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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이청용 2도움, 그러나 안타까웠던 이유

 

'블루 드래곤' 이청용(22, 볼턴)이 잉글랜드 무대 진출 이후 처음으로 한 경기에서 2개의 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하지만 상대팀 선수와 공중볼을 다투는 과정에서 허리를 가격 당하면서 통증을 호소했습니다.

이청용은 14일 오전 0시(이하 한국시간)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1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3라운드 울버햄턴 원정에서 2도움을 달성했습니다. 전반 1분 오른쪽 측면에서 문전쪽으로 헤딩 패스를 길게 연결했던 것이 울버햄턴 수비수 리처드 스티어만의 몸을 맞고 자책골이 되면서 볼턴이 선제골을 기록했습니다. 프리미어리그 규정상 자책골 유도는 도움으로 인정됩니다. 후반 22분에는 문전 오른쪽을 파고드는 상황에서 가운데쪽으로 패스를 연결했던 것이 스튜어트 홀든의 골로 이어지면서 2번째 도움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그리고 볼턴은 울버햄턴을 3-2로 제압했습니다.

이로써, 이청용은 시즌 5호 도움을 기록하여 리그 도움 순위 6위에 올랐습니다. 이 부문에서는 루이스 나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13일 애스턴 빌라전에서 1도움을 추가하여 9도움으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크리스 브런트(7도움, 웨스트 브로미치) 디디에 드록바(첼시) 피터 크라우치(토트넘) 메튜 에더링턴(스토크 시티, 이상 6도움)이 나니를 추격중이며 그들에 이어 이청용이 도움 경쟁에 가세했습니다. 하지만 이청용에게 안타까움이 드는 이유는 지난 시즌 후반기에 이어 올 시즌에도 과부하에 시달릴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입니다.

'혹사'에 시달리는 이청용이 걱정된다

이청용의 2도움이 반가운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전반 20분에는 매우 아찔한 상황이 있었습니다. 울버햄턴 수비수 엘로코비와 공중볼을 다투는 상황에서 허리를 가격 당했습니다. 엘로코비가 이청용을 마크하는 과정에서 무릎으로 허리를 찍고 말았죠. 그래서 이청용은 그라운드에 쓰러져 통증을 호소했고 경기가 잠시 중단됐습니다. 통증의 아픔을 이겨내면서 경기 출전을 강행했고 90분 풀타임을 뛰었지만, 경기 종료 후에는 손으로 허리를 움켜잡고 그라운드를 나서는 모습이 TV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지만, 이청용은 척추 골반 부상을 당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허리 통증을 참아가면서 풀타임 출전을 강행했다는 것입니다. 코일 볼턴 감독은 항상 "휴식이 필요하다"며 체력적인 과부하를 걱정했지만, 정작 실전에서는 매 경기 선발로 기용했으며 최근 3경기에서 풀타임을 뛰게 했습니다. 볼턴이 리그 5위로 약진하다보니 이청용의 활용 빈도가 늘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청용이 오른쪽 측면을 휘저어야 볼턴이 골을 기록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에 벤치로 불러들일 여유가 없으며, 그가 빠지는 순간에는 팀 공격이 와해될 수 있는 불안 요소가 있습니다.

그런 이청용은 올 시즌 리그 13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했습니다. 지난달 12일 국내에서 A매치 일본전을 치르면서 한국과 잉글랜드를 왕복했고, 그 피로가 말끔해게 해소되지 않았을 16일 스토크 시티전에서는 87분을 소화했습니다. 23일 위건전에서는 체력 저하의 아쉬움을 남기고 후반 20분에 교체됐죠. 그 이후 5경기 중에 4경기에서는 풀타임 출전했으며, 최근 일주일 동안 3경기를 치렀는데 모두 풀타임 출전 경기였습니다. 어떤 측면에서 바라보면, 잦은 풀타임 출전때문에 그동안 약했던 체력을 길렀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청용의 몸은 점점 지쳐가고 있습니다.

