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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한국의 요르단전 4-0 대승, '완벽한 승리'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아시안게임 축구 대표팀이 북한전에서의 답답한 졸전을 만회하듯, 요르단전에서 불꽃같은 공격력을 과시하며 대량 득점으로 승리했습니다. 경기내내 일방적으로 공격 분위기를 주도하면서 북한전보다 과감해진 공격 전술을 펼쳤던 것이 '완벽한 승리'의 발판이 됐습니다.

한국은 10일 오후 5시(이하 한국시간) 중국 광저우 유에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C조 예선 2차전에서 요르단을 4-0으로 제압했습니다. 대표팀 주장 구자철이 전반 20분에 과감한 왼발슛으로 선제골을 기록했고, 전반 43분에는 오른발 프리킥으로 2골을 터뜨렸습니다. 후반 1분에는 김보경이 조영철의 패스를 받아 추가골을 넣었고, 후반 33분에는 조영철이 박주영의 힐패스를 받아 오른발슛으로 상대 골망을 갈랐습니다. 이로써, 한국은 예선에서 1승1패를 기록했으며 오는 13일 팔레스타인과의 3차전에서 승리하면 16강 진출이 확정됩니다.

경기 초반, 달라진 공격 전술로 기선 제압 성공

한국은 요르단전에서 4-2-3-1을 구사했습니다. 김승규가 골키퍼, 윤석영-홍정호-김영권-신광훈이 포백, 김정우-구자철이 더블 볼란치, 조영철-김보경-서정진이 2선 미드필더, 지동원이 원톱에 출전했습니다. 그동안 홍명보호에서 주전 원톱으로 뛰었던 박희성이 북한과의 예선 1차전 부진 때문에 벤치로 밀렸고 지동원이 선발 투입했습니다. 교체 명단에는 와일드카드 박주영이 이름을 올리면서 요르단전 필승을 노렸습니다. 요르단전은 16강 진출을 위해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였기 때문에 승리가 필요했습니다.

태극 전사들은 경기 초반부터 공격 성향의 경기를 펼쳤습니다. 북한전에서 파상공세를 펼쳤음에도 상대 밀집 수비에 막혀 단 한 골도 넣지 못했기 때문에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넣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허리에서 포백쪽으로 백패스를 날리면서 상대 수비를 앞쪽으로 끌어 올리도록 유인했고 그 과정에서 빠른 타이밍에 의한 패스에 의해 상대 배후 공간을 노리는 연계 플레이들을 시도했습니다. 오른쪽 측면에서는 서정진의 드리블 돌파를 통해 공격의 물꼬를 트며 논스톱 슈팅을 만들기 위한 과정의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박스 바깥에서 안쪽으로 향하는 볼 배급의 정확도가 떨어지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북한전에 비하면 시도가 좋습니다.

분명한 것은, 한국 입장에서는 북한보다 요르단을 상대하기가 쉬웠습니다. 북한은 거의 모든 선수들이 자기 진영에 들어와서 플레이를 펼쳤지만 요르단은 공격수와 공격형 미드필더가 앞쪽으로 올라오면서 역습을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졌습니다. 요르단 입장에서도 한국전을 이겨야 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골이 필요했고 북한같은 극단적인 수비 전략을 택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포백과 미드필더 3명의 간격을 좁히면서 한국 공격 옵션들을 압박하는 선 수비-후 역습 전략을 취했습니다. 북한에 비하면 압박이 두껍지 않았지만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친다는 점은 한국에게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상대 수비에 흔들리는 기색이 전혀 없었습니다. 효과적인 공격 전술로 상대의 기선을 제압했기 때문입니다.

골이 필요했던 전반전, 구자철 2골 값졌다

전반 12분과 15분에는 요르단 공격을 중원에서 커팅하면 그 즉시 전방으로 빠르게 종패스를 날리며 역습을 시도했습니다. 속공 상황에서는 상대 수비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빠른 패스가 필요했죠. 하지만 돌파 이후의 패스가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가까운 곳에서 볼을 받아줄 선수가 없는 수적 열세가 나타났기 때문에 더 이상 볼을 소유하지 못하고 돌파에서 공격이 끝나는 문제점이 나타났습니다. 홍명보호 선수들이 점유율을 강화하는 지공 위주의 경기에 익숙하기 때문에 속공에 대처하는 볼 배급의 타이밍의 느리고 침투 패스가 적극적이지 못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다만, 원톱 지동원은 박희성처럼 최전방에 고정되기보다는 안쪽으로 빠지거나 바깥쪽으로 내려오는 위치 변화를 통해 부지런히 움직이며 상대 수비를 자신쪽으로 유인했습니다.

그 결과는 전반 20분 선제골의 발판으로 작용했습니다. 지동원이 박스 바깥 정면에서 김보경에게 오른발 전진패스를 찔러줬고, 김보경이 상대 수비수 2명과 맞닥드린 상황에서 왼발로 짧게 패스를 내준 것이 구자철의 왼발 강슛에 이은 선제골이 됐습니다. 과감히 골 기회를 노렸던 구자철의 번뜩이는 움직임이 좋았지만 골을 만들어내는 지동원의 영민한 플레이를 칭찬할 수 있습니다. 원톱은 골을 넣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전방에서 공간을 이용하여 골 과정을 만들어내는 플레이가 필요합니다. 서정진에게 오른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받기 위해 뒷쪽으로 발을 빼면서 볼을 받았고 그 즉시 김보경에게 패스를 띄웠습니다. 박희성은 북한전에서 시야, 경기 운영, 전술 이해도에서 아쉬움을 나타냈지만 지동원은 K리그에서의 꾸준한 맹활약 덕택에 경기를 리드할 수 있는 역량이 빛을 발했습니다.

