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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첼시가 선택한 램퍼드 대체자는 모드리치

 

첼시가 최근 성적 부진에 시달렸던 원인 중에 하나는 프랭크 램퍼드의 부상 이었습니다. 8월 28일 스토크 시티전 이후 스포츠 헤르니아(탈장) 수술을 받아 팀 전력에서 이탈했고, 지난 13일 토트넘전에서 복귀전을 치르기까지 약 100일 동안 그라운드에 모습을 내밀지 못했습니다. 그 사이에 첼시는 미드필더진에서의 창의적인 볼 배급 부재, 득점 루트 다양화를 노리지 못하고 침체에 빠지면서 프리미어리그 4위까지 추락했습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램퍼드에 기댈수는 없는 일입니다. 램퍼드는 내년이면 33세로서 전반적인 운동 능력이 떨어질 시기에 직면했으며 그동안 많은 경기에 출전했던 후유증 때문에 은근히 부상이 잦습니다. 또한 첼시가 스쿼드의 노령화에 시달리면서 꾸준하지 못한 행보를 걷는 특징은, 첼시의 앞날을 이끌 새로운 동력원이 필요함을 뜻합니다. 특히 첼시의 현 스쿼드에서는 램퍼드를 대체할 옵션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적 시장에서의 만회가 불가피합니다.

첼시의 모드리치 영입, 토트넘 성적에 달렸다

그런 가운데, 첼시가 크로아티아 출신의 미드필더 루카 모드리치(25, 토트넘) 영입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럽 축구 전문 사이트 <풋볼 프레스>는 21일(이하 한국시간) "안첼로티 첼시 감독 리스트에 있는 첫번째 (영입) 타겟은 토트넘 미드필더 모드리치다. 아브라모비치 첼시 구단주는 내년 여름 이적시장에서 모드리치 영입을 위해 3000만 파운드(약 536억원)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지금까지 프리미어리그에서 3000만 파운드 넘는 이적료를 기록한 선수가 호비뉴(전 맨시티), 베르바토프(현 맨유) 셉첸코(전 첼시)였음을 상기하면 모드리치의 예상 이적료는 큰 액수입니다.

또한 마미치 디나모 자그레브 부회장도 21일 해외 축구 사이트 <ESPN 사커넷>을 통해 "모드리치는 첼시의 이적시장 영입 No.1 타겟이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모드리치의 친정팀이 디나모 자그레브이기 때문에 마미치 부회장의 멘트가 현지 언론에서 거론되고 있죠. 램퍼드 대체자를 이적시장에서 발굴해야 하는 첼시가 모드리치를 선택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모드리치가 디나모 자그레브에서 뛰었을 시절부터 영입을 검토했고, 지난 시즌에도 모드리치를 스탬포드 브릿지로 데려오는 것을 염두했기 때문에 내년 여름 이적시장에서 본격적인 영입을 추진할지 모릅니다.

현실적으로, 첼시는 내년 1월 이적시장에서 모드리치를 영입하기가 어렵습니다. 모드리치가 올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본선 경기를 뛰었기 때문에, 만약 내년 1월 첼시로 이적하면 규정상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 출전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모드리치가 속한 토트넘은 16강에 진출하여 AC밀란과 상대합니다. 굳이 첼시가 아닌 다른 팀이라 할지라도 내년 1월에는 모드리치를 지켜야 하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토트넘이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빅4 수성에 실패하면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할 수 없습니다. 그럴 경우, 모드리치를 비롯 베일-레넌 같은 주축 선수들을 지키는데 어려움이 따를 수 있습니다. 물론 토트넘은 야망이 있는 클럽이기 때문에 팀의 핵심 자원들을 잔류시키는데 주력하겠지만, 선수 입장에서는 챔피언스리그 출전이라는 매리트가 사라지기 때문에 다른 팀 이적을 원할 수 있습니다. 2년 전 맨유-리버풀로 이적했던 베르바토프-로비 킨이 그 예 입니다. 현재 토트넘은 맨시티에 밀려 4위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토트넘의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은 힘들 것이며 모드리치의 잔류를 장담할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첼시의 모드리치 영입 관건은 토트넘 성적에 달렸습니다.

