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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부상 복귀' 박지성, 부진 탈출 반가웠다

 

'산소탱크' 박지성(29,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이 무릎 부상에서 성공적으로 복귀하면서 시즌 초반의 부진을 이겨냈습니다. 동료 공격 옵션들이 상대의 철저한 견제에 막혀 침체에 빠졌지만, 박지성은 그라운드를 활발히 휘젓고 공간 창출 및 패스 플레이에 초점을 맞추면서 팀의 공격 분위기를 띄웠습니다.

박지성의 맨유는 21일 오전 3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10/11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본선 C조 3차전에서 터키의 부르사스포르를 1-0으로 제압했습니다. 전반 7분 루이스 나니가 오른쪽 측면에서 대런 플래쳐의 전진패스를 받아 왼발 논스톱 슈팅으로 상대 골망을 가르면서 일찌감치 승리를 확정지었습니다. 이로써, 맨유는 본선 3경기 2승1무로 C조 선두 자리를 지켰으며 부르사스포르는 3전 전패에 빠져 32강 탈락 위기에 몰렸습니다. 한편 박지성은 후반 25분까지 출전하여 적극적인 공격을 펼친 끝에 팀의 1-0 승리를 기여했습니다.

박지성, 부상 후유증 없이 평소의 폼 되찾았다

맨유는 부르사스포르전에서 4-2-3-1을 구사했습니다. 쿠쉬착이 골키퍼, 에브라-비디치-스몰링-하파엘이 포백, 캐릭-플래쳐가 더블 볼란치, 박지성-안데르손-나니가 2선 미드필더, 마케다가 원톱을 맡았습니다. 골잡이 베르바토프의 선발 제외 공백을 마케다가 메우고 안데르손이 2선으로 올라오면서, 캐릭-플래처가 중원에서 맨유의 공수 밸런스를 뒷받침하는 전술 형태가 그려졌습니다. 지난 주 무릎 부상이 재발했던 박지성이 예상보다 이른 타이밍에 복귀하여 선발 출전한 것은, 맨유의 측면 자원이 엷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선, 맨유의 스타트는 산뜻했습니다. 나니가 전반 7분 오른쪽 측면에서 플래쳐의 전진패스를 받자마자 상대팀 선수 한 명을 제끼고 문전쪽으로 쇄도하여 왼발 논스톱 슈팅으로 선제골을 넣었습니다. 최근 성적 부진 및 루니의 이적 문제로 시끄러운 나날을 보내는 맨유에게 있어 나니의 선제골은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는 힘이 됐습니다. 부르사스포르가 경기 초반부터 자기 진영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일찌감치 허리 싸움에서 밀렸고, 이에 맨유가 한 번의 결정적인 임펙트로 골을 기록하면서 그 이후에도 공격적인 분위기를 끌고 갔습니다.

박지성의 경기 초반 컨디션은 괜찮았습니다. 일주일전 대표팀에 차출되고 무릎이 나빠졌지만 지난 12일 A매치 일본전을 쉬었기 때문인지 몸이 무겁지 않았습니다. 동료 선수들에게 패스를 받기 위해 왼쪽 측면과 중앙을 골고루 파고들어 볼을 터치하면서 연계 플레이를 엮어내는데 주력했죠. 전반 11분과 14분에는 횡패스의 정확성및 세기가 떨어지면서 맨유의 공격이 끊어졌지만, 15분까지 9개의 패스 중에 7개를 성공한 것은 결코 나쁘지 않은 활약상 이었습니다. 맨유가 17분까지의 점유율에서 65-35(%)를 기록하면서 미드필더들의 공격력이 요구되었는데, 박지성이 자신의 선입견이었던 '소극적인 공격력'을 만회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됐습니다.

하지만 맨유의 한계는 원톱 이었습니다. 마케다가 상대 수비에 철저히 봉쇄당한 바람에 나니가 속했던 오른쪽 측면에 치중하는 공격 패턴이 잦았습니다. 24분에는 하파엘이 상대 미드필더 두 명을 제치고 오버래핑을 펼쳤지만 공격의 단순화가 두드러지면서 상대 수비에게 읽히고 말았습니다. 부르사스포르가 수비진에서 안정을 되찾아 경기 초반의 무기력함을 떨치면서 맨유의 추가골 생산 작업이 지지부진 했습니다. 그래서 30분이 넘은 이후에는 포백이 전진 공격을 펼치고, 박지성이 중앙쪽에 위치를 잡고, 에브라가 왼쪽 측면에서 프리롤 역할을 맡으면서 공간 장악을 시도했지만 뚜렷한 결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날카로움과 정확성이 떨어지는 패스를 수없이 연발하는 바람에 상대의 견고해진 수비벽을 뚫지 못했죠.

