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새로운 화두는 대형 선수 영입 여부입니다. 며칠 전 웨인 루니와 재계약 맺으며 간신히 잔류시켰지만, 문제는 루니에게 "야망이 없다"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대형 선수 영입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습니다. 물론 구단의 막대한 적자 및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 같은 부자 클럽들의 공격적인 선수 영입 때문에 원하는 선수를 제때 보강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경기력 약화로 이어졌습니다.
그런 현실를 반영하듯, 최근에는 맨유가 대형 선수를 영입할 것이라는 현지 언론의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인물이 가레스 베일(21, 토트넘) 베슬러이 스네이더르(26, 인터 밀란. 이하 인테르) 입니다. 베일-스네이더르는 그동안 맨유 영입설로 꾸준한 관심을 끌었으며 긱스-스콜스의 대체자 후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3년 전부터 '이영표 경쟁자'로 알려졌던 베일은 박지성과의 트레이드설로 주목을 끄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두 선수의 맨유 이적설을 그대로 믿기에는 무리입니다. 불편한 구석이 있습니다.
베일-스네이더르, 현실적이지 않은 맨유 이적설
결론부터 말하면, 베일-스네이더르의 맨유 이적설은 현지 언론의 추측 혹은 확대 해석으로 보여집니다. 두 선수는 2년 전 부터 맨유 이적설로 관심을 끌었지만 결국에는 영입 협상까지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 입니다. 두 선수의 소속팀 토트넘-인테르는 '이적 불가'를 선언하며 다른 팀에 내주기를 원치 않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예전부터 맨유 이적설로 주목을 끌면서 이름을 알렸기 때문에 여전히 맨유와 링크될 수 밖에 없습니다. 맨유의 스쿼드가 2007/08시즌보다 약해지면서 베일-스네이더르의 이름이 현지 언론에서 거론되기 쉽죠. 만약 스쿼드가 탄탄했다면 베일-스네이더르 이적설은 묻혀지거나 거론조차 되지 않았을 겁니다.
현지 언론은 사실(Fact)에 근거한 보도 이전에 줄기차게 이적설(방출설, 트레이드설도 같은 부류)을 생산하는 경향이 뚜렷합니다.(외부에서 바라본 시각에 의하면) 그래서 당사자가 모르는 소식이 보도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렇다고 현지 언론이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구단 관계자 혹은 에이전트가 언론을 통해 이적설을 흘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레알 마드리드가 1년 넘도록 호날두 영입을 위해 <마르카><아스> 같은 스페인 언론사를 이용하여 집요하게 이적설을 보도한 것이 대표적이죠. 베일-스네이더르의 맨유 이적설이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이유는 현지 언론의 습성 뿐만 아니라, 맨유가 영입을 염두하거나 단순한 바람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베일-스네이더르의 맨유 이적설은 '비생산적'이라는 느낌이 짙습니다. 맨유가 현실적으로 영입하기 힘든 선수들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내년 1월 이적시장에서는 두 선수의 영입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베일-스네이더르는 올 시즌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했기 때문에 내년 1월에 이적하면 UEFA 규정상 다른 팀에서 유럽 클럽 대항전을 치를 수 없습니다. 그래서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위한 명분으로 영입할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또한 토트넘-인테르가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에 성공하면 두 선수를 계속 잔류시킬 수 밖에 없습니다. 두 팀도 맨유와 더불어 유럽 클럽 대항전에서의 선전을 바라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베일-스네이더르의 맨유 이적설이 구체화되면 그 시기는 여름 이적시장에 무게감이 실립니다. 하지만 토트넘-인테르가 두 선수를 맨유에 순순히 내놓을지 의문입니다. 토트넘은 맨시티에게 강력한 빅4 위협을 받기 때문에 베일 같은 주력 선수를 지켜야만 합니다. 인테르는 이탈리아 세리에A 명문 클럽의 자존심이 있죠. 맨유가 거대한 이적료를 쏟아부으면 베일-스네이더르 뿐만 아니라 또 다른 대형 선수를 영입할 수 있겠지만, 막대한 적자 때문에 인건비에 많은 돈을 쏟는 것은 힘듭니다. 해외 축구 사이트 <트라이벌 풋볼>은 25일 "맨유가 세계 최정상급 선수 영입에 1억 파운드(약 1756억원)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으나, 그 돈은 빚을 갚는데 더 유용합니다.(참고로, 맨유의 공식적인 적자 규모는 7억 5000파운드 -약 1조 3172억원- 입니다.)
