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토트넘을 상대로 선두 첼시를 따라잡는 발판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웨인 루니가 발목 부상으로 결장하지만 하비에르 에르난데스가 팀의 새로운 해결사로 떠올랐기 때문에 토트넘전에서의 골 여부가 주목됩니다. 아울러 맨유가 토트넘에 강한 면모를 그대로 발휘할지, '산소탱크' 박지성의 활약까지 기대됩니다.
맨유는 31일 오전 1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릴 2010/1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0라운드 토트넘과의 홈 경기를 치릅니다. 올 시즌 4승5무(3위)로 아스날-맨체스터 시티와 승점 17점 동률을 이루고 있으며, 1위 첼시(7승1무1패, 승점 22)와 승점 5점 차이기 때문에 토트넘전 승리가 필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5위(4승3무2패, 승점 15)를 달리는 토트넘의 저력이 만만치 않을것임에 분명하지만, 최근 맨유가 토트넘을 상대로 승점 3점을 따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이번 경기에서 맨유의 우세에 무게감이 쏠립니다.
우선, 맨유는 '토트넘 킬러'로 통합니다. 토트넘과 겨루었던 최근 프리미어리그 18경기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2001년 5월에 토트넘 원정에서 1-3으로 패했던 이후 지금까지 9시즌 동안 18번의 경기에서 14승4무를 기록했습니다. 홈 구장 올드 트래포드에서 토트넘에게 마지막으로 패했던 것은 1989년 12월 이었으며 '그라운드의 신사' 게리 리네커에게 결승골을 헌납했습니다. 또한 토트넘은 1993년 8월을 시작으로 빅4(맨유-아스날-첼시-리버풀)을 상대로 67경기 연속 승리를 따내지 못했습니다.
맨유는 토트넘과의 최근 4번의 홈 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했습니다. 특히 최근 3번의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는 치열한 접전끝에 값진 승리를 따냈습니다. 2007년 8월 26일(2007/08시즌) 경기에서 상대의 빠른 역습에 흔들리며 고전을 면치 못했으나 루이스 나니가 번개같은 중거리슛을 날리며 1-0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지난해 4월 25일(2008/09시즌) 맞대결에서는 전반전에 0-2로 지고 있었으나 후반전에 5골을 몰아쳤고, 지난 4월 24일(2009/10시즌)에는 1-1로 맞섰던 후반 막판에 나니-긱스가 골을 넣으며 3-1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2008년 2월 2일 토트넘 원정에서는 카를로스 테베스가 버저비터 동점골을 넣으며 극적으로 1-1 무승부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맨유가 토트넘전에서 일방적인 우세속에 승리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토트넘의 최근 기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리그 초반 6경기에서 2승2무2패에 그쳤지만 지난 2일 애스턴 빌라전 2-1 승리를 포함한 최근 3경기에서 2승1무를 기록했습니다. 골잡이 저메인 디포가 장기간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지만, 라파엘 판 더르 파르트가 공격형 미드필더 또는 쉐도우 공격수로 성공적인 정착을 하면서 기존과 다른 공격 색깔을 나타냈습니다. 피터 크라우치가 타겟맨으로서 공중볼을 따내는데 주력하고, 판 더르 파르트가 모드리치-팔라시오스(허들스톤) 같은 중원 자원들과 패스 게임에 주력하며 상대 배후 공간을 개척하는 공격의 다양화가 이루어졌습니다.
토트넘의 최대 강점은 왼쪽 측면입니다. 최근 맨유 이적설 및 박지성과의 트레이드설로 주목받는 왼쪽 윙어 가레스 베일이 지난 21일 UEFA 챔피언스리그 인터 밀란전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한 것이 맨유에게 부담거리 입니다. 비록 그 경기에서 팀이 3-4로 패했지만, 지난 시즌 유럽 제패에 성공한 팀을 상대로 3골을 넣었다는 것은 공격력이 얼마만큼 강한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빠른 스피드와 날카로운 왼발 킥력, 상대 수비를 적극 공략하겠다는 과감함과 자신감이 플레이에 묻어나오면서 매 경기마다 토트넘 공격의 키 플레이어 역할을 했습니다. 여기에 오른쪽에는 애런 레넌이 부상에서 복귀하여 맨유의 측면 뒷 공간을 노리겠다는 각오입니다.
