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지역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 원정에서 득점 없이 비기면서 연승 행진이 끝났습니다. '산소탱크' 박지성은 맨시티전에서 2경기 연속골을 노렸지만 풀타임 출전에 만족했습니다.
맨유는 11일 오전 5시(이하 한국시간) 시티 오브 맨체스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1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2라운드 맨시티 원정에서 0-0으로 비겼습니다. 루이스 나니가 맨시티전을 앞두고 사타구니 부상에서 복귀하면서 화력을 키웠지만 끝내 맨시티의 두꺼운 수비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양팀 모두 수비에 안정을 두는 경기를 펼쳤지만 공격에서 빛을 발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이로써, 맨유와 맨시티는 각각 2위(6승6무) 4위(6승3무3패)를 지켰습니다. 박지성은 경기 종료 후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경기 내내 지칠 줄 몰랐으나 영향력이 적았다"는 평가와 함께 평점 6점을 부여 받았습니다.
역시, 박지성은 루니-에르난데스와 어울렸다
우선, 맨시티와 맨유는 모두 4-3-3을 구사했습니다. 맨시티는 하트가 골키퍼, 사발레타-콜로 투레-콤파니-보아텡이 수비수, 배리-야야 투레-데 용이 미드필더, 밀너-테베스-실바가 공격수를 맡았습니다. 맨유는 판 데르 사르가 골키퍼, 에브라-비디치-퍼디난드-하파엘이 수비수, 스콜스-플래쳐-캐릭이 미드필더, 박지성-베르바토프-나니가 공격수에 포진했습니다. 양팀 모두 중앙 미드필더를 세 명씩 기용하여 안정적인 경기를 펼치겠다는 의도가 두드러졌습니다. 이 경기에서 패하면 순위권 싸움에서 밀리는 치명타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중원을 두껍게 세웠죠.
경기 초반에는 맨시티가 페이스를 주도하는 형태였습니다. 미드필더진이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여 포백과 폭을 좁히고 맨유 선수들의 공격 길목을 사전에 차단하며 상대에게 실점하지 않으려는 의지를 나타냈습니다. 맨유의 수비력도 만만치 않았지만 맨시티가 자기 진영에서 상대 공격을 차단하는 경우가 여럿 있었습니다. 공격을 따내면 수비진이 서로 볼을 주고 받으며 점유율을 늘리는 경기 운영을 취하는 형태가 됐죠. 프리미어리그에서 최근 4번 연속 맨유에게 패했기 때문에 초반 실점에 경계하는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맨유는 박지성-베르바토프-나니가 동일 선상에서 공격을 펼치면서 미드필더들이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는 형태를 취했습니다. 하지만 나니가 사타구니 부상에서 갓 회복되었기 때문인지 움직임이 무뎠던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동료 선수들과의 연계 플레이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면서 맨유의 공격이 최전방에서 끊어지는 문제점이 나타났습니다. 그나마 전반 19분 맨유 진영에서 베르바토프에게 전진패스를 띄우며 역습 기회를 제공했지만 평소보다 움직임이 무뎌진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22분에는 오른쪽 측면에서 단독 돌파를 시도했으나 상대 선수 세 명의 압박에 걸려 커팅 당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수없이 되풀이되었다는 점입니다.
사실, 나니의 부진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부상에서 회복된지 얼마되지 않았고 팀의 측면 자원이 약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맨시티전은 무리함을 감안해서 출전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드리블 돌파를 주무기로 삼는 선수이기 때문에 상대의 두꺼운 압박에 걸리기 쉬운 단점이 있습니다. 맨시티는 중원 뒷 공간을 내주지 않는데 주력하면서 왼쪽 풀백 사발레타가 배리의 뒷 공간을 커버하는 형태의 움직임을 취했기 때문에, 나니가 평소의 파괴력을 발휘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오베르탕-베베 같은 선수들을 중요한 경기에 선발 출전 시킬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맨시티전은 박지성과 베르바토프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우선, 베르바토프는 지난 9월 19일 리버풀전까지 리그 4경기에서 6골을 넣었고 특히 리버풀전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리그 6경기와 챔피언스리그 2경기를 포함해서 최근 8경기 연속 무득점에 시달리며 또 다시 '먹튀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그 이유는 조력자와의 호흡이 전혀 안맞기 때문입니다. 시즌 초반에는 루니가 쉐도우로 내려가고 자신이 타겟맨으로 올라오면서 활동량에 대한 부담을 줄이며 골에 전념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측면에서는 발렌시아의 크로스 또는 논스톱 패스가 올라오면서 여러차례 결정적인 골 기회를 노릴 수 있는 명분을 마련했습니다.
