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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이청용, 위건전 부진 안타까웠던 이유

 

'블루 드래곤' 이청용(22, 볼턴)이 위건전에서 프리미어리그 9경기 연속 선발 출전했지만 이렇다할 활약이 없었습니다. 지난 16일 스토크 시티전에서 시즌 첫 골을 넣었기 때문에 2경기 연속 골이 기대되었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슈팅이 없었습니다.

이청용의 볼턴은 23일 저녁 11시(이하 한국시간) DW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1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9라운드 위건 원정에서 1-1로 비겼습니다. 후반 14분 위건에게 역습을 내준 상황에서 프랑코 디 산토의 침투패스에 이은 우고 로다예가의 땅볼 슈팅으로 선제골을 허용했습니다. 21분에는 박스 가까이에서 메튜 테일러가 케빈 데이비스의 헤딩패스를 받아 슈팅을 날렸던것이 상대 수비수를 맞고 굴절되었고, 근처에 있던 요한 엘만더가 슬라이딩으로 밀어넣으면서 동점골을 기록했습니다.

이로써, 볼턴은 위건전 무승부로 2승6무1패를 기록했으며 7위에서 8위로 떨어졌습니다. 이청용은 이날 경기에서 상대의 집중 견제를 이겨내지 못한 아쉬움을 남기고 후반 20분 교체됐습니다. 경기 종료 후 잉글랜드 스포츠전문채널 <스카이 스포츠>를 통해 '들쭉날쭉했다(In and Out the game)'는 평가와 함께 평점 6점을 부여 받았습니다. 마틴 페트로프를 비롯한 3명의 선발 선수와 함께 6점을 기록했으며 볼턴의 최저 평점 이었습니다. 한편, 스튜어트 홀든과 요한 엘만더는 각각 평점 9점과 8점을 올리며 위건전에서 맹활약 펼쳤음을 입증했습니다.

이청용, 집중 견제 극복하기에는 몸이 무거웠다

우선, 이청용은 지난 스토크 시티전보다 패스 횟수가 많았습니다. 지난 경기에서 86분 동안 20개의 패스를 시도하여 16개를 정확히 연결했다면, 이번 위건전에서는 65분 동안 21개의 패스 중에 15개를 성공했습니다. 출전 시간의 많고 적음을 놓고 보면 위건전에서의 공격 전개가 많았음을 의미합니다. 스토크 시티전에서는 골을 넣은 것과 달리 동료 선수들에게 많은 패스를 받지 못했던 아쉬움을 남겼지만 위건전에서는 그것이 해소됐습니다. 볼턴이 위건전에서 이청용을 활용한 공격 전개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죠. 경기 초반부터 상대 중원을 장악하면서 다양한 공격 시도를 했기 때문에 이청용의 볼 터치가 늘어났습니다.

그 배경에는 중앙 미드필더 홀든의 맹활약이 돋보였습니다. 홀든이 중원에서 활동 폭을 넓게 움직이고 볼턴 미드필더 중에서 가장 많은 패스를 연결하며(33개 시도, 24개 성공) 상대 뒷 공간을 허무는데 성공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무암바가 중원에서 궂은 역할을 잘 해줬고, 왼쪽에 있던 페트로프가 횡방향으로 폭을 넓게 잡으면서 홀든과의 연계 플레이를 노리거나 측면 돌파를 시도하며 볼턴 공격의 물꼬를 텄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오른쪽 이었습니다. 오른쪽 풀백 스테인손이 로다예가 봉쇄에 실패했고, 적극적으로 오버래핑을 펼치지 못하면서 이청용의 활동 부담을 키우는 아쉬움을 남겼죠. 그래서 이청용의 움직임은 종방향쪽으로 쏠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상대 수비 입장에서는 이청용의 활동 패턴을 읽을 수 있었죠.

경기 종료 후 <ESPN 사커넷>에 올라온 이청용의 히트맵 그래프를 보면 위건전 부진 원인을 자세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스토크 시티-위건전에서 오른쪽 측면에서의 움직임이 많았기 때문에 별 다른 차이점이 없을 것처럼 보이지만, 파란색 동그라미 부분을 보시면 스토크 시티전에서의 공격적인 활동 폭이 더 컸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당시 경기에서는 상대 진영에 접근하면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볼을 터치하고 패스를 연결하는 다양한 공격 패턴을 취했습니다. 선제골을 넣었던 지점 또한 '파란색 동그라미가 그려진' 중앙 이었습니다. 오른쪽 윙어로서 팀 득점의 결정적인 임펙트를 과시하려면 중앙쪽으로 넘나드는 움직임이 적극적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청용은 위건전에서 볼턴 에이스로서의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상대의 집중 견제에 막혀 중앙으로 접근하는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위건의 왼쪽 풀백 피게로아에게 그림자처럼 봉쇄당했던 것을 비롯해서 은조고비아-토마스의 협력 수비에 막히고 말았습니다. 피게로아가 이청용의 중앙 접근 차단을 위해 1차 저지선 역할을 했다면, 은조고비아-토마스가 함께 견제를 하거나 예상 돌파 지점을 미리 선점하여 2차 저지선을 구축하는 철저한 집중 견제망이 형성 됐습니다. 물론 이청용은 지난 시즌 중반부터 상대의 집중 견제를 받기 시작했지만 위건의 끈끈한 수비를 혼자서 극복하기에는 무리였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스테인손의 부진이 아쉽습니다.