특히 안데르손의 부진이 아쉬웠습니다. 나니가 공을 잡으면 상대 수비가 두 명씩 따라붙었는데, 안데르손이 나니쪽으로 폭을 좁히지 못하는 바람에 맨유 공격이 오른쪽에서 자주 끊어지는 현상이 벌어집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팀의 공격 방향을 미리 예측하고 적극적으로 공간 플레이를 하면서 위치를 잡아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프라인 부근으로 내려올 때 정확한 패스들을 연결하지만, 상대 진영만 넘어오면 공격의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의지가 약했습니다. 마케다가 최전방에서 고립될 수 밖에 없었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4-2-3-1에서 공격형 미드필더와 원톱의 유기적인 공존이 중요하지만, 원톱도 상대 수비에 발이 묶이고 후방이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맨유의 공격 퀄리티가 떨어졌습니다.

맨유의 전반전 공격 침체는 후반 초반에도 계속 됐습니다. 미드필더들이 서로 공을 주고 받는 상황에서 패스가 끊어지거나, 나니가 집중 견제를 받거나, 마케다-안데르손이 동반 부진에 빠지는 현상이 되풀이됐죠. 하지만 박지성은 달랐습니다. 마케다-안데르손에 비해 폼이 나쁘지 않았고 나니보다는 상대 압박에서 자유로웠고, 활동 폭을 넓히며 공간을 창출하고 패스를 받는데 주력했기 때문에 활기찬 공격을 펼쳤습니다. 후반 11분 볼이 문전쪽으로 날아든 상황에서 직접 쇄도하여 골 기회를 노렸고, 4분 뒤에는 후방의 로빙 패스를 받아 왼쪽 측면을 돌파하는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그리고 그라운드를 활발히 움직이며 상대 수비 밸런스를 깨뜨리는데 주력했습니다.

박지성은 후반 15분까지 패스 정확도 83%를 기록했습니다. 23개의 패스 중에 19개를 성공시켰죠. 13개의 미스를 범했던 나니(30개 시도, 17개 성공)보다 효율적인 공격을 펼쳤습니다. 나니는 짧은 간격의 횡패스를 통한 공격 전개로 패스 정확도를 끌어올렸지만 대부분이 비생산적인 패스였습니다. 선제골을 넣은 이후에는 공격의 돌파구를 찾지 못해 부진하는 기색이 역력했죠. 반면 박지성은 후반 7분 왼쪽 측면 뒷 공간에서 상대가 소유한 공을 커팅했고, 그 이전과 이후 상황에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면서 팀을 위해 보탬이 되는 활약을 펼쳤습니다. 맨유의 공격 옵션중에서는 박지성만이 제 몫을 다했습니다. 반면, 마케다-안데르손-나니는 볼 터치가 점점 떨어지면서 이렇다할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맨유는 '박지성이 있음에' 후반 20분 부터 빠른 볼 처리를 앞세운 원터치 패스를 통해서 상대 배후 공간을 파고드는데 성공했습니다. 부르사스포르가 동점골을 의식하여 포백-미드필더 간격이 벌어지다보니, 그 공간에 패스 플레이가 잦아졌고 박지성-안데르손이 종방향으로 침투하는데 주력했습니다. 특히 박지성은 나니와의 스위칭을 통해 오른쪽 측면에서 돌파를 시도하면서 상대 수비를 공략했습니다. 경기 전체적인 관점을 놓고 보면 전반전보다 질이 높은 공격을 펼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박지성은 선수 보호 차원에서 후반 25분 오베르탕과 교체되었습니다. 무릎 부상에서 회복된지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에 풀타임 출전이 무리였죠.

맨유는 후반 32분 안데르손을 빼고 에르난데스를 교체 투입했습니다. 에르난데스가 최근 발렌시아-웨스트 브로미치전에서 골을 기록했다는 점은 맨유가 추가골을 염두했음을 의미합니다. 맨유의 후반전 슈팅이 단 1개에 불과했던 아쉬움이 있었죠. 역의 관점에서 보면 마케다에게 자극을 주기 위한 교체 투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후반 37분에는 오베르탕이 박스 오른쪽 구석에서 상대 수비수 세 명을 상대로 볼을 지켜내는 개인기를 발휘하여 코너킥을 유도하는 재치를 발휘했습니다. 4분 뒤에는 에르난데스가 상대 박스 중앙에서 비디치의 롱볼을한 번에 받아 오른발 논스톱 슈팅을 날렸지만 볼이 골문 바깥으로 향하면서 추가골 기록에 실패했습니다. 결국, 맨유는 1-0 리드를 지킨 끝에 승점 3점을 획득했습니다.

한편, 박지성은 70분 동안 29개의 패스 중에 23개를 정확하게 연결했습니다.(패스 정확도 79%)  자신의 반대쪽 측면에서 뛰었던 나니가 90분 동안 60%(48개 시도, 29개 성공)에 그쳤음을 상기하면 박지성의 볼 배급이 우세했습니다. 그래서 부르사스포르전은 앞날의 맹활약을 기대케하는 터닝 포인트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적극적인 움직임을 통한 연계 플레이를 통해 팀의 공격 과정에 참여했고 그 과정에서 순간적인 돌파를 앞세워 상대 수비를 위협했습니다. 컨디션이 좋아졌기 때문에 대표팀 차출 후유증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흡족한 경기력을 펼쳤습니다. 오는 24일 저녁 9시 30분 스토크 시티 원정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이유입니다.