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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테리-램퍼드 부상, 첼시 위기로 귀결되다

 

첼시의 올 시즌 행보를 상징하는 키워드는 '독주' 였습니다. 시즌 1라운드 부터 지금의 13라운드에 이르기까지 줄곧 1위를 고수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시즌 초반 5경기에서는 웨스트 브로미치-위건-스토크 시티-웨스트햄-블랙번 같은 5개의 약팀을 상대로 21골 1실점 및 5연승의 놀라운 기록을 세웠습니다. '약팀에 너무 강했다'는 말을 할 수 있겠으나 승점 관리가 뛰어났음을 입증하는 사례입니다.

하지만 첼시의 시즌 성적은 9승1무3패 입니다. 독주를 달리는 팀이라고 보기에는 3패가 옥의 티 입니다. 그 중에 13라운드 선덜랜드전은 홈에서 0-3으로 완패했던 경기여서 충격이 큽니다. 그 이면에는 팀에 내제되었던 총체적인 문제점들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위기론'이 불거졌습니다. 그리고 첼시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각각 주장과 부주장을 맡고 있는 존 테리(30) 프랭크 램퍼드(32)가 부상으로 신음중입니다. 문제는 이들의 부상이 씁쓸한 여운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첼시의 독주가 위태롭기 때문입니다.

첼시의 위태로운 독주, 테리-램퍼드 부상이 결정타

램퍼드와 테리의 2010년 행보는 2009/10시즌 이전과 그 이후가 뚜렷히 대조됩니다. 2009/10시즌에는 첼시의 잉글리시 더블(EPL+FA컵) 우승을 이끌었지만 남아공 월드컵에서 기대에 못미치는 경기를 펼쳤고 잉글랜드는 16강 진출에 만족했습니다. 그리고 2010/11시즌에는 첼시에서 부상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물론 부상은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는 불행한 일이지만, 적어도 두 선수에게 있어 부상이 결코 단순하지는 않습니다. 램퍼드는 부상이 잦아졌고 테리는 장기간 결장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특히 테리의 부상이 심각합니다. 지난 시즌 막판부터 오른쪽 햄스트링 신경통에 시달리며 지금까지 출전을 강행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많은 경기에 출전하면서 햄스트링에 이상이 생겼고, 남아공 월드컵 출전 때문에 진통제를 맞아가면서 그라운드를 밟았지만 이제는 한계에 다다르고 말았습니다. 이미 잉글랜드 대표팀에서는 지난 8월 11일 헝가리전에서 전반전만 뛰었던 이후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습니다. 선수 보호 차원에 의해 대표팀 합류가 이루어지지 않았죠. 첼시에서 진통제를 맞으며 출전을 강행했기 때문에 대표팀 경기에 뛰기에는 컨디션이 떨어졌습니다.

결국 테리는 지난 15일 선덜랜드전에 결장했습니다. 더 이상 통증을 참고 뛰기에는 경기 출전이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현지 언론에서는 부상 치료 및 회복을 위해 몇 주 또는 몇 달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물론 진통제를 맞으며 통증을 참으면 몇몇 경기를 소화할 수 있겠지만 올 시즌이 끝나려면 6개월의 시간이 남았습니다. 그 이후 잉글랜드 대표팀의 유로 2012 예선 일정까지 포함하면 몇달 더 진통제 후유증에 괴로워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더 이상 몸이 악화되지 않기 위해서는 부상 치료가 불가피하게 됐습니다.

문제는 부상 회복 후 정상적인 경기 감각을 되찾을지 의문입니다. 이미 경기력이 저하되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몇 개월 동안 소위 '진통제 투혼'으로 지금까지 버텼지만 평소에 비해 폼이 떨어졌습니다. 그나마 첼시에서는 미드필더진까지 가세하는 두꺼운 수비 조직력의 힘으로 이겼지만 남아공 월드컵에서 자국 언론으로부터 '무능력한 선수'라고 혹평 받을 정도로 활약상이 실망스러웠습니다. 과거에 비해 순발력이 떨어지면서 거친 파울을 남발하고 있으며 첼시에서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앞으로 적지 않은 시간 동안 결장하면 실전 감각이 저하되기 때문에 최상의 기량을 되찾는데 어려움이 따를 수 밖에 없습니다.