그 이후의 한국은 추가골을 넣기 위해 공격에 고삐를 늦추지 않았습니다. 전반 30분 지동원의 오른쪽 중거리슛이 요르단 골문 바깥을 스쳤고, 그 이후에도 골을 노리는 과정이 여럿 있었습니다. 36분에는 윤석영이 왼쪽 측면에서 개인기로 상대 수비를 제끼고 골문 정면쪽으로 논스톱 패스를 보냈던 것이 동료 선수와 사인이 맞지 않아 결정적인 추가골 기회를 놓쳤고, 37분에는 조영철의 왼쪽 중거리슛이 상대 골키퍼에 선방에 막혔지만 선제골 이전에 비하면 골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손쉬워진 것은 분명합니다. 골 결정력만 키우면 추가골 획득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러더니 43분 구자철이 중앙에서 빨랫줄 같은 오른발 프리킥으로 추가골을 넣으며 2-0을 이끌었습니다. 구자철은 전반전에만 2골을 넣으며 주장 몫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구자철의 2골이 값졌던 이유는 한국이 전반전에 승부수를 띄워야했기 때문입니다. 요르단이 수비를 두껍게 구축했기 때문에 이른 시간안에 골을 터뜨리지 못하면 상대 역습에 끌려다니는 어려운 경기를 펼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구자철이 20분과 43분에 걸쳐 골을 뽑아냈고 한국이 후반전에 여유롭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는 명분을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전반전 경기력에 박수를 보내는 이유는 공격 전술에 '긍정적 변화'가 보였다는 점입니다. 기존의 지공 위주 볼 배급을 포기하고 속공과 지공을 적절히 섞으며 상대 수비를 끌어내기 위한 공격 시도가 줄기차게 진행됐습니다. 전반 초반에는 박스쪽에서의 볼 배급이 매끄럽지 못했지만 20분 구자철의 선제골 과정에서 지동원이 볼 배급의 효율성을 키웠고, 그 이후에는 한국이 일방적으로 경기 흐름을 주도하는 형태가 됐습니다.

'승리 굳힌' 한국의 멈추지 않는 공격 본능...박주영 도움 기록

한국은 후반 시작과 함께 세번째 골을 기록했습니다. 후반 1분 조영철이 박스 왼쪽 부근에서 돌파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지동원과 2대1 패스를 주고받아 사이드 슈팅을 날렸던 것이 상대 골키퍼 손을 맞고 김보경의 골로 이어졌습니다. 김보경은 조영철의 슈팅이 상대 골키퍼 몸에 걸리는 것에 미리 대비하여 문전으로 쇄도하고, 자신에게 볼이 향할 때 가볍게 밀어넣으며 골을 넣었습니다. 2분 뒤에는 조영철이 세번째 골 기회를 열어줬던 지점에서 골문쪽으로 패스를 띄웠고, 6분에는 구자철이 비슷한 상황을 연출했습니다. 요르단 수비가 완전히 허물어졌기 때문에 상대 수비 진영에서 마음껏 공격을 시도할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의 한국은 공격 분위기를 키우면서 과감한 플레이를 줄이는 여유있는 경기 운영을 펼쳤습니다. 아시안게임 일정이 빠듯하기 때문에 요르단전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할 필요가 없었고 이미 3-0으로 앞서면서 사실상 승리를 확정지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상대가 만회골 기회를 노리지 못하도록 철저히 견제하면서 패스 플레이에 주력했습니다. 후반 16분에는 김보경을 빼고 박주영을 투입하는 교체 카드를 활용했습니다. 박주영이 29분 동안 후배들과 실전에서 호흡을 맞춰볼 수 있도록 홍명보 감독이 첫번째 조커로 출전 시켰습니다.

박주영은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모습을 내밀었습니다. 왼쪽과 중앙을 오가며 상대 중원 뒷 공간에서 패스를 받을 수 있는 위치를 찾으며 날카로운 연계 플레이 기회를 엿봤습니다.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공격을 조율했던 것은 아니지만, 홍명보호 전술 감각을 키우기 위한 차원에서 투입되었기 때문에 다른 조커와의 무게감이 다릅니다. 17분 왼쪽 측면에서 빠른 스피드로 돌파를 시도하며 조영철에게 패스를 연결했고, 28분과 30분에는 공중볼을 여유있게 따내며 상대 수비와의 높이에서 일방적인 우세를 점했습니다. 그리고 33분에는 박주영이 골문 정면에서 윤빛가람의 횡패스를 원터치에 의해 힐패스로 연결한 것이 조영철의 논스톱 오른발 슛으로 이어져 한국이 네번째 골을 기록했습니다. 박주영은 경기 투입된지 17분 만에 도움을 기록했습니다.

그 이후에는 볼을 주고 받으며 상대의 공격 의지를 완전히 무너뜨렸습니다. 후반 39분 점유율에서 77-23(%)의 일방적인 우세를 점하여 상대 진영에서 쉴새없이 패스를 주고 받았습니다. 경기 초반 상대의 두꺼운 수비를 뚫기 위해 속공과 침투패스를 시도했던 때와 비교하면 한국의 경기력에 여유가 넘쳤습니다. 결국, 한국은 요르단전 4-0 승리를 확정지으며 북한전 패배의 무거운 분위기에서 벗어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향한 본격적인 스타트를 끊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