이청용은 상대의 압박에 막히면 볼을 빼앗기거나 패스가 커팅 당하는 불안한 장면을 여럿 노출했습니다. 상대 견제가 느슨하면 간결한 패스로 동료 선수에게 정확히 공격을 연결했지만 집중 견제를 당하면서 여지없이 흔들렸죠. 그래서 볼턴은 오른쪽에서 공격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서 상대 수비망을 벗기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위건이 수비시에는 거의 잠그기나 다름없는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펼쳤기 때문에 볼턴이 90분 동안 유효 슈팅이 2개 밖에 없었습니다.(위건 6개) 이청용은 위건 입장에서 '표적'이었죠. 결국, 이청용은 후반 20분 0-1로 뒤진 상황에서 교체됐습니다. 1분 뒤에는 위건의 수비 밸런스가 무너지면서 엘만더에게 동점골을 내줬는데, 이청용을 방어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쏟으면서 순간적으로 방심한 결과였습니다.

그런데 이청용의 위건전 부진이 허무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이미 집중 견제를 극복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른쪽 측면에 계속 머물기보다는 상대 문전 중앙으로 넘어오면서 볼 터치를 노리거나, 측면에서의 얼리 크로스를 통해 한 번의 결정적인 골 기회를 밀어주며 상대 수비를 공략했습니다. 하지만 크로스보다는 짧은 패스를 통해 공격을 풀어가면서 팀 플레이를 노리기 때문에, 중앙쪽으로 활동 폭을 벌리면 움직임이 많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올 시즌의 전반적인 경기력을 보면 상대의 집중 견제를 직선과 곡선을 골고루 활용한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이겨내는 경우가 여럿 있었습니다.

문제는 위건전에서의 몸이 무거웠습니다. 지난 12일 국내에서 A매치 일본전을 치른 뒤 4일 뒤에 스토크 시티전에서 86분 동안 출전했지만 장거리 이동에 따른 컨디션 저하를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스토크 시티전 같은 경우에는 후반들어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지는 아쉬움을 남기고 후반 41분에 교체 됐습니다. 그 이후에는 구단에서 이틀간 휴식을 얻으면서 피로를 풀려고 했지만 아직까지 몸이 정상적으로 올라오지 못했습니다. 8월-9월-10월에 A매치를 치르기 위해 잉글랜드와 한국을 오가며 국내에 입국했기 때문에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고, 그 여파가 최근 경기에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코일 볼턴 감독은 지난 14일 볼턴 지역지 <볼턴 뉴스>를 통해 "이청용이 2년 동안 휴식없이 활약을 펼치고 있어 조심스럽다. 남아공 월드컵 이후 3~4주 휴가를 부여했지만 충분하지 못했다"며 이청용의 체력 저하를 걱정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이청용은 2007년 부터 각급 대표팀 일정과 K리그를 병행하며 기성용과 함께 혹사 논란에 빠지기 시작했고, 지난해 여름 볼턴 이적 당시에는 휴식기 없이 잉글랜드 무대에 건너갔습니다. 그런 체력적인 어려움은 올해 3월~4월에 과부하에 시달리며 경기력이 떨어지는 아쉬움을 남겼고,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의 16강을 이끌었으나 그 이후의 휴식이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최근에는 세 달 연속 한국에서 A매치를 뛰었습니다.

이청용의 위건전 부진이 안타까웠던 이유는 상대의 집중 견제를 이겨내기에는 몸이 도와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경기를 재치있게 풀어가기 위해 노력하더라도 몸이 따르지 않으면 자신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최대한 에너지를 쏟을 수 없습니다. 다행히 볼턴이 칼링컵에서 탈락했기 때문에 박싱데이 이전까지 1주일에 한경기씩 소화하면서 컨디션을 회복하겠지만, 내년 1월 아시안컵 이후의 행보가 조금 걱정됩니다. 체력이 강했던 소유자가 아니지만, 자신에게 직면한 어려움을 딛고 꾸준한 맹활약을 펼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