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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이청용 결장, 볼턴에게 치명타로 작용했다

 

볼턴 입장에서 선덜랜드전은 이청용의 아시안컵 차출 공백을 대비하는 기회로 작용했습니다. 리그 중상위권 자리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청용의 존재감을 누군가 채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실험을 하기에는 선덜랜드전 패배가 크게 느껴졌습니다. 이청용 결장이 볼턴에게 치명타로 작용했습니다.

오언 코일 감독이 이끄는 볼턴은 18일 저녁 9시 45분(이하 한국시간) 라이트 오브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10/1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8라운드 선덜랜드전에서 0-1로 패했습니다. 전반 32분 대니 웰백에게 결승골을 허용했죠. 선덜랜드의 대런 밴트가 박스 왼쪽에서 새뮤얼 리케츠의 뒷 공간을 뚫고 사이드 슈팅을 시도했던 것이 볼턴 골키퍼 유시 야스켈라이넨의 왼쪽 가슴에 맞았고, 그 볼이 앞쪽으로 바운드되면서 웰백이 다이빙 헤딩골로 볼을 밀어넣으며 선덜랜드의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이청용은 18인 엔트리에 포함되었으나 끝내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습니다.

이로써, 볼턴은 선덜랜드(6승9무3패, 승점 27)에게 리그 6위 진입을 허용하여 7위(6승8무4패, 승점 26)로 주저 앉았습니다. 슈팅은 13-13개로 동률, 유효 슈팅에서는 3-5개로 볼턴의 근소한 열세, 점유율에서는 53-47(%)로 볼턴이 조금 앞섰지만 경기 내용이 좋지 못했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이청용 공백을 절실히 실감했습니다.

테일러-페트로프, 이청용 공백 메우기에는 역부족

우선, 이청용은 오는 27일 웨스트 브로미치전 일정을 마친 뒤 조광래호에 합류합니다. 웨스트 브로미치전에 출전할지 알 수 없지만 그때까지는 선수단과 함께할 예정입니다. 코일 감독은 한국 대표팀이 이청용 소집 일자를 늦추기를 바랬지만 조광래 감독은 볼턴으로부터 소집 연기 요청을 못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이청용이 없는 볼턴은 '앙꼬 없는 찐빵'이나 다름 없기 때문에 코일 감독이 팀에 더 오랫동안 있어주기를 바랬던 것이죠. 하지만 이청용은 예정대로 웨스트 브로미치전이 끝난 뒤 아시안컵에 대비할 계획입니다.

코일 감독의 생각은 일리가 있습니다. 볼턴이 앞으로 6경기 동안 이청용 공백에 시달리기 때문입니다. 오는 30일 첼시전, 내년 1월 2일 리버풀전, 6일 위건전, 9일 요크 시티전(FA컵 3라운드), 16일 스토크 시티전, 25일 첼시전을 치러야 합니다. 6경기 중에 3경기는 리그 빅6에 포함되는 팀들과의 매치업입니다.(첼시 2경기, 리버풀 1경기) 코일 감독이 이청용의 대표팀 소집 연기를 바랬던 것도 첼시-리버풀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이청용이 아시안컵 결승전까지 소화하면 내년 2월 2일 울버햄턴전 결장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아시안컵 일정이 결코 넉넉하지 않기 때문에 선수들의 체력 저하가 불가피합니다. 볼턴은 이청용 공백 뿐만 아니라, 아시안컵 이후 이청용이 컨디션을 되찾기 이전까지의 행보를 염두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코일 감독은 선덜랜드전에서 이청용 공백을 대비한 실험을 했습니다. 왼쪽 윙어 페트로프를 오른쪽으로 이동하여 이청용 공백을 메우고 테일러가 왼쪽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볼턴이 전반 32분 웰백에게 실점을 허용하면서 이청용 투입의 필요성이 대두되었지만, 끝내 코일 감독은 결장을 택했습니다. 또한 이청용은 그동안 대표팀과 소속팀을 오가며 많은 경기를 치르면서 체력이 저하되는 문제점을 노출했습니다. 그래서 최근 경기력에 힘이 부치면서 선덜랜드전 선발 출전 제외가 불가피했죠. 주전 경쟁에 의해서 벤치로 밀렸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12일 블랙번전에서 부진했지만 5일 맨시티전에서는 팀의 패배속에서도 오른쪽에서 고군분투 했습니다.

하지만 볼턴은 이청용이 빠지면서 미드필더진에서의 공격 전개가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상대 수비에 읽히는 느린 타이밍의 볼 배급, 예측 불가능한 킬패스의 부재, 선수 개개인이 따로 노는 역동적인 움직임의 결여에 시달리며 맥 빠진 공격력을 일관했습니다. 테일러-홀든-무암바-페트로프는 볼을 잡으면 공격의 활로를 찾지 못하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경기 전체 점유율(53-47, %)에서는 볼턴이 약간 우세했지만 전반 22분 점유율에서 39-61(%)로 밀리면서 선덜랜드와의 허리 싸움에서 밀렸습니다. 미드필더진에서 공격진쪽으로 패스 줄기가 뻗지 못하면서 선덜랜드가 단숨에 경기 주도권을 잡았고 웰백이 결승골을 넣는 발판이 됐습니다.