테리의 부상은 첼시 의료진 및 구단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지난 시즌 막판부터 진통제를 맞고 뛰었던 테리를 지금까지 출전 강행시켰던 것이 문제였죠. 지금까지 첼시와 대표팀에서 수많은 경기에 뛰면서 피로가 누적되었고 앞으로도 많은 경기를 치러야 할 선수인데 진통제 이외에는 뚜렷한 처방이 없었습니다. 남아공 월드컵 이후 휴식기 때 치료를 했다면 시즌 중에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구단 같은 경우에는 레알 마드리드로 떠난 카르발류의 대체자를 영입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테리의 무리한 출전이 계속 될 수 밖에 없었죠. 여기에 알렉스 부상까지 겹치면서 이미 센터백 부재에 시달렸습니다. 그래서 테리는 충분한 회복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복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부상 재발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이유죠.

결국, 첼시는 테리에 이어 알렉스까지 잃으면서 페레이라-이바노비치를 센터백으로 활용하게 됐습니다. 두 선수 모두 오른쪽 풀백 자원이기 때문에 센터백으로 함께 발을 맞추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죠. 이바노비치 같은 경우에는 센터백을 병행했지만 페레이라는 팀에서 철저히 측면 옵션으로 활용되었기 때문에 중앙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중앙 수비진에 '새로운 얼굴(?)'들이 등장한 셈이죠. 그러나 센터백으로서 발을 맞춘 시간이 너무 짧기 때문에 팀을 지탱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 결과는 선덜랜드전 0-3 완패로 귀결되고 말았습니다. 테리의 부상이 결정타가 되고 말았죠.

반면, 램퍼드는 80여일 동안 개장 휴업중입니다. 지난 8월 28일 스토크 시티전 이후 스포츠 헤르니아(탈장) 수술을 받아 아직까지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습니다. 수술 회복이 늦어지면서 복귀가 늦어졌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복귀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컨디션을 되찾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엄청난 경기 일정을 소화했기 때문에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올해 나이가 32세 임을 상기하면 젊은 선수들보다 회복이 늦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은근히 부상이 잦았기 때문에 앞으로 얼마만큼 출전할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램퍼드 복귀는 조만간 이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첼시가 '곧 부상에서 회복 될' 에시엔을 센터백으로 내릴 가능성이 있고, 이적생 하미레스의 공격력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왼쪽 측면 자원인 지르코프가 첼시의 인사이드 미드필더로서 측면과 중앙을 골고루 소화하는데 버거운 상황에 놓였기 때문에 램퍼드의 필요성이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지르코프-미켈-하미레스로 짜인 첼시의 미드필더진 중에서는 램퍼드 처럼 능숙한 경기 운영 능력과 창의적인 볼 배급, 과감한 골 기회를 노리는 엄청난 파괴력을 자랑하는 선수가 없습니다. 독주 체제가 흔들거리는 첼시 입장에서는 램퍼드 복귀가 매우 절실합니다.

램퍼드 결장은 공격진에 영향을 끼치고 말았습니다. 미드필더들이 공격력에서 제 몫을 다하지 못하면서 말루다-드록바-아넬카의 부담이 커지는 악순환이 초래되었기 때문입니다. 득점력 같은 경우에도 세 선수에 의지하게 됐죠. 그래서 첼시와 상대하는 팀들은 미드필더들의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통해 말루다-드록바-아넬카의 볼 배급을 차단하며 압박을 강화했고 특히 선덜랜드가 큰 재미를 봤습니다. 결국 말루다-드록바-아넬카의 득점력은 시즌 초반부터 버거워진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세 선수가 골을 넣지 못할 때 램퍼드가 득점을 해결하며 '미들라이커'로서의 저력을 내뿜었지만, 지금의 첼시 경기력에서는 이 같은 모습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램퍼드가 빠지면서 팀의 주요 득점 루트 중에 하나를 잃게 되었기 때문이죠.

첼시는 기존 스쿼드가 램퍼드 부상을 메울 수 없다는 것을 인지했을 것입니다. 램퍼드의 올해 나이가 32세이고 이제 곧 30대 중반에 접어들고 있음을 상기하면 이적시장에서 새로운 대체자를 찾아야 합니다. 이미 하미레스 영입은 실패작이 되고 말았지만 램퍼드와 전형적으로 비슷한 패턴의 경기를 펼치는 선수는 아닙니다. 팀 공격을 이끌어가면서 뛰어난 득점 실력을 지닌 선수가 요구되는 현실이죠. 테리가 속한 센터백 문제까지 포함하면 앞으로의 이적 시장 행보가 첼시의 향후 운명을 결정짓는 포인트가 될 수 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램퍼드-테리를 붙잡고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