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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지성의 통쾌한 시즌 2호골, 매우 강렬했다

 

역시 '산소탱크' 박지성(29,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은 저력에 강한 선수였습니다. 온갖 시련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그것을 이겨내며 단련했기 때문에 그 저력이 과소평가 될 수는 없는 법입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시즌 초반의 부진 및 부상, 그 과정에서 불거진 이적설과 트레이드설 때문에 안팎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걱정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박지성은 역시 박지성 이었습니다.

박지성은 27일 오전 4시(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10/11시즌 칼링컵 4라운드(16강) 울버햄턴전에서 시즌 2호골을 성공 시켰습니다. 후반 25분 2선에서 박스 중앙으로 과감히 드리블 돌파하는 과정에서 페데리코 마케다와 원투 패스를 주고 받는 과정에서 마케다가 볼을 놓쳤지만, 상대 수비가 살짝 걷어냈던 볼을 왼발 슈팅으로 연결시켜 상대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지난달 23일 칼링컵 3라운드 스컨소프전에서 1골 2도움을 몰아쳤고 울버햄턴전에서 칼링컵 2경기 연속골을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맨유는 3-2로 승리하여 5라운드(8강)에 진출했습니다.

박지성, 골을 넣겠다는 집념 강했다

박지성은 울버햄턴전 이전까지 맨유에서 통산 157경기를 뛰면서 총 16골을 기록했습니다. 득점력 부족 때문에 과소평가 되기 쉬웠죠. 맨유가 골을 필요로 하는 경기에서 제외되거나 교체되는 상황이 빈번했고, 국내 여론에서도 '박지성 위기론'의 빌미 중 하나로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박지성 입장에서 생각해봐야 할 것은 골 하나를 넣기까지 엄청난 공을 들였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박지성은 미드필더이자 후방을 자주 의식하면서 궂은 일을 다하는 특성 때문에 제때 골을 기록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자신을 더욱 돋보이게 하려면, '과감해져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 박지성의 골은 1-1 상황에서 벌어진 득점 상황입니다. 맨유는 후반 11분 베베의 선제골로 앞섰으나 4분 뒤 엘로코비에게 실점하면서 1-1을 기록했고, 그 이후에 박지성이 골을 성공시키면서 2-1로 앞설 수 있었습니다. 만약 맨유가 후반 31분 폴리에게 동점골을 내주지 않고 경기를 끝냈다면 박지성의 골은 결승골이 되었을 것입니다. 결승골의 주인공은 후반 45분에 골을 기록한 에르난데스에게 돌아갔지만, 박지성의 골이 없었다면 맨유의 승리는 장담하기 어려웠습니다. 경기를 빛낸 히어로는 에르난데스의 몫이 되었지만 베베-박지성의 골이 존재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박지성의 전반전과 후반전 활약상이 서로 다르다는 점입니다. 전반전의 미약함을 후반전에 역전시킨 것이죠. 전반전의 박지성은 팀 전술의 부조화 때문에 자신의 장점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캐릭-깁슨으로 짜인 중앙 미드필더들이 중원을 확실하게 장악하지 못하면서 상대의 하프라인 돌파를 여러차례 허용했고, 그 과정에서 마케다-오베르탕 투톱이 한꺼번에 오른쪽 윙어 베베와 간격을 좁히려다보니 상대 수비에게 봉쇄당하고 말았습니다. 박지성은 왼쪽에서 짧은 패스 위주의 경기를 펼쳤지만 마케다-오베르탕쪽으로 향하는 볼 배급에 어려움을 겪었죠.

하지만 후반전이 되면서 그 흐름이 바뀌었습니다. 박지성이 프리롤 형태의 움직임을 통해 왼쪽 측면, 최전방, 2선을 활발히 넘나들고, 마케다-오베르탕이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를 유린하며 공간을 창출하면서 박지성-베베의 전방 돌파 장면이 잦아졌습니다. 박지성은 후반 10분 박스 왼쪽에서 캐릭의 전진패스를 받아 다이렉트 슈팅을 날렸으나 골키퍼 선방에 막힌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 장면을 계기로 상대 수비의 약점을 간파하여 3골을 넣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박지성의 골 이었습니다.