첼시가 모드리치를 눈여겨 보는 이유는 프리미어리그에 성공적으로 정착했기 때문입니다. 프리미어리그 특유의 빠른 템포에 익숙한 선수이기 때문에 사실상 검증된 자원이라고 볼 수 있죠. 모드리치는 창의력 넘치는 패스 및 유연한 기교, 넓은 시야, 팀 공격 흐름을 자유자재로 컨트롤하는 플레이메이킹을 앞세워 토트넘 전력을 업그레이드 시켰습니다. 빅4 진입을 원했던 토트넘의 야망을 현실로 실현시켰으며, 올 시즌에는 소속팀이 챔피언스리그 32강 A조 1위로 통과하고 16강에 진출하는데 중대한 기여를 했습니다. 특히 올 시즌에는 4-4-2의 중앙 미드필더로 성공적인 정착을 했고, 베일과의 공존에 성공하면서 토트넘의 공격력을 변화시켰죠.

그리고 모드리치는 지난 시즌까지 토트넘의 왼쪽 윙어로 활약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첼시에서 램퍼드가 도맡는 4-3-3의 왼쪽 미드필더 자리와 포지션이 겹치죠. 램퍼드는 왼쪽에서 활동 폭을 넓히면서 상대 수비를 공략하는 타입에 속하며, 모드리치도 그 역할을 소화할 능력이 있습니다. 본래 플레이메이커 출신이지만 왼쪽 측면까지 소화할 수 있는 특징은 첼시의 전술적 역량을 강화하는 무기로 작용합니다. 측면은 중앙보다 공간이 넓기 때문에, 모드리치의 섬세한 공격 전개가 상대의 거센 압박에서 자유로우면서 팀의 공격 돌파구를 개척하는 효과로 직결 될 수 있습니다. 베일이 급성장하기 전까지의 토트넘 주 전술 이었습니다.

한 가지 관건은, 모드리치가 램퍼드처럼 많은 골을 기록하는 미드필더는 아닙니다. 2008/09시즌 부터 지금까지 94경기에서 10골을 기록했으며 올 시즌 18경기에서는 2골을 올렸습니다. 토트넘에서는 볼 배급 역할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득점력을 키우기에는 전술적인 무리가 작용합니다. 하지만 득점력이 좋은 선수가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첼시는 토트넘보다 전력이 더 좋은 팀이기 때문에 모드리치의 숨겨진 득점 재능을 뽑아낼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발렌시아가 위건에서의 세 시즌 동안 90경기 7골에 그쳤으나 지난 시즌 맨유에서 49경기 7골을 기록했던 것이 그 예죠.

분명한 것은, 첼시의 램퍼드 대체자 문제가 앞으로 더욱 부각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영입했던 베나윤은 장기 부상으로 내년 4월에 복귀할 예정이며, 내년이면 31세입니다. 부상 이후의 실전 감각 회복까지 고려하면 램퍼드 대체자로 활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베나윤과 더불어 첼시에 입성했던 하미레스는 천부적인 공격 재능을 자랑하는 옵션이 아닙니다. 중원에서의 궂은 역할, 빠른 공수 전환, 왕성한 움직임에 강한 역량을 지녔지만 램퍼드와는 엄연히 다른 스타일입니다. 첼시가 키우는 젊은 영건들 중에는 카쿠타-맥키크란의 이름을 거론할 수 있겠지만 1~2시즌 안으로 램퍼드에 필적할 수 있는 포스를 발휘할거라 기대하기에는 현실성이 떨어집니다. 아직 퍼스트 팀에서의 선발 출전 경험이 부족합니다.

이 같은 첼시의 상황을 놓고 보면 모드리치 영입에 대한 절실함을 느낄 것입니다. 그래서 이적료 3000만 파운드 제시 가능성이 현지 언론에 등장했죠. 물론 토트넘이 난색을 표현할 것임에 틀림 없지만, 첼시는 램퍼드 대체자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모드리치를 데려오는데 안간힘을 쏟을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첼시가 내년 여름 모드리치 영입을 성사할지 그 여부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