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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볼턴의 토트넘전 승리, 이청용 도움 결정타

 

'블루 드래곤' 이청용(22, 볼턴)이 팀의 대량 득점 승리를 공헌하는 진가를 발휘했습니다. 여기에 시즌 3번째 도움을 추가하면서 값진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습니다.

이청용의 볼턴은 6일 저녁 9시 45분(이하 한국시간) 리복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1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1라운드 토트넘전에서 4-2로 승리했습니다. 전반 31분 케빈 데이비스의 선제골로 포문을 열었고 후반 11분 그레타르 스테인손, 후반 31분 데이비스가 페널티킥 골을 넣으며 3-0으로 앞섰습니다. 하지만 후반 34분 앨런 허튼, 후반 42분 로만 파블류첸코에게 추격골을 허용하면서 동점 위기에 몰렸지만 후반 49분 마틴 페트로프가 볼턴의 네 번째 골을 넣으며 4-2 승리가 확정됐습니다. 볼턴은 토트넘을 6위로 밀어내고 5위(3승6무2패)에 진입하는 쾌거를 거두었고, 데이비스는 파비오 카펠로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이 보는 앞에서 2골 1도움 맹활약을 펼쳤습니다.

볼턴의 오른쪽 윙어를 맡은 이청용은 토트넘전 풀타임 출전을 비롯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전 경기(11경기)에 선발 출전했습니다. 특히 후반 30분 박스안 정면에서 베누아 야수-에코토의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케빈 이비스가 오른발 슈팅으로 페널티킥골을 넣었습니다. 프리미어리그 규정상 페널티킥 유도는 도움이 추가되기 때문에 이청용이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습니다. 데이비스의 페널티킥 골은 볼턴의 토트넘전 세번째 골이었고, 이청용의 페널티킥 유도가 없었다면 자칫 2-2 무승부로 끝날 뻔했습니다. 경기 종료 후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경기 내내 문제를 야기시켰다(Won the penalty and caused problems all afternoon)"는 호평과 함께 평점 7점을 기록했습니다.

이청용이 공헌했던 볼턴의 4-2 승리, 그리고 베일을 제압한 이청용

단순한 무게감을 놓고 보면, 볼턴보다는 토트넘의 우세가 예상됐습니다. 토트넘의 전력 및 선수 개인능력이 볼턴보다 더 좋았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베일이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마음껏 과시하며 유럽 축구의 라이징 스타로 거듭났고 그 기세가 토트넘에게 플러스가 될 것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전반전 경기력은 오히려 볼턴이 앞섰습니다. 전반 31분 데이비스의 골을 통해 1-0으로 전반전을 마쳤고, 경기 내용 및 허리 싸움에서 볼턴이 일방적으로 우세를 점했습니다. 볼턴의 선전과 토트넘의 졸전이 서로 맞물린 양상 이었습니다.

볼턴은 지난 1일 리버풀전 패배로 11위에 추락했기 때문에 토트넘전을 무조건 이겨야 했습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토트넘에 밀리지만, 토트넘 선수들이 지난 3일 인터 밀란과의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치른것에 따른 체력적인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볼턴입장에서 승리를 노려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경기 초반부터 미드필더진이 하프라인 부근에서 철저히 압박을 펼쳤고, 로빈슨-스테인손 같은 좌우 풀백들이 베일-크란차르 돌파를 봉쇄하기 위해 테일러-이청용과 간격을 좁히며 상대의 역습을 대비하는 움직임이 뚜렷했습니다. 상대의 공격을 끊으면 미드필더진에서 볼을 돌리며 점유율을 늘리거나 최전방에 속한 데이비스에게 골 기회를 밀어주면서 경기 분위기를 주도했죠. 그 과정에서는 토트넘의 불안 요소를 잘 이용했습니다.

특히 토트넘은 그동안 챔피언스리그를 치렀던 체력적인 부담 때문에 모드리치-산드로-팔라시오스를 스리 볼란치로 놓고 베일의 측면 파트너로서 벤치 멤버였던 크란차르를 포진시켰죠. 중원에서 상대 공격을 저지하며 웅크리는 형태의 전술적인 자세를 취한 뒤, 베일-크란차르의 역습을 통해 크라우치가 골을 해결짓거나 또는 크라우치가 공중볼을 받아 베일-크란차르에게 골 기회를 밀어주는 역습 형태의 움직임이 뚜렷했습니다. 문제는 볼턴 미드필더들의 압박에 저지당하면서 뜻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았습니다. 홀든-무암바로 짜인 볼턴 중앙 미드필더들이 종방향으로 활동 폭을 넓히면서 상대 미드필더들을 뒷쪽으로 몰아 붙였습니다. 그래서 토트넘 미드필더와 원톱 크라우치 사이의 간격이 끊임없이 벌어지면서 골 생산에 어려움을 겪었죠.