후반 25분 박지성의 골은 '과감함이 없다'는 약점을 극복하는 계기로 작용했습니다. 자신이 직접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면서 마케다와의 콤비 플레이를 통해 골을 기록했기 때문이죠. 2선에서 볼을 터치할 때 상대 수비의 압박이 무뎌진 것을 의식하여, '골을 넣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이 분명합니다. 그 지점이 골대와 거리가 멀었기 때문에 다이렉트로 슈팅하는 것은 무리였을 것이며 평소같았으면 패스를 시도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장면 만큼은 달랐습니다. 반드시 해내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면서 골을 노렸죠. 상대 수비진을 완전히 벗겨내기 위해 마케다와 원투패스를 시도하고, 상대 수비수가 걷어낸 공을 슈팅으로 받아내는 영민함을 발휘한 끝에 상대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박지성의 골이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하는 이유는 경기의 흐름을 매우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스코어가 1-1 이었고, 마케다-오베르탕은 에르난데스와 비교하면 특출난 골 결정력을 자랑하는 선수들이 아닙니다. 더욱이 상대는 '맨유를 이겨야겠다'고 의식하여 공격쪽에 쏠리는 움직임을 나타내면서 수비가 소홀했습니다. 박지성이 골 기회를 노리기에 충분한 환경이었고, 팀의 전술적 관점에서도 박지성의 골이 필요했습니다. 이날 경기에서 다소 호흡이 안맞았던 마케다와 완벽한 패스 연결을 주고받았다는 것은, 전방으로 쇄도하면서 순식간에 머릿속으로 득점 패턴을 그렸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런 박지성은 2선에서 박스 가까운 쪽으로 쇄도하는 상황에서 상대 중원 공간을 단번에 뚫었던 그 시도 자체만으로 '무언가 보여주겠다'는 마음이 강렬했습니다. 한마디로 이를 악물었죠. 울버햄턴전에서 팀의 승리를 이끄는 맹활약을 펼치지 못하면 앞으로의 행보가 순탄치 않거나, 시즌 초반의 부진했던 흐름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그래서 무언가 해내겠다는 집념이 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전반전에는 팀의 전술적 문제점 때문에 빛이 바랬지만 상대의 전력을 탐색하는 계기로 작용했고, 후반전에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었습니다. 골 뿐만 아니라 맨유의 거침없는 공격 분위기 조성을 위해 부지런히 뛰었죠.

그래서 박지성의 골은 퍼거슨 감독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을 것입니다. 퍼거슨 감독이 자신에게 원했던 것은 골이었고, 좀 더 과감해지기를 바랬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두달 동안 대표팀에 소집되지 않기 때문에 울버햄턴전에서 골을 넣었던 오름세를 그대로 이어갈 것이 분명하며, 더욱 자신감을 가지고 경기에 임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의 박지성은 한 번 물이 오르면 거침없이 그라운드를 종횡무진하는 기질이 강했습니다. 울버햄턴전 골을 통해 시즌 초반 부진의 아쉬움을 극복했을 뿐만 아니라, 그 장면에서 이를 악물고 과감히 공간을 파고들며 앞날의 번뜩이는 맹활약을 예고했습니다.

또한 박지성의 골은 최근에 나돌았던 이적설을 잠재우는 계기가 됐습니다. 시즌 초반 부진에 빠지면서 캐릭-안데르손-오언등과 함께 살생부에 올랐거나, 토트넘 왼쪽 윙어 베일과 트레이드 된다는 소문에 휩싸였지만 그 골을 계기로 '맨유에 필요한 선수'라는 인상을 많은 사람들에게 심어줬습니다. "맨유에서 오랫동안 뛰겠다"는 박지성의 목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을 시즌 2호골을 통해 강렬하게 입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