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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테베스, 만약 맨시티 떠나면 레알로 이적?

 

카를로스 테베스(26)는 지난 두 시즌 동안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의 간판 공격수로 활약했습니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35경기 25골(득점 4위), 올 시즌 15경기 10골(득점 2위)을 기록하며 맨시티 화력을 짊어졌습니다. 특히 올 시즌에는 리그 득점왕의 꿈이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득점 1위 디미타르 베르바토프(맨유, 11골)가 강팀에 약한 이미지이기 때문에 테베스의 선두 도약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하지만 테베스의 득점왕 등극을 장담할 수 없는 이유는 '향수병' 입니다. 지금까지 "은퇴하겠다', "아르헨티나로 돌아가고 싶다"며 언젠가 맨시티를 떠날 것 같은 말을 되풀이 했습니다. 5년째 잉글랜드에서 뛰고 있지만 영어 구사 능력이 떨어지고, 잉글랜드 기후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고, 자신의 조국 아르헨티나에 두 딸을 두고 있으면서 그들에게 무한 애정을 과시하는 '딸바보'이기 때문에 향수병에 걸리기 쉬웠습니다. 심경 변화가 잦다는 것은 '공격수로서 중요한' 멘탈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맨시티에 꾸준히 전념할 수 있을지는 의심스런 구석이 있습니다.

그런 테베스는 최근 "맨시티 이적이 인생 최대의 실수"라는 발언과 함께, 맨시티에 이적 요청을 보내며 많은 축구팬들의 주목을 끌었습니다. 맨시티가 법정 소송을 고려하면서 일단락 되었지만 또 다시 이적 의사를 내비칠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이미 충성심에 문제를 드러냈고,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과의 불화설까지 맞물리면 언젠가 맨시티를 떠날지 모릅니다. 이에 맨시티는 테베스 잔류를 원하기 때문에 내년 1월 이적시장에서 다른 팀으로 넘기지 않겠지만, 내년 여름이라면 이야기가 다를 수 있습니다.

무리뉴 감독은 테베스를 원하고 있다

만약 맨시티가 '테베스 이적'이라는 결단을 내리면, 그 행선지는 스페인 명문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이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무리뉴 레알 감독이 테베스 영입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죠. 무리뉴 감독은 첼시를 지휘했던 2006년 여름에 당시 코란티안스(브라질)에서 뛰고 있던 테베스를 데려오기를 희망했던 이력이 있습니다. 또한 레알 사령탑으로 부임한 지난 여름 이후부터 현지 언론을 통해 테베스 영입을 희망하며 지금까지 이적설을 흘렸습니다. 비록 맨시티의 반대로 무산되었지만 최근에는 테베스를 비롯 아데바요르(맨시티)까지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레알이 내년 1월 테베스를 영입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무리뉴 감독이 카카 복귀를 이유로 선수 영입이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고, 페레스 회장 또한 공격수 영입에 흥미를 느끼지 않습니다. 이과인의 서브 자원이었던 벤제마의 폼이 살아나면서 대형 공격수 보강의 필요성이 떨어졌죠. 하지만 레알은 내년 여름 테베스 영입에 시동을 걸을 수 있습니다. 무리뉴 감독의 다음 시즌 잔류가 확정되면 테베스에 시선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죠. 여기서 말하는 잔류라 함은, 무리뉴 감독이 올 시즌 레알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또는 프리메라리가 우승을 이끈다는 전제입니다. 만약 무리뉴 감독이 레알의 우승을 이끌면 페레스 회장이 선수 영입에 대한 감독의 의사를 반영할 여지가 없지 않습니다.

물론 무리뉴 감독이 다음 시즌 레알 사령탑을 맡을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레알은 최근 6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탈락했고 올 시즌 16강 상대는 다름 아닌 '레알 킬러' 리옹 입니다. 리옹이 레알에게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리뉴 감독 입장에서는 버거운 상대입니다. 레알의 전임 사령탑이었던 페예그리니 전 감독은 지난 시즌 16강에서 리옹에게 무너지면서 경질 위기에 시달렸고, 프리메라리가 우승까지 실패하면서 결국 해고됐습니다. 무리뉴 감독도 페예그리니 전 감독과 같은 행보를 걷게 되면 다음 시즌 레알에서 보기 힘들 듯 합니다. 그런 시나리오가 현실로 이루어지면, 테베스의 레알 이적은 어려울 것입니다.