이청용은 지난해 여름 볼턴 진출 이전까지 국내에서 각급 대표팀 및 친정팀 FC서울 일정을 소화하는 강행군에 시달렸습니다. 지난해 초 국가 대표팀의 동계훈련 일정을 소화한 이후에는 K리그 전반기에 폼이 떨어진 모습을 보이며 '혹사 후유증'에 시달리는 듯 했습니다. 문제는 지난해 전반기에도 서울의 K리그와 AFC 챔피언스리그 일정, 대표팀의 A매치 일정까지 소화하며 쉴틈없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지난해 여름 볼턴으로 이적하면서 이렇다할 휴식기를 갖지 못한 끝에 2009/10시즌을 치렀습니다. 볼턴의 에이스로 자리잡는 맹활약을 펼쳤지만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체력적인 과부하에 시달린 끝에 폼이 떨어지는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이청용은 한국 대표팀의 남아공 월드컵 16강을 이끌다보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한국이 남아공 월드컵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날짜는 지난 6월 29일이었고, 이청용이 잉글랜드로 출국한 것은 지난 7월 25일 이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경기를 뛰면서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했기 때문에 한 달도 되지 않는 휴식기가 적을 수 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휴식기에는 몇몇 행사에 참가하기도 했습니다. 코일 감독이 이청용에게 휴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청용은 휴식을 취할 겨를도 없이 볼턴의 선전을 위해 계속 경기에 뛰어야 합니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앞으로의 일정입니다. 다음달 26일에 박싱데이(Boxing Day)를 치러야하며 내년 1월에는 카타르에서 한국 대표팀의 아시안컵 우승을 위해 뛰어야 합니다. 다음달 18일 선덜랜드 원정까지 1주일에 한 경기씩 출전하지만 26일 웨스트 브로미치와의 홈 경기, 29일 첼시 원정, 내년 1월 1일 리버풀 원정을 치르는 만만치 않은 일정에 시달리게 됩니다. 올 시즌 박싱데이는 일요일에 열리기 때문에 29일 첼시 원정 스케줄이 잡힌 것입니다. 첼시와 리버풀 원정이라면 이청용이 선발 출전할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그런데 박싱데이 피로를 안고 런던(첼시 연고지)에서 리버풀로 이동하기 때문에 힘든 일정에 직면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청용이 내년 1월 5일 위건과의 홈 경기를 뛰고 아시안컵에 임할지는 의문입니다. 하지만 위건전을 소화하고 오는 10일 카타르에서 바레인과의 아시안컵 본선 첫 경기를 치르면 엄청난 체력적인 부담을 안게 됩니다. 굳이 위건전을 뛰지 않더라도 박싱데이 때문에 힘든 일정에 직면하죠. 문제는 이청용 본인이 조광래호 전술을 '만화 축구'로 비유하며 어려움을 나타냈다는 점입니다. 소속팀에서 피로가 누적된 상황에서 대표팀 경기에 출전하면 제 역할을 다해낼지 의문입니다. 한국 대표팀 중심 선수라는 책임감 때문에 이를 악물고 열심히 뛰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그럴수록 몸은 점점 지쳐가고 부상의 위험성이 커집니다. 아시안컵 이후에 지난 시즌 후반기처럼 체력적인 과부하에 시달리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현 시점에서는, 코일 감독이 이청용에게 휴식을 제공하는 방법을 바랄 수 밖에 없습니다. 볼턴은 내년 1월 이청용의 아시안컵 차출 공백을 메워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 유스팀에서 임대된 19세 윙어 호드리고 모레노를 키워야 할 시점입니다. 선수 관리 측면에서도 이청용의 혹사를 피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기 때문에 무리한 출전이 힘이 실리지 못합니다. 이청용의 휴식을 강조한 장본인은 다름 아닌 코일 감독 이었습니다. 하지만 코일 감독은 부쩍 오른 팀 성적 때문에 이청용의 휴식을 주저하고 있습니다. 최근 3경기 연속 풀타임 출전이 그 증거입니다. 어떻게든, 이청용의 혹사는 끝나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