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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손흥민 2골, 특급 골잡이 진면목 과시했다

 

'로켓' 손흥민(18, 함부르크)이 2골을 터뜨리는 인상적인 활약을 펼쳐 한국 축구를 빛낼 새로운 '특급 골잡이'로 도약했습니다. 두 번의 골 장면 모두 절호의 득점 기회를 노려 상대 골망을 흔드는 인상깊은 활약을 펼쳤습니다.

손흥민이 속한 함부르크는 20일 저녁 11시 30분(이하 한국시간) AWD 아레나에서 열린 2010/11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13라운드 하노버96과의 원정 경기에서 2-3으로 역전패를 당했습니다. 전반 31분 라르스 스틴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손흥민이 전반 40분과 후반 9분에 각각 동점골과 역전골을 넣으며 함부르크 공격을 이끌었습니다. 하지만 함부르크는 후반 14분 크리스티안 슐츠, 후반 45분 마이크 한케에게 실점을 허용하며 역전패 및 시즌 9위(5승3무5패)로 경기를 마쳤고 손흥민의 2골이 빛이 바랬습니다.

그럼에도 함부르크 입장에서는 손흥민의 2골이 위안거리 입니다. 공격을 짊어지는 새로운 공격 옵션으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것을 비롯 팀의 미래를 맡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손흥민의 나이가 18세 임을 상기하면 하노버전 2골은 단순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비록 경기는 패했지만 손흥민의 맹활약이 있었기에 밝은 내일을 기대하게 됐습니다. 분명한 것은, 손흥민의 골 결정력이 결코 예사롭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손흥민의 하노버전 2골, 최고의 골 결정력

우선, 손흥민은 하노버전에서 4-4-2의 왼쪽 윙어를 맡았습니다. 게레로-페트리치가 함부르크의 투톱 공격수를 맡았고 손흥민-야롤림-트로호프스키-피트로이파가 미드필더, 제 호베르투-웨스터만-베직-링콘이 수비수, 드로브니가 골키퍼로 뛰었습니다. 원 포지션이 공격수인 손흥민이 올 시즌 함부르크에서 좌우 윙어로 뛰는 이유는 경기 출전 감각을 기르기 위해서 였습니다. 팀에 공격수 자원이 즐비한데다, 윙어로서 발군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엘리아가 부상으로 결장하면서 손흥민의 윙어 출전에 힘이 실렸죠.

그럼에도 손흥민의 공격력은 함부르크에서 어느 누구에게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함부르크의 공격수 사정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게레로-페트리치는 기복이 심한 단점이 있으며 특히 게레로는 지난 시즌부터 내림세가 시작됐습니다. 판 니스텔로이 같은 경우에는 이번 하노버전에서 복귀전을 치렀지만 지난 두 달 동안 허벅지 부상으로 결장했기 때문에 평소 감각을 되찾을지 주목해야 합니다. 다만, 올해 나이가 34세라는 점에서 노쇠화 기미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안정된 기본기와 거침없는 문전 쇄도, 뛰어난 골 결정력을 자랑하는 손흥민이라면 언젠가 공격수로서 맹위를 떨칠 것임에 분명합니다.

적어도 하노버전을 놓고 보면 손흥민이 게레로-페트리치-판 니스텔로이보다 폼이 더 좋았습니다. 게레로-페트리치 투톱은 최전방에서 무기력한 움직임을 일관했고 특히 게레로는 상대 신경전에 말려들며 지나치게 흥분했습니다. 판 니스텔로이는 후반 14분 교체 이후 슈팅 1개를 빼면 별 다른 활약상이 없었죠. 반면, 손흥민은 왼쪽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볼을 터치하며 동료와의 연계 플레이를 노리거나 문전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공간을 엿봤고, 볼과 무관한 상황에서 직접 문전으로 쇄도하여 결정적인 골 기회를 노렸고 이것이 2골의 결정적 발판으로 작용했습니다.