그런데 루니-발렌시아가 부상으로 팀 전력에서 제외되고 긱스까지 부침에 시달리면서 새로운 조력자들과 호흡을 맞춰야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자신의 공격수 파트너로서 에르난데스가 기용되었고, 측면에는 박지성-오베르탕-베베에 이어 에브라까지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에르난데스는 박스 안에서 골 냄새를 맡는데 특화된 선수이기 때문에 베르바토프가 쉐도우로 내려가야만 했습니다. 단순히 2선에만 머무는 것 뿐만 아니라 최전방, 미드필더진까지 깊숙히 자리를 잡거나 조율 위주의 경기를 펼쳤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컨셉이 박지성과 겹치고 말았습니다.
특히 맨시티전이 대표적입니다. 박지성은 왼쪽 윙 포워드로 뛰었지만 그 자리에만 머물지 않고 최전방, 하프라인 부근, 수비 지역까지 폭 넓게 뛰는 프리롤 성향의 경기를 펼쳤습니다. 오른쪽에서 볼을 터치하면서 패스를 연결짓는 장면이 있을 정도로 움직임에 대해서 유동적입니다. 비록 나니는 상대 수비에 봉쇄당했지만 박지성만은 아니었습니다. 상대 수비 뒷 공간을 노리면서 부지런히 움직였기 때문에 맨시티 미드필더들이 수비 깊숙한 지역으로 완전히 내려가는 대응책을 세웠습니다. 베르바토프는 상대의 강력한 압박을 받으면 힘을 쓰지 못하는 성향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2선으로 내려오면서 공격에 임했습니다. 팀의 중앙 공격수로 뛰었지만 어떤 상황에서는 마치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환한 것 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박지성과 베르바토프가 서로 위치를 바꾸면서 플레이를 펼치다보니 맨유의 연계 플레이가 매끄럽지 못한 단점이 나타났습니다. 미드필더들이 서로 볼을 주고 받으면서 경기를 펼쳤고 박지성-베르바토프-나니에게도 볼이 공급되었지만, 문제는 그 이후의 상황이 좀처럼 전개되지 못하는 겁니다. 나니가 상대 수비에 읽히면서 박지성-베르바토프의 역할이 막중했는데, 오히려 두 선수 사이의 호흡이 맞지 않은 것입니다. 박지성은 골을 넣어줘야 할 공격수(루니, 에르난데스)가 필요했고, 베르바토프 입장에서는 자신과 동선이 겹치지 않는 선수(발렌시아)가 있을 때 빛을 발했죠. 그래서 박지성과 베르바토프 사이에서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는 패스 전개가 이루어지지 못하면서 맨유의 공격이 계속 끊어졌습니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퍼거슨 감독이 후반 33분 베르바토프를 빼고 에르난데스를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는 점입니다. 비록 에르난데스는 골을 넣지 못했지만 박지성과의 짜임새 넘치는 패스워크를 뽐냈습니다. 그 이전에도 마찬가지였지만, 박지성과 에르난데스의 호흡은 잘 맞았습니다.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과 베르바토프 사이의 호흡 불안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단순한 무게감을 놓고 보면, 두 선수 중에서 박지성의 교체가 유력했지만 팀 전술에 필요했던 선수는 베르바토프가 아닌 박지성 이었습니다. 후반 막판은 에르난데스가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베르바토프가 제외 될 수 밖에 없었죠.
비록 맨유는 맨시티 원정에서 비겼지만 박지성-에르난데스 콤비를 발굴한 것은 나름의 소득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에르난데스는 맨유 입장에서 키워야 할 선수이기 때문에 박지성은 앞으로도 팀 전력에서 적극적으로 중용 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박지성은 루니와 호흡이 잘 맞기로 유명합니다. 루니를 부활시켜야 할 맨유 입장에서 박지성이 또 필요해질 것입니다. 문제는 베르바토프 입니다. 발렌시아가 내년 2월에 회복되지만 경기 감각을 쌓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거의 시즌 아웃 상태입니다. 박지성-에르난데스의 오름세, 루니-발렌시아의 부침은 베르바토프의 경기력이 최대화 되지 못하는 문제점으로 작용했습니다. 맨유는 베르바토프 활용에 대하여 또 다시 고민의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