어쩌면 맨유는 트레이드에 돌파구를 찾을 수 있습니다. 박지성-베일 트레이드설이 주목되지 않을 수 없죠. 하지만 그 트레이드는 토트넘이 원치않을 것입니다. 박지성과 베일의 컨셉이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베일은 긱스의 전성기 모드를 재현할 잠재력이 충분한 21세 영건이자 팀의 에이스같은 존재이지만, 박지성은 내년이면 30세인데다 궂은 역할에 익숙합니다. 토트넘에게 있어 베일은 팀의 기둥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프리미어리그 상위권 경쟁팀에게 내주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 또한 2년 전 베르바토프의 맨유 이적을 허용하는 상황에서 불법 접촉을 놓고 구단끼리 대립이 오고갔던 앙금이 있어 베일의 맨유행을 허락치 않을 것임에 분명합니다.
스네이더르도 마찬가지 입니다. 인테르가 스네이더르를 다른 팀에 보내는 것은 리버풀로 치면 제라드, 첼시 관점에서는 램퍼드, 아스날로 비유하면 파브레가스를 이적시키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인테르는 스네이더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고, 4-2-3-1을 선호하는 베니테즈 감독 입장에서도 스네이더르가 필요합니다. 또한 스네이더르는 지난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와 남아공 월드컵을 통해 세계 최정상급 플레이메이커로 거듭났습니다. 인테르가 다른 팀에 팔아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리고 스네이더르는 스콜스의 적절한 대체자가 아닐지 모릅니다. 출중한 공격력과 달리 수비력이 뒷받침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과거 아약스 시절 수비적인 롤을 부여받았으나 그 역할을 말끔히 소화하지 못하면서 공격 성향의 미드필더로 굳어졌습니다. 지금의 네덜란드 대표팀과 인테르에서 꽃을 피울 수 있었던 것은 출중한 수비력으로 무장된 수비형 미드필더들의 궂은 일에 힘을 얻으며 공격에 전념하고, 팀 공격을 스스로 창출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4-2-3-1에 유독 강한 면모를 보입니다. 4-2-3-1보다는 4-4-2를 주로 쓰는 맨유에서 스네이더르가 중앙 미드필더로 성공적인 정착을 할지 의문입니다. 또한 스네이더르의 기본적인 활동 패턴은 공격수 밑에 있지만, 문제는 그 지점이 베르바토프와 겹칩니다.
베일-스네이더르의 맨유 이적설이 현실적이지 않은 또 하나의 이유는 주급 문제입니다. 맨유는 얼마전 루니와 재계약을 맺으면서 프리미어리그 최정상급 수준의 주급을 약속한 것으로 보입니다. 9만 파운드(약 1억 5800만원)였던 루니의 주급이 현지 언론에 의하면 15만 파운드(약 2억 6300억원)~25만 파운드(약 3억 1600만원)까지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루니가 재계약하기 이전까지, 프리미어리그에서 12만 파운드(약 2억 1100만원) 이상의 주급을 받는 선수는 8명(야야 투레, 아데바요르, 테베스, 콜로 투레, 배리, 램퍼드, 테리, 제라드) 이었으며 맨유 선수는 없습니다. 8명 중에 5명은 맨시티 선수들입니다.
맨시티는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부자 구단이자 맨유의 지역 라이벌 클럽입니다. 대형 선수라면 맨시티 이적 유혹을 받기 쉽습니다. 특히 주급에 대해서는 맨유보다는 맨시티에 매력을 느끼기 쉽죠. 예를 들어, 구직자 입장에서는 연봉 2,000만원 되는 A회사 보다는 3,000만원을 보장할 수 있는 B회사에 들어가고 싶을 것입니다. 그런 논리처럼, 스네이더르가 맨유 이적을 원하면 루니 만큼의 주급을 바랄지 모릅니다.(그만한 무게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맨유가 그것을 수용하면 기존의 주급 체계가 깨질 수 있습니다. 기존 선수들이 돈 문제를 놓고 박탈감을 느끼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죠. 막대한 적자에 따른 투자 부담을 안고 있는 맨유에게 주급 인상은 민감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현 시점에서는, 베일-스네이더르의 맨유 이적설을 신뢰하기가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