손흥민은 전반 40분 문전으로 쇄도하는 상황에서 왼쪽 측면에 있던 피트로이파가 볼을 찔러줄 때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기록했습니다. 후반 9분에도 문전으로 달려들 때 피트로이파의 오른쪽 크로스를 정확한 헤딩 타점에 의해 상대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피트로이파의 날카로운 볼 배급이 있었기에 2골을 넣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지만, 동료 선수가 밀어준 골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골을 넣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합니다. 공격수는 골로 말하는 포지션임을 상기하면, 손흥민은 왼쪽 윙어임에도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습니다. 다만, '피트로이파를 제외한' 동료 선수들이 하노버를 상대로 맥을 못추는 경기를 일관하며 역전패를 허용한 것이 아쉬움에 남았죠.

만약 손흥민이 공격수로 출전했다면 더 많은 골 기회를 살렸을지 모릅니다. 중앙은 측면에 비해 상대 수비 압박의 세기가 두꺼운 특징이 있지만 골을 전념할 수 있는 특징이 있기 때문입니다. 손흥민 같은 경우에는 왼쪽 윙어를 맡으면서 활동 공간이 많아지기 때문에 골을 넣는데 어느 정도 부담이 따랐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하노버전에서는 넓어진 공간 플레이 속에서도 착실히 골 냄새를 맡았다는 점에 의미를 둘 수 있습니다. 언제 어느 지점에서 자신에게 골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는 '본능'이 있기 때문에, 그 자리로 이동하여 골 기회를 노리는 전형적인 골잡이와 비슷한 패턴의 경기를 펼쳐 2골을 넣었습니다.

순도높은 골 생산을 발휘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문전에서 침착한 플레이를 펼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흔들리지 않고 한 번 볼을 잡으면 그 즉시 날카로운 슈팅을 날리며 골을 넣을 수 있는 결정력을 겸비했습니다. 외부의 영향에 개의치 않고 자기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것은 골잡이로서의 필수 능력입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보아왔던 한국 공격수들의 전형적인 단점이 침착함 부족이기 때문에 손흥민의 장점이 부각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마치 무언가에 쫓기거나 너무 골을 의식해서 엉뚱한 슈팅을 날리는 문제점, 그리고 기본기 부재에 따른 태생적인 한계 때문에 국제 경기에서 어려움을 겪었죠. 손흥민의 성장을 생각하면 한국 축구가 그런 문제를 반드시 극복해야 합니다.

그리고 10대의 나이에 성인 무대에서 번뜩이는 골 결정력을 자랑하는 것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지난 여름 프리 시즌 9경기 9골로 판 니스텔로이를 제치고 팀 내 득점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이미 팀에서는 득점력을 인정받고 있었습니다. 첼시와의 친선전에서 카르발류(현 레알 마드리드)에 의해 왼쪽 중족골 골절 부상을 당하지 않고 최상의 몸 상태로 시즌에 임했다면 스탯이 지금보다 더 화려했을지 모릅니다. 다행히 성공적으로 복귀하여 벌써 시즌 3골을 기록했습니다. 18세의 어린 나이에 분데스리가에서 두각을 떨치고 있다는 것은 재능과 기술이 얼마만큼 뛰어난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여기에 패기까지 더해지면서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손흥민은 잠재적인 능력을 놓고 보면 분데스리가를 넘어 유럽 축구를 빛낼 한국인 선수로 거듭날 가능성이 큽니다. 함부르크에서 탄탄히 성장하면 유럽 무대 경험이 쌓여지면서 지금보다 더욱 강렬한 클래스를 발휘할 수 있게 됩니다. 무엇보다 소속팀에서의 입지 확보가 중요합니다. 하노버전에서는 판 니스텔로이-엘리야 같은 팀 내 주력 공격 옵션들이 부상에서 복귀하여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는데, 손흥민이 그 경기에서 2골을 넣으며 주전 경쟁에서 쉽게 밀려나지 않을 것임을 예고 했습니다. 윙어가 아닌 공격수가 주 포지션이라는 점에서 언젠가 함부르크의 투톱 공격수로 포진하여 골을 노리는 기회가 올지 모릅니다. 하노버전에서 특급 골잡이의 진면목을 과시했던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인상깊게 느껴졌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