존재감이 중요합니다. 아무리 좋은 연주자들이 즐비해도 지휘자의 역량에 따라 각각의 소리가 전하는 느낌이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맨시티와 만치니 감독의 앞날 행보가 궁금해지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