토트넘에게 가장 아쉬웠던 것은 판 더르 파르트-레넌의 선발 제외 입니다. 판 더르 파르트는 체력 안배 차원에서 교체 명단에 있었고 레넌은 부상으로 결장했습니다. 특히 판 더르 파르트의 대체자는 모드리치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모드리치는 토트넘이 베일을 키우기 위한 차원에서 올 시즌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되고 있기 때문에 그 경험을 많이 쌓아야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볼턴전에서는 공수 완급조절 및 수비에 집중했으나 판 더르 파르트의 컨셉을 대체할 수 없었죠. 그 과정에서는 팔라시오스가 홀든에게 여러차례 뒷 공간을 허용한 끝에 후반 시작과 함께 질책성 교체 됐습니다. 레넌을 대신했던 크란차르는 실전 경험 부족 때문에 매끄럽지 못한 볼 배급 및 경기 운영을 일관하며 토트넘의 졸전을 키우고 말았습니다. 베일은 이청용-스테인손에게 돌파 패턴이 읽혔고 몸까지 무거웠기 때문에, 토트넘 공격이 이렇다할 빛을 발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볼턴의 공격 과정은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전반 31분 데이비스가 선제골을 기록하기 전까지는 토트넘 박스 바깥에서 안쪽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의 볼 배급이 여러차례 끊겼고, 테일러-무암바-홀든은 볼 키핑이 불안했습니다. 데이비스에게 다이렉트로 볼을 배급하는 루트가 토트넘에게 읽혔죠. 하지만 데이비스가 토트넘 센터백 갈라스-카불과의 몸싸움 및 공중볼에서 우세를 점하고 이들보다 더 많이 뛰었고, 엘만더는 데이비스와 비슷한 패턴을 펼치면서 2선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여 볼턴이 활발한 공격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31분에 무암바가 산드로가 소유한 볼을 커팅하여 왼쪽에 있던 테일러가 최전방쪽으로 대각선 패스를 연결한 것이 데이비스의 왼발 다이렉트 선제골로 이어졌습니다. 상대 수비의 약점을 노린 볼턴의 공격 의지가 선제골로 귀결됐습니다.(데이비스의 위치가 오프사이드 였지만 선심은 깃발을 들지 않았습니다.)

볼턴은 후반 10분에 추가골을 기록하며 토트넘전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이청용이 오른쪽 측면에서 테일러에게 내줬던 대각선 패스가 엘만더를 거치면서 박스 오른쪽에 비집고 있던 스테인손에게 향했는데, 볼을 터치할 때 자신의 앞쪽에 빈 공간이 있는 틈을 노려 오른발로 골을 넣었습니다. 이청용이 테일러에게 빠른 타이밍의 대각선 패스를 연결했던 것을 토트넘 선수들이 예측하지 못해 자기 위치만 지켰는데, 그 틈을 노린 볼턴 선수들이 깔끔한 연계 플레이에 의해 스테인손의 골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그 이후에는 테일러-이청용이 측면에서 중앙쪽으로 과감한 침투 패스를 연결하며 상대 측면 뒷 공간을 공략했습니다. 토트넘 윙어 베일-크란차르가 공격이 아닌 수비쪽에 무게감을 실을 정도로 볼턴이 경기 흐름에서 토트넘에 우세를 점했습니다.

그 이후에는 이청용의 활약이 번뜩이기 시작했습니다. 전반 20분 팔라시오스와 충돌하는 바람에 머리쪽에 통증을 느끼면서 한동안 팀의 공격 과정에 참여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후반 10분 스테인손의 골 이후부터 움직임이 가벼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동료 선수들처럼 쉽게 볼을 빼앗기지 않고 끝까지 공을 소유하며 상대 수비를 위협하는 패스들을 연결했고, 측면에서 중앙쪽으로 파고들며 베일의 수비 부담을 키웠습니다. 그 과정에서 후반 30분 박스안 정면에서 야수-에코토의 반칙을 틈타 페널티킥을 얻으며 데이비스의 골을 통해 도움을 기록했습니다. 그 이후에 볼턴이 방심하면서 토트넘에 2골을 내줬지만, 만약 이청용의 페널티킥 유도가 없었다면 볼턴은 2-2로 비겼을지 모릅니다. 이청용의 도움이 단순 이상의 의미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후반 45분에는 오른쪽 측면에서 상대팀 선수 2명과 맞닥드린 상황에서 가운데 틈 사이로 마르세유턴을 성공적으로 구사하며 문전쪽으로 크로스를 띄우는 멋진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마르세유턴은 '축구황제' 지단이 현역 선수 시절에 즐겨 이용했던 회전 드리블 기술로 유명합니다. 간결하고 깔끔한 회전 돌파를 통해 상대 수비의 허를 제대로 찔렀죠. 동점을 노렸던 토트넘이 수비에 안일한 자세를 취했던 것이 이청용 마르세유턴의 희생양이 되는 결정타가 됐습니다. 볼턴이 3-2 리드 속에서 위태롭게 경기를 운영했던 분위기가 역전되면서 다시 경기를 장악했고, 4분 뒤 역습 상황에서 데이비스의 헤딩 패스를 페트로프가 문전으로 쇄도하면서 팀의 네 번째 골을 연출했습니다. 이청용의 마르세유턴이 동점 위기에 몰렸던 볼턴의 사기를 자극시킨 것입니다.

이청용의 토트넘전 맹활약이 의미있는 이유는 베일과의 맞대결에서 승리했기 때문입니다. 이 경기는 '이청용vs베일'의 젊은 영건 맞대결로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것도 이청용은 왼쪽, 베일은 오른쪽에서 경기를 펼치기 때문에 직접적인 맞대결이 가능했습니다. 베일은 스테인손에게 철저히 견제당했고 이청용의 협력 수비까지 받으면서 챔피언스리그에서 폭발적인 주력을 발휘했던 포스를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이청용의 공격력이 살아난 이후에는 수비를 펼치기에 급급했습니다. 반면 이청용은 자신의 매치업 상대인 야수-에코토를 상대로 페널티킥을 얻으며 볼턴의 4-2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비록 베일이 급성장했지만 오히려 이청용의 실속이 더 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