만약 선덜랜드전에 이청용이 있었다면 빠른 볼 터치에 의한 간결한 볼 배급이 가능했습니다. 물론 이청용은 볼턴에서 많은 패스를 시도하는 선수는 아닙니다. 하지만 직선과 곡선을 골고루 활용하는 볼 배급, 얼리 크로스, 빌드업 역할을 담당하면서 볼턴 공격이 경직될 수 있는 분위기를 해소했습니다. 문제는 테일러-페트로프는 볼턴 미드필더진에서 구심점이 되기 어렵습니다. 테일러는 한때 볼턴의 주축 선수였으나 지난 시즌부터 폼이 떨어지면서 자기 플레이가 잘 안풀립니다. 페트로프는 혼자 플레이 하는 인상이 짙습니다. 선수들과 연계 플레이를 펼칠때가 있지만, 결정적인 상황에서는 혼자서 돌파를 시도하거나 볼을 끌면서 팀의 공격 밸런스가 종종 끊어집니다.

그런 테일러와 페트로프의 문제점이 선덜랜드전에서 드러나고 말았습니다. 테일러는 선덜랜드전에서 아무런 존재감이 없었습니다. 왼쪽 측면에서 오누오하-헨더슨의 협력 수비에 맥없이 무너졌죠. 그래서 홀든이 테일러의 압박을 덜어주기 위해 전반 중반부터 활동 폭을 넓혔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습니다. 테일러가 무기력한 움직임을 떨쳐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페트로프는 오른쪽 측면에서 공격을 주도하는 장면들이 여럿 있었지만 선덜랜드 왼쪽 풀백 바슬리의 뒷 공간을 공략하지 못했습니다. 오른쪽 측면에 고정된 형태에서 돌파를 시도했지만 볼을 끌었기 때문에 상대 수비에게 걸리기 쉬웠죠. 공격의 활로를 찾지 못한 끝에 움직임이 무뎌지면서 후반 18분에 교체됐습니다.

볼턴은 양쪽 측면이 막힌것도 문제였지만, 엘만더가 상대 집중 수비에 막힌것이 또 다른 패배 원인 이었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엘만더가 2선 또는 측면으로 내려와서 볼턴 공격을 조율하는 다채로움을 키웠겠지만, 이청용이 빠지면서 선덜랜드의 수비가 자신쪽으로 집중됐습니다. 미드필더진에서 패스 연결이 풀리지 않은것도 문제였지만, 2선으로 이동하기에는 선덜랜드 선수들에게 둘러쌓이기 쉬웠습니다. 지난달 볼턴의 오름세를 이끌며 프리미어리그 11월의 선수로 선정되었던 것이 상대견제의 빌미가 됐습니다.

그래서 코일 감독은 후반 18분 페트로프를 빼고 클라스니치를 교체 투입하여 엘만더를 오른쪽 윙어로 활용했습니다. 클라스니치 카드로 공격적인 경기를 펼치겠다는 복안 이었지만 결과는 실패작 입니다. 엘만더가 롱볼을 띄우는 볼 배급을 펼쳤던 것이 선덜랜드 수비가 전열을 가다듬는 타이밍 이점으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에는 엘만더가 왼쪽 측면까지 이동하면서 나름 부지런히 뛰었지만 상대 수비를 끌고 다니면서 침투 패스를 밀어주기에는 동작의 신속성이 부족했습니다. 다른 선수들과 함께 체력이 저하되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볼턴은 후반 20분 부터 25분까지 선덜랜드와의 점유율에서 15-85(%)의 열세를 나타내며 경기 주도권을 회복하는데 실패했습니다. 그 이후 다시 점유율을 회복했지만 선수들의 힘이 떨어지고 말았죠.

클라스니치는 실전 감각 부족이 문제였습니다. 박스 안에서 세 번씩이나 슈팅 타이밍을 잡았지만 볼에 발등을 정확히 맞추지 못하면서 결정적인 슈팅 기회를 놓쳤습니다. 볼턴의 조커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볼턴은 후반 38분 무암바-테일러를 빼고 코헨-호드리고를 교체 투입하는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지만 경기 흐름을 뒤집기에는 역부족 이었습니다. 코일 감독의 교체 타이밍이 느렸기 때문입니다. 후반 18분 페트로프 교체 대상자가 이청용 이었다면 볼턴 공격이 쉽게 풀렸을지 모를 일이지만, 코일 감독은 이청용 공백 대비를 위한 실험을 밀고 갔습니다. 결국에는 이청용 빈 자리가 크게 부각되는 아쉬움으로 이어졌죠. 볼턴의 앞날 행보가 순탄치 않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