그런 토트넘 입장에서는 맨유전 승리가 꼭 필요합니다. 맨유전이 끝나면 볼턴-선덜랜드-블랙번 같은 약팀들과 상대하지만, 그 이후에는 아스날-리버풀-버밍엄-첼시 같은 부담스런 상대와 맞대결을 펼칩니다. 맨유와 더불어 아스날-리버풀-첼시에 전통적으로 약한 면모를 보였고 버밍엄 같은 경우에는 원정 경기입니다. 버밍엄이 유독 홈 경기에 인상을 심어줬기 때문에 원정팀들에게 반갑지 않았습니다. 또한, 토트넘은 지난 시즌 리버풀을 제치고 리그 4위로 시즌을 마쳤지만 올 시즌에는 맨체스터 시티에게 순위권 경쟁에서 밀린 상태이기 때문에 맨유전에서의 분발이 필요합니다.
반면 맨유는 토트넘에 강한 인상을 심어줬던 루니가 발목 부상으로 결장합니다. 루니는 최근 6번의 리그 경기에서 5골을 넣으며 토트넘 킬러로 활약했으나, 올 시즌 리그 10경기 1골에 그친것을 비롯 총체적인 부진에 시달렸습니다. 이번 토트넘전에서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하지만 그의 존재감이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토트넘 출신의' 디미타르 베르바토프가 올 시즌 리그 6골 및 전반적인 공격력 향상을 통해 먹튀 탈출에 성공한 듯한 인상을 심어줬고, '떠오르는 신성' 에르난데스가 최근 6경기에서 5골을 터뜨리며(각종 대회 포함) 맨유의 새로운 공격 옵션으로 거듭났습니다. 맨유의 토트넘전 승리는 베르바토프-에르난데스 발끝에 달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올 시즌 리그 도움 1위(7도움)를 기록중인 나니는 토트넘을 상대로 좋은 인상을 심어줬습니다. 2007년 8월 26일 토트넘전에서 맨유 공식 데뷔골을 작성했고, 지난 4월 24일 토트넘전에서는 결승골을 넣었습니다. 그리고 올 시즌에는 경이적인 도움 기록에 눈을 뜨면서 지난 시즌보다 무서운 화력을 과시중입니다. 지난 27일 울버햄턴과의 칼링컵 4라운드(16강)에서 휴식을 취했기 때문에 토트넘전 선발 출전이 유력하며 토트넘 왼쪽 풀백 베누아 야수-에코토와 매치업을 펼칩니다. 야수-에코토가 빠른 순발력에 강점을 두는 끈적한 수비를 펼치기 때문에 토트넘전 맹활약을 장담할 수 없지만, 공격력이 무르익은 지금의 기세를 놓고 보면 거침없이 그라운드를 질주할 것 같습니다.
문제는 나니를 보조할 오른쪽 풀백 입니다. 베일을 봉쇄하고 나니의 수비 부담을 덜어줘야 하기 때문에 활동량이 많은 풀백의 필요성이 큽니다. 부상 복귀 이후 활동 폭이 좁아진 존 오셰이, 빠른 공격 옵션에 취약한 게리 네빌보다는 기동력이 뛰어난 하파엘 다 실바의 선발 출전이 유력합니다. 하지만 하파엘은 고질적으로 수비력이 약하고 대인마크에 대한 노하우 및 경험이 부족합니다. 배일 봉쇄 카드로 쓰기에는 불안정한 단점이 있습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하파엘을 선택할지, 아니면 오셰이-네빌을 믿을지 주목됩니다. 또는 변형 전술을 꺼내들 수 있습니다. 나니를 왼쪽으로 놓고 박지성을 오른쪽 윙어로 기용하면서 하파엘-오셰이-네빌 중에 한 명과 함께 베일을 막기 위한 협력 수비를 펼치는 전략이 가능합니다.
토트넘전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박지성의 출전 및 활약 여부 입니다. 박지성은 지난 27일 울버햄턴전에서 시즌 2호골을 성공시켜 팀의 3-2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비록 리그에서는 선발 출전 횟수가 단 1번에 그쳤지만, 챔피언스리그-칼링컵 5경기에서 모두 선발로 투입되면서 실전 경험이 부족한 것은 아닙니다. 최근에는 이적설로 잉글랜드 현지에서 주목을 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존재 가치를 유감없이 증명해야 합니다. 무릎 부상에서 완전히 호전되었다면 토트넘전 선발 출전이 가능하지만, 주중 챔피언스리그 경기가 있기 때문에 체력 안배 차원에서 선발에 제외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토트넘전은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이기 때문에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 선발 투입에 무게감을 둘지 모릅니다. 박지성의 맹활약 및 시즌 3호골이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