그럼에도 무리뉴 감독이 테베스를 원하는 이유는 자신이 원하는 공격수 성향과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첼시와 인터 밀란에서 각각 드록바, 밀리토를 최전방 공격수로 배치했던 것이 그 예죠. 세부적으로는 드록바-밀리토-테베스 스타일의 차이점이 있지만, 큰 틀을 놓고 보면 상대 수비를 등지는 피딩에 강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상대 수비의 시선을 자신쪽으로 유도하며 동료 공격 옵션들이 적극적으로 문전 침투하여 골을 노리는 발판을 마련합니다. 문전에서의 움직임이 민첩하고 몸싸움까지 뛰어나기 때문에 감독 입장에서 충분히 믿고 기용할 수 있습니다. 인터 밀란 시절에는 에토가 세리에A의 거친 수비를 공략하지 못하면서 피딩에 어려움을 겪자 결국 왼쪽 윙어로 전환 시켰습니다. 밀리토 같은 스타일을 원했다는 뜻입니다.

테베스는 173cm의 단신 공격수이지만 상체가 넓게 발달되어 있습니다. 상대 수비수와의 몸싸움을 즐기는 타입이자, 전투적인 움직임을 앞세워 골문을 공략하는 타입에 속합니다. 최근 맨시티에서는 만치니 감독 전술 특성상 골 생산에 주력하고 있지만, 맨유 시절에는 박지성-루니와 더불어 활동 폭을 넓게 움직여 그라운드를 부지런히 뛰었습니다. 특히 2007/08시즌 맨유의 더블 우승(프리미어리그-챔피언스리그) 키워드였던 무한 스위칭이 가능했던 것도 테베스의 왕성한 기동력이 뒷받침했기 때문입니다. 상대 수비수와 충분히 맞설 수 있는 테베스의 스타일은 무리뉴 감독의 구미를 당기게 합니다.

또한 테베스는 레알의 공격을 짊어지는 이과인-벤제마와 달리 투쟁심이 넘쳐흐르는 선수입니다. 이과인은 그동안 레알의 간판 공격수로 활약했으나 강한 근성 부족 때문에 챔피언스리그에 약한 징크스를 깨지 못했고(특히 큰 경기에 약한), 벤제마는 기복이 심합니다. 올 시즌에는 두 선수가 레알의 공격을 이끌고 있지만 무리뉴 감독이 선호했던 드록바-밀리토에 비하면 아쉬움이 있습니다. 레알이 그동안 대형 선수 영입이 잦았음을 상기하면, 무리뉴 감독은 테베스에 대한 관심을 접지 않을 것임에 분명합니다.

만약 레알이 테베스를 영입하면 향수병 문제를 안고 가야 합니다. 하지만 레알이라면 다릅니다. 테베스는 아르헨티나의 언어인 스페인어를 구사하며, 스페인은 잉글랜드와 달리 날씨가 맑습니다. 테베스가 적응하는데 큰 무리가 없습니다. 자신의 가족들이 스페인으로 거주 할 가능성도 없지 않죠.(가족들도 스페인 생활에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에) 과연 가족들이 테베스와 함께 스페인으로 떠날지는 알 수 없지만, 잉글랜드에서 생활했던 것 보다 편리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만약 아르헨티나로 돌아가더라도 현지 클럽이 테베스의 비싼 몸값(주급 20만 파운드, 약 3억 6천만원)을 견뎌낼지는 의문입니다. 테베스의 주급은 프리미어리그에서 엄청난 고액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테베스 레알 이적이 설득력을 얻는 또 하나의 이유는 자신의 에이전트가 주라브키안이기 때문입니다. 주라브키안은 자신이 운영하는 MSI(미디어 스포츠 인베스트먼트)를 위해 테베스 임대 및 이적을 통한 수익을 충당했습니다.(FC 바르셀로나 소속의 마스체라노 또한 같은 케이스) 물론 테베스 소유권은 맨시티에게 있지만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상 이적료 중에 5%는 에이전트의 몫입니다. 그래서 주라브키안은 여전히 테베스를 통한 수익을 얻을 수 있으며 근래 맨시티와의 관계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테베스가 맨시티에 이적 요청을 보낸것도 그런 문제와 맞물립니다. 향수병만의 문제는 아니었던 것이죠.

현 시점에서는 테베스의 이적 가능성이 떨어집니다. 맨시티가 테베스를 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맨시티의 엄청난 재력이라면 세계적인 특급 공격수를 영입할 수 있겠지만, 테베스는 이미 프리미어리그에서 검증되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맨시티가 쉽게 놔두지 않을 것입니다. 충성심, 향수병을 빼놓고는 다른 팀으로 이적시킬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 두 가지는 맨시티의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테베스가 올 시즌 맨시티의 주장을 맡았음을 상기하면 다른 팀원들과의 괴리감이 발생할 여지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테베스가 만약 맨시티를 떠나면 그 행선지는 레알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무리뉴 감독이 잔류한다는 전제하에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